[인천일보 연중기획] <42> 이규보와 다시(茶詩) - 육우·노동의 '茶歌' 익히 알아 약리작용 등 해박

2016. 1. 5. 10:15茶詩

 

      
[인천일보 연중기획] 육우·노동의 '茶歌' 익히 알아 약리작용 등 해박

[인천 정체성 찾기] 이영태의 한시로 읽는 인천 옛모습

 

 


<42> 이규보와 다시(茶詩)

 

2015년 06월 12일 금요일  


 

 
▲ '안화사의 당 선사(幢禪師)를 찾으니, 선사가 시 한 편을 청하다(訪安和寺幢禪師 師請賦一篇)'.

 

   이규보는 중국의 다신(茶神)이라 불리는 육우뿐 아니라 노동(盧仝)이 지은 「다가(茶歌)」에 관하여 익히 알고 있었다. 

 
<이날 보광사에 묵으면서 고(故) 서기 왕의가 남긴 시에 차운하여 주지에게 주다

           (是日宿普光寺 用故王書記儀留題詩韻 贈堂頭)>  
  ……
 七椀香茶風鼔腋(칠완향다풍고액)     향긋한 차 일곱 잔에 겨드랑이 바람이 일고
 一盤寒菓雪侵腸(일반한과설침장)     쟁반의 써늘한 과일은 창자에 눈[雪]이 스미는 듯하네
 若將釋老融鳧乙(약장석로융부을)     만약 석가와 노자를 부새와 을새 같다 한다면
 莫斥吾家祖伯陽(막척오가조백양)    우리 유가(儒家)에서 백양을 높이는 거 탓하지 말게

 
   사찰에 묵으면서 과거에 왕의가 남긴 시문에 차운하여 주지에게 건낸 글이다. 유가 경전을 독서한 이규보이지만 여타의 분야를 배척하지 않았다. 흔히 이규보의 다도관(茶道觀)을 논의하는 글들이 최치원의 삼교지도(三敎之道)에서 기원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 유불도(儒佛道)의 조화로움이 풍류도(風流道)의 바탕되는데, 이것은 종교나 사상, 형식이나 격식에 구애 받지 않은 그의 저작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향긋한 차 일곱 잔에 겨드랑이 바람이 일어난다(七椀香茶風鼔腋)'는 당(唐)나라 시인 노동(盧仝)이 지은 「다가(茶歌)」를 견인한 부분이다. 「다가(茶歌)」에는 "첫째 잔에 목과 입을 적시고, 둘째 잔에 번민과 고독을 씻어내고, 셋째 잔에 메마른 창자를 적셔 오천권의 책이 생각나고, 넷째 잔에 모든 불평이 땀구멍을 통해 흩어지며, 다섯 째 잔에 살과 뼈를 맑게 하고, 여섯 째 잔에 신선의 세계와 통하여, 일곱 째 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겨드랑이에 청풍이 인다"며 차(茶)의 음용(飮用)이 육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안화사의 당 선사(幢禪師)를 찾으니, 선사가 시 한 편을 청하다(訪安和寺幢禪師 師請賦一篇)>
 
  ……
 衲僧手煎茶(납승수전차)     승려는 제 손으로 차 달이며
 誇我香色備(과아향색비)     나에게 향기와 빛을 자랑하네
 我言老渴漢(아언노갈한)     나는 말하노라 늙고 병든 몸이
 茶品何暇議(차품하가의)     어느 겨를에 차 품질 따지겠냐고


 七椀七椀(칠완복칠완)     일곱 사발에 또 일곱 사발
 要涸巖前水(요학암전수)     바위 앞 물을 말리고 싶네
 是時秋初交(시시추초교)     때는 마침 초가을이라
 殘暑未云弭(잔서미운미)     늦더위 다하지 않았다네
 ……
 
  

   안화사 승려가 차를 끓여 작자를 대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육우의 『다경(茶經)』과 노동(盧仝)의 「다가(茶歌)」를 알고 있을 정도로 차에 대해 해박한 소양을 지니고 있던 작자 앞에서 승려가 차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때는 마침 초가을'이란 표현으로 보건대, 승려가 가을 찻잎의 효능에 대해 주서 섬기며 찻물을 끓이고 있었을 것이다. 흔히 봄과 가을에 찻잎을 수확하는데, 시기에 따라 약리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작자였기에 승려를 향해 무슨 차(茶)인들 관계없다며 대답하고 있다.

   작자는 가을 찻잎의 효능을 알고 있었기에 '일곱 사발에 또 일곱 사발, 바위 앞 물을 말리고 싶다 '했던 것이다.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이사 

 

 

<저작권자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