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단순히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위기 원인으로 지목됐던 중국과 유가가 모두 한 몸통이라는 점에서 ‘퍼펙트 스톰’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가치절하→주식시장 폭락→투자심리 급랭→실무경기 위축’의 악순환이라는 종축에 ‘위안화 가치절하→중국경제 경착륙 우려→유가 폭락’의 횡축까지 겹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경제의 위기가 기업의 신용위험으로까지 이어져 중국발 ‘퍼펙트 스톰’의 무게가 더 가중되고 있다. 위기감이 가증되면서 중국 당국이 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 과거 빚잔치로 버블을 키웠던 중국 기업들이 부도 위험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도산은 신용경색과 자산가격 추락으로 이어져 글로벌 신용경색 위험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공장 셧다운 위기…줄도산 공포=월스트리트저널(WSJ)와 파이낸셜뉴스(FT)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크게 늘린 중국 기업들이 성장둔화와 원자재 가격급락으로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지면서 빚을 갚기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기업 부채는 지난 2분기에 163%로 홍콩(226%)과 함께 18개 신흥국 중 1, 2위를 다툰다. 중국의 GDP대비 비금융기업 부채는 2010년 124%에서 2012년 136%, 2013년 147%,2014년 157%로 급상승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빚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10년 이후 6번째 이어진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해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면서 기업 줄도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경제정보평가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2016년 세계경제대전망’에서 늘어나는 채무불이행과 은행파산, 투자 붕괴로 올해 중국이 실제적인 위기를 맞을 확률은 이번 세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약 33%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철강, 시멘트, 석탄 등 과잉생산 설비산업에 속하는 전통 제조업체들의 위기감이 크다. 대부분이 원자재 관련 기업들로 국제유가의 향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는 실물경제의 위축도 야기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상장기업 2700여개 가운데 순이익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좀비기업은 전체의 10%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은 과잉생산 설비산업에 속한 지방 국유기업이다.
줄도산 공포는 작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4월에는 전력변압기를 만드는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가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역내 채권을 부도냈다. 10월에는 중국 중강집단공사(中國中鋼集團公司ㆍ시노스틸)가 채권에 대한 이자 20억 위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줄도산 공포가 올해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빚 잔치’ 후폭풍 시작됐다…신용경색 경고=중국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 상업은행과 국유은행을 모두 포함한 은행권의 부실채권(NPL)은 1조9500억 위안으로 2014년에 비해 5000억 위안 늘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부실채권 증가폭은 2013년 2574억 위안의 2배에 달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기업들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외화채권 가산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이후 알리바바와 중국석유개발공사, 석유화공집단공사, 바이두, 큰룬에너지, 텐센트 등 주요기업 5~10년물의 가산금리 상승폭은 16∼58bp(1bp=0.01%)에 달한다.
특히, 원자재 관련 기업과 인터넷IT기업의 외화채권 가산금리가 급등해 이들 업종에 대한 불안심리를 반영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올해 중국정부가 본격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면, 한계기업의 부도 사례가 더 늘어나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과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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