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해부](2) 누가 대륙을 움직이나…인터넷·IT 날개 단 ‘바링허우’들, 경제굴기 ‘대륙의 핵’으로

2016. 1. 21. 02:33경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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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해부](2) 누가 대륙을 움직이나…인터넷·IT 날개 단 ‘바링허우’들, 경제굴기 ‘대륙의 핵’으로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지금 중국은 하루 평균 4000개 벤처기업이 탄생할 정도로 창업 열풍이 뜨겁다.

창업 열기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 바로 청웨이(程維·33)다. 알리바바 그룹에서 최연소 지역 매니저, 알리페이(모바일 결제서비스) B2C사업부 부사장에 오르며 ‘고속승진’ 신화를 썼던 그는 2012년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샤오쥐커지(小橘科技)를 세웠다. 스마트폰 택시 예약 시스템이 생소하던 당시 택시서비스앱 디디다처(滴滴打車)를 개발했고, 3년 만에 사용자 3억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은 다장촹신커지(大疆創新科技·DJI)의 CEO 왕타오(汪滔·36)다. DJI는 민간용 드론(무인 항공기)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백악관 건물에 부딪힌 후 추락해 관심을 끌었던 드론도, 4월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 옥상에 떨어진 드론도 모두 왕타오 손에서 탄생했다. 투자자들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DJI의 기업가치를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로 평가한다.



■소황제에서 슈퍼 파워로

   두 사람의 공통점은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80後)’라는 것이다. 1979년 1가구 1자녀 정책이 실시된 후 태어난 바링허우는 외동 자녀로 성장해 나약하고 오만한 특징을 가져 ‘소황제’ 라고도 불렸다. 한때 안하무인격 중국 신세대를 대표하던 이들이 우려를 불식시키고 어엿한 사회 중심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개혁·개방 직후 태어난 바링허우는 어린 시절 경제적 부족을 경험했기 때문에 출생 이후 줄곧 경제 성장의 단 열매를 누린 주링허우(90後·1990년대생)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바링허우는 스스로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난 첫 세대, 즉 도전 1세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문화대혁명 폐해를 피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 환경 적응력, 글로벌 감각까지 갖춰 각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바링허우는 제1외국어로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배웠고 1990년대 중반 시행된 유학 자율화 조치의 혜택도 봤다” 말했다.

어려서부터 모형 비행기에 빠져 있던 왕타오는 홍콩과기대 재학시절인 2006년 기숙사에서 DJI를 출범시켰다. 200만위안(약 3억5500만원)으로 시작한 DJI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3년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항공 촬영용 드론 ‘팬텀’을 처음으로 내놓은 이후 세계 시장을 점령해갔다. 왕타오는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팬텀3’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청웨이가 창업을 결심하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웨이는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 반대가 창업의 제1관문이고, 이 관문을 돌파해야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 말한다.



■전무후무한 중국의 신세대

   ‘테니스 여제’ 리나(李娜·34)는 국가보다 개인에게 집중하는 바링허우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냈다. 국가 주도의 일방적 육성 시스템에 반기를 든 리나는 스스로 정한 감독과 함께 프로 투어 생활을 하면서 2011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동양인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 성과를 일궈냈다. 스포츠가 애국심 고취 수단으로 사용되는 중국에서 리나의 행보는 상당히 드문 사례다. 리나는 2014년 은퇴했지만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그녀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들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여전하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교수“바링허우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또 이후 세대인 주링허우와는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다름 속에서 기성세대가 해내지 못한 상상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궈징밍(郭敬明·33)과 한한(韓寒·34)은 새로운 문체로 이전 세대 문학과 자신들을 구분한다.

2002년 등단한 궈징밍은 이듬해 발표한 판타지 소설 <환성(幻城)>으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문학적 깊이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발표작마다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 지지를 얻었다. 영화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대중문화 슈퍼 파워로 자리하고 있다.

한한은 17세에 발표한 첫 장편 <삼중문(三重門)>을 190만부 이상 판매하며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영화 제작자, 카레이서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찰보다는 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 고민을 분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능을 보이면서 대중의 환호를 끌어낸다.


   궈징밍과 한한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팔로어 수는 각각 3945만명, 4215만명에 달한다. 수많은 중국인이 이들의 말과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