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해부](1) 세계는 왜 두려워하나…중국의 대국굴기, 위기와 기회 ‘양날’

2016. 1. 21. 02:38경제 이야기



[중국 대해부](1) 세계는 왜 두려워하나…중국의 대국굴기, 위기와 기회 ‘양날’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ㆍ창간 70주년 기획, 중국 대해부 - 세계는 왜 두려워하나
ㆍ고속성장·견제 사이 ‘균형 잡기’
ㆍ한국도 변화 흐름 읽어내야 기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의 25%가 넘는다. 한·중 무역 규모는 한·미, 한·일 무역을 합한 것보다 크다. 한국 경제는 이제 중국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에 의존적이다.

또 중국은 핵무장국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 안보적으로도 절실히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군사적 동맹관계를 갖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지정학적 관계 속에서 한국은 중국과 좁은 바다를 맞대고 살아간다.


   ‘죽의 장막’에 은거하던 중국은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30년 동안 비약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세계경제는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한 한국은 중국 경제성장의 직접적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 같은 한·중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연간 7% 이내 둔화된 성장률을 새로운 정상의 상태(신창타이·新常態)로 받아들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 기미를 보이고 중국이 ‘굴기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세계는 중국의 성장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중국 주변국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재균형정책’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기’는 한국의 사활적 명제로 자리잡게 됐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의미)’과 같은 안일한 인식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파도가 닥쳐오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이웃인가’라는 해묵은 질문에 우리는 아직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손자(孫子)는 병법에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했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피지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친구나 적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만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 없거나 친구이면서 적인 경우는 어렵다.


   중국은 한국에 기회일 수도 있고 위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기회든 위협이든 대처할 수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거대한 국내적 도전에 직면한 중국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변화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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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해부](1) 세계는 왜 두려워하나…중국 지도자는 수십년 ‘능력 검증’ 거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ㆍ당 대회서 비공개 인선 발탁
ㆍ서구식 ‘정치 샛별’은 불가능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의 지도자 선출과정은 조용하고 은밀하다. 발표 직전까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지도자가 선출될 때마다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된다.


   13억 중국인을 이끄는 최고 지도부는 당 중앙정치국원 25명과 이 중에서 선출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시진핑(習近平·63) 중국 국가주석도 2007년 10월 열린 제17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등장해 권력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당시 그의 인지도는 군인이자 가수인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보다 낮았지만 그렇다고 ‘깜짝 스타’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수십년의 기층경험을 바탕으로 당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지도자로 발탁됐다.


   중국의 ‘권력 엘리트’는 말단 관리로 시작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시험받으며 길러진다. 서구에서는 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의 인사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 샛별로 떠오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하루아침에 지도자급 정치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도자급으로 발탁된 후에도 공개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후진타오(胡錦濤)는 1997년 제15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발탁된 뒤 총서기에 오르기까지 5년이 걸렸다.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도 2007년 상무위원에 진입해 5년간 검증과정을 거쳤다.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 중국의 리더 양성 과정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을 탈락시키는 구조”라면서 “고도의 자기 절제가 요구되는 고독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지는 인선과정은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에서 370여명의 중앙위원을 뽑고 당 대회 폐막 후에 열리는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정치국원과 상무위원을 선출한다.


   공식 대회에서 지도자급 선출은 내밀한 조정을 거쳐 내정된 후보자를 추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인선 기준과 과정은 공개된 적이 없고 오로지 결과만 발표된다.







[중국 대해부](1) 세계는 왜 두려워하나…국제질서 바꿀 ‘무림고수’…중국식 변칙 어디로 ‘노심초사’


유신모·이인숙 기자 simon@kyunghyang.com


ㆍ세계 주류와 다른 가치관·시스템으로 최강대국 ‘굴기’
ㆍ미국과 충돌하는 대신 협력하며 힘 키우는 ‘장기 전략’







   중국은 13억의 인구와 8억명의 노동력, 20조달러의 물질적 자산 가진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며 사실상 세계를 먹여살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중국의 성장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주류 국가들과 다른 가치관과 사회시스템을 유지한 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 중 유일하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일당독재 국가다. 정치적 다원화와 투명한 법치를 갖추지 않은 중국의 부상은 세계적 위협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장차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아직 이 물음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의 본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 환영성명에서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의 규칙을 정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을 ‘강호(江湖)에서 금기시하는 암수(暗手)도 서슴지 않고 쓸 수 있는 새로운 무림고수의 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 인해 기존 국제질서의 틀이 변하는 것에서 각국의 두려움은 구체화된다. 현재의 국제질서에 익숙해진 나라들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변화가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 30년 전 중국이 계급투쟁 대신 경제성장을 목표로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적극 환영하고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정책’ 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중국이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중국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공정한 무역질서·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중국은 이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제도와 규범이 어떤 것인지, 그 규범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용시키려 할 때 발생하는 충돌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


   방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에서 중국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신형국제관계’다. 이는 미국의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와 조화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급격한 국제질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기존의 틀에서 따를 것은 따르면서 협력을 강조하는 자세다. 중국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낀 주변국들이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결국 미국의 개입과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초래했다는 자성적 인식이 여기에 반영돼 있다.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현재의 세계질서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거나 미국과 건곤일척의 패권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직은 미국과의 국력 차이가 크다는 것을 중국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전략은 보다 장기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에 들어가면서 달러, 유로화에 이어 세계 3위의 기축통화로 올라선 것은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이 잘 드러난 사건이었다. 현재의 세계 금융질서를 당장 개편하기보다 자신들의 영역을 키워나가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중   국은 발언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국제 금융질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달 중순 공식 출범한다.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더불어 아시아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위안화 블록’을 만들려는 목적이다.

이 같은 일련의 진행과정은 중국이 현재 상태에서 힘을 키운 뒤 장차 기존의 국제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미국과의 경제 패권경쟁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당분간 미국과의 갈등을 높이거나 핵심이익을 내세워 미국과 충돌하기보다 미국과의 협력에 비중을 두면서 힘을 기르려는 ‘신(新)도광양회’의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