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상징의 숲](4회) 책거리의 세계 - 만물생성의 세계- 진리와 만병의 세계 / 월간미술

2016. 1. 27. 02:07美學 이야기


민화, 상징의 숲 - 월간미술 연재 (9)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2014.07.29 12:49
http://blog.daum.net/ilhyangacademy/611               


      

월간미술 7월호 제 4회


책거리의 세계


만물생성의 세계- 진리와 만병의 세계







   책가도(冊架圖)나 책거리에 대한 설명은 민화에 대한 책들에 언급된 것이 많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나의 해석은 전혀 달라서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부터 설명하자면 입문(入門)부터 그 과정이 매우 길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이미 단편적으로 설명하였으므로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니 바로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해석하고자 합니다. 직지(直指)입니다. 책가도나 책거리는 대체로 8폭 병풍으로 되어 있지만 종래 설명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의 해석은 매우 긴 편이어서 8폭을 한 번에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8폭 가운데 첫 폭만을 다루어 보려 합니다. 한 폭이라도 주제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심장한 것이라 선별하여 설명하려 합니다. 그림과 채색분석한 것을 한 짝으로 하여 설명할 것이니 비교하여 보시면서 정독하시기 바랍니다. 대개 우리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서가 안에 서책들을 비롯하여 도자기, 문방구, 향로, 청동기 등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그린 그림은 책가도라 하고, 서가가 없이 책을 책갑에 넣어 쌓아올리면서 기물과 자유롭게 어울린 것은 ‘책거리’라 부르기로 하며 책가도와 혼용하지 않기로 합니다. 冊巨里라고 한자로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제1폭만을 보면 8폭 전체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그러나 지면 관계 상 전체를 함께 다룰 수 없습니다. 7년 전 이 8폭 병풍을 보는 순간 매우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 마침 『한국미술의 탄생』을 편집하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나의 새로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을 뜻밖에 만났기 때문이며, 그 이후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아! 책거리란 단순히 책이나 기물을 쌓아둔 그림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일단 주제 하나하나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1-1은 제 1폭의 첫째 주제이고, 1-1-1은 채색분석한 것입니다. 즉 채색으로 분석과 해석을 시도한 것입니다.






제 1폭







* 제 1폭 1-1, 1-1-1. 책갑(冊匣) 표면 영기문 


   책을 여러 권 넣는 갑이 있는데, 책표지에는 역시 능화판(菱花板)으로 찍은 무늬가 있었을 것인데 보이지 않지만 모두 영기문들입니다. 그러나 책거리에서는 책갑이 이동식 서가의 역할을 하며 책갑표면에 강렬한 영기문이 발산하는 광경을 보여줍니다. 책갑은 쌓아두므로 측면만 보이는데, 측면의 영기문을 채색분석해 보면 제1영기싹이 연이어 전개하는 전형적 기본적인 영기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길게 뻗쳐나가는 제2영기싹을 이루며 마감합니다. 즉 책에 쓰여 있는 진리로부터 강력한 영기가 발산하며 만물을 탄생시킵니다. 물론 책갑에 이런 영기문을 그려넣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책거리라는 그림은 현실에서 보는 대상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진리요 생명이요 길이다’라고 말한 어느 성인의 말은 모든 성인들의 말이며, 바로 성인의 말을 문자언어로 기록한 성전이나 고전에서부터 항상 영기문이 발산하는 광경을 책 표지에 조형적으로 나타냅니다.








제 1폭 1-1.





제 1폭 1-1. 채색분석








* 제1폭 1-2, 1-2-1 


   접시 위에 영지(靈芝)가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형을 자세히 보면 산에 있는 영지가 아니고,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등으로 이루어진 강한 생명력의 영기문, 즉 만물생성의 근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모양은 특히 여의두(如意頭)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의두란 말은 스님의 지물(持物)을 제3영기싹을 본떠서 만든 것인데 거꾸로 그런 지물 이름을 따서 용어를 만든 것이어서 옳지 않은 것입니다. 강력한 영기이기 때문에 그런 영기문에서 다시 잎 모양 영기문들이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접시는 만병(滿甁)입니다. 만병이란 ‘영기 혹은 물, 생명력이 가득찬[滿] 병[甁]’입니다. ‘여기서 ’병‘이란, 용기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그래서 접시모양의 만병의 밑 부분에는 제1영기싹의 연이은 전개가 있고 그 영기문에서 강력한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영기를 나타냈습니다. 항아리나 병 모양뿐만 아니라 접시, 사발 등 모든 그릇은 만병의 성격을 지닌 것입니다. 이 역시 나의 새로운 해석으로 도자기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확신합니다. 즉 이 도상은 ‘만병에 가득 찬 대생명력(영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만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나의 저서 『수월관음의 탄생』(글항아리, 2013)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런 그림을 그려 넣은 도자기도 현실에는 없습니다.








제 1폭 1-2.









제 1폭 1-2. 채색분석.







* 제1폭 1-3, 1-3-1 


    책갑 위에 깊은 발(鉢)과 병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깊은 발은 골이 패어 있어 위에서 보면 붕긋붕긋한데 흔히 이런 모양을 참외모양[과형瓜形]그릇이라고 말하지만 그릇 형태를 영화(靈化)시키는 한 방법입니다. 발의 골이 진 표면에 골마다 세로로 제1영기싹이 연이어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영기문으로 더욱 영화시켜 만물을 탄생시키는 고차원의 그릇으로 만들고 그 안에는 확실히 모르지만 거북이 같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만병에서 화생하는 것입니다. 바로 옆의 배가 불룩한 병의 표면에도 제1영기싹 영기문이 표현되어 있고 수평으로 기운이 뻗쳐나가고 있습니다. 만물생성의 근원에서 화생한 만물은 영화되어 있으므로 그 만물에서 역시 영기가 발산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제1영기싹 모티브와 잎 모양이 함께 있다가 제1영기싹이 사라지고 잎 모양만 남으므로 그 잎이 현실의 잎으로 인식하여 영화된 잎인지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책갑 위에 만물을 탄생시키는 만병 둘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책의 진리와 만병은 만물생성의 근원이기에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제 1폭 1-3.

제 1폭 1-3. 채색분석






* 제1폭 1-4, 1-4-1


   역시 책갑입니다. 왜 책갑의 표면에 포도를 그려놓았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포도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 같이 포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포도가 아닙니다. 채색분석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책에 쓰여 진 진리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입니다. 잎에서 제1영기싹이나 제2영기싹이 발산하고 있습니다. 잎에서 넝쿨같은 것이 생길 수 없습니다. 또 포도 덩어리에서 제1영기싹과 제2영기싹이 역시 발산하고 있습니다. 포도 자체에서 넝쿨이 생길 수 없지요. 씨앗은 승화하여 보주가 되듯이 열매도 승화하여 보주가 됩니다. 보주란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둥글게 압축해 놓은 것도 필자가 찾아낸 것이므로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제 1폭 1-4.








제 1폭 1-4. 채색분석.






* 제1폭 1-5, 1-5-1 


   사각 만병에서 영화된 꽃, 영화(靈花)가 피어납니다. 원추형 씨방은 연꽃의 씨방과 비슷하지만 꽃은 연꽃이 아닙니다. 영화된 꽃이 만병에서 화생하고 그 영화된 꽃에서 잎 모양 영기문 등이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각 만병에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서 물색으로 칠하며 어딘지 불안했는데, 제1폭 1-2의 부분 사진에 보니 사각 만병 표면에 파도 무늬가 그려있지 않은가! 부분을 확대하여 보니 확실히 보이지만 제1폭 1-5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물로 설명했으므로 채색분석한 것에 다시 파도 그림을 그려 넣지 않았습니다.








제 1폭 1-5.





제 1폭 1-5. 채색분석






* 제1폭 1-6, 1-6-1


    역시 만병에서 영화된 꽃이 핍니다. 만병 밑 양쪽에는 제1영기싹으로 이루어진 귀처럼 생긴 영기문 두 다리가 있어서 여기에서 만병이 생겨납니다. 만병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서 물색으로 칠했습니다. 필자가 개발한 ‘채색분석법’이란 단지 채색하는 것이 아니라 조형을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영화된 꽃잎에서 역시 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습니다.  





제 1폭 1-6.





제 1폭 1-6. 채색분석






*제1폭 1-7, 1-7-1


    두루마리[卷子]들을 모아 띠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이것은 만병을 띠로 매듭짓는 것과 같은 상징을 띱니다. 당연한 광경입니다. 두루마리에는 글씨나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입니다. 물론 훌륭한 글이나 그림일 것이므로 표면에 제1영기싹이 연이은 영기문이나 제1영기싹을 크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듭은 완성을 의미합니다. 영기화생의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제 1폭 1-7.






제 1폭 1-7. 채색분석.









* 제1폭 1-8, 1-8-1


   또 다른 책갑입니다. 책갑표지에는 연이는 제1영기싹을 크게 만든 소용돌이 모양입니다. 우리가 소용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제1영기싹으로 우주의 대생명력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진리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입니다.

  이상으로 우선 한 폭에서 몇 가지 기물을 선정하여 채색분석하여 보았습니다. 서책과 기물은 책거리에서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책거리...병인양요 때 한 프랑스 병사가 강화도에 상륙하여 보니 가가호호에서 아무리 찌든 생활이라도 어느 집에든 서책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자존심을 상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독창적인 책거리가 그저 생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고차원의 책거리는 우리 민족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었는지 웅변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 1폭 1-8.







제 1폭 1-8. 채색분석






http://blog.daum.net/ilhyangacademy/611      


프로필 이미지 강우방 교수님의 글 중에서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