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23) 천년고도 ‘경주 교촌마을’ 여행기

2016. 1. 29. 01:17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23) 천년고도 ‘경주 교촌마을’ 여행기 

       

2015/10/29 08:31 등록   (2015/10/29 09:35 수정)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경주 교촌마을은 조선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최부자집과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얼이 서린 곳이다. 부근에는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있는 계림숲과 내물왕릉, 향교, 재매정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건물이 없고 나즈만한 한옥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어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귀여운 비단벌레차에 사람들이 타고 있다.
전동차는 오전 9시부터 7시까지 운행하며 계림, 향교, 최씨고택, 교촌마을, 월정교, 꽃단지, 신라왕궁, 월성홍보관의 2.9km를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동차는 최부자집의 육훈(집안을 다스리는 교훈)을 방송하며 기어다닌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경주시 교동에 위치한 최부자집은 방이 99칸이었다고 전해진다. 고택은 국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육훈으로 미루어보아 그 옛날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앞서 실천한 겸양있는 집안이었다고 생각된다.


 


   오래도록 공사를 진행하더니 월정교가 복원되었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월정교를 건너 요석궁으로 갔다고 전해진다.




   문천(蚊川)을 가로지르며 반석들이 놓여있다. 한 남자가 다리를 지나 강건너로 넘어갔다.







   교촌마을에는 두가지의 유명한 먹거리가 있다. 전국 3대 김밥 중 하나라는 대단한 위상을 가진 '교리김밥'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교동법주'이다. 교동법주는 질좋은 찹쌀과 우물물을 길어 빚는다.

예전에 지인이 선물해줘 마셔본 적이 있는데 노오란 빛깔이 은은하고 특유의 향이 있었다. 그 맛은 떨떠름하면서도 깊었다. 유통기한이 따로 있어 기한내에 마셔야 한다. 평일인데도 김밥집은 포장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김밥이 왜 그다지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계란지단을 얇게 채쳐서 다른 재료보다 좀 더 넉넉히 넣었다. 계란 덕분에 좀 더 부드러운 감은 있으나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저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 덕택에 교리김밥은 유명세를 등에 업었고, 김밥집은 떼돈을 벌어 여러 곳에 분점을 열었다.
 


 


   길을 걷다 300년 된 고택에서 차를 팔고 있길래 발길을 멈추었다.
마구잡이로 피어난 꽃들이 마당을 장악하고 있었다. 맨드라미와 구절초, 민들레, 산국, 꽃향유, 쑥부쟁이.

그것들은 무질서해 보였으나 나름의 질서로 자기자리에 한껏 피어나 있었다.






   '눈물꽃차'를 주문했다. 여린 꽃잎들이 뜨거운 물에 제 색과 향을 녹여내었다.
바알갛게 우러난 꽃의 목숨은 여린 향으로 응축되었다.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나처럼 혼자 온 여행객이 옆에서 말을 걸어온다.

그는 지붕 위의 와송을 신기해하며 자연산인지 인공인지 물었고 잘 모르는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분이 좋은 듯 정원을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주라고 부탁을 해왔고 나는 수줍게 몇 컷 찍어 주었다.

그는 보답으로 내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했지만, 부스스한 말총머리에 잠바차림이었던 나는 미소로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이 혼자서 굴렁쇠를 굴리고 있었다.
해는 중천에 올라 작열하였고, 바람은 낮게 깔려 대기는 고요하였다.

가을의 경주는 어느곳이나 아름답다. 다음번에는 혼자 오지 않고 동행을 삼아 월정교를 바라보며 동동주 한잔 마시리라고 다짐을 하였다.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