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초문(秋草文)은 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풀 문양이란 뜻이다. 가을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들을 장식 문양으로 그려 넣은 항아리가 추초문 항아리이다. 가을풀 문양이 그려진 것은 비단 항아리 뿐만 아니다. 그 외에도 각항아리, 각병, 문방구 등 매우 다양하다. 추초문 항아리는 이들의 대표격일 뿐이다. 추초문이 그려진 백자는 18세기 전반 경기도 광주의 금사리 일대의 가마에서 많이 제작됐다.
추초는 일본어로 아키구사이다. 일본의 한국도자기 애호가들 중에는 이처럼 간결하고 청초한 느낌의 가을풀 문양의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는 개인적인 기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전통 미학중 하나인 애잔함(모노노아와레)를 상징한다는 이유도 있다. 모노노아와레는 사물에 담겨 있는 슬픔이나 비애를 나타내는 말로 풀이 된다. 즉 가을 들판을 배경으로 홀로 가녀리게 서있는 풀 한 포기나 꽃 한 송이는 그 자체로서 생명의 애잔함과 애처로움을 나타내는 것들이 된다.
또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추초문 청화백자에 대해 조선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 즉 고소메(古染)의 일종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1965년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의 주관으로 금사리 일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이곳에서 추초 문양의 도자기 파편을 다수 발견해 이들이 18세기 전반의 금사리를 대표하는 백자인 것을 확인하게 됐다.
백자청화 추초문 항아리(白磁靑畵 秋草文 壺)
18세기전반 높이 29.7cm 네즈(根津)미술관
백자청화 추초문 각항아리(白磁靑畵 秋草文 角壺)
18세기전반 높이 24.7cm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