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4) 유년의 골목길
2016. 2. 5. 03:40ㆍ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4) 유년의 골목길
2016/01/11 09:59 등록 (2016/01/11 09:59 수정)
![](http://www.news2day.co.kr/n_news/peg/news/20160111/M5cT34okIYs7u2ATDErJ4addXmyaD7iIMFhBz1wX-1452473122.jpg)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1980년대 중반, 나는 8살난 계집애였다.
경남 충무의 바닷가 마을에 살았다. 조금은 심심한듯 고요한 시절이었다. 학교가 파하면 매일매일 동무와 손을 잡고 바닷가에서 해파리와 따개비를 잡으며 놀았다.
당시에는 개발과 독재라는 말이 횡행하였다. 뜻도 몰랐지만 공기 중에 떠돌던 그 말은 무거운듯 열정적으로 마음을 충동질하는 어떤 힘이 서려있었다.
고모는 대도시인 대구로 가서 직물공장에 취직을 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모아 제법 돈을 모았다고 했다.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기 시작했다.
경남 충무의 바닷가 마을에 살았다. 조금은 심심한듯 고요한 시절이었다. 학교가 파하면 매일매일 동무와 손을 잡고 바닷가에서 해파리와 따개비를 잡으며 놀았다.
당시에는 개발과 독재라는 말이 횡행하였다. 뜻도 몰랐지만 공기 중에 떠돌던 그 말은 무거운듯 열정적으로 마음을 충동질하는 어떤 힘이 서려있었다.
고모는 대도시인 대구로 가서 직물공장에 취직을 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모아 제법 돈을 모았다고 했다.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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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리도 대구로 이사를 간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군청색 트럭에 낡은 세간살이가 실렸다. 초라하고 손때 묻은 살림살이는 우리의 남루한 일상처럼 진부했다. 트럭의 거울을 통해 단짝친구 은옥이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차가 속도를 올리자 아이는 자그맣게 멀어지다 사라졌다.
식구들은 대구로 올라와 골목 끝 마당넓은 집에 세를 들어 살기 시작했다. 우리집 외에도 세가구가 더 세를 살았다. 그들은 모두 방직공장에 일을 하러 다녔고 내 또래의 아이들이 두명이나 세명씩 딸려 있었다. 마당과 수돗가를 공유하며 한지붕 아래 모여든 타인들이었다.
함부로 쌓은 방죽옆으로 더러운 하천이 흐르는 도시의 변두리였다. 부모들은 주간과 야간을 겸하여 밤낮없이 일을 했고 아이들은 방치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할 일이 없던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딱지를 치거나 하천변에 죽어있는 개를 막대기로 찌르거나 방구석에 모여 귀신놀이를 하며 놀았다.
식구들은 대구로 올라와 골목 끝 마당넓은 집에 세를 들어 살기 시작했다. 우리집 외에도 세가구가 더 세를 살았다. 그들은 모두 방직공장에 일을 하러 다녔고 내 또래의 아이들이 두명이나 세명씩 딸려 있었다. 마당과 수돗가를 공유하며 한지붕 아래 모여든 타인들이었다.
함부로 쌓은 방죽옆으로 더러운 하천이 흐르는 도시의 변두리였다. 부모들은 주간과 야간을 겸하여 밤낮없이 일을 했고 아이들은 방치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할 일이 없던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딱지를 치거나 하천변에 죽어있는 개를 막대기로 찌르거나 방구석에 모여 귀신놀이를 하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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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아랫목에 차려놓은 김칫국과 장아찌로 같이 밥을 나눠 먹으며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났다. 이웃집 정남이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돈을 벌러 떠났다. 정남이 어머니는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가는 일이 잦아지더니 어느날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집에서 가끔 저녁밥을 먹던 정남이는 큰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이가 입을 실룩이며 숨죽여 울던게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나는 그 즈음에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시를 자주 외웠다.
"삶이 외롭고 힘들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말라" 어쨌든 이 시간을 견디면 좋은날이 오리라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저녁에 엄마가 보고싶다고 자주 울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동생을 때렸다. 저녁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지우곤 했다. 학교에서는 쥐를 잡으라고 했고, 우리들은 반공포스터를 그리기도 했다.
우리집에서 가끔 저녁밥을 먹던 정남이는 큰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이가 입을 실룩이며 숨죽여 울던게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나는 그 즈음에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시를 자주 외웠다.
"삶이 외롭고 힘들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말라" 어쨌든 이 시간을 견디면 좋은날이 오리라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저녁에 엄마가 보고싶다고 자주 울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동생을 때렸다. 저녁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지우곤 했다. 학교에서는 쥐를 잡으라고 했고, 우리들은 반공포스터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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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네에 큰사건이 일어났다. 대복이 삼촌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났다. 방직공장 직원이었던 대복이삼촌이 구애하던 여대생에게 거절당하자 죽음을 기도한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대학생이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던 시절이었다. 부모들은 뼈빠지게 벌어 자식들을 꼭 대학에 보내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모두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피하고자 소처럼 일했다.
변두리 빈민가의 자식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공부는 팽개치고 다른 오락거리에 빠져 인생을 낭비했다. 본드를 흡입하거나 골방에서 소주를 마시거나, 다방에 죽치며 레지들의 궁둥이에 눈길을 쏟았다.
![](http://www.news2day.co.kr/n_news/peg/news/20160111/3XmmV4Z9gv6LYBc2b8obf73496xwi2HMode9vWE2-1452473725.jpg)
몇년이 지나고 우리는 또다시 이사를 하게되었다. 세들어 살던 집의 다른 식구들은 돈을 벌어 아파트로 간다며 시기와 부러움이 버무려진 시선을 보냈다. 어찌되었건 나는 하수도의 터널같은 더러운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안도했다.
수십년이 흐른 어느날, 그 도시에 볼일이 있었던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 동네로 찾아가보았다. 그러나 동네의 흔적조차 찾을수 없었다. 하천은 복개되었고 무질서하게 난립해있던 낡은 주택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아찔하게 높은 마천루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곳이 아직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이 허망해졌다.
![](http://www.news2day.co.kr/n_news/peg/news/20160111/6U94I596B7gBhLWpxkXjEPCB3oe7C3oLSS9I45V8-1452473776.jpg)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 골목길의 부모들과 새끼들은 어디로 흩어져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월이 많은것을 바꾸고 데려가 버렸다. 지우고 싶은 내 유년의 어두웠던 세월. 떠올리면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오고 지우려 머리를 흔들면 또 살아나는 나의 어린시절. 오직 가능성과 꿈으로 버티던 시간들. 그러나 이제는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둡고 아픈 기억조차 내 인생의 일부이며 나를 구성한 시간들이니까. 사람이 시대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신산한 세월과 젊음을 맞바꾸며 이제는 늙어버린 내 부모의 주름진 손을 따뜻이 잡아주고 싶다.
![](http://www.news2day.co.kr/n_news/peg/news/20160111/3NG21uFp6jqkPlhN7du74594P0L9Phd8Wf9aF3CG-1452473837.jpg)
그림 : 한 창 현(韓 昌鉉) HAN, CHANG - HYUN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개인전 및 15회 초대전(서울 대구 )
· 해외전 및 교류전
- 마드리드 한국미술만남전(토이즌갤러리, 스페인)
- 한국·독일 현대미술전(빌리브란트갤러리, 베를린)
- 스톡홀롬 현대미술전(아리아든갤러리, 스웨덴)
- 한국·중국 미술교류전(대중시민화중심관, 중국)
- 천진미술학원 초대 계명전(천친 갤러리, 중국)
- 밀라노·대구 국제미술교류전(문화예술회관, 이탈리아)
- 미술과 영혼 초대전(카이로 미술관, 이집트)
- 한국·일본 작가 초대전( E 갤러리, 일본)
- 대구·상트 페테르부르크 미술 교류전(문화예술회관. 러시아, 2006)
- 중국 강소성 미술교류전(문화예술회관, 중국)
· 현재 : 한국미술협회, 별마을 문학회 동인
·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 미술과 영혼 초대전(카이로 미술관, 이집트)
- 한국·일본 작가 초대전( E 갤러리, 일본)
- 대구·상트 페테르부르크 미술 교류전(문화예술회관. 러시아, 2006)
- 중국 강소성 미술교류전(문화예술회관, 중국)
· 현재 : 한국미술협회, 별마을 문학회 동인
·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http://www.news2day.co.kr/n_news/peg/news/20151120/EVhLRNB4ZCKBIMpj8bQPEd16rldMUCley85uo3oe-1447989353.jpg)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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