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중인 1595년 당시의 선조실록을 보면, 전쟁 때문에 물자가 부족해 종묘 제사에도 상사기(常沙器)를 쓰고 상종자(常鐘子)로 술잔을 대신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상사기는 보통의 사기를 가리키는 말로, 즉 각종 그림이나 조각 장식을 하지 않는 도자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사기는 갑발을 씌워 고급스럽게 구운, 즉 갑번(甲燔)과 구분하기 위해 상번(常燔)이란 말을 쓴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그릇 앞에 상(常)자를 붙이면 최상급보다는 품질이 떨어지는 그릇을 가리킨다. 분원에서는 갑발을 씌워 구웠더라도 품질이 좀 좋지 않으면 상백자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