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상하통정(上下通情)

2016. 2. 10. 03:25잡주머니



      

[고전 속 정치이야기] 상하통정(上下通情)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5.07.16 21:39:21    



닫기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상하의 원활한 소통은 국가의 통치관리체계가 제대로 작용하기 위한 요인이다. 약 2500년 전 묵자상동(尙同)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완벽한 상하의 소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앙에는 천자와 삼공이 있고, 중앙정부 이하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제후국이 있다. 제후국의 군주와 장군과 대부 등의 집권자들이 지방통치기구를 관장한다. 제후국 이하에는 고을이 있고, 고을에도 향장과 이장이 있다. 행정관료끼리는 소통통로가 있어야 한다. 천자는 선한 일이나 선하지 않은 일이나 즉시 위로 보고하라는 정령을 반포한다. 하급자는 기탄없이 건의할 수 있고, 상금자의 과실마저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상명하달과 하의상달이 행정조직을 통해 원활해지면 천하의 정의가 통일되고 대치(大治)가 실현된다.

   “상하의 마음이 소통되어 윗사람이 몰래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베풀어주면, 백성들도 그것을 알고 윗사람을 이롭게 도왔다. 만약 아랫사람의 원망이 자라나 폐해가 쌓이면 윗사람은 그것을 알고 제거해주었다. 천하인들이 모두 두려워서 나쁜 짓을 하지 못했으므로 천자의 이목을 신령스러워했다. 그러나 성왕은 ‘내가 신령스러운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눈과 귀를 사용했고, 백성들의 입으로 나의 말을 돕게 했으며, 백성들의 마음으로 나의 생각을 돕게 했으니, 백성들의 팔다리를 사용하여 나의 행동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사정을 잘 알면 대치에 이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란이 발생한다. ‘아랫사람들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정의관을 일치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사정을 이해하느냐의 여부는 정치적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옛 성왕들은 모두 이러한 정치를 펼쳤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천자가 신통력을 지녔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감히 나쁜 짓은 하지 못했다.


   묵자성왕신통력을 지녔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목을 이용하여 자신의 보고 듣는 능력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의 입을 이용하여 자신의 말에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다른 사람의 머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향상시켰고, 묵자의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묵자가 열거한 이러한 과제가 소통이다. 현대의 정치지도자 또는 조직의 관리자는 모두 ‘상하통정’이라는 기제를 이용하여 국가 또는 조직 내외부의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의사소통구조가 제대로 작동되면 정보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며, 계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 묵자는 이러한 과정을 정보의 수집(視聽), 설득력(言談), 계획력(思想), 실행(行動) 등의 4단계로 구분했다. 


   소통은 상급자가 하급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급자도 상급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상하의 소통이 가장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는 상급자가 누구도 몰래 은밀히 어떤 일을 펼쳐서 이익을 남기면, 하급자가 그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은밀한 관계를 통해 하급자는 상급자를 신뢰하고 복종한다. 이러한 소통구조는 어떤 조직에서도 필요하다. 당시의 행정관리기구와 상업조직은 이미 여러 가지의 잘 발달된 정보소통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규정과 제도로 일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하의 의사소통수단은 고도로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묵자는 이러한 소통시스템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소통시스템이야말로 통일된 시비의 기준이 없어서 발생하는 사회적 분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소통시스템은 전제권력이 사용하는 비밀특무조직과 밀고제도가 아니라 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공명정대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소통부재로 국가체제가 흔들리는 책임은 최고통치자에게 있다.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