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안자사초(晏子使楚)

2016. 2. 9. 22:55잡주머니



      

[고전 속 정치이야기] 안자사초(晏子使楚)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5.07.23 19:18:21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안자 즉 안영(晏嬰 BC578~BC500)은 과대망상증에 걸린 경공(景公)을 잘 보좌하며 일시적이나마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가 사신으로 초에 파견되었다. 초왕은 체구가 왜소한 안영을 놀리려고 성문 곁에 작은 구멍을 파서 그곳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안자는 “개의 나라에 왔다면 개구멍으로 들어가겠지만, 초에 사신으로 왔으니 개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다”라고 말한 후 당당하게 대문으로 들어가 초왕을 만났다. 초왕이 물었다. “제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그대를 사신으로 보냈는가?” “제의 수도 임치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매를 들면 태양을 가리고, 땀을 흘리면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어깨를 비비며 걷느라고 발 디딜 곳이 없지요. 왜 제에 사람이 없습니까?” “그렇다면 왜 그대를 파견했는가?” “제에서는 사절을 보낼 때 기준이 있습니다. 총명한 사람은 고상한 나라에 파견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하찮은 나라에 파견하지요. 저는 가장 어리석기 때문에 초에 파견되었습니다” 안자를 놀리려고 했던 초의 군주와 신하들은 반나절이나 입을 열지 못했다. 

   망신을 당한 초왕은 안영을 술자리에 초대했다. 마침 관리가 제나라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고 잡아왔다. 초왕이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원래부터 도둑질을 잘하느냐고 물었다. 안영이 대답했다. “회남의 감귤은 크고 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회북에 옮겨 심으면 작고 쓴맛이 나는 탱자가 됩니다. 잎은 비슷한데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수토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마찬가집니다. 저 사람도 제나라에 살 때는 성실했지만 초나라에 와서는 도둑놈이 되었을 것입니다” 초왕은 웃자고 한 말이라고 둘러댔다. 남귤북지(南橘北枳)의 유래이다. 하대부가 물었다. “제는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도 환공 이후에 다시는 제후들의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국토는 넓고, 인구도 많으며, 당신은 재능도 있는데 왜 우리와 동맹하려고 합니까?” “시무를 알면 준걸(俊傑)이요, 변화에 통하면 영호(英豪)라고 합니다. 진(晋)문공 웅재대략을 지녔지만 사방으로 도망친 적이 있으며, 진(秦)목공은 문치와 무공이 극성했지만 사후에 자손들은 쇠약해졌습니다. 초도 장왕 이후 오와 진 두 나라를 감당하지 못했으니 제만 쇠약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웃끼리 우호적으로 왕래하자고 왔을 뿐입니다. 당신은 초의 명신으로 임기응변을 잘 모르십니까?” 

   하대부가 얼굴을 붉히며 물러나자 상대부가 물었다. “제에서 내란이 일어나자 위해 죽은 신하는 없습니다. 당신은 제의 세가대족으로 반적을 토벌하거나, 관직을 버려 뜻을 밝히거나, 군주를 위해 죽지 못한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안영이 정색하고 반박했다. “큰일을 하는 사람은 소절에 구애될 필요가 없습니다. 군주가 국가를 위해 죽었을 때만 신하도 함께 죽습니다. 선군께서 국가를 위해 죽지 않았는데 왜 제가 죽습니까? 재주는 없지만 저도 이름을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군주를 맞이한 것은 나라를 보존하기 위함이었지 자리를 탐냈기 때문은 아닙니다. 모두 조정을 떠나면 누가 국가대사를 맡겠습니까? 내란은 초에서도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 불만스러운 투로 물었다. “영웅호걸은 풍채가 좋아야 하는데 당신은 키가 5척도 되지 않으니 그 손으로 닭 한 마리나 잡겠습니까? 그러니 입으로 세객 노릇이나 하며 세상을 속이고 명성을 훔칩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저울추는 작지만 1000근을 잴 수 있지요. 주왕(紂王)은 무용이 절륜했지만 몸도 나라도 망하고 말았습니다. 묻기에 대답했을 뿐입니다.” 태재 계강(啓疆)이 물었다. “당신은 상국이니 좋은 옷을 입고 화려한 마차를 타면서 제의 번영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데 야윈 말을 타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습니다. 또 옷 한 벌을 30년 동안이나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인색하지 않습니까?” “너무 무시하십니다. 나는 재상이지만 부친의 옷을 입고, 모친이 주신 고기를 먹습니다. 처족들까지 굶주리지 않습니다. 또 내가 도움을 주는 70여가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마저 해결하니 이는 군왕의 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계강은 탄복했다. 말은 안영처럼 해야 한다.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