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임(赴任) 제1조 제배(除拜) 저보(邸報)를 내려보내는 처음에폐단을 덜 만한 것은 덜어야 한다.

2016. 2. 24. 10:01다산의 향기



       [5] 부임(赴任) 제1조 제배(除拜) 저보(邸報)를 내려보내는 처음에

폐단을 덜 만한 것은 덜어야 한다. 목민심서 / 일표이서

2015.02.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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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新迎)하는 예절에, 첫째 지장(支裝)을 봉해 바치는 일, 둘째 관아 사택을 수리하는 일, 셋째 각종 기치(旗幟)를 들고 영접하는 일, 넷째 풍헌(風憲)ㆍ약정(約正) - 곧 방리(坊里)의 소임이다. - 들이 문안드리는 일, 다섯째 중도에서 문안드리는 일인데 그 폐단 중에는 생략해도 될 것이 더러 있다.
저리(邸吏)가 고을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고하면, 수령은 그 고을 공형(公兄) - 이방(吏房)ㆍ호장(戶長) 등 - 에게 이렇게 전령(傳令)해야 할 것이다.


   “지장하는 물건의 종류는 술과 마른 고기 외에는 아무 것도 보내지 말 것. 관아 청사의 수리는 분부를 받고 거행할 것. 도임하는 날에는 고을 경계선에서의 기치(旗幟)로는 영기(令旗) 두 쌍만 문졸(門卒) - 사령 - 이 받들어 잡도록 하고, 다른 것은 모두 없앨 것. 읍과 외촌을 막론하고 군졸 하나에게라도 절대로 알리지 말 것. 밑에서 제 마음대로 토색질하는 것은 각별히 엄금할 것. 외촌 풍헌(風憲)ㆍ약정(約正) 및 천총(千摠)ㆍ파총(把摠)ㆍ초관(哨官)ㆍ기패관(旗牌官)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말 것. 중도 문안은 서울에서 반쯤 되는 곳에서 한 차례 하되 물품은 모두 바치지 말 것이다.”

   옛날에 지장(支裝)하는 물건에는 안장, 의복감, 종이, 반찬 등 그 수효가 많았는데, 이는 신영하는 예절이었다. 이 예물을 받으면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옛날 도리였다. 이런 일이 아름다운 풍습이기는 하지만, 중세 이래로 군읍의 재정은 마르고 피폐해져서, 모든 일은 절약하기에 힘써야 하므로 지장(支裝)은 생략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관아 청사의 수리에는 종이를 많이 낭비하고, 백성과 승려들을 부역시킴으로써 그 폐단이 적지 않기 때문에 도임 후 형편을 보아서 수리하는 것이 좋다.


   신영(新迎)하는 기치(旗幟)는 으레 속오군(束伍軍)을 잡아다가 받들어 잡도록 하는데, 읍에 들어오는 자는 수십 일씩 묵고, 읍에 들어오지 않는 자는 사사로이 징렴(徵斂)함이 있어, 농사철을 당하면 더욱 백성들의 폐해가 되니 유의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무릇 촌백성들이 읍에 와서 머물게 되면 민폐가 된다. 그러므로 풍헌ㆍ약정ㆍ장관(將官)들이 문안드리는 일은 생략하는 것이 좋다.
신영(新迎)하는 처음에는 고을 아전의 문안드리는 하인들이 잇달아 끊이지 않는데, 필경 그들이 왕래하는 비용은 모두 백성들에게서 나온다. 도임한 후에는, 문례(門隷) - 곧 사령(使令) - 는 그것을 빙자하여 마을에서 비용을 징수하되, 혹 이를 동령(動鈴) - 곧 빈손으로 구걸한다는 뜻. - 이라고도 하고, 혹은 조곤(釣鯤) - 곧 술병을 차고 구걸한다는 뜻. - 이라고도 하며, 혹 계방촌(契房村) - 아래에 자세히 보인다. - 에서 하기도 하고, 혹은 섬 안에나 산촌에서도 한다. 그러므로 문안드리는 하인이 잦아서는 안 된다.


《다산필담(茶山筆談)》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신영하는 추종(騶從)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은 이방(吏房)이란 아전이다. 내가 부임할 때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를 데리고 함께 가려 한다면 이방이 없어도 안 되지만, 만일 나 혼자 간다면, 이방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보(邸報)를 내려보내는 처음에 이렇게 전령하여야 할 것이다.

“본관은 이제 혼자 떠나니 모든 절차에 간략하고 생략하기에 힘쓰라. 신영하는 이방은 절대로 올라오지 말고 다만 경계에 나와 기다리라. 형리(刑吏) 1인이 주리(厨吏) - 이른바 감상(監嘗)이다. - 를 겸하고, 관리(館吏) - 곧 행차공방(行次工房) -, 통인(通引) - 곧 시동(侍童) - 1인,시노(侍奴) - 곧 급창(及唱) - 2인, 추종(騶從) - 곧 추종방자(騶從房子) - 2인, 조례(皁隷) - 곧 사령(使令) - 3인은 곧 올라와도 좋으나, 이외의 사람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만약 자기 사정이 간략히 하고 생략할 수 없다면, 모름지기 수를 늘리더라도 적을수록 좋다.


[주B-001]제배(除拜) : 수령에 임명되는 것을 말한다.
[주C-001]저보(邸報) : 경저리(京邸吏)가 고을에 보내는 통지문이다.


[주D-001]지장(支裝) : 신임 수령을 맞을 때 그곳 군아에서 바치는 물건이다.
[주D-002]풍헌(風憲)ㆍ약정(約正) : 방(坊)의 일을 맡아보던 향소(鄕所)의 직임. 풍헌ㆍ약정 이외에도 집강(執綱)ㆍ존위(尊位)ㆍ면임(面任) 등이 있었다.


[주D-003]공형(公兄) : 삼공형(三公兄)의 준말이다. 이방(吏房)ㆍ호장(戶長)ㆍ수형리(首刑吏)라고도 한다.
[주D-004]천총(千摠) …… 기패관(旗牌官) : 천총(千摠)ㆍ파총(把摠)ㆍ초관(哨官)은 속오군(束伍軍)의 지휘관들이고, 기패관(旗牌官)은 기수(旗手)이다.


[주D-005]속오군(束伍軍) : 조선조 선조(宣祖) 25년(1592)의 임진왜란(壬辰倭亂) 이후, 지방에서 군역(軍役)이 없는 양인(良人)이나 공사노(公私奴)의 장정을 골라 조직한 군대. 평시에는 군포(軍布)를 바치게 하고, 유사시는 군역(軍役)을 치르게 하였다. 영장(營將)이 단위군(單位軍)의 최고 지휘관이고 그 밑에 천총(千摠), 그 밑에 파총(把摠), 그 밑에 초관(哨官)이 있다.
[주D-006]계방촌(契房村) : 계방(契房)으로 정해진 마을. 계방은 공역(公役)의 면제나 다른 도움을 받으려고, 아전에게 돈이나 곡식을 주는 것이다.


[주D-007]다산필담(茶山筆談) :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저서인 듯하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등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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