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상인(岑上人)이 작설차(雀舌茶)를 준 데에 대하여 사례하다. / 자료 정리중 ...

2016. 3. 16. 01:21茶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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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유에 비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을 들 수가 있다. 서거정은 세조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하면서 성종 대까지 국가의 편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오랜 기간 대제학을 지냈으며, [경국대전], [삼국사절요], [동문선] 등 주요 책의 서문을 작성한 ‘서문 전문가’였다. 그의 명문들은 [사가집(四佳集)]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조선전기 최고의 문장가 서거정을 만나 본다.

 

‘선비 중에 입덕(立德)ㆍ입공(立功)ㆍ입언(立言), 즉 삼불후(三不朽)의 아름다움을 겸비한 자가 드물지만 영원히 전해질 훌륭한 일이 되는데, 하물며 말(言)은 학문의 모범이 되고 공(功)은 관직의 일정한 직무를 지킨 데에 있으며 덕(德)은 인망에 부응하는 달성(達成) 서공(徐公, 서거정) 같은 분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국조인물고] 권12, 경재(卿宰) 서거정(徐居正)>




사가집(四佳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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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이 작설차(雀舌茶)를 준 데에 대하여 사례하다.


상인은 길이 산중에서 살고 있으니 / 上人長向山中居
산중의 즐거운 일이 그 무엇이던고 / 山中樂事知何如
봄 천둥 아직 안 치고 벌레도 깨기 전에 / 春雷未動蟄未驚
산다가 처음 나와서 새싹이 이뤄지거든 / 山茶茁茁新芽成
주옥을 벌여놓은 듯 황금 덩이가 모인 듯 / 排珠散玉黃金團
잎잎이 참으로 흡사 구전단과 같은지라 / 粒粒眞似九還丹
상인이 흥겨워서 지팡이 끌고 올라가 / 上人乘興去携筇
따고 따서 푸른 대바구니에 가득 채워 / 採採已滿蒼竹籠
돌아와서는 혜산의 샘물을 좋이 길어다 / 歸來好汲惠山泉
문무화로 불을 때서 손수 달여 놓으면 / 文武活火聊手煎
향과 빛과 내음과 맛이 정말 논할 만해라 / 香色臭味眞可論
가슴을 상쾌히 하매 큰 공훈이 많고말고 / 開襟爽懷多奇勳
상인이 멀리 홍진 속에 분주한 이 사람이 / 上人遠念紅塵客
십 년을 길이 소갈증 앓는 걸 염려하여 / 十年臥病長抱渴
계림의 눈빛 같은 하얀 종이로 싸고는 / 裹以鷄林雪色紙
용사 같은 두세 글자를 써서 봉하였네 / 題封二三龍蛇字
봉함 뜯으니 낱낱이 봉황의 혓바닥 같아 / 開緘一一鳳凰舌
살짝 볶아 곱게 가니 옥가루가 날리어라 / 輕焙細碾飛玉屑
아이 불러 이내 다리 꺾인 냄비를 씻고 / 呼兒旋洗折脚鐺
맑은 눈물에다 생강 곁들여 달이노라니 / 雪水淡煮兼生薑
게의 눈을 지나자 고기 눈이 또 생기고 / 蟹眼已過魚眼生
때론 지렁이 구멍에서 파리가 울기도 하네 / 時聞蚓竅蒼蠅鳴
한 번 마셔 내 만고의 울적한 심정을 깨끗이 씻고 / 一啜滌我萬古㪍鬱之心腸
재차 마셔 내 십 년 동안 묵은 고질을 씻어버리니 / 再啜雪我十載沈綿之膏肓
어찌 노동의 마른 창자의 문자 오천 권만 헤치랴 / 豈但搜盧仝枯腸文字卷五千
이백의 금간의 시구 삼백 편도 구상할 수 있는 걸 / 亦可起李白錦肝詩句三百篇
필탁은 부질없이 항아리 밑에서 잠잤고 / 畢卓謾向甕底眠
여양은 괜히 누룩 수레 보고 침을 흘렸으니 / 汝陽空墮麴車涎
어찌 이 작설차 한두 잔을 마신 것만 하랴 / 那如飮此一兩杯
두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봉래산을 나는 걸 / 兩腋生翰飛蓬萊
언제나 푸른 행전 베 버선에 내 옷자락 떨치며 / 何時靑縢布幭拂我衣
스님을 찾아 산중을 향하여 들어가서 / 尋師去向山中歸
포단에 앉아 밝은 창 깨끗한 책상 앞에서 / 蒲團淨几紙窓明
돌솥에 솔바람 소리 나는 걸 함께 들을꼬 / 石鼎共聽松風聲


[주D-001]문무화(文武火) : 약이나 차〔茶〕를 달일 때에 적당한 시간과 농도 등을 맞추기 위해 화력을 높였다 낮췄다 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용사(龍蛇) …… 글자 : 송(宋) 나라 장뢰(張耒)의 마애비후(磨崖碑後) 시에 “수부 원결(元結)의 흉중엔 별처럼 찬란한 문장이 있고, 태사 안진경(顔眞卿)의 붓 밑엔 용사 같은 글자를 이루었네.〔水部胸中星斗文 太師筆下龍蛇字〕”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용사 같은 글자란 곧 마치 용이나 뱀이 굼틀거리는 듯한 힘찬 글씨를 뜻한다.
[주D-003]봉황(鳳凰)의 혓바닥 : 차 이름이 작설다(雀舌茶)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미화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4]게의 …… 생기고 : 게의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하고, 고기 눈이란 역시 물이 한창 끓을 때에 마치 고기의 눈알만큼 크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5]때론 …… 하네 : 한유(韓愈)의 석정연구(石鼎聯句)에 “때로는 지렁이의 구멍에서, 파리 울음소리가 가늘게 들리네.〔時於蚯蚓竅 微作蒼蠅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지렁이 구멍에서 파리가 운다는 것은 곧 차 달이는 물이 마치 지렁이가 출입하는 구멍처럼 자잘한 구멍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보글보글 끓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6]어찌 …… 헤치랴 : 노동(盧仝)의 다가(茶歌)에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떨쳐주고,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헤쳐주어 뱃속엔 문자 오천 권만 남았을 뿐이요,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흐르게 하여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들을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져 나가게 하네.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또한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겠네.〔一椀喉吻潤 二椀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椀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이백(李白)의 …… 걸 : 금간(錦肝)은 이백의 송종제영문서(送從弟令問序)에 “자운선 아우가 일찍이 술에 취하여 나를 보고 말하기를 ‘형의 심간 오장은 모두가 금수란 말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입만 열면 글을 이루고 붓만 휘두르면 안개처럼 쏟아져 나온단 말입니까?’ 했다.〔紫雲仙季常醉目吾曰 兄心肝五臟 皆錦繡耶 不然何開口成文 揮翰霧散〕”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뛰어난 문사(文思) 또는 화려한 문장을 말한다. 그리고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는 “이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 편인데, 장안의 저잣거리 술집에서 자기도 하고,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으면서, 신이 바로 술 가운데 신선이라 자칭하였네.〔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라고 하였다.
[주D-008]필탁(畢卓)은 …… 잠잤고 : 진(晉) 나라 때 문신 필탁은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던바, 한번은 이웃집에 술이 익은 것을 알고는 밤중에 실컷 훔쳐 마시고 술 항아리 밑에서 잠이 들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9]여양(汝陽)은 …… 흘렸으니 :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여양 왕은 서 말 술 마시고야 조정에 나갔고, 길에서 누룩 실은 수레만 봐도 침을 흘렸으며, 주천군에 옮겨 봉해지지 못함을 한한다네.〔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麯車口流涎 恨不移封向酒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솔바람 소리 : 차 끓는 소리를 형용한 말이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는데, 게의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하고, 고기 눈이란 역시 물이 한창 끓을 때에 마치 고기의 눈알만큼 크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5




사가집(四佳集)사가시집 제29권시류(詩類)취한 뒤에 짓다서거정(徐居正)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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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류(詩類)
취한 뒤에 짓다

일생 백 년은 온통 사대를 인연해 바쁘지만 / 百歲都緣四大忙
한가할 땐 술잔 또한 고질병을 이루는구나 / 閑中杯酒亦膏肓
아침까지 숙취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 朝來猶未消前渴
돌솥에 작설차를 한창 진하게 끓여대네 / 石鼎濃煎雀舌


[주D-001]사대(四大) : 불교에서 인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원소(元素)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사람의 몸뚱이를 가리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6


계산기정 : 계산은 계구(薊丘)의 별칭으로 곧 연경(燕京)을 이르는 말로 쓴 것이다. 따라서 계산기정은 연행록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씌어진 것이다. 제1권                                                       


서명
계산기정(薊山紀程)
저자
날짜


분류
고전국역서 > 문학 > 기행류(紀行類)


제공
한국고전종합DB
  • 서명
    계산기정(薊山紀程)
    저자
    날짜

    분류
    고전국역서 > 문학 > 기행류(紀行類)

    제공
    한국고전종합DB
  • 조선 순조 때 동지사의 서장관 서장보(徐長輔)를 따라 연경(燕京)을 다녀온 필자 미상의 사행 기록.

    계산기정(薊山紀程)계산기정 제5권부록(附錄)음식(飮食)미상(未詳)1976년


    계산기정 제5권원문  원문이미지  새창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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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附錄)
    음식(飮食)

    아침저녁에 먹는 것은 밥 혹은 죽인데, 남녀가 한탁자에 둘러앉아 각기 작은 공기를 가지고 덜어 먹고, 한 공기를 다 먹으면 또 한 공기를 더 먹되 양이 차면 그만두니 극히 간편하다.

    손님을 대접하는 예절은 손과 주인이 함께 한탁자에 앉으며, 손이 몇 사람 오더라도 또한 별도로 차리지 않고 다만 매인(每人) 앞에 각각 젓가락 하나, 잔 하나만 더 놓는다. 종자(從者)가 술병을 쥐고 술을 따르되 마시는 대로 즉시 따르고 잔이 비지 않으면 그만둔다. 잔은 매우 작아서 한 모금에 다 마실 수 있지만, 단번에 마시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빨아 마신다.

    음식을 먹을 적에는 반드시 젓가락을 쓰고 숟가락을 쓰지 않으나, 숟가락도 더러 있다. 숟가락은 자기로 만드는데, 자루는 짧고 구기[㪺]는 깊숙하다. 젓가락은 나무로 만들고 혹 대모(玳瑁)나 상아(象牙)로 만든 것도 있다. 음식 먹을 적에는 반드시 사발을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먹는데 훌훌 소리가 난다.

    범상한 밥상은, 민간집에서는 한 접시 나물과 장에 불과하고, 부호한 집의 성대한 차림에도 역시 초저육(炒猪肉)ㆍ열과탕(熱鍋湯)에 불과하며, 대개 간략하다.

       손님 접대에는 반드시 차(茶)로 하고, 차를 따르는 법 역시 술을 따르는 것처럼 매인에게 각각 잔을 놓고 마시는 대로 따른다. 차는 극히 뜨거운 것을 마시므로, 잔에 있는 차가 조금 식으면 곧 찻주전자 안에 도로 붓는다. 차 마시는 것 역시 천천히 마셔서, 한 잔 마시는데 거의 담배 한 대 피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걸린다. 그리고 한가히 있을 때도 무시로 마셔서, 찻주전자를 항상 화로 위에 얹어 놓고, 식사가 끝나면 마시고 손님이 오면 마신다.

    차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어 그 이름은 하나만이 아니다. 용정차(龍井茶) 같은 것이 상품인데, 오직 항주(杭州)에 1묘(畝)의 밭이 있어 씨를 받는다. 또 은창차(銀鎗茶)ㆍ송라(松蘿)ㆍ벽라춘차(碧蘿春茶)ㆍ기창(旗鎗)ㆍ식이(式彛)ㆍ대엽(大葉)ㆍ향편(香片)ㆍ상담(湘潭)ㆍ노군미(老君眉)ㆍ감람차(橄欖茶)ㆍ보이차(普洱茶)ㆍ백호차(白毫茶)ㆍ청차(靑茶)ㆍ황차(黃茶) 따위가 이것이다. 황차는 연경(燕京) 사람 중에는 마시는 자가 없고 오직 요동과 심양(瀋陽)의 시장에서만 팔며, 또 동팔참(東八站)은 차가 귀한 곳이라, 혹 쌀을 볶아 차를 대신하니, 그것을 노미차(老味茶)라 한다.

    주점에서 파는 것은 청주ㆍ탁주의 이름이 없고 오직 황주(黃酒)만 있다. 소주는 맛이 매우 독해 목구멍을 쏘고 얼른 취했다가 쉬 깬다. 연경과 심양에서 일컫는 바, 매괴(玫瑰)ㆍ노사(露史)ㆍ국공(國公)ㆍ가피(加皮)ㆍ이화(梨花)ㆍ백죽엽(白竹葉)ㆍ청포도주(靑葡萄酒) 등이 가장 좋은 것인데, 술 담는 그릇을 반드시 석회로 바르기 때문에 냄새와 맛이 흔히 좋지 못하다.

    주점은, 큰 것은 방이 수십 칸은 될 만하고 작아도 10여 칸 못 되지 않는다. 더러는 지붕 위에 집을 가설하고 구름다리를 놓아서 오르내리니, 이것이 주루(酒樓)다. 다 가운데에 큰 탁자 하나를 놓고 사면에 의자ㆍ등자(凳子)를 놓아서 각 사람이 걸터앉기 편리하도록 했다. 1칸에 다 탁자 4, 5개를 놓고 차ㆍ안주ㆍ과일ㆍ떡 등 차려 놓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먹는 것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돈을 받는다.

    온돌방 위에 설치한 식탁은, 길이가 3척쯤이고 높이 6, 7촌, 너비는 길이의 3분의 1이 채 못 된다. 거기서 밥만 차릴 뿐만 아니라, 또한 의지하여 글 쓰는 데에도 이바지한다. 온돌방 아래 설치한 식탁은 의자보다 높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연다(煙茶)를 피운다. 연다를 가늘게 썰어 잘 말려서 주머니에 담아 두었다가, 피울 때 담배통을 주머니에 넣어 연다를 담아 불을 붙인 다음, 조금 뒤에 피면 곧 다 타 버린다. 대개 양담배를 좋은 것으로 일컬으나, 저들은 우리나라의 담배를 진귀하게 여긴다.

    비연(鼻煙)은 비연(飛煙)이라고도 이름 한다. 담배를 곱게 가루로 만들어 병에 담아 놓고서 손가락 끝으로 콧구멍에 바른 다음, 코에 힘을 주어 빨아들인다. 병은 호박(琥珀), 밀화(蜜花) 등물로 만들어서 의대(衣帶) 사이에 차고 다니는데 그것을 비연통(鼻煙筒)이라고 한다. 또 빈랑(檳榔), 축사(縮砂)를 주머니에 담아 놓고서 늘 복용하는 자가 많다.

    이른바 유박아(柔薄兒)라는 것은 밀가루로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상화떡[霜花餠]과 같은 것으로서 그 맞붙인 곳[縫]이 주름지니, 옛날의 만두다. 그 소는 돼지고기를 마늘과 섞어 다져서 넣으니, 떡 중에 가장 좋은 것이다.

    또 밀가루로 단병(團餠)을 만드니, 소기름이나 돼지기름으로 볶아서 가볍고 연하여 잘 부서지며, 혹 설탕가루를 섞기도 한다. 비록 잘 만들고 못 만든 차이는 있으나 가게에서 파는 것은 다 이런 것들이다.

    밀가루로 만든 것을 흘락(紇絡 수제비)이라 하고, 돼지고기 소를 밀가루에 섞어 끓인 것을 분탕(粉湯)이라 하고, 파ㆍ마늘ㆍ돼지고기 소를 넣어 만든 것을 혼돈(餛飩)이라 하고, 흰 가루로 둥그스름하게 만들고 설탕가루로 섞어서 끓인 것을 원소병(元宵餠)이라 한다. 흘락은 다 포인미(包仁米)로 가루를 만드는데, 정결하고 쫄깃쫄깃하기가 메밀가루보다 도리어 낫다고 한다.

    떡은 흔히 설탕가루로 색이 붉게 고루 섞고 서과인(西瓜仁)으로 소를 넣은 것을 자산(赭饊)이라 하고, 모양이 둥그스름한 데다 꽃잎 무늬를 넣은 것을 황강자(黃糠子)라 하고, 희고 둥근 것을 송병(松餠)이라 하고, 지마(芝麻)를 섞어 만든 것을 태색병(苔色餠)이라 하고, 누런 좁쌀을 쪄서 떡을 만들어 썰어서 먹는 것을 절고(切餻)라 하며, 전부 설탕가루로 반죽한 것을 당발(餹餑)이라 하고, 돼지고기로 소 넣은 것을 탕병발(湯餠餑)이라 하고, 달걀로 볶아서 만든 것을 초달고(炒鴠糕)라 하며, 그 외의 이름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편식(扁食)은 모양이 만두와 같고 맛이 매우 좋으니, 이는 무령현(撫寧縣)에서 파는 것이다.

    고려병(高麗餠)은 즉 송병(松餠)으로 속절병(粟切餠) 등이다. 고려보(高麗堡)에서 파는 것인데, 우리나라 떡을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려병이라 부른다.

    오곡(五穀) 중에 촉서(蜀黍 수수)가 가장 천하고, 그 다음이 콩, 그 다음이 조다. 콩은 색깔이 검고 잔 것이 더욱 천하다. 그 모양이 우리나라 검은 콩과는 다르고 맛도 못하다. 마소에게 다 이 콩을 먹인다.

    관 안팎에서 먹는 것은 대개 좁쌀이거나 수수인데, 수수가 대부분이고 간간이 밭벼쌀이 있다. 북경(北京)에는 논벼쌀이 있으니 곧 논에 심은 것이다. 그 색깔이 은처럼 희고 고우나 밥을 지어 놓으면 단단하고, 다만 밭벼쌀보다는 조금 나을 뿐이다.

    밥을 찔 때에는 물이 푹 젖게 하지 않고 반드시 쌀알이 꼬들꼬들하게 하여 조알을 쪄놓은 듯한 것을 좋은 것으로 여기며, 또한 물에 밥을 마는 풍속이 없다. 단지 식사가 끝나면 물 두어 모금 마시고 혹 마시지 않기도 한다.

    관 안팎에서 밥 짓는 아궁이에는 대부분 수수깡을 쓴다. 대개 농가에서 수수를 많이 심는 것은 곡식 소득이 많을 뿐만 아니라, 땔나무를 비치하려는 것이다. 불땔 때에는 반드시 가마솥[釜]을 쓰는데 가마솥 밑이 펀펀하여 쉬 끓고, 솥[鼎], 냄비[鍋] 등은 전혀 볼 수 없다.

    차를 달이는 아궁이에는 흔히 석탄을 사용한다. 태항산(太行山)에서 나는데, 처음 나올 적에는 진흙 같다가 바람을 쏘이면 단단하게 덩어리지며,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 그중에 작고 부스러진 것은 맷돌에 빻아서 반죽하여 벽돌을 만들고, 태웠는데도 재가 되지 않은 것은 다시 땔 수도 있다.

    장은 콩을 쓰는데 참밀[小麥]을 섞어서 만들고, 그 말려 만드는 법도 우리나라와 같으나, 한 덩어리의 크기가 말[斗]만 하다. 장맛은 싱겁고 약간 시나 잡맛이 없다. 시장에 나는 장은 혹 팥을 섞어서 만들기도 하는데, 맛이 아주 좋지 못하다.

    장불수(醬佛手)는 우리나라의 즙장(汁醬)과 같다. 짜고 싱거운 것은 맞으나 오래 먹으면 매우 입에 맞지 않는다.

    침채(沈菜)는 맛이 매우 짜기 때문에 물에 담가 두었다가 소금기가 빠진 뒤에 가늘게 썰어서 먹는다.

    어차과(魚醝瓜)는 대릉하(大凌河)에서 나는 것인데, 젓갈을 소금에 오래 절여 두면 젓국이 기름처럼 맑아진다. 그 젓국으로 작은 오이를 담그는데, 색깔은 갓 딴 순무처럼 시퍼렇다. 그것을 혹 노하고(鹵蝦苽)라고도 한다. 풍윤현(豐潤縣), 영원현(寧遠縣)에 동치미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것과 맛이 같으나, 풍윤현 것이 더욱 좋다.

    개침채(芥沈菜)ㆍ송침채(菘沈菜)는 가는 곳마다 있는데 맛이 나쁘면서 짜고, 또한 갖가지 장아찌[醬瓜]가 있는데 맛이 좋지 못하다. 혹 통관(通官)의 집에는 우리나라의 침채 만드는 법을 모방하여 맛이 꽤 좋다 한다.

    채소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다. 마늘ㆍ파ㆍ배추ㆍ겨자ㆍ순무ㆍ마름ㆍ시금치 속명으로는 시근채(時根菜)ㆍ호라복(葫蘿葍) 속명 당근 등의 채소가 가장 많고, 상추ㆍ미나리ㆍ씀바귀도 있다.

    호라복(葫蘿葍)은 즉 홍라복(紅蘿葍 당근)인데 맛이 몹시 맵고, 미나리 맛은 조금 쓰고, 씀바귀 역시 우리나라의 소산과 약간 다르고, 순무에는 길쭉하고 맛이 좋은 것도 있다.

    산약(山藥)은 다 가정의 채전에서 심은 것으로 굵기는 하나 맛이 적고, 말린 고사리로 국을 끓인 것은 먹을 만한데, 통원보(通遠堡)의 고사리가 가장 좋다.

    천인들은 마늘과 파를 날[生]로 먹기 때문에 입에서 악취가 몹시 나 가까이 갈 수 없다.

    채소에 진연병(眞嚥窉)이라는 것이 있으니 남해에서 난다. 자연(紫燕 보랏빛 제비)이 해조(海藻 바다의 마름)를 물어다가 만든 것으로 은빛처럼 희다. 그것은 서양 물화가 바다 위로 온 것으로 맛도 또한 순담(淳淡)하니, 이는 곧 왕자정(王柘庭)의 집에서 제공한 것이다. 또 혹 가연병(假燕窉)도 있다.

    천목순(天目笋)도 채소에 속하는데, 절강(浙江) 천태산(天台山)에서 난다. 또 동첨순(冬尖笋) 및 금화대퇴(金華大腿)는 강남(江南)에서 나고, 백조(白棗)는 강동(江東)에서 나고, 은반 마고(銀盤蔴姑) 및 면근 소효(麵筋素餚) 같은 것은 다 북경 근지에서 나는 것인데, 또한 왕자정(王柘庭)의 집에서 연회할 적에 먹은 여러 가지이다.

    생선과 고기는 대개 기름지고, 떡은 대부분 달고 연하다.

    양고기ㆍ돼지고기가 가장 널리 쓰이고, 쇠고기도 시장에 나오기는 하나 먹는 자가 적다.

    동팔참(東八站)의 꿩고기 맛은 우리나라 기름진 꿩만 못하지 않고, 소흑산(小黑山)ㆍ십삼산(十三山)의 메추리는 극히 천하고, 거위와 오리는 사람마다 늘 먹는다.

    북쪽 풍속은 날것을 먹지 않고, 포육(脯肉)ㆍ자반(佐飯)ㆍ생선회 등도 다 먹지 않는다.

    쏘가리[鱖魚]ㆍ유어(鰡魚) 속명은 숭어[秀魚]ㆍ중순어(重唇魚)ㆍ잉어ㆍ선어(鱔魚)ㆍ붕어ㆍ회잔어(膾殘魚) 속명 뱅어ㆍ백어(白魚)ㆍ방어(魴魚) 및 속명 저합(苧蛤 모시조개)ㆍ죽합(竹蛤 긴맛)은 다 시장에서 파는 것이다. 황제가 하사한 심황어(鱘鰉魚)는 연(燕)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곧 달자(韃子)들의 세공(歲貢 매년 바치는 공물)이라 한다.

    정양문(正陽門) 밖 시장 점포에서는 양ㆍ돼지ㆍ거위ㆍ오리 등이 마구 울부짖어 시끄럽게 들리고, 한 자나 되는 큰 물고기는 모두 긴 구유에 물을 담아서 파는데, 지느러미가 살아 움직여 풀쩍풀쩍 뛴다.
    감자(柑子)와 귤 따위는 무릇 6, 7종이 있는데 맛이 다 좋으니, 광증(廣橙)ㆍ첨증(甜橙)ㆍ중밀감(中蜜柑)ㆍ유감(乳柑)ㆍ문단(文丹) 따위가 그것이다. 그 여러 과실은 흔히 장남(漳南)ㆍ광동(廣東)에서 나는데, 유감은 값이 더욱 비싸서 6, 7전이나 한다.

    석류(石榴)는 우리나라의 것과 다름이 없으나, 그 가운데 강류(崗榴)라는 것이 있는데, 알이 붉고 매우 크며 맛은 달고 시지 않다. 또 사과ㆍ능금[林檎]ㆍ포도 따위는 아무리 한겨울이라도 조금도 곯거나 썩는 일이 없어 마치 나무에서 새로 따온 것 같다.

    산사(山査)는 크기가 밤알만 하고 살이 많고 맛이 좋으며, 또 보드라운 가루로 만들어 꿀에 타 떡을 만든다.

    수박은 모양이 길쭉하고 속은 누런 씨에 검은 무늬진 것이 많고 맛도 좋다. 시장에 수박씨가 많다. 비록 겨울철이나 봄철이라도 반드시 쪄서 말려서 파는데, 남녀노소가 걸으면서 혹은 앉아서 모두 먹는다.

    밤은 우리나라의 피밤[皮赤栗]과 같은데, 피째 볶으면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맛이 더욱 좋다.
    포도는 자색인데 알이 굵고, 또 백포도는 회회국(回回國) 소산인데 알이 작고 맛이 달다.

    대추는 우리나라의 소산에 비해 배나 크고 살이 많고 씨가 작으며, 소위 과조(果棗)는 더욱 좋다. 또 밀조(蜜棗)와 산동(山東)에서 나는 백조(白棗)가 있다.

    영평부(永平府)의 대추ㆍ밤, 진자점(榛子店)의 개암[榛子], 중후소(中後所)의 생배[生梨]는 다 그 지역의 소산이요, 또 녹용고(鹿茸膏)는 심양에서 파는 것인데, 수박의 인(仁)이나 살구의 인 따위를 그 속에 약간 넣어 고(膏)를 만들어 그 맛을 도와주니, 우리나라의 전약(煎藥) 따위와 같다.

    무화과(無花果)는 남방에서 나는 것으로서 꽃이 피지 않고서 열매를 맺는데 ‘장생과(長生果)’라고도 한다. 또 밀비파(蜜枇杷)는 우리나라 정과(正果)와 같은 것으로서 맛이 달고 시원하다. 또 난화순(蘭花筍), 감람고(橄欖膏)가 있으니 다 차 종류이다.

    낙화생(落花生)은 떨어진 꽃에서 열매가 맺기 때문에 낙화생이라 한다. 맛은 개암 같고 모양은 껍질이 반쯤 마른 콩 같은데, 한 통에 두 알 혹은 세 알씩 들었으며, 반드시 볶은 뒤에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먹는다.


    [주D-001]인(仁) : 씨에서 종피(種皮)를 제거한 배(胚) 및 배유(胚乳)의 총칭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정섭 (역)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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