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인 유종원의 <강설>, 남송 화가 마원의 <한강독조도>

2016. 3. 21. 20:47美學 이야기



       중국 시인 유종원의 <강설>, 남송 화가 마원의 <한강독조도> | 영상수필/시

유수 | 조회 637 |추천 0 | 2012.12.11. 17:32



강설(江雪)

                                유종원(柳宗元)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           온 산에 나는 새들 보이지 않고,

만경인종멸(萬徑人踪滅)           길마다 인적도 끊어졌네.

고주사립옹(孤舟((+)笠翁)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눈 내리는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 하네

 

   중국 당나라 중당(中唐) 때의 시인 유종원의 시입니다. 시인이 이 시를 쓴 때는 정치적인 이유로 영주(永州, 지금의 호남(湖南)성 영릉(零陵))에 좌천되어 낮선 땅에서 느끼는 적막함을 눈 내리는 산, , 들을 보며 읊은 시로, 그의 대표작입니다.

 

익숙한 한 폭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마원(馬遠)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천산(千山)’, ‘만경(萬徑)’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요, ‘고주(孤舟)’, ‘독조(獨釣)’는 외로운 세상 떠도는 배에서 홀로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낚는 시인의 고적한 모습을 돋보이게 해 놓았습니다. 눈 덮인 강산은 우주조차 숨죽인 적막 그 자체요, 거기에 외로운 한 척의 배에 삿갓 쓴 고기잡이 노인은 세상과는 거리를 둔 은거자일 것입니다.

 

하늘 길에선 나는 새도 끊어지고(), 땅위의 길에서는 인적조차 끊겼습니다. 공간적인 단절 이전에 입장의 소외와 더불어 마음의 단절도 있었겠지요. 천지 분간을 할 수 없이 내리는 눈 속에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채 낚싯대 드리운 노인은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의 우주에 침잠하고 있는 시인 자신의 영혼이었을 것입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정지된 영상으로 멈추어 있는 한 점과 사면의 주변 세상을 잘라내 버린 하나의 그림처럼, () 속의 시공(時空)은 그렇게 눈은 그치고 외로운 배도 멈추어 있습니다.

 

갑자기 외롭게() 홀로() 우주의 강심(江心)에 낚싯대 드리운 영혼이 차갑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면서 순결하고() 고요한(寂靜) 한 폭의 선정(禪定)으로 들어갑니다.

 

한 자도 바꿀 필요 없는 완벽한 시어의 조합(組合), 어느 한 구석 덧칠할 필요 없는 완벽한 한 폭의 겨울풍경화, 한 마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시심(詩心)을 향해 우리들의 낚싯대를 드리우면, 세속(世俗)을 초탈(超脫)한 시인의 차갑고 맑은 영혼(靈魂)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겨울 눈 속에서 모두들 평온(平穩)하시기를...

 


<메모>

형식 : 오언 절구(五言絶句)

시의 뒷얘기 : 중국 당()나라의 시인 유종원의 대표적인 산수시. 헌종(재위 805~820) 즉위 후 왕숙문(王叔文)과 함께 한 영정(永貞) 연간의 개혁이 실패함으로써 호남성(湖南省]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던 시기에 지은 작품. 시에 묘사된 정경은 중국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화제(畵題)로 자주 사용되었음.

 

 

중국 남송 화가 마원(馬遠)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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