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수월관음의 탄생/ 강우방 - 고려의 화가는 수월관음도 속에 무엇을 그려놓았을까?

2016. 4. 5. 00:01美學 이야기



       고려의 화가는 수월관음도 속에 무엇을 그려놓았을까?| 행복한 책(불서나 교양 서적등) 읽기

원효 | 조회 16 |추천 0 | 2013.09.11. 06:48 
   


고려의 화가는 수월관음도 속에 무엇을 그려놓았을까? - 수월관음의 탄생

박재완 기자  |  wanihollo@hyunbul.com

승인 2013.09.08  19:50:37

  
강우방 지음
글항아리 펴냄
3만5천원
 

불화속 조형언어 해독하면
경전에서 볼 수 없는 것 볼 수 있어
수월관음도에 내재된 놀라운 의문들
새로운 조형해석학 ‘영기화생론’으로 풀어

 


   책은 불화의 하나인 수월관음도 중 가장 완벽한 미학이라고 손꼽히는 일본 다이토쿠(大德寺)사 소장의 고려 수월관음도를 분석했다.

“수월관음도는 조형언어로 지혜의 완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옛 예술가들은 조형언어로 지혜의 완성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고려불화는 조형 자체가 진리를 표현해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불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경전의 내용을 표현한다거나 교화시키려는 용도가 아닙니다. 그 조형언어를 해독하면 문자언어로 쓰인 경전에 기록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언가를 마음 깊이 전해 받을 수 있습니다. 경전에 쓰이지 못한 암호나 기호 같은 것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
책은 요시무라 레이 교수의 연화화생론(蓮花化生論)과 이노우에 다다시 교수의 운기화생론(雲氣化生論)을 포함하고 있는 저자의 영기화생론으로 수월관음도 속에 글려진 영기문의 조형적 해석을 시도했다. 저자의 영기화생론은 생명의 시초인 제1영기싹이 생겨나서 그것이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다시 제2영기싹을 만들어내고 점차적으로 구체적인 생명의 형태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고려불화의 조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면상의 복식과 복식에 표현된 공예품에 베풀어진 것들만이 무늬가 아니고, 그 밖의 전체 화면에 펼쳐진 자연과 인체 등 모든 조형이 무늬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모든 무늬가 영기문(靈氣文)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체에 부여한 영기에서 관음보살이 화생하는 것이어서 ‘관음보살의 영기화생’이라는 신비한 탄생의 광경을 보여준다. 일체에 영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영기화, 줄여서 영화라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기(氣) 대신 영기(靈氣)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를 굳이 ‘영기’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를 조형적으로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용, 봉황, 거북, 기린 등을 사령(四靈)이라고 부르는 데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란 우주에 충만하되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으로, 억지로 설명하자면 서양의 ‘에너지’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는 자연과학적인 면과 함께 철학적·사상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양 우주생성론의 중심 개념을 이루므로 단지 물리적 현상인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불화뿐 아니라 일체의 불교 미술이 조형언어로 그려진 또 다른 차원의 경전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불화는 교의를 담게 마련이다. 경전이 암송을 통해 그 진의에 닿는 수행의 도구이듯이 불화 또한 감상을 통해 깨달음으로 중생을 인도하는 경전적 속성을 지닌다. 말과 글을 통해 종교적 깨달음을 표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말로 바꿀 수 없는 깨달음, 언어적 표현 너머에 있는 어떤 진리를 그림을 그려 표현했다. 이번 책에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서 저자는 수월관음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옛 화가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화면의 달빛과 거친 파도, 날리는 백의자락, 관음보살의 발 아래애서 여러 기물을 들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이런 의문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감으로써 우리는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에 내재된 놀라운 의미들을 발견해 내고 있다.
수월관음도의 도상적인 기원 문제, 수월관음도에 대한 경전을 포함한 여러 문헌의 기록들에 대한 검토 등 역사적 접근에 입각한 연구는 책에서 논하지 않고 있다. 놀랍도록 고차원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순전한 조형 자체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그림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특수성’에서 ‘초역사적 보편성’을 추구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론을 따랐다. 과거의 일반적인 양식 파악과 도상해석학의 방법이 아님은 물론이고 저자가 기존에 이야기했던 방법론과도 다르다. 새로운 이론에 입각한 ‘조형해석학’이다. 작품을 전체의 유기적 관계에서 파악함은 물론 미시적 관찰을 통해 그 세계에 숨겨진 조형의 구조와 그 구조 자체에 내재하는 상징을 밝히려 한 것이다. 조형의 이러한 성립과정을 단계적으로 밝히는 작업에서 중요한 것이 ‘채색분석법’인데, 책에서는 그 여러 단계를 도판을 통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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