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시 모음> 유한나의 '진달래' 외

2016. 4. 8. 10:07



     

<진달래 시 모음> 유한나의 '진달래' 외


15 도토리 2011.03.08 0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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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시 모음> 유한나의 '진달래' 외

+ 진달래

겨울 잘 지냈다
붉은 꽃
한아름 안아보아라
가슴 가득히
네 사랑이다
뜯어먹어 보아라
얼굴 파묻고
울어 보아라
꽃이다
사랑이다
피눈물이다.
(유한나·시인, 강릉 거주)


+ 진달래 감격  

보는 것이다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감는 것이다.
(정영자·시인이며 문학평론가)


+ 진달래

산 가득 뒤덮듯 흘러내립니다.
지난해, 산에 묻은 시퍼런 슬픔을
봉우리마다 얼마나 찧고 찧었는지
짓붉은 피 배어 올라 사태집니다.
(김하인·시인이며 소설가, 1962-)


+ 진달래꽃

적들이
뛰어내린 자리
그 벼랑 위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흔들어대며
또 다른 적들이
제 혼을 불사르고 있다
(고명·시인, 전남 광주 출생)


+ 진달래

조숙했나 보다. 이 계집
계곡에는 아직도
겨울이 웅크리고 있는데
잎이나 피워 그 알몸 가리기도 전에
붉은 꽃잎 내밀어 화사하구나
싸늘한 가시바람 억세게 버틴
가냘픈 가지들의 이 꽃덤불
꽃덩어리 꽃등불
에덴의 이브도 잎새 하나야 있었는데
유혹할 사내도 없는 이 천부적 화냥기는
제 알몸 열기로 불태우는구나
아직도 파란 겨울 하늘이 남아 있는 걸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이길원·시인, 1944-)


+ 진달래 꽃빛
    
진달래 만발한 산천에 취하여, 종일 뛰노는
아이들을 살피다가 문득 깨닫겠다, 왜 이 나라의
무구한 아이들은 그 두 불과 팔다리는 물론
발바닥까지 아름다운 진달래 꽃빛인가를.
(박희진·시인, 1931-)


+ 진달래꽃처럼

사람아, 이 사람아
숫처녀 부끄럼 같은 봄이 왔네
서늘했던 겨울의 잔영은 흐릿하고
천지 사방에 눈부신 꽃불이 붙었네
향기만 고와 봄꽃이려나
지들끼리 속삭여대지만 온 누리에
퍼뜨려져 있네, 그 온화한 숨결

사람아, 이 무심한 사람아
두 팔 힘껏 벌려
저 푸르른 계절을 품어 안으세
나도
이제 그만
부끄런 생애를 말끔히 벗으려네

사람아, 눈물겹게 소중한 사람아
이 계절마저 다 이울기 전에
우리 서로
흐드러지게 어울려 보세
대책 없이 바람 든
저 철부지 진달래꽃처럼
한 번 오지게
사랑해 보세
(장세희·시인)


+ 진달래꽃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地熱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오세영·시인, 1942-)


+ 4월의 진달래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백우선·시인, 전남 광양 출생)


+ 진달래꽃 피다

겨울그림자 걷힌
마음에
진달래꽃 피다.

소소리바람 불어와도
봄은 오듯이

갓바위 부처님
얼굴 닮은
진달래꽃 피다.
(김용수·시인, 완도 출생)
* 소소리바람: 이른봄의 맵고 스산한 바람


+ 진달래꽃

지고 또 지고 그래도 남은 슬픔이 다 지지 못한 그날에
당신이 처음 약속하셨듯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산이거나 강이거나 죽음이거나 속삭임이거나
우리들의 부끄러움이 널린 땅이면
그 어디에고 당신의 뜨거운 숨결이 타올랐습니다.
(곽재구·시인, 1954-)


+ 진달래꽃 피는 거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강인호·시인)


+ 진달래꽃 따라

솔바람 풀어놓은
산등성이에 이르면
바윗돌 감아 도는
분홍빛 여울목

눈길 따라
사르르-
번져 가는 그리움
시린 가슴 녹이며
추억의 무늬로 핀다
              
이 산자락 타고 가면
그리운 이 만날 수 있을까
              
온 누리
그리운 얼굴로 다가와
피는 꽃이여
              
산길 따라
내 마음도
연분홍 물결이고 싶다
(오경옥·시인)


+ 진달래·1

꽃이 피기는 아직 멀어도
꽃이 피기는 아직 더뎌도
이 땅은
한번씩 묵은 분노 토하는
서슬찬 거부의 붉은 생채기
아프게 아프게 내뱉는
그런 날 꼭 있습니다
민둥산에 황토산에 있습니다.
(류종호·시인, 1961-)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시인, 1902-1934)


+ 진달래꽃

감추려 애써도
자꾸자꾸 망울지는
이 붉은 그리움

아직은 쌀쌀한 당신인데도
그 앞에 자꾸만
부푸는 가슴

오늘은
당신 앞에서

붉고 붉은 빛으로
피는 사랑을
감출 수가 없네요
(손상근·시인)


+ 진달래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박남준·시인, 1957-)


+ 진달래꽃

한라에서
백두까지

봄마다
앓는 홍역

열꽃 피워
가슴 태우는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
(김경숙·시인)


+ 진달래  

새벽 안개 가르며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그댈 닮아
수줍어 고백도 못하고
웃기만 하는
분홍빛 사랑이 있습니다

그저
지나치는 눈길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꽃잎 떨며
몸서리치는,

봄이면
해소병처럼 도지는
열꽃 같은 사랑
(최원정·시인, 1958-)
* 해소병: 천식


+ 진달래

봄바람이
치맛자락 살랑거리며
임을 찾아 이 산 저 산

옷깃 스친 자리마다
그리움의 한(恨)
붉게 물들어

바쁜 길손
눈길 잡고
임 소식 물어오네
(권선환·시인, 1966-)


+ 진달래·27

물안개 머리 풀어
떠도는 물에
살짝 비친
연분홍 고운 꽃송이

만지면 스러질 듯
가녀린 꽃잎
하늘 향해
살며시 미소짓는데

그리움 찾아 나선
종달새 울음
마른 가지
흔들어 홍조를 띠네.
(손정모·시인, 1955-)


+ 먼 산 진달래
    
속 깊은 그리움일수록
간절합니다
봄날 먼 산 진달래
보고 와서는
먼 데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벗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게 와서
봄꽃이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작은 그리움으로 흘러가
봄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
그만그만한 그리움으로
꽃동산 이루면 참 좋겠습니다
(김시천·시인, 1956-)


+ 진달래가 핍니다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진달래가 핍니다.
파도로 해일로 진달래가 핍니다.
갈 것은 가고 사람만 남아
오천 년 역사로 핍니다.

역사의 멀고도 먼 어둠,
그 어둠의 거칠고도 험한 뿌리,
그 위로 돋아나는 어린 꽃잎들,
고향으로의 긴 행진,
막혔던 행진을 다시 합니다.

이 세상 정말 죽은 것들은 없습니다.
절망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죽은 씨앗들은 다시 일어나
삶의 거친 물살로 피어납니다.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갈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멀리 피어납니다.
(윤석성·시인, 1948-)


+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겨우내
찬바람 속에
웅크리고
봄 기다린 꽃
진달래

반도는 엄동설한일지라도
밑바닥 삶의 애환에
아직 따뜻한
옛 봄기운 남아 있어
활짝 피려고
꿈꾸는 화려한 꽃

이 산 저 산
팔도에 두루 자리잡고
경계선 지우는
분홍빛
봄꽃

꽃 봉우리 맺혔습니까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함영숙·재미 시인)


+ 진달래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저 핏빛 아우성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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