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7. 15:23ㆍ과학 이야기
체질인류학이라는 세계 | |||||||||
[원로칼럼]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체질인류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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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화적 그리고 생물학적 변화와 진화에 관해 연구하는 인류학의 여러 분야 중 체질(생물)인류학 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물학적 변이(variation)와 진화(evolution)·적응(adaptation)을 연구한다. 20세기 초반에 체질인류학 연구는 해부학과 인류화석 및 체질적인 변이에 따른 인종 구분 및 영장류를 연구대상으로 했으며 이론적인 기반이 비교적 약했다. 1950년대 이후 체질인류학자들은 급속히 연구가 진행된 유전학과 진화과학에 영향을 받게 됐고,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초점을 강조하기 위해 생물인류학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개의 경우 체질인류학과 생물인류학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오늘날 체질(생물)인류학 의 연구는 "진화를 바탕으로 인간 자신이 주된 연구대상이며, 인간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분자단계에서 종 단계까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독자적이고 종합적인 방법론(multidisciplinary method)"을 가지고 있다. 체질인류학은 에드워드 타이슨(Edward Tyson, 1650-1708)이 사람과 유인원을 직접 해부해 서로 비교하고 연구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러나 현대 체질인류학의 출발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1859)에서 시작된다. 체질인류학은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에서는 단순히 인류학으로 불렸으며 북미에서는 1825-50년 사이에 처음 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초기체질인류학자들은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며 인류의 다양성과 진화에 대해 흥미를 가졌던 의사들이었다. 20세기 초반에 많은 체질인류학자들은 인종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람의 몸과 머리뼈를 측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인간 이외의 영장류와 제한된 화석인류를 연구했다. 20세기 중반 새로운 체질인류학자들이 출현하는 데, 이들은 소위 베이비 붐 세대 출신의 대학원생들이다. 이들은 신다윈니즘을 근간으로 미국 시카고대와 버클리대에 몸담았던 셔우드 워시번(Sherwood Washburn)이 주창한 새로운 체질인류학이론으로 무장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인류학 연구에 도입된 발달한 분자 유전학 기술은 인류집단과 영장류의 생물학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늘날 체질인류학 연구는 진화와 변이·적응을 바탕으로 "인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인류는 어떤 과정을 걸쳐 오늘날의 우리가 되었는가" "옛 인류의 생물학적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자연에서 인류의 자리는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아주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연구의 종합학문인 체질인류학을 서구 대학에서는 ‘체질인류학개론’ 또는 ‘생물인류학개론’이란 과목으로 전 학년에게 교양과목으로 개설되고 있으며 관련학과 학생들에게는 필수과목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 분야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학교는 별로 없으며, 전 학년을 상대로 교양과목이 개설된 대학은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는 인류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능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달은 과거의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인류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 특히 생물학적 입장에서 연구한 체질인류학의 내용들이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대학원에서 전문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체질인류학 같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연결해서 다루는 과목들이 대학에서 개설돼 학생들을 교육할 때 오늘날 우리의 대학이 인간보다는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비인간적인 지식인과 기능인만을 양성해내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이 체질인류학을 알리는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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