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로 [神仙爐]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6. 5. 17. 03:39건강 이야기


   신선로 [神仙爐]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정의


   화통이 붙은 냄비(구자)에 여러 가지 어육(魚肉)과 채소를 색스럽게 넣고 각종 마른 과일들을 장식하여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먹는 탕이나 전골요리. 음식 이름이면서 그릇 이름이기도 하며, 열구자탕(悅口子湯), 탕구자(湯口子), 열구자(悅口子)라고도 부른다. 궁중과 반가에서 잔치 음식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 다 갖추어져 있을 때 신선로를 꾸밀 수 있으므로 대표적인 궁중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꼽힌다.


유래


   중국의 훠궈르(火鍋兒)란 냄비가 수입되어 그 그릇의 쓰임새를 잘 활용하여 한국의 최고 음식으로 만든 것이 신선로라 할 수 있다. 신선로의 기원은 고문헌에 의하면 여러 가지가 있다. 신선로의 원래 이름은 열구자탕이며, 맹자의 말 중에 “오히려 추환이 나의 입을 즐겁게 한다(猶芻豢之悅俄於口).”에서 열구(悅口)는 음식이 입에 맞는다는 뜻이고 그 말을 본떠서 열구자탕은 ‘입에 맞는 맛있는 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자세히 그릇모양과 조리법이 나타난 문헌은 1700년대 한문 요리서인 『수문사설(謏聞事說)』이다. “끓이고 익히는 기구가 별도로 있다. 큰 합과 같은 모양에 발과 아궁이가 달려있다. 합 가운데에 둥근 통이 세워져 있는데 뚜껑의 바깥까지 높이 나와 있고 뚜껑은 중심에 구멍이 있어 원통이 위로 튀어나와 있다. 이 원통 안에 숯불을 피우면 바람이 아궁이로 들어가고 불길은 뚜껑 위의 구멍으로 나간다. 이 합의 둘레에 돼지고기, 생선, 꿩, 홍합, 해삼, 소의 양, 간, 대구, 국수, 고기, 만두 등을 돌려놓고 파, 마늘, 토란을 고루 섞어놓은 다음 맑은 장국을 넣고 끓이면 각 재료에서 국물이 우러나와 맛이 매우 좋다. 몇 사람이 둘러앉아 젓가락으로 집어먹고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데 뜨거울 때 먹는다. 이 음식은 모여 앉아 회식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가지고 온 이 기구는 전별하는 야외 모임이나 겨울밤에 모여 앉아 술자리를 즐길 때 매우 좋다.”라고 하였다


『송남잡지(松南雜識)』 열구지조(悅口旨條)에서 “나부영 노인이 여러 음식을 잡팽(雜烹)한 것을 골동갱이라 하였고 …… 이것이 지금의 열구지(悅口旨)이다. 그리고 이 냄비를 화호(火壺) 또는 신선로라 한다.”라고 했으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무, 외, 훈채, 계란을 섞어 장탕을 만든다. 이것을 열구자 또는 신선로라 하는데 중국의 난로회(煖爐會)에서 온 것이다.”라고 하였다.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서는 연산군 시대에 정희량(鄭希良)이란 선비가 세속을 떠나 산중에 은거하던 때에 화통이 달린 냄비에 여러 가지를 모아 끓여 먹었으므로 그 선비의 생활이 마치 신선과 같아 그 음식을 신선로라 하였다고 말했다.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는 신선로의 내력에 대하여 “근래에 조선음식이라면 외국 사람들은 맨 먼저 신선로를 생각할 만큼 이것이 특별히 유명해지고 또 우리 신선로가 크게 특색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신선로는 결코 조선의 독특한 것이 아닙니다. 중국음식에 우리 신선로와 똑같은 그릇을 훠궈르라 하여 그릇 한가운데 숯불을 피우고 그 가장자리에 국을 끓여 어육과 채소를 익혀 먹는 풍속이 있으니 신선로와 훠궈르가 이름은 다를망정 실지는 똑같습니다. 우리 신선로는 간단한 어육 채소가 아니라 가지각색 재료를 볼품 있게 담고 끓여 먹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훠궈르보다 복잡한 것 같지만 중국에도 십경대과(十景大鍋)니 무엇이니 하여 우리 신선로와 흡사하게 꾸미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두루 보아서 생각하건대 조선의 신선로가 중국에서 왔음을 거의 의심할 수 없으며 다만 중국에서 생긴 것일까 합니다. 중국 옛날 글에 추운 겨울에 신선로를 끼고 따뜻하게 마시고 먹는 모임을 난로회라고 이름 지은 것이 있으니 미상불 재미있는 말입니다.”라고 하였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놋쇠를 써서 관을 만들고 중앙에 철통자를 둔다. 모양은 입이 넓은 항아리와 같으며 뚜껑이 있다.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의 숯불이 들어가고, 둘레는 지(池)를 이루고 7~8사발의 물이 들어갈 수 있다. 물을 넣은 후에 장국을 붓는다. 뚜껑을 닫은 후 숯불을 항속에 넣고 끓인다. 탕이 끓고 재료가 고루 익으면 자기 수저로 떠먹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용


   궁중의 연회 음식를 적은 『진찬의궤(進饌儀軌)』나 『진연의궤(進宴儀軌)』에는 모두 열구자탕(悅口資湯, 悅口子湯)이 한자로 기록되어 있으며 신선로라는 표기는 전혀 없다. 그러나 궁중의 음식발기 중에는 한글로 ‘신션로’란 표기가 있다.

궁중의 신선로는 탕신설로(湯新設爐)와 면신설로(緬新設爐)로 나뉘는데, 탕신설로는 열구자탕과 재료가 거의 비슷해 같은 음식으로 생각되지만, 면신설로는 간단한 국수장국 재료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선로 틀에 장국과 건지를 끓이다가 메밀국수를 말아 먹은 음식으로 볼 수 있다.

궁중음식기록에 나타난 신선로 재료는 다음과 같다. 면신설로에는 목면, 도가니, 진계, 계란, 호초말, 간장이 사용되며, 열구자탕에는 우내심육, 양, 곤자손, 두골, 저태, 우척골저각, 생치, 진계, 수어, 해삼, 전복, 표고, 계란, 청근, 수근, 생총, 진말, 녹말, 호초말, 실임자, 진유, 간장, 실은행, 실호도, 실백자, 염 등이 들어가고 탕신설로에는 우둔, 양, 곤자손, 두골, 저각, 생치, 수어, 해삼, 계란, 청근, 전복, 표고, 수근, 생총, 진말, 진유, 간장녹말, 임자, 실백자, 호초말, 실은행, 실호도가 사용된다.

신선로에 담는 것과 같은 재료를 신선로가 아닌 전골그릇에 담아서 끓인 요리가 전골이다. 옛날의 전골그릇은 주위에서 고기, 채소, 조개류를 익히면서 그 국물이 중앙의 오목한 부분으로 흐르도록 하고 그 안에다 채소를 끓이면서 먹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신선로가 호화로운 잔칫상이나 궁중의 연회석상에 주로 오르는 고급 요리라면, 전골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골 그릇의 모양과 내용물은 달라졌지만, 전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의의


  신선로는 모든 산해진미를 한 그릇에 담아 꾸미기 때문에 잔칫상의 압축이라 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맛과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이처럼 온갖 음식을 한 그릇에 축약하여 담았다는 것 외에도, 특이한 그릇 모양으로 신선로는 잔칫상을 마무리 짓고 입체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곧 신선로는 색다른 형태와 맛 그리고 높은 영양가로써 한국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식이다.




신선로 [神仙爐]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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