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세계] 결코 쓰여서는 안 되는 무기 E-4 나이트워치(Nightwatch)

2016. 11. 17. 01:33병법 이야기



      

입력 : 2016.09.05 11:05

              

[무기의세계]

결코 쓰여서는 안 되는 무기   E-4 나이트워치(Nightwatch)

    

비행 중인 E-4B. 핵전쟁을 지휘하기 위해 탄생되어 흔히 ‘심판의 날 비행기(Doomsday Planes)’라고도 불린다.

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결코 좋은 일이라 할 수는 없다. 설령 직접 살상이나 파괴를 하지 않는 방어용 장비나 시설이라 해도 제작 목적대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방이나 치안처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기나 전쟁 관련 장비가 가급적 사용되지 않는 것이 인류에게는 좋은 일이다. 차선은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무기가 적게 사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예외 없이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이전보다 성능이 향상된 강력한 무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전쟁의 모습은 더욱 잔인하게 변해갔고, 그만큼 인류는 더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어이없지만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내면서 정작 대량살상과 파괴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무기 중에 가장 무서운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아마도 핵무기를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것 중에 이보다 강한 살상력과 파괴력을 지닌 무기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 공군의 E-4 나이트워치(Nightwatch)는 직접적인 살상 수단은 아니어도, 인류사의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로 거론될 자격이 있다.


2010년 3월 7일, 해외 순방 중 E-4B 기내에서 기자 회견을 하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내부 모습 일부를 살펴볼 수 있다.

전면 핵전쟁의 대응법

E-4는 전략적으로 전쟁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작전기인데, 한마디로 이동이 가능한 공중 지휘본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전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평시에 딱히 활약할 일이 없기에 대중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진 무기는 아니다. 사실 굳이 E-4가 아니더라도 모든 종류의 무기는 전시나 훈련기간이 아니면 보관 상태로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E-4는 자체적인 방어 장비가 장착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가동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적을 직접 공격하는 수단은 없다. 오히려 호위기에 의해 2중, 3중으로 엄중히 보호받으며 작전을 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4가 가장 무서운 무기로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E-4의 가동은 곧 전면 핵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핵전쟁이 벌어지거나 그 징후가 보일 경우에 작동하는 무기인 것이다.

앤드류스 기지에 정렬 중인 4기의 E-4B. 이 중 2기는 즉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항상 함께하는 이른바 핵가방(Nuclear Football)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핵무기 통제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으며 유고 시에는 법률에 정한 순서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다. 실제로는 대통령 단독이 아니라 NCA(National Command Authority, 국가지휘권자)에 해당되는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비롯한 전쟁 지휘부의 협의에 따라 사용이 결정된다. 핵무기의 사용이란 한마디로 교전국에 대한 핵공격을 의미한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핵공격을 받거나 그러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 한, 핵으로 상대를 공격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국제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대는 러시아나 중국 정도다. 따라서 미국이 이들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는 것은 이들의 핵무기로부터 공격을 당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많이 감축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공중 급유를 받으면 72시간 동안 계속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출처: US Air force>


   만일 미국과 러시아가 전면 핵전쟁을 벌인다면 누가 이겼다고 정의하기 힘든 참혹한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그래도 전쟁지휘부는 모든 수단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부대, 전략 공군 등을 지휘해 상대에게 보복을 가해야 한다. 이때 일사불란하게 전쟁을 이끌려면 전쟁지휘부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가 위치한 샤이엔(Cheyenne) 기지처럼 다양한 복수의 지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전쟁을 대비한 작전기

   E-4는 이러한 시설들을 이용할 여건이 되지 않거나, 혹은 공중에서 지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될 경우 사용한다. 흔히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이라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 VC-25에서도 전쟁 지휘가 가능하지만 VC-25가 주로 평시에 이동용으로 사용하는 기체인 반면, E-4는 핵전쟁을 이끄는 최고사령부에 특화된 기체여서 위상이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미국이 아니라 인류의 종말까지 예상되는 어려운 시기를 대비한 작전기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에어 포스 원은 대통령 전용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대통령이 탑승 중인 미 공군 비행기의 호출 부호를 의미한다. 만일 전시에 대통령이 E-4에 탑승하게 되면 이때부터 에어 포스 원은 E-4가 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VC-25보다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사용되는 E-4의 전략적 위상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에 E-4가 에어 포스 원으로 불리는 상황이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2013년 12월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는 오바마 대통령 가족을 따라 힐로(Hilo) 국제공항에 전개한 E-4B. 이처럼 항상 대통령 인근에서 출동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출처: (cc) Danbirchall at Wikimedia.org>


   E-4 도입 전에는 EC-135가 해당 임무를 수행했지만 기체가 작아 체공 능력과 거주성이 부족해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미국은 1973년 전진공중지휘본부(Advanced Airborne National Command Post)를 창설한 후 보잉 B747-200 민항기를 기반으로 E-4를 제작했다. 비행 능력은 동종 민항기와 비교해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핵전쟁을 대비한 각종 장비가 탑재되고 기체 개량도 이루어졌다.

우선 NCA 대상자들이 장시간 거주하며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예하 부대에 지시할 수 있는 완벽한 지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속에서 은밀히 작전을 벌이는 전략 핵잠수함과 우주의 인공위성을 포함해 전 세계에 산재한 미군 부대와 즉시 연락이 가능한 다양한 통신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E-4는 적시에 정보를 취합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통신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진공중지휘본부에서 전자기 펄스 대응 실험을 하는 모습.



  통신장비뿐 아니라 최첨단 공중 지휘소답게 E-4에는 다양한 종류의 각종 전자장비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들은 핵폭발이나 EMP(전자기 펄스) 탄의 공격에도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또한 가동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도록 엔진마다 150kVA 용량의 발전기를 2개씩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탑재된 장비 대부분의 구체적 성능은 여전히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여전히 무서운 위상

초기형인 E-4A의 내부구조도. 철저하게 핵전쟁을 지휘하는 용도에 특화되었다.



   E-4는 공중급유가 이루어진다면 윤활 계통의 정비 없이 엔진이 최대한 작동할 수 있는 3일간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이는 지구의 어느 곳까지도 자유롭게 이동해 전쟁을 지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전쟁이 벌어져 미 본토를 비롯한 북미 일대가 초토화되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E-4는 항상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서 즉시 작전에 돌입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1974년부터 총 4기가 도입된 E-4는 이후 1985년까지 순차적으로 성능이 대폭 개선된 E-4B로 개조되었고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앤드류스 기지(Joint Base Andrews)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냉전 시대의 공포를 상징하며 이른바 ‘심판의 날 비행기(Doomsday Planes)’로도 불리던 E-4의 위상은 1990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핵전쟁의 위험이 대폭 감소되자 많은 변동이 생겼다.

1994년에는 FEMA(연방재난관리청)에서 재난 지휘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의 의전용으로도 일부 사용 중이다. 하지만 후속기가 등장하지 않았고 핵전쟁에 대비한 주 임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가장 무서운 무기의 위상은 여전히 지니고 있다. 사실 모든 무기가 사용될 일이 없는 것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E-4는 고유의 임무대로 쓰이지 않기를 전 인류가 바라 마지않는 대표적인 무기라 할 수 있다.

2007년 10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콜롬비아 방문 당시 이용한 E-4B. 핵전쟁 위협이 감소되면서 의전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제원(E-4B)

전장 70.5m / 전폭 59.7m / 전고 19.3m / 최대이륙중량 374,850kg / 최대속도 시속 969km / 항속거리 11,000km / 작전고도 14,000m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