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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사신총(集安 四神塚), 붓의 신> /사진=『문자, 그 이후』,국립중앙박물관, 2011년, 240쪽.
| "書如其人'(서여기인). 글씨는 그 사람됨(인격, 인간성)과 같다는 말이 있다. 글씨체를 보면, 외모로 알 수 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왜냐하면 말, 글, 글씨 모두 뇌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이나 글로 인격을 꾸며낼 수 있지만, 글씨에는 속마음의 사람됨이 부지불식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슬쩍 글씨체만 보아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챌 수 있다. 글씨가 그림의 핵심이 되는 것이 문인화이다. 동아시아에서 수백 년간 문인화의 전통은 '(훌륭한) 인격의 표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했다. 어떻게 인격을 그림으로 표현할까. 바로 글씨다. 문인들은 글씨를 쓰듯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이때 글씨란 무엇인가. 중봉(中峰)의 글씨다. 붓끝에 정신을 모아서 날카로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붓의 중심이 늘 획의 중심에 오게 하는 중봉이다. 그 이유는 훌륭한 인격자는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올곧은 진심(眞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예술에서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글씨에 대해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훌륭한 인격을 표현하는 중봉의 획은 붓에 먹물을 묻혀 종이에 스미게 할 때 비로소 획(劃)으로 드러난다. 훌륭한 인격은 중봉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먹물로 종이에 번지며, 다양하게 실천하여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늘 변함없이 숨겨져 올곧은 '진심'을 다양하지만 꾸준히 '실천'해야, 비로소 좋은 글씨가 나오는 것이다. 좋은 글씨란 중봉의 진심과 먹의 번짐의 조화이다. 훌륭한 인격은 진심과 실천의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의미한다. 진심과 실천으로 만들어진 글씨가 축적된 것이 바로 문장이며, 문화이다.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쓰지만 '진심'과 '실천'의 조화가 문화의 핵심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진심을 실천의 방식은 무엇인가. 늘 마음속에 담아두는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 관장님의 말씀을 빌려본다. "붓은 종이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다만 종이에 스밀 뿐이다"라는. 종이에 상처를 내며, 글을 남기는 서양의 펜글씨체와 대비시킨 것이다. 이러한 동아시아 글씨의 정신은 21세기 컴퓨터나 스마트 폰의 자판으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고, 진심을 담아 꾸준히 실천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서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진심 실천 감동' 이것이 바로 21세기 사이버시대에도 우리가 가슴 속에 품고 실천해야 할 글씨체의 정신이며 문장이고, 예술이며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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