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비밀
엘리자베스 블랙번 / 엘리사 에펠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460쪽 / 1만7000원
엘리자베스 블랙번 / 엘리사 에펠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460쪽 / 1만7000원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으면 노화를 멈추거나 지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능성을 과학으로 입증해낸 사람이 분자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다. 그는 염색체 끝에서 보호덮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의 분자 특성을 밝힌 데 이어 1984년 텔로미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효소를 끌어들여 DNA를 덧붙일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효소가 바로 세포분열 때 사라지는 DNA를 복원하는 텔로머라아제다. 세포분열에 따른 텔로미어의 축소를 텔로머라아제가 늦추거나, 막거나, 더 나아가 되돌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http://img.hankyung.com/photo/201803/AA.16102874.1.jpg)
블랙번은 텔로미어를 신발 끈에 비유한다. 신발 끈에는 끝부분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플라스틱 덮개가 있다. 이 덮개가 손상돼 신발 끈이 너무 닳으면 그 끈은 쓸 수 없게 된다. 염색체 끝에서 유전물질이 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텔로미어 또한 너무 짧아지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블랙번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왜 많은 질병이 짧은 텔로미어와 관련되는지 설명한다. 예컨대 뼈 조직은 뼈를 만드는 뼈모세포와 뼈를 없애는 뼈파괴세포 사이의 균형이 유지될 때 건강하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뼈모세포는 늙게 되고 뼈파괴세포 활동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늙은 뼈세포는 염증을 일으킨다. 텔로미어가 유달리 짧은 실험용 쥐의 뼈가 일찍 소실되고 골다공증에 시달리는 이유다. 머리카락이 세는 것, 각종 염증성 노화, 심장병, 폐질환, 인지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등도 마찬가지다. 백혈구의 텔로미어가 짧으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2015년 덴마크에서는 6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고 전반적으로 더 일찍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신 블랙번과 건강심리학자인 책의 공저자 엘리사 에펠은 위험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들 방안은 음식, 운동, 수면, 스트레스 대처 등 기존의 건강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모호하지 않고 정량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과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예컨대 텔로미어와 관련되는 것은 몸무게가 아니라 복부지방임을 강조하면서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과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들로 식단을 짜준다. 반면 핫도그와 햄 같은 가공육과 가당음료는 텔로미어의 적이다.
텔로미어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의 유형과 적정량도 제시한다. 1주일에 세 번, 45분씩 유산소 운동을 할 것.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면 배가 덜 고프고, 감정기복도 덜하며, 텔로미어 염기쌍도 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임신기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흡연 등은 자녀의 짧은 텔로미어와 관련이 있으며,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와 연결된다는 경고도 새겨들을 만하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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