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4

2018. 3. 17. 03:54차 이야기


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4




무오연행록 제6권 / 기미년(1799, 정조 23) 2월[7일-30일] / 서유문(徐有聞)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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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에 머물다.
재자관(齎咨官) 윤민중이 예부에 나아가 상을 타니 재자관과 역학(譯學)과 사신은 각 은자(銀子) 30냥이요, 종인(從人)도 또한 상을 타는 것이 있다 하더라. 상통사(上通事) 윤갑종이 주객사(主客司) 지위(知委 명령을 내려 알리는 것) 때문에 도로 모셔 가는 표문(表文)을 받아 오고, 회자문(回咨文)도 또한 예부로부터 받아 오니라. 내일은 길을 떠날지라, 군관(軍官)ㆍ역관(譯官)이 온돌방에서 행장을 단속하되, 다 온돌방 밖에서 짐을 매며, 그중 비단짐을 여러 번 동이고 방망이로 두드리는 소리 관 안에 진동하여, 사람이 시끄럽게 날뛰는 거동이 놀란 사람의 모양이라 극히 우습고, 흥정하는 패들이 방마다 모여 회계하니, 역관들이 이날은 다 밥을 못 먹고 술이나 시원한 실과를 먹는다 하니, 그 초조히 구는 현상이 또한 보는 듯하더라. 예부 상서 기균(紀昀)이 이미 예부 상서로 계신 지 여러 해 되었는지라, 사행이 들어올 적마다 일이 있으면 예부에 상관이 되기 때문에, 한갓 사신의 왕복뿐 아니라 역관 중 친한 사람이 또한 여럿이니, 사행이 관에 머물 때에 찾아보면 술을 주고 받음이 은근하고 말씀이 매우 정답고 친절하며, 맞을 때 반드시 교의를 베풀고 보낼 때 반드시 문에 나오는지라. 역관의 무리도 또한 이같이 대접하니, 이러므로 우리나라 사람이 칭찬하는 자가 많더니, 이번 들어온 후 건량관(乾糧官)이 또한 보고 나서, 알려 주며 말하기를,
“기 상서(紀尙書)가 스스로 글씨를 잘 쓴다고 여기는지라, 만일 그대가 글자를 구하여 또한 대인(大人)이 청한 것이라 하면, 반드시 기뻐 허락하리라.”
하거늘, 드디어 이 역관으로 하여금 내 뜻으로 글씨를 청한다 하니, 먼저 정(情)을 표시함이 나쁘지 아니하다 하여, 시전지(詩箋紙) 두 권과 붓 10자루와 먹 5정(丁)과 부채 7자루, 청심환(淸心丸) 5환(丸)과 광제환(廣濟丸) 20환과 제중단(濟衆丹)을 이 역관에게 주어 전하니, 과연 좋게 여겨 허락하고 이 역관에게 내 벼슬과 나이를 자세히 묻고, 또 말하기를,
“삼 대인(三大人)이 시를 하느냐?”
묻더라 하니, 이날 해 질 때에 정자현(鄭子玄)이 들어와 말하되,
“기 상서가 그 맏손자로 하여금 보낸 것이 있더라.”
하고 들이거늘 받아 보니, 곧 대(大) 자(字) 쓴 종이 두 장이니, 한 장은 ‘수복강녕(壽福康寧)’ 넉 자를 쓰고, 한 장은 ‘송무죽포(松茂竹苞)’ 넉 자를 썼으며, 또 넉 장 종이에도 장마다 한 글자씩 쓴 것을 보내었으니, 이도 또한 ‘수복강녕’ 넉 자라. 종이는 우리나라 쌍문초(雙紋綃 중국에서 나는 비단) 짜듯 한 비단 무늬요, 글자는 획마다 신선(神仙)과 물상(物象)이며 기이한 곳과 이상한 풀을 그렸으니, 곱고 빛남이 전에 보지 못하던 바이라. 대개 저들의 벽 위에 써 붙인 것이 이번 써 보낸 글자에 많으니, 이 역관이 갔을 때에 기 상서가 나를 시(詩) 하느냐 물음이 곧 이 글자를 써 주고자 물음이러라. 또 후주먹[厚州墨 후주에서 나는 먹] 두 갑(匣), 보이차고(甫夷茶膏) 두 갑과 공주전차(孔州煎茶) 네 봉(封)과 월인향(月印香) 네 갑을 주어 발기[件記]를 기록하여 보냈는지라. 기 상서의 손자가 관문 밖에 수레를 머무르고 정 역관을 불러 전하고 즉시 돌아갔다 하니, 정 역관의 전하는 바가 이 같더라. 기 상서가 이미 그 손자를 보냈는지라, 어찌 나를 보고 친히 전하지 아니하고 밖에서 돌아갔으리오. 혹 정 역관이 이제 떠날 때가 되어 분주한지라, 여유롭게 대접하지 못하고 보기에 냉락(冷落)한 고로, 밖에서 갔는가 싶더라. 붓을 들어 말씀을 대신하면, 역관들이 좋지 않게 여기는 뜻이 있으니, 대개 붓을 들어 말을 하면 역관이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글하는 선비가 사신을 찾고자 아니하는 그 마음씨와 태도 또한 원통하고 분하더라.
내가 준 것과 저희 보답한 것을 비길진대, 간 것이 박(薄)하고 온 것이 후할 뿐 아니라, 드디어 약과(藥果) 한 궤(櫃)와 특별히 만든 담뱃대 셋과 향초(香草) 열 근과 시전지(詩箋紙) 30장과 별장지(別壯紙) 한 권과 청심환 열 환과 광제환(廣濟丸) 30환과 제중단 30환과 계강환(桂薑丸)ㆍ사당환(砂糖丸) 각 20환을 봉하여 발기[件記]를 갖추고 끝에 두어 줄 글을 적어 말하기를,
“지난번에 이 역관이 나아가니 대신하여 공경하여 우러르는 뜻을 베풀었는지라. 위엄있는 모습을 어지럽히니 송구하고 불안함이 날로 깊더니, 어제 수필(手筆)을 드리워 기록하여 주심을 얻으니, 받들어 심획(心劃)을 구경하니, 어찌 공벽(拱璧)을 얻었다 할 뿐이리오. 가지고 우리나라에 돌아가 길이 보배로 일컬으리로다. 하물며 여러 가지 내려 주신 것 또한 진실로 정이 두터움을 감사하노라. 밤이 돌아오므로 존체(尊體) 더욱 아끼고 보존하리로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는지라, 문병(門屛)에 나아가 하직(下直)을 같이 못하니, 머리를 바라보니 멀리 있는 그대의 생각이 진실로 간절하도다. 두어 가지 토산(土産)으로 약간의 정성(精誠)을 표하노니, 물리치지 않음을 바라노라.”
쓰기를 마치자, 운태(雲泰)에게 밝은 날 갖다가 전하라 하니라.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여러 장 쓰고 밤이 깊어진 후 자니라.
[주-D001] 재자관(齎咨官) : 
중국 조정에 자문(咨文)을 가지고 가는 관원이다.
[주-D002] 주객사(主客司) : 
조빙(朝聘), 외국 사신 등을 관장하는 예부(禮部)의 한 속사(屬司)이다.
[주-D003] 보이차고(甫夷茶膏) : 
차(茶)의 이름이다. 한본(漢本)에는 보이차(甫夷茶)로 되었다.
[주-D004] 공주전차(孔州煎茶) : 
차(茶)의 이름이다. 한본(漢本)에 공주차(孔州茶)로 되었다.
[주-D005] 공벽(拱璧) : 
두 손을 마주 쥔 만큼 큰 구슬[大璧]이다. 《좌전(左傳)》에 ‘나에게 공벽을 주었다.[與我其拱璧]’에서 인용된 것으로, 주로 선물을 받고 치사하는 데에 쓰이는 문자이다.
[주-D006] 머리 : 
‘멀리[遠]’의 옛 투이다.


 * 서유문(徐有聞) :  1762년(영조 38)  ~ 1822년(순조 22)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달성(達城). 자는 학수(鶴叟). 서종엽(徐宗曄)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서명인(徐命仁)이고, 아버지는 관찰사 서직수(徐直修)이다. 어머니는 조영극(趙榮克)의 딸이다.

1794년에 별겸춘추(別兼春秋)로 있을 때 예문관검열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정조에게 오주(誤奏: 그릇되게 견해를 올림)를 하여 다시 삭직당하였다. 그리고 그 해에 다시 홍문관교리(弘文館校理)로 임명되었으나, 이응혁(李應爀)을 중비(中批: 전형을 거치지 않고 왕의 특지로 임명하는 것)로 부총관(副摠管)에 임명함은 부당하다는 차자(箚子)를 올려 또다시 창녕현(昌寧縣)에 유배되었다가 두 달만에 풀려났다.

곧이어 양남암행어사(兩南暗行御史)로 파견되었다가 1798년에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임명되어 이듬해에 귀국, 한글로 된 기행문 『무오연행록(戊午燕行錄)』을 저술하였다. 그 뒤 통례(通禮)·승지(承旨) 등을 역임하다가 1800년에 순조가 즉위하자, 사헌부로부터 역적 김이재(金履載)의 일당으로 지목되어 탄핵을 받고 위원군(渭原郡)에 정배되었다.

1811년(순조 11) 대사간에 임명된 뒤 충청감사·이조참의·의주부윤·평안감사 및 사옹원(司饔院)의 감선제조(監膳提調) 등을 역임하면서 천릉도감(遷陵都監)에서 일한 공로로 가자(加資)되었다. 1822년에는 이조참판에 제수되었다.  ㅡ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가시집 제4권 / 시류(詩類)

외질(外姪) 이생(李生)이 촌장(村莊)으로 나를 방문하다. [外姪李生。訪我村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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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겨울 띳집으로 내가 먼저 돌아왔는데 / 冬深茅屋吾先到
눈 가득한 산당으로 그대 또한 찾아왔구나 / 雪滿山堂汝又來
이따금은 화롯불 돋우어 차를 끓이거니와 / 撥火煎茶聊偶爾
촛불 켜고 서책 보는 건 역시 아름다워라 / 檢書燒燭亦佳哉
연래엔 자못 몰골이 쇠해가는 걸 알겠고 / 年來頗識形骸變
늙어갈수록 친척의 그리움을 깊이 알겠네 / 老去深知骨肉懷
얼른 떠나지 말고 진중하여 더 머물거라 / 珍重留連莫辭去
그대 위해 간략히나마 술상을 봐 올 테니 / 爲君草草具盤盃


  *  서거정

(자원(子元), 강중(剛中), 사가정(四佳亭), 정정정(亭亭亭))

        1420(세종 2)∼1488(성종 19). 조선 전기의 문신.


   본관은 대구(大丘). 자는 강중(剛中)·자원(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혹은 정정정(亭亭亭). 서익진(徐益進)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호조전서(戶曹典書) 서의(徐義)이고, 아버지는 목사(牧使) 서미성(徐彌性)이다. 어머니는 권근(權近)의 딸이다. 자형(姉兄)이 최항(崔恒)이다.


   조수(趙須)·유방선(柳方善) 등에게 배웠으며, 학문이 매우 넓어 천문(天文)·지리(地理)·의약(醫藥)·복서(卜筮)·성명(性命)·풍수(風水)에까지 관통하였다.


   문장에 일가를 이루고, 특히 시(詩)에 능하였다. 1438년(세종 20) 생원·진사 양시에 합격하고, 1444년 식년 문과에 을과로 급제, 사재감직장(司宰監直長)에 제수되었다.

   그 뒤 집현전박사·경연사경(經筵司經)이 되고, 1447년 홍문관부수찬(弘文館副修撰)으로 지제교 겸 세자우정자(知製敎兼世子右正字)로 승진하였다.

   1451년(문종 1)에는 부교리(副校理)에 올랐다. 1453년수양대군(首陽大君)을 따라 명나라에 종사관(從事官)으로 다녀오기도 하였다. 1455년(세조 1) 세자우필선(世子右弼善)이 되고, 1456년 집현전이 혁파되자 성균사예(成均司藝)로 옮겼다.

   일찍이 조맹부(趙孟頫)의 「적벽부(赤壁賦)」 글자를 모아 칠언절구 16수를 지었는데, 매우 청려해 세조가 이를 보고 감탄했다 한다. 1457년 문과 중시에 병과로 급제, 우사간·지제교에 초수(招授)되었다. 1458년 정시(庭試)에서 우등해 공조참의·지제교에 올랐다가 곧이어 예조참의로 옮겼다.

세조의 명으로 『오행총괄(五行摠括)』을 저술하였다. 1460년 이조참의로 옮기고, 사은사(謝恩使)로서 중국에 갔을 때 통주관(通州館)에서 안남사신(安南使臣)과 시재(詩才)를 겨루어 탄복을 받았으며, 요동인 구제(丘霽)는 서거정의 초고를 보고 감탄했다 한다.

   1465년 예문관제학·중추부동지사(中樞府同知事)를 거쳐, 다음 해 발영시(拔英試)에 을과로 급제, 예조참판이 되었다. 이어 등준시(登俊試)에 3등으로 급제해 행동지중추부사(行同知中樞府事)에 특가(特加)되었으며, 『경국대전(經國大典)』 찬수에도 참가하였다.

   1467년 형조판서로서 예문관대제학·성균관지사를 겸해 문형(文衡)을 관장했으며, 국가의 전책(典冊)과 사명(詞命)이 모두 서거정의 손에서 나왔다.

   1470년(성종 1) 좌참찬이 되었고, 1471년 순성명량좌리공신(純誠明亮佐理功臣) 3등에 녹훈되고 달성군(達城君)에 봉해졌다. 1474년 다시 군(君)에 봉해지고 좌참찬에 복배되었다. 1476년 원접사(遠接使)가 되어 중국사신을 맞이했는데, 수창(酬唱: 시로써 서로의 마음을 문답함)을 잘해 기재(奇才)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 해 우찬성에 오르고, 『삼국사절요(三國史節要)』를 공편했으며, 1477년달성군에 다시 봉해지고 도총관(都摠管)을 겸하였다. 다음 해 대제학을 겸직했고, 곧이어 한성부판윤에 제수되었다. 이 해 『동문선(東文選)』 130권을 신찬하였다.

   1479년 이조판서가 되어 송나라 제도에 의거해 문과의 관시(館試)·한성시(漢城試)·향시(鄕試)에서 일곱 번 합격한 자를 서용하는 법을 세웠다.

   1480년『오자(吳子)』를 주석하고, 『역대연표(歷代年表)』를 찬진하였다. 1481년『신찬동국여지승람(新撰東國與地勝覽)』 50권을 찬진하고 병조판서가 되었으며, 1483년 좌찬성에 제수되었다. 1485년 세자이사(世子貳師)를 겸했으며, 이 해 『동국통감(東國通鑑)』 57권을 완성해 바쳤다. 1486년『필원잡기(筆苑雜記)』를 저술, 사관(史官)의 결락을 보충하였다.

   1487년 왕세자가 입학하자 박사가 되어 『논어(論語)』를 강했으며, 다음 해 죽었다. 여섯 왕을 섬겨 45년 간 조정에 봉사, 23년 간 문형을 관장하고, 23차에 걸쳐 과거 시험을 관장해 많은 인재를 뽑았다.


   저술로는 시문집으로 『사가집(四佳集)』이 전한다. 공동 찬집으로 『동국통감(東國通鑑)』·『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동문선(東文選)』·『경국대전(經國大典)』·『연주시격언해(聯珠詩格言解)』가 있고, 개인 저술로서 『역대연표(歷代年表)』·『동인시화(東人詩話)』·『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필원잡기(筆苑雜記)』·『동인시문(東人詩文)』 등이 있다.


   조선 초기 세종에서 성종대까지 문병(文柄)을 장악했던 핵심적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거정의 학풍과 사상은 이른바 15세기 관학(官學)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훈신(勳臣)의 입장을 반영하였다.


   서거정의 한문학에 대한 입장은 『동문선(東文選)』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한문학의 독자성을 내세우면서 우리나라 역대 한문학의 정수를 모은 『동문선(東文選)』을 편찬했는데, 서거정의 한문학 자체가 그러한 입장에서 형성되어 자기 개성을 뚜렷이 가졌던 것이다.

   또한, 서거정의 역사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는 『삼국사절요(三國史節要)』·『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동국통감(東國通鑑)』에 실린 서거정의 서문과 『필원잡기(筆苑雜記)』에 실린 내용이다. 『삼국사절요(三國史節要)』의 서문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세력이 서로 대등하다는 이른바 삼국균적(三國均敵)을 내세우고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의 서문에서는 우리나라가 단군(檀君)이 조국(肇國: 처음 나라를 세움)하고, 기자(箕子)가 수봉(受封: 봉토를 받음)한 이래로 삼국·고려시대에 넓은 강역을 차지했음을 자랑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은 이러한 영토에 대한 자부심과 역사 전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의 『방여승람(方輿勝覽)』이나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와 맞먹는 우리나라 독자적 지리지로서 편찬된 것이다.

   이와 같이, 서거정이 주동해 편찬된 사서·지리지·문학서 등은 전반적으로 왕명에 따라 사림 인사의 참여 하에 개찬되었다. 이렇듯 많은 문화적 업  적을 남겼지만, 성종이나 사림들과 전적으로 투합된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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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8수 [三和 八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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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교분은 외람히 용문에 끼었더니 / 妙齡交分忝龍門
백발 나이 오늘날엔 두 눈이 어두워졌네 / 白首如今兩眼昏
나는 시주로 일생 백년을 방종하는데 / 詩酒百年吾跌蕩
그대는 문장이 한 시대에 웅혼하구려 / 文章一代子雄渾
의기투합해 다행히 생전 교분 맺었거니 / 投膠幸托生前契
풀을 걸어매어 사후의 은혜 보답할 걸세 / 結草相酬死後恩
장안의 경박한 사람들을 세지도 말게나 / 莫數長安輕薄子
뒤집으면 구름 엎으면 비가 몹시 분분하나니 / 飜雲覆雨苦紛紛

게으르고 무능하여 문 밖을 안 나가니 / 懶慢無堪不出門
가랑비 고요함 속에 한 등불이 어둑한데 / 愔愔小雨一燈昏
수염은 듬성해라 백 수 시가 끊어냈고 / 髥疎百首詩能斷
창자는 얕아라 석 잔 술에 벌써 취하네 / 腸淺三杯酒已渾
발탁됨은 성상의 알아줌을 잘못 입었고 / 擢拔謬蒙明主識
끌어줌은 친구의 은혜를 다시 의탁하여 / 吹噓更仗故人恩
반평생을 또 관직의 그르침을 입었으니 / 半生又被簪袍誤
신세가 어떻게 분분한 세속을 벗어나랴 / 身世何由脫俗紛

녹음 속에 새는 우는데 한낮에 문을 닫고 / 綠陰啼鳥晝關門
오사모 쓰고 차 달이며 졸음을 깨우노니 / 紗帽煎茶洗睡昏
세상일은 혹 돌돌을 쓸 때가 있거니와 / 世事有時書咄咄
문장은 어느 날에나 다시 혼혼해질런고 / 文章何日復渾渾
형산의 옥박이 화를 불렀단 말만 들었지 / 徒聞荊璞能招禍
수후의 진주가 은혜 갚았단 건 못 믿겠네 / 未信隋珠可報恩
스스로 믿노니 내 생애는 출처에 어두워 / 自信此生迷出處
농어회 순채국만 꿈속에 자주 들온다오 / 鱸魚蓴菜夢紛紛

명리를 서로 다툼이 흡사 저잣거리 같아라 / 名利爭趨似市門
장안의 수레들이 뿌연 먼지에 다 묻혔네 / 長安車騎沒塵昏
인정은 본디 절로 깊고 얕음이 있거니와 / 人情本自有深淺
세도는 예부터 흔히 흩어지고 뭉치는걸 / 世道從來多散渾
의사는 몸에 옻칠해 능히 은덕을 갚았고 / 義士漆身能報德
남아는 자결하여 은혜를 안 저버렸었지 / 男兒刎頸不辜恩
세간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술을 얻어서 / 世間安得如澠酒
잔뜩 취하여 분분한 만사를 다 잊어볼꼬 / 盡醉都忘萬事紛

적적하고 그윽한 집에 문을 닫고 앉았자니 / 寂寂幽居閉閤門
처마 사이의 초승달 빛이 황혼에 반짝이네 / 半簷新月耿黃昏
시 생각은 병든 뒤에 막힘을 갑절 알겠고 / 病餘倍認詩情澁
도안은 늙어갈수록 온전함을 더욱 알겠네 / 老去深知道眼渾
열 식구가 잘 삶은 후한 녹봉 때문이지만 / 十口全生因厚祿
한 몸의 분수 넘침은 천은에 사례하노라 / 一身踰分謝天恩
집에는 아무 것도 없어 사방이 벽뿐이요 / 家空四壁無餘物
있는 거라곤 좌우에 널린 서책뿐이로세 / 只有靑編左右紛

해는 길고 사립문에 찾아오는 손이 없어 / 日長無客到柴門
유유히 사물 관찰하며 조석을 보내노니 / 觀物悠悠送旭昏
예로부터 안붕은 크고 작음이 다르고 / 自古鴳鵬殊大小
본래에 경위는 맑고 흐림이 같지 않네 / 由來涇渭異淸渾
그 누가 눈 흘긴 원한도 반드시 갚았던가 / 何人必報睚眦怨
야박한 풍속은 골육의 은혜도 잊고말고 / 薄俗能忘骨肉恩
회상컨대 영소는 지금 적막하기만 하고 / 回首英韶今寂寞
개구리 떠드는 소리 괴로워 못 견디겠네 / 不堪蛙黽聒紛紛

때론 찾아오는 손 있어 잠을 놀라 깨어 / 有時驚夢客敲門
바둑 두고 담론하며 흐린 눈을 씻노니 / 相對談碁洗眼昏
정성 어린 쟁반엔 푸른 채소가 보드랍고 / 滿意盤靑園菜嫩
마음 다한 술동이엔 막걸리가 텁텁하네 / 盡情樽白市醪渾
한바탕 훈훈한 바람에 옷깃 헤쳐 즐겨라 / 薰風一陣披襟樂
작은 비의 서늘함은 뼛속까지 시원하지 / 小雨新涼到骨恩
깊은 밤 기다려 취한 몸 부축해 가노라면 / 直待夜深扶醉去
모자 차양에 꽃 그림자 달빛이 뒤섞이네 / 帽簷花影月紛紛

썩은 선비는 군문에 세울 책략이 없어라 / 腐儒無策立軍門
궁마의 재주 서툴고 기력 또한 어두운걸 / 弓馬才疎氣力昏
북벌의 위명은 곽거병을 추앙하거니와 / 北伐威名推去病
남정의 책략은 의당 왕혼을 쳐주고말고 / 南征籌畫數王渾
한때의 특별한 만남은 풍운의 제회이고 / 一時奇遇風雲會
절대적인 큰 은총은 우로 같은 은혜로다 / 絶代洪私雨露恩
홀로 앉아서 괜히 고금의 일을 생각하니 / 獨坐空懷今古事
눈에 스친 영웅이 그 얼마나 분분했던고 / 英雄過眼幾紛紛
[주-D001] 풀을 …… 걸세 : 
춘추 시대 진(晉) 나라의 위 무자(魏武子)가 일찍이 아들 위과(魏顆)에게 자기가 죽거든 자기 첩(妾)을 개가(改嫁)시키라고 유언했다가, 병이 깊어져서는 마음이 변하여 자기를 따라 순사(殉死)하게 하라고 다시 유언했는데, 위과는 인정에 끌려 그의 서모(庶母)를 차마 순사시키지 못하고 개가하게 하였더니, 뒤에 위과가 진(秦) 나라의 용사(勇士)인 두회(杜回)와 싸울 적에 개가한 서모의 아버지 혼령이 나타나서 풀을 걸어매어 놓아 두회가 마침내 그 풀에 걸려 넘어져서 위과에게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죽은 뒤에도 은혜를 꼭 갚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 뒤집으면 …… 분분하나니 :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에 “손 뒤집으면 구름이요 손 엎으면 비로다. 경박한 작태 분분함을 어찌 셀 거나 있으랴.〔翻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세인(世人)들의 교태(交態)의 반복무상함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3] 수염은 …… 끊어냈고 : 
당(唐) 나라 노연양(盧延讓)의 고음(苦吟) 시에 “시 읊어 한 글자를 안배하느라,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었네.〔吟安一個字 撚斷數莖鬚〕”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시구를 퇴고(推敲)하면서 괴로이 읊조리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4] 세상일은 …… 있거니와 : 
돌돌(咄咄)은 돌돌괴사(咄咄怪事)의 약칭으로, ‘뜻밖의 놀랄 만한 괴이쩍은 일’이란 뜻인데, 진(晉) 나라 때 은호(殷浩)가 일찍이 조정에서 쫓겨난 뒤로는 집에서 종일토록 허공에다 ‘돌돌괴사’ 네 글자만 쓰고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5] 문장(文章)은 …… 혼혼(渾渾)해질런고 : 
혼혼은 문장이 아주 질박하여 알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양웅(揚雄)의 《법언(法言)》에 “우하 시대의 글은 혼혼하고, 상서는 호호하고, 주서는 악악하다.〔虞夏之書渾渾爾 商書灝灝爾 周書噩噩爾〕”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 형산(荊山)의 …… 들었지 : 
옛날 초(楚) 나라의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초산(楚山)에서 옥박(玉璞)을 얻어, 이것을 초 나라 여왕(厲王)과 무왕(武王) 2대에 걸쳐 왕에게 바쳤으나, 그때마다 옥인(玉人)이 잘못 판정하여 왕을 속였다는 죄목으로 양쪽 발꿈치를 다 베였는데, 문왕(文王)이 즉위함에 미쳐서는 변화가 이 옥박을 안고 초산에서 3일 밤낮을 운 끝에 드디어 그 옥박을 다시 조사하라는 왕명을 받아냄으로써 마침내 보옥(寶玉)임이 밝혀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재능 때문에 화(禍)를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초산은 곧 초 나라의 형산(荊山)을 줄여서 쓴 말이다.
[주-D007] 수후(隋侯)의 …… 믿겠네 : 
옛날 수후가 출행(出行) 중에 상처 입은 큰 뱀을 보고는 약을 발라 주었더니, 뒤에 그 뱀이 한밤중에 큰 명주(明珠)를 물고 와서 수후의 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8] 농어회 순채국 : 
진(晉) 나라 때의 문인(文人) 장한(張翰)이 일찍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동조 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강동 오중(吳中)의 순채국〔蓴羹〕과 농어회〔鱸鱠〕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게 귀중한 것인데,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며 명작(名爵)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9] 의사(義士)는 …… 갚았고 : 
전국 시대 지백(智伯)이 조 양자(趙襄子)에게 멸망당한 뒤, 지백의 총신(寵臣) 예양(豫讓)이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성명을 바꾸고 거짓 형인(刑人)이 되어 조 양자의 궁중에 들어가 측간(厠間)을 바르면서 양자를 찔러 죽이려고 했는데, 양자가 마침 측간에 갔다가 그를 보고 묻자, 예양이 말하기를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이다.” 하므로, 양자의 좌우 신하들이 그를 죽이려 하였다. 양자가 말하기를 “저 사람은 의사이니, 내가 삼가서 피하면 그만이다.〔彼義士也 吾謹避之耳〕” 하고 그를 놓아주었으나 그 후 예양은 다시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가 되고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된 뒤에 다리 밑에 잠복해 있다가 양자의 행차(行次)를 만나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가 또 양자에게 발각되어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0] 남아(男兒)는 …… 저버렸었지 :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은사(隱士) 후영(侯嬴)이 집이 워낙 가난한 관계로 일찍이 이문 감자(夷門監者)로 있었는데, 위 공자(魏公子) 무기(無忌)가 후영의 어짊을 전해 듣고 그를 후히 대우하고자 몸소 수레를 몰고 이문(夷門)으로 가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후영을 맞이해다가 상객(上客)으로 삼았던바, 뒤에 조(趙) 나라가 진(秦) 나라의 공격을 받고 위(魏) 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했을 때, 공자 무기가 구원병을 조 나라에 보내려고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자, 그 계책을 후영에게 물어서 마침내 진비(晉鄙)의 군대를 탈취하러 떠날 적에 후영이 말하기를 “신이 의당 따라가야 하나 늙어서 갈 수 없으니, 공자께서 떠나신 일수(日數)가 진비의 군에 당도할 쯤이 되거든 북향(北向)하고 자문(自刎)하여 공자를 전송하겠습니다.” 하더니, 과연 공자가 진비의 군에 당도할 쯤에 미쳐 그가 북향하고 자문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1] 예로부터 …… 다르고 : 
안붕(鴳鵬)은 아주 작은 메추라기와 아주 큰 붕새를 합칭한 말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는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에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쉬는데, 메추라기는 고작 뛰어올라 봤자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속에서 빙빙 돌 뿐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크고 작은 차이가 매우 동떨어짐을 의미한다.
[주-D012] 본래에 …… 않네 : 
경위(涇渭)는 경수(涇水)와 위수(渭水)를 합칭한 말인데, 경수는 아주 흐리고 위수는 아주 맑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13] 영소(英韶) : 
상고 시대 제왕(帝王)인 제곡(帝嚳) 고신씨(高辛氏)의 음악인 오영(五英)과 순(舜) 임금의 음악인 소악(韶樂)을 합칭한 말이다.
[주-D014] 개구리 떠드는 소리 : 
아주 천박한 식견이나 또는 천박한 음악을 비유한 말이다.
[주-D015] 북벌(北伐)의 …… 추앙하거니와 : 
한 무제(漢武帝) 때의 장군 곽거병(霍去病)은 병법(兵法)에 뛰어나서 일찍이 여섯 차례나 북쪽으로 흉노(匈奴)를 정벌하여 거대한 공훈을 세우고, 벼슬이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에 이르고 관군후(冠軍侯)에 봉해진 데서 온 말이다.
[주-D016] 남정(南征)의 …… 쳐주고말고 : 
진 무제(晉武帝) 연간에 군사를 대거 징발하여 오(吳) 나라를 칠 적에 장군 왕혼(王渾)이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서 오군(吳軍)을 누차 격파하고, 오 나라의 승상(丞相) 장제(張悌), 대장군(大將軍) 손진(孫震) 등을 비롯해서 무려 7800여 급(級)을 참획(斬獲)하여 큰 전공(戰功)을 세웠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7] 한때의 …… 제회(際會)이고 :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한 시대에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제회(際會)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세 번째 화답하다. 2수 [三和 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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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세월에 오두막 한 칸을 지녔어라 / 光陰四十一茅廬
나그네 회포 답답함을 제거할 길이 없어 / 淡蕩羈懷鬱不除
동산 자주 올랐던 나막신을 배우려 하고 / 擬學東山頻蠟屐
일찍이 돌길 찾아 수레 멎고 완상도 했네 / 曾尋石徑愛停車
산승은 나에게 멀리 전다보를 보내오고 / 山僧解送煎茶
촌 노인은 수시로 종수서를 전해 주누나 / 野老時傳種樹書
땅이 후미져 찾아오는 수레가 드무니 / 地僻終然輪鞅少
장안 안에도 또한 은자의 집이 있구려 / 長安亦有隱人居

십 년 동안 돌아갈 꿈이 촌집에 얽혔어라 / 十年歸夢繞田廬
벼슬 흥취와 객지 시름을 쉬 못 버리겠네 / 宦興羈愁未易除
회상컨대 세상일은 실패한 자취가 많고 / 世事回頭多覆轍
손 꼽아봤자 행장은 한 수레도 안 차누나 / 行裝屈指不盈車
주머니엔 이미 신선 비결을 초해 놓았고 / 囊中已抄求仙訣
늙음 막는 주후방은 항상 몸에 지니노니 / 肘後常隨却老書
급류에서 물러날 사람 적다고 말을 마소 / 莫說急流知退少
청산 그 어느 곳인들 살 만하지 못할쏜가 / 靑山何處不堪居
[주-D001] 동산(東山) …… 하고 : 
진(晉) 나라 때 사안(謝安)의 별장(別莊)이 동산에 있었는데, 사안이 항상 나막신을 신고 여기에 올라 노닐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일찍이 …… 했네 : 
당(唐) 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 시에 “멀리 찬가운 산 비스듬한 돌길을 따라 오르니, 흰구름 깊은 곳에 사람의 집이 있네. 수레 멈추고 앉아 늦가을 단풍 완상하노라니, 가을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더 붉구나.〔遠上寒山石逕斜 白雲深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주후방(肘後方) : 
진(晉) 나라 때 선인(仙人) 갈홍(葛洪)이 찬(撰)한 의서(醫書)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의 약칭이다.
[주-D004] 급류(急流)에서 …… 마소 : 
송(宋) 나라 때 한 도승(道僧)이 진단(陳摶)에게 전약수(錢若水)의 사람됨을 가지고 말하기를 “그는 급류 속에서 용감히 물러날 수 있는 사람이다.〔是急流中勇退人也〕”라고 했는데, 뒤에 과연 전약수가 벼슬이 추밀 부사(樞密副使)에 이르렀을 때 40도 채 안 된 나이로 용감하게 관직에서 물러났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관로(官路)가 한창 트인 때에 용감하게 은퇴하는 것을 말한다.





사가시집 제8권 / 시류(詩類)


앞의 운을 사용하여 일휴(日休)에게 부쳐서 화답하기를 요구하다. 5수 [用前韻。寄日休求和。五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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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날로 침공하고 일은 날로 글러져서 / 病日相攻事日非
까마득히 세상일 들어 아는 것 없는지라 / 瞢然世故耳無知
한가한 때면 산중의 약을 괴로이 생각하고 / 閑餘苦憶山中藥
취한 뒤엔 달 아래 술잔을 늘 기울인다네 / 醉後頻傾月下巵
홍패 벽당이야 어찌 꿈인들 판단하랴만 / 紅旆碧幢那解夢
녹침 금쇄는 공연히 시만 썼을 뿐이로다 / 綠沈金鏁謾題詩
북창 아래 편히 누우니 물같이 서늘해라 / 北窓高枕涼如水
때때로 맑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그려 / 時有淸風送一絲

친구들이 연래에 태반이나 떠나버려서 / 故舊年來大半非
어쩌다 만난 사문은 아는 이도 적으니 / 斯文邂逅少相知
백발의 내가 문필에 골몰함은 가소롭지만 / 白頭笑我勞鉛槧
반가이 그대 만남은 술잔을 들기 위함일세 / 靑眼逢君擧酒巵
우리 함께 퇴지의 성남구가 생각나거니 / 退之共憶城南句
우리 서로 이백의 위북시도 생각했었지 / 白也相思渭北詩
흐르는 물 높은 산의 소리가 적막하여라 / 流水高山音寂寞
난교를 가지고 금사를 곧장 잇고만 싶네 / 鸞膠直擬續琴絲

헛된 이름 요란함이 이게 되레 그르고말고 / 浮名擾擾是還非
내 신세 불우함은 나 혼자만 알 뿐이라네 / 身世蹉跎只自知
죽은 뒤의 유령에겐 응당 삽이 있었지만 / 死後劉伶應有鍤
생전의 태백에겐 술잔이 없을 수 있으랴 / 生前太白可無巵
눈이 어른어른한 건 도시 병 때문이지만 / 玄花翳眼都緣病
머리가 온통 하얀 건 시 때문이 아니라네 / 白雪渾頭不爲詩
옛날 우리 강호에서 행락하던 게 생각난다 / 憶昔江湖行樂處
소반의 은빛 생선회가 실보다 가늘었었지 / 盤中銀鱠細於絲

냉어와 용자는 온 세상이 그르게 여기거늘 / 冷語庸姿世所非
평소의 회포 소탕함을 그대만이 아는구려 / 雅懷疎蕩只君知
향이 해안에서 풍겨라 차는 솥에서 끓고 / 香生蟹眼茶煎鼎
빛은 아황에 동해라 술이 잔에 가득하네 / 光動鵝黃酒滿巵
정로는 삼절의 필력을 헛되이 전했거니 / 鄭老虛傳三絶筆
장형은 사수의 시를 응당 짓지 말아야지 / 張衡莫作四愁詩
일생 백년을 스스로 헤아려 지낼 뿐이로다 / 百年自可商量過
분분한 세상일은 실타래 다스리기 같나니 / 世事紛如似理絲

삼십구 년 동안을 내 이미 잘못 살았으니 / 三十九年吾已非
인정과 세태를 내가 어찌 알 수 있으리오 / 人情世態寧得知
온갖 근심은 한데 모여 속이 오글오글 타고 / 百憂幷集似焦釜
만사는 잘도 잊혀져서 새는 술잔 같네그려 / 萬事健忘如漏巵
속체에 어찌 우군의 서체를 필요로 하랴 / 俗體何須右軍字
괴로이 읊던 동야의 시는 배우지 않는다네 / 苦吟不學東野詩
아 오늘날 참으로 애석히 여길 만한 일은 / 嗟哉此日足可惜
고운 얼굴 쭈그러지고 머리도 희어감일세 / 皺盡紅顔頭欲絲
[주-D001] 홍패(紅旆) …… 판단하랴만 : 
홍패는 군기(軍旗)를 가리키고, 벽당(碧幢)은 군막(軍幕)을 가리킨 것으로, 백거이(白居易)의 봉화변주영호영공(奉和汴州令狐令公) 시에, “벽당은 기름칠한 게 조각조각이요, 홍패는 빨간 불빛이 흔들거리네.〔碧幢油葉葉 紅旆火襜襜〕”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백거이의 이 시는 곧 당시에 출장입상(出將入相)하던 영호초(令狐楚)의 거룩한 위광(威光)을 예찬한 것이다.
[주-D002] 녹침(綠沈) …… 뿐이로다 : 
녹침은 녹색 칠을 먹인 창(槍) 이름이고, 금쇄(金鎖)는 갑편(甲片)에 금사(金絲)를 꿰어 장식한 갑옷을 말한 것으로, 두보(杜甫)의 중과하씨(重過何氏) 시에, “비 속에 버려진 것은 금쇄갑이요, 이끼 위에 누웠는 것은 녹침창일세.〔雨抛金鎖甲 苔臥綠沈槍〕”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두보의 이 시는 곧 하씨(何氏) 장군이 잠시 산림에서 노닐던 때를 두고 지은 것이다.
[주-D003] 우리 …… 생각나거니 : 
퇴지(退之)는 한유(韓愈)의 자이고, 성남구(城南句)란 한유가 일찍이 성남의 별장에서 노닐면서 친구 맹교(孟郊)와 함께 153운(韻)을 사용하여 1530자에 달하는 장편의 연구(聯句)를 지었던 것을 말한다.
[주-D004] 우리 …… 생각했었지 : 
위북시(渭北詩)는 곧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를 가리키는데, 그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하였으므로, 전하여 친구 간에 서로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 그리워했던 것을 의미한다.
[주-D005] 흐르는 …… 싶네 :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없는 것을 한탄하여 이른 말이다. 옛날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일찍이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좋다, 높다란〔峩峩〕 것이 마치 태산(泰山) 같구나.” 하였고, 또 백아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또 말하기를, “좋다, 광대한〔洋洋〕 것이 마치 강하(江河) 같구나.”라고 하여,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으므로,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난교(鸞膠)는 선가(仙家)에서 ‘봉황새의 부리와 기린의 뿔〔鳳喙麟角〕’을 고아서 제조한 기름을 말하는데, 한 무제(漢武帝)가 일찍이 이것으로 끊어진 거문고 줄을 튼튼하게 이었다고 한다.
[주-D006] 죽은 …… 있었지만 : 
유령(劉伶)은 진(晉) 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술을 매우 즐겨 마셨는데, 항상 녹거(鹿車)를 타고 술 한 병을 휴대하고 사람을 시켜 삽(鍤)을 메고 따라다니게 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죽거든 그 자리에 묻어달라.〔死便埋我〕”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술을 매우 즐겼음을 의미한다.
[주-D007] 생전의 …… 있으랴 : 
태백(太白)은 이백(李白)의 자인데, 그는 술을 대단히 즐겨 마셨거니와, 그의 행로난(行路難) 시에, “우선 생전에 한 잔 술이나 즐길 뿐이지, 죽은 뒤에 천재의 명성을 바랄 것 있나.〔且樂生前一杯酒 何須身後千載名〕”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 냉어(冷語)와 용자(庸姿) : 
냉어는 냉담한 말이란 뜻으로 즉 풍자하는 어조를 말하고, 용자는 곧 범용한 자질을 말한다.
[주-D009] 향이 …… 끓고 : 
해안(蟹眼)은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10] 아황(鵝黃) : 
거위 새끼의 빛깔처럼 노란 술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좋은 술을 의미한다.
[주-D011] 정로(鄭老)는 …… 전했거니 : 
정로는 당 현종(唐玄宗) 때의 문인으로 일생 동안 몹시 곤궁했던 정건(鄭虔)을 가리키는데, 그는 시(詩), 서(書), 화(畫)에 모두 뛰어났던바, 일찍이 자기의 시와 그림을 손수 쓰고 그리고 하여 이것을 일권(一卷)에 동봉해서 현종에게 올리자, 현종이 친히 어필로 그 권미(卷尾)에 ‘정건삼절(鄭虔三絶)’이라고 제(題)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2] 장형(張衡)은 …… 말아야지 : 
장형은 후한(後漢) 때의 문인인데, 그가 일찍이 하간왕(河間王) 상(相)으로 있으면서, 시국을 근심한 나머지, 4장으로 된 사수시(四愁詩)를 지어서 스스로 우수 번민의 정을 토로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3] 속체(俗體)에 …… 하랴 : 
속체는 세속에 유행하는 서체로서 즉 규범에 맞지 않는 서체를 말하고, 우군(右軍)은 곧 진대(晉代)의 천하 명필로 일찍이 우군 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주-D014] 괴로이 …… 않는다네 : 
동야(東野)는 당대(唐代)의 시인(詩人) 맹교(孟郊)의 자인데, 맹교의 시격(詩格)은 특히 한산(寒酸)하여 매우 처절(凄切)한 말을 쓰기 좋아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재차 화답하다. [再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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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나머지 문 닫고 앉았노라니 / 病餘坐閉閤
일미선에 든 스님과도 흡사하네 / 一味卽僧禪
베개 베면 한가함이 더욱 즐거워 / 欹枕閑尤樂
글 읽다 피곤하면 꼭 잠을 자는데 / 讀書倦必眠
거북 창자라 많이 먹긴 꺼리지만 / 龜腸多食忌
게 눈 일어라 차는 끓여 마신다오 / 蟹眼點茶煎
백발에 속세의 삶이 싫기도 해라 / 白髮厭塵世
산문엔 흥취가 절로 진진하련만 / 山門興自纏

정월부터 이월에 이르기까지 / 正月到二月
남은 추위가 아직 사람을 엄습하는데 / 餘寒猶襲人
나막신 신고 버들 구경을 나가고 / 屧曾看柳步
매화 찾아 혹 처마를 돌기도 하네 / 簷或訪梅巡
고요할 때 오피궤는 사용하지만 / 靜有烏皮几
게을러서 백첩건은 쓰지 않노니 / 慵無白氎巾
누가 알리오 병 때문에 한가하여 / 誰知閑是病
봄 잠 자고 봄 경치도 즐기는 것을 / 春睡賞靑春
[주-D001] 일미선(一味禪) : 
불교에서 이른바 순일미(純一味)의 선(禪)이란 뜻으로, 문자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갑자기 오도(悟道)에 이르는 즉 좌선(坐禪)을 말한다.
[주-D002] 거북 창자 : 
고인들이 흔히 거북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기(氣)만 마시고 산다고 여긴 데서, 전하여 굶주린 창자, 즉 빈궁한 사람을 비유한다.
[주-D003] 게 눈 …… 마신다오 : 
게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4] 산문(山門) : 
사원(寺院)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주-D005] 매화 …… 하네 : 
두보(杜甫)의 사제관부남전취처자도강릉희기(舍弟觀赴藍田取妻子到江陵喜寄) 시에, “처마를 돌면서 매화 찾아 함께 웃으렸더니, 찬 꽃부리 성긴 가지 절반만 웃음을 금치 못했네.〔巡簷索共梅花笑 冷蘂疎枝半不禁〕”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 오피궤(烏皮几) : 
검은 염소 가죽으로 장식한 안석을 말하는데, 두보(杜甫)의 풍질주중복침서회(風疾舟中伏枕書懷) 시에, “오궤는 겹겹으로 동여매었고, 순의는 마디마디 기워 입었네.〔烏几重重縛 鶉衣寸寸針〕”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매우 빈한한 생활을 의미한다.
[주-D007] 백첩건(白氎巾) : 
무명베로 만든 모자를 말하는데, 흔히 승려들이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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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2권 / 시류(詩類)



다섯 번째 화답하다. 2수 [五和 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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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리오 질병 요양하는 곳에 / 誰知養病處
또한 글 읽는 동료가 있는 줄을 / 亦有讀書僚
약간 취하면 안석에 기대어 쉬고 / 小醉聊憑几
남은 추위는 도포로 가릴 만하네 / 餘寒可擁袍
차를 달이면 게 눈이 생겨나고 / 煎茶生蟹眼
시구를 찾으면 벌 허리를 얻는데 / 覓句得蜂腰
반가운 손은 어찌 그리도 늦는고 / 可客來何晩
오직 또 편지를 보내 부를 뿐일세 / 唯且折簡招

항상 천 권의 서책을 담고 있거니 / 常懷千卷在
감히 돈 한 푼 없는 걸 한탄하랴 / 敢恨一錢無
몸은 작은데 마음만 공연히 크고 / 體小心空大
논의는 정밀하나 견해는 거칠어라 / 論精見頗粗
누가 이끗을 낚을 수 있다고 했나 / 誰言利可釣
나는 명예를 사지 않을 줄 안다오 / 我識名不沽
장차 고향의 전원으로 돌아가리 / 行矣將歸去
고향 산천이 흡사 그림과 같은 걸 / 江山似畫圖


[주-D001] 차를 …… 생겨나고 : 
게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2] 시구(詩句)를 …… 얻는데 : 
시율(詩律)의 여덟 가지 병통 중에 하나로, 즉 오언시(五言詩)에서 두 번째 자와 다섯 번째 자의 성음(聲音)을 같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양쪽 머리는 굵고 중간은 가늘어서 마치 벌의 허리 모양과 같이 된다는 데서 온 말이다. 또 일설(一說)에는 시의 전구(全句)가 다 탁음(濁音)인데 중간의 한 글자만 청음(淸音)인 것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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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이 작설다(雀舌茶)를 준 데에 대하여 사례하다. [謝岑上人惠雀舌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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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은 길이 산중에서 살고 있으니 / 上人長向山中居
산중의 즐거운 일이 그 무엇이던고 / 山中樂事知何如
봄 천둥 아직 안 치고 벌레도 깨기 전에 / 春雷未動蟄未驚
산다가 처음 나와서 새싹이 이뤄지거든 / 山茶茁茁新芽成
주옥을 벌여놓은 듯 황금 덩이가 모인 듯 / 排珠散玉黃金團
잎잎이 참으로 흡사 구전단과 같은지라 / 粒粒眞似九還丹
상인이 흥겨워서 지팡이 끌고 올라가 / 上人乘興去携筇
따고 따서 푸른 대바구니에 가득 채워 / 採採已滿蒼竹籠
돌아와서는 혜산의 샘물을 좋이 길어다 / 歸來好汲惠山泉
문무화로 불을 때서 손수 달여 놓으면 / 文武活火聊手煎
향과 빛과 내음과 맛이 정말 논할 만해라 / 香色臭味眞可論
가슴을 상쾌히 하매 큰 공훈이 많고말고 / 開襟爽懷多奇勳
상인이 멀리 홍진 속에 분주한 이 사람이 / 上人遠念紅塵客
십 년을 길이 소갈증 앓는 걸 염려하여 / 十年臥病長抱渴
계림의 눈빛 같은 하얀 종이로 싸고는 / 裹以鷄林雪色紙
용사 같은 두세 글자를 써서 봉하였네 / 題封二三龍蛇字
봉함 뜯으니 낱낱이 봉황의 혓바닥 같아 / 開緘一一鳳凰舌
살짝 볶아 곱게 가니 옥가루가 날리어라 / 輕焙細碾飛玉屑
아이 불러 이내 다리 꺾인 냄비를 씻고 / 呼兒旋洗折脚鐺
맑은 눈물에다 생강 곁들여 달이노라니 / 雪水淡煮兼生薑
게의 눈을 지나자 고기 눈이 또 생기고 / 蟹眼已過魚眼生
때론 지렁이 구멍에서 파리가 울기도 하네 / 時聞蚓竅蒼蠅鳴
한 번 마셔 내 만고의 울적한 심정을 깨끗이 씻고 / 一啜滌我萬古㪍鬱之心腸
재차 마셔 내 십 년 동안 묵은 고질을 씻어버리니 / 再啜雪我十載沈綿之膏肓
어찌 노동의 마른 창자의 문자 오천 권만 헤치랴 / 豈但搜盧仝枯腸文字卷五千
이백의 금간의 시구 삼백 편도 구상할 수 있는 걸 / 亦可起李白錦肝詩句三百篇
필탁은 부질없이 항아리 밑에서 잠잤고 / 畢卓謾向甕底眠
여양은 괜히 누룩 수레 보고 침을 흘렸으니 / 汝陽空墮麴車涎
어찌 이 작설차 한두 잔을 마신 것만 하랴 / 那如飮此一兩杯
두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봉래산을 나는 걸 / 兩腋生翰飛蓬萊
언제나 푸른 행전 베 버선에 내 옷자락 떨치며 / 何時靑縢布幭拂我衣
스님을 찾아 산중을 향하여 들어가서 / 尋師去向山中歸
포단에 앉아 밝은 창 깨끗한 책상 앞에서 / 蒲團淨几紙窓明
돌솥에 솔바람 소리 나는 걸 함께 들을꼬 / 石鼎共聽松風聲


[주-D001] 문무화(文武火) : 
약이나 차〔茶〕를 달일 때에 적당한 시간과 농도 등을 맞추기 위해 화력을 높였다 낮췄다 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 용사(龍蛇) …… 글자 : 
송(宋) 나라 장뢰(張耒)의 마애비후(磨崖碑後) 시에 “수부 원결(元結)의 흉중엔 별처럼 찬란한 문장이 있고, 태사 안진경(顔眞卿)의 붓 밑엔 용사 같은 글자를 이루었네.〔水部胸中星斗文 太師筆下龍蛇字〕”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용사 같은 글자란 곧 마치 용이나 뱀이 굼틀거리는 듯한 힘찬 글씨를 뜻한다.
[주-D003] 봉황(鳳凰)의 혓바닥 : 
차 이름이 작설다(雀舌茶)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미화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4] 게의 …… 생기고 : 
게의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하고, 고기 눈이란 역시 물이 한창 끓을 때에 마치 고기의 눈알만큼 크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5] 때론 …… 하네 : 
한유(韓愈)의 석정연구(石鼎聯句)에 “때로는 지렁이의 구멍에서, 파리 울음소리가 가늘게 들리네.〔時於蚯蚓竅 微作蒼蠅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지렁이 구멍에서 파리가 운다는 것은 곧 차 달이는 물이 마치 지렁이가 출입하는 구멍처럼 자잘한 구멍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보글보글 끓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6] 어찌 …… 헤치랴 : 
노동(盧仝)의 다가(茶歌)에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떨쳐주고,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헤쳐주어 뱃속엔 문자 오천 권만 남았을 뿐이요,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흐르게 하여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들을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져 나가게 하네.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또한 두 겨드랑이에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겠네.〔一椀喉吻潤 二椀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椀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 이백(李白)의 …… 걸 : 
금간(錦肝)은 이백의 송종제영문서(送從弟令問序)에 “자운선 아우가 일찍이 술에 취하여 나를 보고 말하기를 ‘형의 심간 오장은 모두가 금수란 말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입만 열면 글을 이루고 붓만 휘두르면 안개처럼 쏟아져 나온단 말입니까?’ 했다.〔紫雲仙季常醉目吾曰 兄心肝五臟 皆錦繡耶 不然何開口成文 揮翰霧散〕”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뛰어난 문사(文思) 또는 화려한 문장을 말한다. 그리고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는 “이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 편인데, 장안의 저잣거리 술집에서 자기도 하고,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으면서, 신이 바로 술 가운데 신선이라 자칭하였네.〔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라고 하였다.
[주-D008] 필탁(畢卓)은 …… 잠잤고 : 
진(晉) 나라 때 문신 필탁은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던바, 한번은 이웃집에 술이 익은 것을 알고는 밤중에 실컷 훔쳐 마시고 술 항아리 밑에서 잠이 들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9] 여양(汝陽)은 …… 흘렸으니 :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여양 왕은 서 말 술 마시고야 조정에 나갔고, 길에서 누룩 실은 수레만 봐도 침을 흘렸으며, 주천군에 옮겨 봉해지지 못함을 한한다네.〔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麯車口流涎 恨不移封向酒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 솔바람 소리 : 
차 끓는 소리를 형용한 말이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는데, 게의 눈이란 곧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하고, 고기 눈이란 역시 물이 한창 끓을 때에 마치 고기의 눈알만큼 크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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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3권 / 시류(詩類)

잠 상인(岑上人)의 시에 차운하다. 2수次韻岑上人 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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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살이 외짐을 스스로 알겠네 / 自識幽居僻
일찍이 세속 나그네 들른 적 없어라 / 曾無俗客過
푸르게 살져라 대는 예전 죽순이요 / 靑肥竹曾笋
붉게 반드름해라 연꽃은 피었구려 / 紅膩蓮已華

공명은 그림의 떡일 뿐이거니와 / 功名眞畫餠
신세는 물결 따름이 부끄럽지만 / 身世愧隨波
때로는 산승이 찾아오기도 하여 / 時有山僧到
차 한 잔으로 청담을 함께 나누네 / 淸談一椀茶

신세는 마려의 자취와 똑같은데 / 身世磨驢跡
세월은 사마가 벽 틈 지나듯 하네 / 光陰隙駟過
수척한 병에 옷은 이미 헐렁해졌고 / 病中衣已緩
거울 속엔 귀밑털이 먼저 희었구려 / 鏡裏鬢先華
만절은 도 팽택 같고자 하거니와 / 晩節陶彭澤
여생은 마 복파처럼 살고프건만 / 殘年馬伏波
유유히 실의에 빠진 사람이 되어 / 悠悠成濩落
홀로 앉아 차만 마시고 있네그려 / 獨坐喫煎茶
[주-D001] 푸르게 …… 피었구려 : 
두보(杜甫)의 기악주가사마운운(寄岳州賈司馬云云) 시에 “파랗게 마른 건 가파른 잔도의 대요, 붉게 반드름한 건 소호의 연꽃일세.〔翠乾危棧竹 紅膩小湖蓮〕”라고 하였다.
[주-D002] 신세는 …… 부끄럽지만 :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따라 미루어 옮겨 가나니, 온 세상 사람이 혼탁하거든 어찌 그 흐름을 따라서 그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고.〔夫聖人者 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擧世混濁 何不隨其流已揚其波〕”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특별한 지조가 없이 세인(世人)과 적당히 어울려 사는 것을 의미한다. 《史記 卷84 屈原列傳》 《초사(楚辭)》에는 ‘수기류(隨其流)’가 ‘골기니(滑其泥)’로 되어 있다.
[주-D003] 신세는 …… 똑같은데 : 
마려(磨驢)는 맷돌 끄는 당나귀로, 소식(蘇軾)의 송지상인(送芝上人) 시에 “돌고 도는 게 맷돌 끄는 소와 같아, 걸음마다 묵은 자국만 밟노라.〔團團如磨牛 步步踏陳跡〕” 하였고, 또 백부송선인운운(伯父送先人云云) 시에 “응당 웃으리 생계 영위 졸렬하여, 돌고 도는 게 마려와 같은 것을.〔應笑謀生拙 團團如磨驢〕” 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변화가 없이 항상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4] 만절(晩節)은 …… 하거니와 : 
도 팽택(陶彭澤)은 도잠(陶潛)을 가리키는데, 일찍이 팽택 영에 제수된 지 겨우 80여 일 만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어 자기의 뜻을 부치고 전원(田園)으로 돌아간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주-D005] 여생은 …… 살고프건만 : 
마 복파(馬伏波)는 후한(後漢)의 명장(名將)인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을 가리키는데, 일찍이 “남아는 의당 변방에서 죽어 말 가죽에다 시체를 싸서 반장하면 그만이지, 어찌 와상에 누워 아녀자의 수중에서 죽을 수 있겠는가.〔男兒要當死於邊野 以馬革裹屍還葬耳 何能臥牀上在兒女子手中耶〕”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즉 남아가 뛰어난 충용(忠勇)으로 전장에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을 말한다. 마원은 뒤에 과연 전장에서 죽었다.





사가시집 제20권 / 시류(詩類)


차 전의(車典醫)에게 맥문동(麥門冬)을 요구하다 [求麥門冬於車典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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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이 얽힌 데다 소갈증까지 또 어찌하나 / 老病纏綿抱渴何
긴긴 날에 수시로 차 끓이기만 좋아한다네 / 日長時復愛煎茶
날 위하여 맥문동탕을 마시도록 보내 주오 / 殷勤爲借門冬飮
노파 배워 심장 틔우고 위장 다습게 하려네 / 暖胃開腸學老坡

[주-D001] 노파(老坡) …… 하려네 : 
노파는 호가 동파(東坡)인 소식(蘇軾)을 말한 것으로, 소식의 수기문미원장모열도동원송맥문동음자(睡起聞米元章冒熱到東園送麥門冬飮子) 시에 “베갯머리의 맑은 바람은 가치가 만전이라, 아무도 북창의 낮잠을 사려는 사람이 없구려. 심장 틔우고 위장 다습게 하는 게 문동탕인데, 이것은 바로 동파가 손수 달인 거라오.〔一枕淸風直萬錢 無人肯買北窓眠 開心暖胃門冬飮 知是東坡手自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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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임정(林亭)에서 석양에 읊다. 잠 상인(岑上人)의 운에 차하다. [林亭晩唫。次岑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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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엔들 어찌 은자의 집이 없으리오 / 城市那無隱者家
임정은 워낙 한적해 속세와 격해 있는데 / 林亭幽絶隔塵譁
해마다 나무는 얼마나 많이 심었던고 / 年年爲種幾多樹
무수한 꽃들은 절로 계속해서 피는구려 / 續續自開無數花
개미가 한창 싸우더니 산비는 내리고 / 白蟻戰酣山雨至
꿀벌이 역사 파하자 해는 석양이로다 / 黃蜂衙罷溪日斜
한참 동안 고승과 함께 정담을 나누노라니 / 移時軟共高僧話
차 끓이는 돌솥에 솔바람 소리를 보내오네 / 石鼎松聲送煮茶

[주-D001] 개미가 …… 내리고 : 
개미가 혈호(穴戶)에 흙을 쌓으면 큰비가 올 징조라는 데서 온 말이다. 《역림(易林)》에 이르기를, “개미가 혈호를 쌓으면 큰비가 곧 내린다.〔蟻封穴戶 大雨將至〕”라고 하였다. 여기서 개미가 한창 싸운다는 것은 곧 개미가 흙을 쌓느라고 서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2] 차 …… 보내오네 : 
솔바람 소리는 곧 차 끓는 소리를 형용한 것으로,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밤에 읊다 [夜唫 ]

[DCI]ITKC_BT_0061A_0170_010_1160_2007_005_XML DCI복사 URL복사
석양 바람에 비 뿌리고 때는 또 황혼이라 / 晩風吹雨又黃昏
그윽한 회포 초초하여 문 닫고 앉았노라니 / 悄悄幽懷坐掩門
오만 숲은 성내어 자연의 소리를 부르짖고 / 萬木號怒天籟響
외로운 등불 적막함 속에 구들은 따뜻하네 / 孤燈闃寂地爐溫
세 칸의 낡은 집은 달팽이 집과 똑같은데 / 三間破屋蝸同小
십 년의 고상한 담론은 홀로 이를 더듬었네 / 十載高談蝨獨捫
차 솥에서는 때로 솔바람 소리 보내오니 / 茶鼎松風時送響
일생의 풍미가 소갈병 든 문원과 같구려 / 一生風味渴文園
[주-D001] 십 년의 …… 더듬었네 : 
전진(前秦)의 왕맹(王猛)이 소년 시절에 일찍이 대장군 환온(桓溫)을 알현했을 때, 한편으로는 담론을 유창하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를 더듬으면서 방약무인(傍若無人)한 태도를 지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유 만만하게 기탄없이 담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晉書 卷104 王猛傳》
[주-D002] 차 솥에서는 …… 보내오니 : 
솔바람 소리는 곧 차 끓는 소리를 형용한 것으로,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일생의 …… 같구려 : 
문원(文園)은 한 무제(漢武帝) 때 효문원 영(孝文園令)을 지낸 사마상여(司馬相如)를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소갈병(消渴病)을 앓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이 내가 전일에 지은 국화성개대월독작시(菊花盛開對月獨酌詩)의 운에 차하여 부쳤으므로 받들어 수답하다 3수 [李次公。用僕前日菊花盛開對月獨酌詩韻。有次見寄。奉酬。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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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북풍이 늙은이 적삼에 불어 오기에 / 北風昨夜吹老衫
일어나 보니 눈이 뜰에 하얗게 내리었네 / 起看庭雪白毿毿
천하에 육출화가 있음은 진작 들었지만 / 天下曾聞花出六
납전에 세 번 상서 바침은 이제야 보았네 / 臘前今見瑞呈三
위아래로 하늘 땅을 이미 다 포괄하였고 / 上下乾坤已包括
크고 작은 동식물들을 모두 적시었도다 / 洪纖動植皆濡涵
알건대 춘추에서도 다시 대유라 썼거니 / 麟經知復書大有
술잔 들어 그대 더욱 크게 취하길 비노라 / 擧酒祝君仍大酣

내가 하늘을 위하여 술 한 잔을 올리려네 / 我爲天公酹一杯
삼백을 직접 보았으니 참으로 즐겁다마다 / 眼見三白眞樂哉
인간에 이미 풍년 들 상서가 드러났으니 / 人間已有豐穰瑞
천하가 모두 잘 다스릴 인재를 알아보리 / 天下皆知澤潤才
사계절은 서로 돌아 나무로 불씨 바꾸고 / 四時相禪木改火
이양은 또 생하여 갈대 재가 움직이는데 / 二陽又生葭動灰
돌솥에 차 달이며 말없이 앉았노라니 / 石鼎煎茶坐無語
날던 새는 안 보이고 사람도 오질 않네 / 鳥飛更絶人不來

눈꽃이 나도 몰래 먼저 머리에 들어왔는데 / 雪花欺我先入顚
희기가 또 얼굴 같아서 도리어 천연스럽네 / 白又如面還天然
막힘없는 티끌은 그 몇 천 겹이나 되던고 / 纖塵不隔幾千重
남은 섣달은 올 한 해도 다하여 가는구려 / 殘臈欲盡今一年
남은 누리의 종적은 땅 깊이 숨어들겠네 / 遺蝗踪跡入深地
싸우는 용의 인갑이 하늘 가득 날리어라 / 戰龍鱗甲飛滿天
내일 성 동쪽에서 여우 토끼를 사냥하거든 / 明日城東伐狐免
허리에 찬 은살촉이 씻은 듯이 반짝이겠네 / 腰間銀鏃明似湔
[주-D001] 천하에 …… 들었지만 : 
육출화(六出花), 또는 출륙화는 눈을 꽃에 비유한 말이다. 눈이 6각형 대칭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하고 있기에 이렇게 일컫는다. 송(宋)나라 강하왕(江夏王) 의공(義恭)이 설날에 옷에다 눈을 받아 육출화를 만들어 올리고 상서롭게 여겼다. 《類說》
[주-D002] 납전(臘前)에 …… 보았네 :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하는데, 농가어(農家語)에 의하면,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것을 납전 삼백(臘前三白)이라고도 한다. 《農政全書》
[주-D003] 알건대 …… 썼거니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6년 조에 “겨울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冬大有年〕”고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4] 삼백(三白) :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하는데, 농가어(農家語)에 의하면,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것을 납전 삼백(臘前三白)이라고도 한다. 《農政全書》
[주-D005] 사계절은 …… 바꾸고 : 
옛날 계절에 따라서 나무를 바꾸어 불씨를 취했던바, 즉 봄에는 느릅나무ㆍ버드나무〔楡柳〕에서 불씨를 취하고, 여름에는 대추나무ㆍ은행나무〔棗杏〕에서 불씨를 취하고, 늦여름에는 뽕나무ㆍ산뽕나무〔桑柘〕에서 불씨를 취하고, 가을에는 떡갈나무ㆍ참나무〔柞楢〕에서 불씨를 취하고, 겨울에는 홰나무ㆍ박달나무〔槐檀〕에서 불씨를 취했던 데서 온 말이다. 《禮記 禮運》
[주-D006] 이양(二陽)은 …… 움직이는데 : 
11월 동지에 일양(一陽)이 생(生)하므로 여기서 이양이 생했다는 것은 곧 12월을 이른 말이다. 갈대의 재가 움직인다는 것은 곧 황종(黃鐘), 대주(大簇), 고선(姑洗), 유빈(蕤賓), 이측(夷則), 무역(無射), 대려(大呂), 협종(夾鐘), 중려(仲呂), 임종(林鐘), 남려(南呂), 응종(應鐘)의 십이율려(十二律呂)가 1년 십이월(十二月)에 짝하여, 즉 황종은 11월 동지, 대주는 정월, 고선은 3월, 유빈은 5월, 이측은 7월, 무역은 9월, 대려는 12월, 협종은 2월, 중려는 4월, 임종은 6월, 남려는 8월, 응종은 10월에 각각 배속(配屬)되었는바, 후기(候氣)의 법칙에 의하면, 방 하나를 삼중으로 밀폐하고 방 안에 나무 탁자 12개를 각각 방위에 따라 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게 비치한 다음, 이상 12개의 율관(律管)을 12개의 탁자 위에 각각 안치하고 갈대 재〔葭灰〕를 각 율관의 내단(內端)에 채워 놓고 절기를 기다려 살피노라면 매양 한 절기가 이를 때마다 해당 율관의 재가 날아 움직이게 됨을 말한 것으로, 예컨대 11월 동지에는 황종율관의 재가 움직이고, 12월에는 대주율관의 재가 움직이게 되는 법칙에서 온 말이다.
[주-D007] 눈꽃이 …… 들어왔는데 : 
머리털이 희어졌음을 뜻한다.
[주-D008] 희기가 …… 천연스럽네 : 
소식(蘇軾)의 평산당차왕거경사부운(平山堂次王居卿祠部韻) 시에 “술은 사람의 얼굴 같아 천연스럽게 희고, 산은 우리를 향하여 분수 밖에 푸르구나.〔酒如人面天然白 山向吾曹分外靑〕”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 남은 …… 숨어들겠네 : 
누리는 메뚜기의 일종으로 떼 지어 날아다니면서 벼에 큰 해를 끼치는 곤충이다. 소식(蘇軾)의 설후서북대벽(雪後書北臺壁) 시에 “남은 누리가 응당 천 척의 땅 속으로 들어가리니, 하늘 닿게 자란 보리 몇 집이나 풍년을 맞을꼬.〔遺蝗入地應千尺 宿麥連雲有幾家〕” 하였다.
[주-D010] 싸우는 …… 날리어라 : 
인갑(鱗甲)은 본디 용의 비늘을 말하나, 여기서는 날리는 눈발에 비유한 말이다. 범성대(范成大)의 차운강요장설중견증(次韻姜堯章雪中見贈) 시에 “인갑이 하늘 가득히 날아서, 삼백만 군대를 싸워 물리치네.〔鱗甲塞天飛 戰逐三百萬〕” 하였다.




사가시집 제22권 / 시류(詩類)

이차공(李次公)의 시운에 받들어 화답하다 5수 [奉和李次公詩韻 五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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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은 하늘의 영일한 때를 만났고 / 運値天寧一
은혜는 하루에 세 번 접견을 입건만 / 恩叨日接三
문장은 가동에게 부끄럽거니와 / 文章慙賈董
사업은 하참에게 또한 부끄럽네 / 事業愧何參
어사대에선 상주를 올린 게 드물고 / 柏府稀章牘
성균관에선 함장 노릇만 하였으니 / 芹宮謾丈函
헛된 이름을 정히 어디에 쓴단 말가 / 虛名政安用
흰 귀밑털만 나날이 길어 가는구려 / 鬢雪日毿毿

사귀는 도는 꾸밈이 전혀 없었고 / 交道皮毛少
사귀는 정은 골육같이 깊었으니 / 交情骨肉深
오늘 성균관 모습은 사랑스러운데 / 雍憐今日璧
옛날 동방 급제 시절도 생각나누나 / 榜憶舊時金
늙고 병들어 무료하기 그지없어 / 老病渾無賴
읊조림을 스스로 금치 못하노니 / 唫哦自不禁
뜻 잃은 건 덧없는 세상일이지만 / 蹉跎浮世事
진중할 건 일생 백 년의 마음이라오 / 珍重百年心

덧없는 인생은 붙어 삶과 같은데 / 浮生身似寄
노병은 하루가 일 년처럼 지루해 / 老病日如年
때로 가부좌를 하고 앉았노라면 / 時復結跏坐
참으로 등 쬐고 조는 모양이라네 / 眞成炙背眠
풍류는 금잔을 주고받는 곳이요 / 風流金盞地
행락은 옥호 속의 하늘 땅이로세 / 行樂玉壺天
한가할 땐 혹 다보를 편찬하면서 / 閑或編茶譜
오직 해안이 끓기만을 기다린다네 / 唯須蟹眼煎

일생 동안 내 무슨 일을 이뤘던고 / 百歲做何事
오랜 세월을 괴로이 읊기만 했네 / 長年空苦唫
산은 높아 응당 암석이 있거니와 / 山高應有骨
구름은 절로 무심히 나오는구려 / 雲出自無心
머리와 옥벽 온전하긴 기필 못하리 / 未必頭全璧
여러 입이 쇠 녹임을 어찌 감당하랴 / 那堪口鑠金
회포가 있어 끝내 깊기도 하여라 / 有懷終不淺
고기와 새가 강과 숲을 연연하듯 / 魚鳥戀江林

청백이 대대로 전해 온 일이건만 / 淸白傳家事
시에만 유독 청렴하지 못하거니 / 於詩獨不廉
의당 고사의 알아줌을 입어야지 / 宜爲高士識
속인의 꺼림은 피할 것 없고말고 / 不避俗人嫌
어렵기는 거북 등 긁기와도 같은데 / 難或刮龜背
위태롭긴 범 수염 꼬기보다 더하네 / 危於編虎髥
비록 일찍이 붓을 놓아 버렸지만 / 雖然曾閣筆
다시 그대를 위해 붓을 잡았다오 / 亦復爲君拈
[주-D001] 국운(國運)은 …… 만났고 : 
영일(寧一)은 천하가 안정 통일된 것을 뜻한다. 《사기(史記)》 권54 조상국세가(曹相國世家)에 “소하가 법을 만든 것이 명확하여 획일적이었는데, 조참이 소하 대신 승상이 되어서 그 법을 굳게 지켜 잃지 않으므로, 그 청정한 다스림을 힘입어 백성들이 안정되어 하나가 되었다.〔蕭何爲法 較若畫一 曹參代之 守而勿失 載其淸淨 民以寧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은혜는 …… 입건만 : 
《주역》 진괘(晉卦) 괘사(卦辭)에 “진은 강후에게 말을 많이 하사하고 낮에 세 번씩 접견하는 상이로다.〔晉 康侯用錫馬蕃庶 晝日三接〕” 하였는데, 이는 곧 대신이 임금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주역》에서 말한 강후는 곧 나라를 잘 다스리는 제후라는 뜻이다.
[주-D003] 가동(賈董) : 
한(漢)나라 때의 대유였던 가의(賈誼)와 동중서(董仲舒)를 합칭한 말이다. 가의는 문제(文帝) 때에 시국광구책(時局匡救策)인 치안책(治安策)을 올렸고 동중서는 무제(武帝) 때에 현량 대책(賢良對策)에서 천인감응(天人感應)의 설을 요지로 삼아 무릇 대책(對策)을 세 번 올렸는데, 모두 명문(名文)으로 일컬어져 동중서가 세 번 올린 대책은 천인 삼책(天人三策)이라 칭하기도 한다.
[주-D004] 하참(何參) : 
한(漢)나라 초기에 서로 이어 승상을 지낸 소하(蕭何)와 조참(曹參)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5] 성균관에선 …… 하였으니 : 
《예기》 곡례(曲禮)에 “만일 음식 대접이나 하려고 청한 손이 아니거든, 자리를 펼 때에 자리와 자리의 사이를 한 길 정도가 되게 한다.〔若非飮食之客 則布席 席間函丈〕” 한 데서 온 말로, 서로 묻고 배우는 사생(師生)의 사이를 말하는데, 전하여 스승의 별칭으로 흔히 쓰인다.
[주-D006] 참으로 …… 모양이라네 : 
옛날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항상 누더기옷만을 입고 겨울을 지내고는 다스운 봄날을 당하여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천하에 너른 집이며, 다스운 방, 솜옷이며 여우갖옷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자기 아내에게 말하기를, “이 등 쬐는 따뜻함〔負背之暄〕을 아무도 알 사람이 없으리니, 이것을 우리 임금님께 바치면 큰 상을 받게 될 것이다.”고 하자, 그 마을의 부자 사람이 그에게 말하기를, “옛사람 중에 미나리〔芹〕를 아주 좋아한 이가 마을의 부자에게 미나리가 맛이 좋다고 말하자, 부자가 미나리를 먹어 본 결과 맛이 독하고 배가 아팠다더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등을 쬔다는 것은 미력이나마 임금을 위하고자 하는 야인(野人)의 충성심을 의미한다. 《列子 楊朱》 두보(杜甫)의 적갑(赤甲) 시에 “등 쬐는 것은 천자께 바칠 수 있거니와, 미나리 맛 좋음은 예부터 야인만이 안다네.〔炙背可以獻天子 美芹由來知野人〕” 하였다.
[주-D007] 행락(行樂)은 …… 땅이로세 : 
옥호(玉壺)는 곧 호중천지(壺中天地)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후한(後漢) 때 시장에서 약을 파는 한 노인이 자기 점포 머리에 병 하나를 걸어놓고 있다가 시장을 파한 다음 매양 그 병 속으로 뛰어들어가곤 했다. 그때 시연(市掾)으로 있던 비장방(費長房)이 이 사실을 알고는 노인에게 가서 재배하고 노인을 따라 병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그득하여 함께 술을 실컷 마시고 돌아왔다고 한다. 《神仙傳》
[주-D008] 해안(蟹眼) :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물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 하였다.
[주-D009] 구름은 …… 나오는구려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나오고, 새는 날다가 지쳐 돌아올 줄을 아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 머리와 …… 못하리 : 
옥벽(玉璧)은 곧 화씨벽(和氏璧)을 가리킨다. 전국 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화씨벽을 얻었다는 소문을 듣고,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그 화씨벽을 열다섯 성(城)과 바꾸자고 제의하여 빼앗으려 했다. 조나라 인상여(藺相如)가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갔다가 소왕의 속임수임을 알아차리고 소왕의 앞에서 화씨벽을 꽉 붙들고 물러서서 말하기를, “대왕께서 기어코 신을 핍박하려 한다면 신의 머리와 이 옥벽이 함께 저 기둥에 부딪혀 부서지고 말 것입니다.〔大王必欲急臣 臣頭與璧俱碎於柱矣〕” 하고, 옥벽을 지닌 채로 기둥을 노려보면서 기둥에 부딪히려고 하자, 소왕이 마침내 옥벽을 깰까 염려하여 인상여에게 사과하고 말렸다. 그러나 인상여는 진왕의 속임수를 미리 헤아린 나머지, 관사로 돌아간 즉시 몰래 종자(從者)를 시켜 화씨벽을 본국으로 온전하게 돌려보내고 뒤에 자신도 무사히 귀국했다. 《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주-D011] 여러 …… 감당하랴 : 
전국 시대 유세객 장의(張儀)가 일찍이 연횡설(連橫說)로 위왕(魏王)을 설득하는 말 가운데 “ ‘뭇사람의 입은 무쇠를 녹일 수 있고, 참소가 쌓이면 뼈를 녹일 수 있다.〔衆口鑠金 積毁銷骨〕’고 하더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70 張儀列傳》
[주-D012] 어렵기는 …… 같은데 : 
거북 등을 긁는다는 것은 곧 거북의 등은 아무리 긁어봤자 터럭을 얻을 수 없다는 데서, 전하여 수고만 할 뿐 보람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소식(蘇軾)의 동파팔수(東坡八首) 시에 “거북의 등에서 터럭을 긁어내어라, 어느 때에 털방석을 만들 수 있을꼬.〔刮毛龜背上 何時得成氈〕”라고 하였다.




사가시집 제29권 / 시류(詩類)

차를 다 마시고 누워서 읊다 [棊罷卧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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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의 향기론 차로도 갈증 해소 못하고 / 蟹眼香茶渴未消
창 앞에 편히 누워서 솔바람 소리 듣노라 / 小窓高枕聽松濤
득실은 운수가 있거니 누가 배제할 수 있으랴 / 乘除有數那能遣
형체와 그림자는 서로 따라 도피할 수도 없네 / 形影相隨不自逃
후세에 전할 문장은 쥐꼬리처럼 하찮은데 / 後世文章尖鼠尾
여생의 훈업은 거북 털 긁기와 마찬가질세 / 殘年勳業刮龜毛
세상일이 바둑 두기와 같음을 잘 알거니 / 極知世事如碁樣
국수라도 바둑 두지 않는 게 상수라네 / 國手無如不著高
[주-D001] 해안(蟹眼) :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2] 형체와 …… 따라 : 
처지가 매우 고단(孤單)하고 적적함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3] 거북 털 긁기 : 
거북의 등은 아무리 긁어 봤자 터럭을 얻을 수 없다는 데서 전하여 수고만 할 뿐 보람을 얻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소식의 동파팔수(東坡八首) 시에 “거북의 등에서 터럭을 긁어내어라, 어느 때에 털방석을 만들 수 있을꼬.〔刮毛龜背上 何時得成氈〕”라고 하였다.
[주-D004] 국수(國手)라도 …… 상수라네 : 
국수는 바둑 두는 기예가 일국(一國)에서 첫째가는 사람을 가리킨다. 대복고(戴復古)의 음중달관(飮中達觀) 시에 “일심은 물과 같나니 평평한 게 좋고, 만사는 바둑과 같나니 두지 않는 게 상수라네〔一心似水唯平好 萬事如棋不著高〕” 하였다. 《石屏詩集 卷5》



사가시집 제29권 / 시류(詩類)

윤숙보(尹叔保)의 시운에 세 번째 차운하다 4수 [三次尹叔保詩韻 四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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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벼슬을 떠나 있다 보니 / 多時謝簪笏
여러 달을 의관 정제도 잊고 사는데 / 連月忘盥梳
부들 자란 못엔 개구리 음악 들리고 / 蒲沼喧蛙樂
이끼 낀 뜰엔 새 발자국이 전서 같네 / 苔庭篆鳥書
바둑 둘 땐 바둑알을 톡톡 때리고 / 圍棋敲玉子
술을 살 땐 금어를 전당 잡히는데 / 沽酒典金魚
땅이 후미져 시골 마을 같은지라 / 地僻同村塢
내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구려 / 無人訪弊廬

부평초 신세를 어드메에 안착할꼬 / 萍蹤何處定
쑥대강이 귀밑은 빗질할 것도 없네 / 蓬鬢不須梳
병중에는 전다보를 이어서 쓰고 / 病續煎茶
한가할 땐 종수서를 편찬하노니 / 閑編種樹書
사람들은 다 금마를 사랑하지만 / 人皆愛金馬
나는 은어를 불태우고만 싶다오 / 吾欲火銀魚
지난 일들이 다 한바탕 꿈 같아라 / 往事渾如夢
별들이 직려를 빙 둘러 비추었지 / 星辰繞直廬

신선을 지금 꼭 배울 수만 있다면 / 神仙今可學
머리를 하루에 천 번도 빗고말고 / 一日髮千梳
옥을 먹는 비결이 어찌 없으리오 / 飧玉寧無訣
금단 제련하는 책도 본래 있는 걸 / 鍊金自有書
요동엔 일찍이 학이 돌아왔었고 / 遼東曾返鶴
호숫가에선 고기도 관찰했었지 / 濠上欲觀魚
단구란 곳이 그 어드메에 있는지 / 何處丹丘在
장차 그곳에 가서 집을 지으련다 / 行當往結廬

나의 삶은 참으로 쓸모가 없는데 / 吾生眞濩落
세상일은 시원하게 다스려졌네 / 世事已爬梳
흥겨울 땐 한 번 성인에게 맞을 뿐 / 有興一中聖
세 번씩 상서할 마음은 없다마다 / 無心三上書
그루터기서 토끼 잡기도 어렵거니 / 守株難待兔
나무에 올라서 누가 고기를 구할꼬 / 緣木孰求魚
하늘땅은 이와 같이 광대하건만 / 蕩蕩乾坤大
내 작은 초려가 가련하기만 해라 / 堪憐此小廬
[주-D001] 부들 …… 들레고 : 
남제(南齊) 때 공치규(孔稚珪)가 일찍이 자기 문정(門庭)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아 그 안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므로, 혹자가 그에게 “그대가 뜰을 소제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내버려두던 진번(陳蕃)을 닮고자 해서 이리 두는가?” 하자, 공치규가 웃으면서 “나는 이 개구리 울음소리를 양부의 연주로 삼거니 어찌 반드시 진번을 본받으려 하겠는가.〔我以此當兩部鼓吹 何必期效仲擧〕”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개구리 음악이란 곧 개구리 울음소리를 가리킨다. 양부(兩部)는 입부(立部)와 좌부(坐部) 두 부로 나누어 하는 악기 연주를 말한다. 《南齊書 卷48 孔稚珪傳》
[주-D002] 술을 …… 잡히는데 : 
금어(金魚)는 당대(唐代) 고관(高官)의 패대(佩帶)에 장식했던 금제(金製)의 어대(魚袋)를 말한다. 두보(杜甫)의 배정광문유하장군산림(陪鄭廣文遊何將軍山林) 시에 “은 손톱은 쟁을 타는 데 사용하고, 금어로는 술과 바꾸어 오는구나.〔銀甲彈箏用 金魚換酒來〕”라고 하였다.
[주-D003] 금마(金馬) : 
한대(漢代) 금마문(金馬門)의 약칭으로, 옥당전(玉堂殿)과 함께 문학지사(文學之士)가 출사(出仕)하던 곳이다. 전하여 한림원(翰林院)의 별칭으로 쓰인다.
[주-D004] 나는 …… 싶다오 : 
은어(銀魚)는 고관의 패대에 장식하는 은제(銀製)의 어대를 말한다. 두보의 제백학사모옥(題柏學士茅屋) 시에 “안녹산 난리에 벽산의 학사는 은어를 불태우고, 백마를 타고 달아나서 산림에 은거하였네.〔碧山學士焚銀魚 白馬却走身巖居〕”라고 하였다.
[주-D005] 옥(玉)을 먹는 비결 : 
도가에서 불로장생하기 위해 옥가루를 복용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두보(杜甫)의 거의행(去矣行)에 “주머니 속의 옥 먹는 법을 시험하지 못했으니, 내일 아침엔 장차 남전산으로 들어가리라.〔未試囊中飧玉法 明朝且入藍田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 금단(金丹) : 
도가에서 제조하는 장생불사 약으로, 구전단(九轉丹) 또는 구전환단(九轉還丹)이라고도 한다.
[주-D007] 요동(遼東)엔 …… 돌아왔었고 : 
한(漢)나라 때 요동의 정령위(丁令威)가 일찍이 영허산(靈虛山)에 들어가 선술(仙術)을 배우고 뒤에 학으로 변화하여 고향에 돌아가서 성문의 화표주(華表柱)에 앉았는데, 한 소년이 활을 가지고 쏘려 하자 그 학이 날아올라 공중을 배회하면서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네. 성곽은 예전 같은데 사람은 간 곳 없어라, 어이해 신선 안 배우고 무덤만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說郛》
[주-D008] 호숫가에선 고기도 관찰했었지 : 
장자와 그의 친구 혜자(惠子)가 일찍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노닐 때,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노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일세.〔鯈魚出游從容 是魚樂也〕”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子非魚 安知魚之樂也〕”라고 하면서 서로 대자연 속에 도취했던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주-D009] 단구(丹丘) : 
신선이 산다는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주-D010] 성인(聖人)에게 맞을 뿐 :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의 상서랑(尙書郞) 서막(徐邈)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서막(徐邈)이 술을 몹시 좋아한 나머지, 금주령(禁酒令)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사적으로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하였다. 교위(校尉) 조달(趙達)이 가서 조사(曹事)를 묻자 서막이 말하기를 “내가 성인에게 맞았다.〔中聖人〕”는 농까지 하였는데, 여기서는 저자 역시 서씨(徐氏)로서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난삼아 자신을 서막에 비유한 것이다. 성인에게 맞았다는 것은 옛날에 주객(酒客)들이 청주(淸酒)를 성인이라 칭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1] 세 번씩 상서(上書) : 
한유(韓愈)가 당 덕종(唐德宗) 정원(貞元) 8년(792)에 진사 급제는 했으나, 그 후 벼슬길이 여의치 않자 정원 11년(795)에 당시의 재상에게 구관(求官)의 목적으로 자천(自薦)의 글을 세 차례 올렸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2] 그루터기서 …… 어렵거니 : 
춘추 시대 송나라의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을 때 마침 토끼가 달아나다가 밭 가운데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서 목이 부러져 죽자, 그 농부가 그때부터 일손을 놓고 그 그루터기만 지켜보며 토끼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으나 토끼는 끝내 다시 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구습에만 젖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통할 줄 모르는 사람을 비유한다. 《韓非子》
[주-D013] 나무에 …… 구할꼬 : 
전국 시대 제 선왕(齊宣王)이 일찍이 전쟁을 벌여서 토지를 넓히고 진초(秦楚)를 호령하고자 하는 야욕을 가진 데 대하여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이러한 행위로써 이러한 욕망을 구하신다면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以若所爲 求若所欲 猶緣木而求魚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아주 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성취하려고 하는 욕망을 비유한다. 《孟子 梁惠王上》


三次尹叔保詩韻 四首
[DCI]ITKC_MO_0061A_0180_010_0870_2003_A010_XML DCI복사
多時謝簪笏。連月忘盥梳。蒲沼喧蛙樂。苔庭篆鳥書。圍棋敲玉子。沽酒典金魚。地僻同村塢。無人訪弊廬。
萍蹤何處定。蓬鬢不須梳。病續煎茶譜。閑編種樹書。人皆愛金馬。吾欲火銀魚。往事渾如夢。星辰繞直廬。
神仙今可學。一日髮千梳。飧玉寧無訣。鍊金自有書。遼東曾返鶴。濠上欲觀魚。何處丹丘在。行當往結廬。
吾生眞濩落。世事已爬梳。有興一中聖。無心三上書。守株難待兔。緣木孰求魚。蕩蕩乾坤大。堪憐此小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