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했던 차 문화의 기억을 찾아,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2018. 3. 30. 15:59차 이야기



   

은성했던 차 문화의 기억을 찾아,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 등록일2011.05.18
  • 조회 4872


   


   도기로 만든 정갈한 찻잔에 담겨 있는 차()는 그 모습만으로도 왠지 편안함이 전해진다. 조용한 다실에 앉아 명상과 함께 즐겨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차다. 그래서 일까. 차는 수천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널리 대중화 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차는 돈이 많이 드는 고급 문화였다. 일반 서민이 즐기기에는 그 과정 또한 복잡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한 때 선비들만 즐길 수 있었던 고급차를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비들만 즐길 수 있었다는 차의 매력은 무엇일까? 차를 조금만 들여다 본다면 그 매력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준
의 동의보감은 차의 효능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차는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소화를 돕는다.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소갈증을 멈춰주며, 잠을 적게 한다. 또 뜸 뜨다 데인 독을 풀어준다." 이덕리의 『동다기』는 차의 효능에 대해 감기에 신통하고 설사병을 낫게 한다. 또한 식체나 주육독, 흉복통에 좋고 체하고 막힌 것에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차의 효능은 기대 이상이다. 여기에 차의 깊은 맛과 향까지 더해진다면 그 매력은 배가 된다. 누가 차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초의 차 저술인 『동다기』의 발굴을 계기로 차 문화계에 큰 이슈를 만들었던 정민 교수 또한 이런 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저자는 수많은 차 관련 자료와 사료들을 끈질긴 집념으로 발굴하여, 신작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를 출간하였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는 조선 후기의 차 문화를 일으킨 다산과 초의, 추사를 중심으로 18~19세기 이후 새롭게 발흥한 조선의 차 문화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차에 관련된 서적인 『부풍향차보』, 『동다기』, 『다법수칙』 등 최초로 발굴한 1차 자료와 서간문, 논설문 등에 나와 있는 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풍성한 사진, 한국과 중국의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구한 다채로운 도판들이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차라고 하면 우리에게 생소하기도 하고 일본 다도(茶道)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 조선에서도 차문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시기가 있었다" "다산과 초의 스님, 추사 이렇게 독특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차에 대한 이야기, 흥성하고 은성했던 한 시절의 문화가 이 책 속에서 되살아 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써보았다"라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정민 교수가 처음부터 차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저자는 다산 선생에 대해 연구하던 중 다산 선생의 후예의 집에서 우연히 잊혀졌던 것으로 알려진 『동다기』라는 우리차의 고전을 발견하고 그 계기를 통해 우리 차 문화사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후 정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 『부풍향차보』와 각종 차 관련 저작 및 편지 등 수많은 사료들을 잇달아 발굴하여, 학계 최초로 소개하며 우리 차 문화사를 다시 썼다. 현재 기존 연구 성과를 찬찬히 검토하여 수십 년째 답습 누적되고 있는 오류들을 바로 잡으며 우리 차 문화를 새롭게 집대성하고 있다.


 


정교수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 문화는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차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성인들이 차를 매개로 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정신을 서로 공유했던 아름다운 시대를 복원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라며 한 때 은성했던 차 문화의 부흥을 바랐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 트위터taejin107


  


[역사/문화] 조선의 차 문화
정민 | 김영사
20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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