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의 여름(130804) - 둘

2013. 8. 5. 12:04산 이야기

 

 

          등산 기록의 습관

 

    제가 총각 때인 1980년 겨울에 설악산의 백담산장에 있을 때의

 

일이다. 폭설로 입산이 통제되어 산장에 후배와 저 둘이만 있을 때,

 

저녁 무렵에 일본인 등산객 두명이 산장에 들렸었다.

 

 

    기억은 확실하지 않으나, 한명은 일본의 지방공무원이였고,

 

다른 한명은 일반회사원이라고 한 것 같다, 눈이 며칠 더 계속 와서

 

산장에서는 4명만 머무르게 되었다. 그 당시는 지금의 백담사 주차장 근처에

 

사하촌이 10여 가구 있어서, 소주 몇병과 마른 안주를 사와서  시간을 보내며

 

늦은 밤까지 벽난로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 서로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을 때, 그들은 한국의 산노래라며

 

일본어로 인쇄된 포켙용 악보를 내밀며, 함께 부르자고 하였다. 그 악보를 보고서

 

후배와 저는 깜짝 놀랐다. 조총련계에서 만든 김일성 찬양가집이였다. 아마 그 당시만

 

하여도 민단계 보다는 조총련계가 일본 사람들에게 더욱 활발한 홍보와 선전전을

 

하고 있었던 무렵의 일이다.

 

 

     이 두 일본 산악인들은 폭설이 계속되어 끝내 대청봉을 오르지 못하고 며칠 더

 

백담산장에서 머물다가 휴가가 끝나간다면서 용대리로 하산하였다. 광성고 산악부

 

OB인 후배가 그 동안 이들과 정이 들었는지 용대리까지 그들의 배낭을 매고

 

안내차 따라 내려 갔다.

 

 

     이 일본 산악인 두명이 떠나기 하루 전날 저는 우연히 벽난로 앞 찻상에 놓여

 

있는 그들이 작성한 일본의 유명 등산 월간지 <산과 계곡>사에서 배포한 등산 수첩을

 

보게 되었다. 그 수첩에는 백담산장의 규모, 수용인원, 난방시설, 기온, 날짜별 적설량

 

등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사항이 세밀하게 메모되어 있었다.

 

거의 일곱여덟장 정도로........  그 중에서 서너장은 설악산의 풀과 나무, 아생동물, 어류

 

등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러한 일이 있고난 후 부터는 배낭을

 

꾸릴 때에 배낭 맨위의 톱샠에 작은 수첩부터 먼저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나 천성이 게을러 빠진 저는 그 일본 등산가들 처럼 꼼꼼하게 기록하기는 커녕

 

메모를 하는 것도 자주 잊어버리곤 하였다. 그러나 디지탈 사진기를 가지고 다닌

 

후 부터는 수첩기록은 작은 메모리 카드가 대신하여 주기 때문에, 게으름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기회가 생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일본인들은 그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던 고아텍스 우의

 

(방풍방한 겸용: 당시 가격 수십만 엔) 상하 한벌을 꺼내서 고맙다는 표시로 놓고

 

하산하였다. 저는 수납용 잡주머니도 열어보지 않은 채, 며칠 후 폭설을 뚫고

 

올라 온 후배 녀석에게 내밀었다. 그 녀석은 몇번을 손사래를 치더니 다음날

 

슬그머니 자기 배낭에 넣어도 되는냐고 물어 왔다.

 

  저는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하였더니, 몇년 후에까지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한 30여년이 지난 오래된 이야기이다.

 

 

 

 

 운향과 산초나무 꽃과 열매 : 가을에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사용.

                                         산초기름으로 붙인 빈대떡은 그 향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별미임.

 

 

 

작살나무 열매 - 가을철에 조그만 보라색 진주구슬처럼 익어간다.

 

 

 

쪽동백나무 열매 ; 봄철에 하얀 꽃이 예쁘게 피는 활엽성 교목.

                         김유정의 고향이 춘천 근처인 것으로 보아 단편소설 "봄봄"의 여주인공 점순이의

                         몸에서 나는 알싸한 향기의 공범격인 머릿기름의 원료임.

 

 

 

 왕느릅나무 :신탄재, 관상용, 수피는 약용

 

 

 

누리장나무

 

 

 

고도가 높아지자 졸참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뒤에는 일본잎갈나무.

 

 

 

팥배나무 열매  :  가을철에 붉게 익어 산새나 소동물들의 먹이감.빠

 

 

 

이수봉으로 올라가는 왼쪽 능선상의 나무계단(철도 폐침목)

 

 

 

산초나무 꽃에서 꿀을 빠는 배추흰나비

 

 

 

 진달래 나무에서 쉬고 있는 호랑나비

             호랑나비는 애벌레 시절에 산초나무 잎 등 운향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이 진달래 나무는 산초나무 바로 옆에 있다.

 

 

 

산초나무 꽃과 배추흰나비

 

 

 

산초나무 꽃과 배추흰나비

 

 

 

일정 고도 이상에서 보이는 금강송

           높은 곳에서는 식생상태가 양호하여 인공조림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임.

 

 

 

그나마 철도용 침목 계단 때문에 소나무의 수명이 더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경사로에서는 빗물이 흘러 내릴 때. 흙이 씻겨 내려가

       소나무 뿌리가 쉽게 노출되고, 더 침식이 진전되면 나무는 강풍에 견딜 수 없다.

 

 

 

등산로의 침식

 

 

 

등산 다니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희생하는 소나무 뿌리 _ 좀 더 노출되면 강풍이나 호우에 쓰러진다.

 

 

 

산초나무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