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작은 샘터 / 조선일보 기사

2013. 8. 8. 07:32여행 이야기

 

 

 

저도 감동이다 30만㎢짜리 '작은 샘터'(애리조나를 가리키는 원주민 말)미국 애리조나캐니언 여행 조선일보 | 글·사진 | 입력 2013.08.08 04:0

    지구상에는 말이 필요 없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미국 애리조나 북부 사막 지대가 그러하다. 시간이 멈춘 곳이 있고, 색과 빛이 멎어 있는 곳이 있다. 심지어 창조를 마친 신이 살고 있다는 도시도 있다.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들이다.

    애리조나는 피마족(族) 인디언 말로 '작은 샘터'라는 뜻이다. 이 작은 샘의 면적은 한반도보다 큰 29만5234㎢다. 이 너른 땅에 살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과 전쟁에서 패해 보호구역으로 쫓겨갔다. 그들의 성지(聖地)들은 관광지로 변했다. 자, 관광객들의 숨을 멎게 만드는 광대무변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내비게이션이라는 문명의 이기(利器)만 있으면 언어가 불편해도 이 너른 땅을 자유롭게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조선일보]모뉴먼트밸리에 있는 세 자매 바위.

↑ [조선일보]앤텔로프 캐니언. 자연이 만든 미학의 극치다.

↑ [조선일보]앤텔로프 캐니언의 벽면 모습. 빛에 따라 형상이 달라진다.

↑ [조선일보]세도나의 벨록(Bell Rock).

↑ [조선일보]모뉴먼트밸리의 석양.

↑ [조선일보]

 

 

추천 코스 샌프란시스코(혹은 로스앤젤레스 입국)―라스베이거스(1박)―(자이언트 캐니언)―페이지(3~4박·앤텔로프 캐니언―모뉴먼트밸리)―그랜드 캐니언(1박)―세도나(1~2박)―피닉스(1박·출국)

 


빛 속으로: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세 시간 거리, 페이지(Page)라는 작은 도시 근교에 있다. 세 시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목격했던 현대문명과 인공조명 대신 관광객을 기다리는 것은 태고의 신비다. '나바호 샌드스톤(Navajo Sandstone)'이라는 사암지대를 수백만년 동안 물길이 갈고 씻어내린 작품이다. 지표면에 솟은 사암 언덕을 빗물과 강물이 뚫고 지나갔다. 갈라진 틈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붉은 바위가 만나 매 순간 달라지는 빛과 색을 창조한다. 작은 계곡이지만, 시쳇말로 "눈 감고 찍어도 그림엽서가 되는" 덕택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온다. 나바호족 가이드투어만 가능하다. 일반 관광은 35달러, 시간 여유를 주는 사진촬영 투어는 80달러.

 

 


시간이 멎은 땅: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작은 마을 페이지는 반경 200㎞ 내에 계곡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나바호족 부족 공원인 모뉴먼트 밸리다. 북동쪽 유타주와 접경 지대에 있다. 존 웨인의 서부영화들, 혹은 '델마와 루이스', 혹은 '포레스트 검프', 혹은 '백투더 퓨처3'. 공통점은 모뉴먼트 밸리가 등장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모뉴먼트 밸리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시간'이다. 1억6000만년 전 바다가 퇴각한 직후부터 사암 고원지대가 허물어지며 남은 것이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들이다. 억겁 세월과 무관하게 지구상에 존재해온 바위산들이다. 그러니 해가 뜰 때, 해가 질 때,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때, 해가 사라지고 천둥 번개가 칠 때 그 어떤 때에도 바위산은 당연히 자리를 지키고, 사람들은 그저 꼬물거리며 넋을 잃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공원 내 총연장 28㎞ 비포장도로를 차를 몰고 다니면 최소 두 시간이 걸린다.

   거대한 평원에 해가 떨어지는 마지막 '예술가의 자리(Artist Point)'에서 맞는 석양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석양을 뒤로하고 안내센터로 돌아오면 별이 쏟아지는 바위산을 볼 수도 있다. 장엄하다? 위대하다? 그런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입장료 5달러.

 

 


광대무변한 공간: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으로 간다. 해발 1500m가 넘는 콜로라도고원을 흐르는 강이 만든 계곡이다. 너무 유명해 더 첨언할 게 없는 계곡이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커도 너무 크다. 코앞에 보이는 건너편을 얕보고 내려갔다가 2박3일 동안 실종된 한국인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입장료 25달러의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0.1초면 만끽할 수 있다.

 

 


신이 사는 도시: 세도나(Sedona)

 


    신이 그랜드 캐니언을 창조한 뒤 살고 있는 곳이 세도나라는 말이 있다. 미국 부자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다. 등록 인구 1만명 중 절반이 별장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에 해마다 100만명이 찾아온다. 대개 애리조나 캐니언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다. 울창한 숲과 붉은 바위산, 풍부한 계곡수, 온화한 날씨(살인적인 7월 더위만 피하면 된다), 발달된 기념품점, 그리고 이따금 출몰하는 UFO, 지구상에서 기(氣)가 제일 강하다는 볼텍스(Vortex) 4개소, 이를 좇는 뉴에이지 그룹과 예술가 집단…. 세도나는 흔히 상상하는 보통 도시와 차원이 다르다. 작년 12월 21일 마야력에 따른 지구 종말을 맹신한 집단 21명이 다운타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벨록에서 뛰어내리려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헬기가 주변을 선회한다.

 


여행수첩


1.드라이브


   애리조나는 광활한 땅에 비해 도로가 단순해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가이드 없이도 독립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렌터카회사 허츠(hertz.co.kr)자체 내비게이션은 한국어 안내도 한다. 마일 단위를 킬로미터 단위로 바꿔서 안내하기도 한다. 단, 예약할 때 미리 내비게이션을 신청할 것. 주요 국제공항은 렌터카 출고지점이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으니 주의한다.


2.도시별 맛집

tripadviser.co.kr
사이트 참고.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순위를 매긴 맛집 정보사이트. 한글판도 있다.


3.항공편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까지 직항. 이후 라스베이거스 혹은 피닉스로 국내선 환승. 이후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을 마치고 역방향으로 귀국. 인천공항~미국편은 항공사에 따라 탁송화물 제한이 있으니 유의할 것. 2개 이상은 1개당 100달러 이상 탁송료가 붙는다.


4.도시별 추천 호텔 라스베이거스

    : 브다라 호텔(vdara. com·대형 특급호텔)페이지: 베스트웨스턴플러스(bestweternarizona.com/hotels/best-western-plus-at-lake-powell·가족 분위기)그랜드 캐니언: 캐니언플라자리조트(grandcanyonplaza.com·넓은 방),세도나: 힐튼 세도나 리조트(hiltonsedonaresort.com·다운타운 부근. 쾌적한 특급 리조트)


5.문의 애리조나 주요 캐니언 안내:

   navajonationpar ks.org앤텔로프 캐니언 투어 예약: antelopecanyon. com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 discoveramerica.co.kr, (02)777-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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