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심리적으로 다른 종족, 남녀. 연결을 위한 단절 연습[HEALING MESSAGE]

2019. 1. 17. 16:51잡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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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MESSAGE]

추적자 vs 도망자 패턴 끊으려면

 

심리적으로 다른 종족, 남녀 간 대화의 근본적 차이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회피하고 침묵시위를 하는 남편 때문에 화병에 걸려 진료실을 찾는 아내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한번 시작하면 들들 볶고 과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아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 찾아오는 남편들도 있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침묵이 최선이라고 남편들은 주장하는데, 이런 남녀의 소통 갈등, 무엇이 원인일까.

 

 

 

 

 

남자와 여자는 무엇보다도 대화의 동기가 다르다. 보통 남자들은 대화에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 지향적 소통을 하는 것이다. 대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효율성이 중요하다. 논리적이고 함축적일수록 좋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들은 감성 지향적 소통을 한다. 여성에게 대화는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상승시키는 수단이고 기회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 사이 필요한 대화의 양이 현저히 차이 난다.

여성에게 대화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탐구하고 조직화하는 시간이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성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를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과정이다. 대화 안에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는 그다음 문제다.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줄 때까지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이에 비해 남성은 대화에 있어 효율성을 추구하기에 스토리 중 꼭 필요한 부분만 추리고 추려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남성들은 여성들의 대화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왜 아내는 요점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야기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어 “요점부터 말해” 하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들으면 대화를 중단하고 나가 버리기도 한다.

 

 

목적도, 대화의 양도 현저히 다른 남녀의 소통법

 

남성은 상대방과 대화를 시작할 때 뇌가 매우 논리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대화를 시작한 이유는 나에게 조언을 얻고자 함이라 추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를 분석해 무언가 내가 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대화 자체가 대화의 목적이다. 내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또 상대방이 그것을 잘 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이고 정교한 해결책 없이 “다 잘 될 꺼야” 란 막연한 말로 대화가 끝나도 충분히 감성이 공유됐다면 대화에 만족해한다.

 

그리고 여성들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날려 버리고 평온을 찾는 전략을 쓴다. 분노나 억울함 같은 부정적 감정을 상대방이 공유하고 인정해 줄 때 마음에 안식이 찾아온다. 이에 비해 남성은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불을 끄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소방관 캐릭터다. 아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견디지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즉각적으로 없애기 위해 해결책을 빠르게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뇌가 이성적이며 분석적인 상태가 되고 아내의 감성적인 대화를 문자 그대로 인식하기 쉬워진다.

“여보, 나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어”라는 아내의 말에 “정말, 많이 힘들구나!”가 아니라 “어디까지, 며칠이나 다녀오면 되겠는데?”란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어디 동굴에 숨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힘든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여성의 마음과는 거꾸로 가는 반응인 셈이다.

세상과 뇌를 단절시켜 쉬고자 함이다. 왜냐하면 남성은 끝없이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뇌가 지쳐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아내는 속상할 때 수다 모드로 전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 받아야 하는데 남자는 속상할 때 침묵 모드로 들어가 버리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가 서로 소통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기 쉽고, 왜 나를 이해하지 못 하느냐고 섭섭해하다가 대화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가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잘못 만났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게 되고 결국 사랑마저 식어버릴 수 있다.

종종 남자 중에도 여성형 소통 능력을 갖고 태어난 이도 있고 반대로 여성 중에도 남성형 소통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남녀 소통법의 차이로 인한 부부 대화의 갈등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배우자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다른 종족을 만났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여자, 다른 남자로 바꾸어도 성별 차이에 따른 소통의 갈등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아내의 수다와 남편의 침묵이 빚는 갈등, 그 중재 비법

 

아내와 대화하다 보면 자꾸 싸우게 되는 남편들에게 ‘아내 말 이어서 받아주기’를 권한다.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는 소통법이다. “여보, 나 오늘 내 친구 미자 때문에 너무 짜증 났어요”라는 말에 “왜 무슨 일이었는데”라며 분석부터 하지 말고 “헐~, 오늘 미자 때문에 짜증났었구나!” 라며 말을 이어 다시 반복해 주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가 좋다.

 

그리고 아내가 수다 모드로 들어가면 침묵 모드로 들어가는 남편과의 소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는데 사람이 아닌 관계의 패턴에 집중해야 한다. ‘너의 행동이 우리 관계의 문제야’, ‘네가 바뀌면 우리 관계의 모든 것이 개선될 수 있어’ 같은 생각과 대화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심리적 특성상 아내가 추적할수록 남편은 더 도망칠 수밖에 없고 더 도망치는 남편을 잡기 위해 아내는 더 추적할 수밖에 없다.

 

‘추적자 대 도망자’ 패턴을 초기에 끊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단어(safe word) 전략이란 것이 있다.

부부가 대화를 나누다 추적자 대 도망자 패턴이 나오려고 하면 먼저 인식한 배우자가 미리 정해 놓은 안전한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안전한 단어는 감정이 섞이지 않은 중립적 단어다.

‘라면’도 될 수 있고 ‘제주도’도 될 수 있다. 안전한 단어를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대화를 중지하기로 서로 미리 약속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좀 떨어져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 후 다시 만나 인내를 가지고 차분하게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이슈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참, 남녀가 다르고 오해가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대화 중 속 터지게 언제 그런 것까지 따지느냐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인내가 상대방에 대한 사랑 아닐까 싶다. 더구나 효과까지 좋으니 해 볼 만하지 않은가.

 

 

 

 

 

[HEALING MESSAGE]

자신의 마음을 모니터링하라

 

연결을 위한 단절 연습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 사이에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이 유행이다.

내 뇌로 끊임없이 유입되는 외부 자극을 잠시 차단하고 내면과 연결하는 훈련을 통해 내가 나를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모니터링 능력이 커지면 삶의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모니터링 능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관련된 중심 단어는 무의식과 시스템이다. 내가 내 인생을 모두 결정해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무의식과 시스템의 영향을 부지불식간 깊이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과 시스템은 어떤 녀석들일까?

무의식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뇌의 활동이다. 내 머리 안에 있는 뇌의 최소 반은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동이란 말은 좋은 말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내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마음에 잘 와 닿지 않는다면 꿈을 생각해 보면 된다. 꿈꾼 기억이 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은 하루 평균 30분의 꿈을 꾼다. 현실적인 불안이 내용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아주 황당하고 기괴한 내용의 꿈을 꾸기도 한다. 내가 내 마음을 다 통제하고 있다면 꿈의 내용을 원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을 텐데 불가능하다.

내 의지가 손닿지 않는 영역인 무의식이 자체 제작하는 단편 영화인 셈이다.

 

무의식은 꿈꿀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감고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여러 생각들이 들락날락한다. 내가 의지로 만들어 낸 것들이 아니다. 그 생각들을 없애 버리려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을 관리하는 게 어려운 건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것도, 보자마자 괜히 싫고 미운 사람도 무의식의 반응이다. 내가 결정한 듯하지만 막상 논리적인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자아의 분리 능력을 키우기 위한 몇 가지 팁

 

그럼 시스템은 무엇일까. 무의식이 내부적, 생물학적 영향력이라면 시스템은 외부적, 사회적 영향력이다.

사회에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이 언어를 통해 개인과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점점 확대돼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이 주는 메시지를 절대적인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지만 절대적 가치라 믿었던 것이 반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완전히 반대되는 가치에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란 말을 요즘 했다가는 큰일 나겠지만 20년 전만 해도 이 이야기는 여성이 여성에게도 했던 말이다. 여자는 조용히 집안 일 하며 남편 내조하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개인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페미니즘은 그 시스템의 메시지에 반격하는 새로운 메시지다.

‘여성은 남자의 보조자도 아니고 남자보다 약하지 않다’란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한 살 연하와 결혼해도 창피해서 수십 년을 숨기고 산 어머님들도 있었는데 요즘 연하남과 결혼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고 능력 있고 멋있는 여성이라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우리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변한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과 무의식이 나도 모르는 사이 서로 내통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시스템이 주는 메시지가 무의식화된다는 것이다. 메시지와 무의식의 내재된 본능이 서로 엉켜 내 마음에 자리 잡고는 나를 움직이고 있다. 심리학적 자유는 그 영향력을 내가 볼 수 있을 때 찾아온다.

 

디지털 세상을 주도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에게서 ‘disconnect to connect’ 즉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이 유행이다. 내 뇌로 끊임없이 유입되는 외부 자극을 잠시 차단하고 내 내면과 연결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자아의 분리(ego-splitting)라고 한다. 이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자아는 내가 ‘나’를 ‘나’라고 인식하는 영역이다.

나는 살면서 주변과 반응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다. 이 친구를 두 개로 나누는 훈련을 하는 것인데 하나는 삶을 경험하고 실제 살아가는 자아와 그 삶 속의 자아를 관찰하는 자아로 나눈다는 것이다. 즉 내가 나를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모니터링 능력이 커지면 삶의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채찍질만 해대는 무의식과 시스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하나의 정보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한 발짝 떨어져 내 뇌가 만드는 생각과 감정을 모니터링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실제 우리는 뇌에서 무언가를 지시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내 마음을 잘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우선 뇌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에 즉각 반응하는 것을 잠시 끊고 살며시 내 마음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보았다.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 느끼기

출근해서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회의 시작 전에 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 호흡의 흐름을 느끼며 마음을 느껴 본다.

 

2. 조용한 곳에서 밥 음미하며 먹기

음식의 색깔, 향, 그리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천천히 먹기(slow eating)도 내부 세계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여유롭게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 뇌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4. 일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 떨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내 마음의 바라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공감 수다만 한 위로가 없다.

 

5.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 주 1회 감상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 전환이라 하는데 기분 전환만 주로 쓰다 보면 내 마음의 슬픈 콘텐트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게 된다.

 

6. 일주일에 세 편의 시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7. 스마트폰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여행 하기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다 보면 명상 효과가 일어나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뇌가 만들어 내는 생각과 감정이 하얀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심리학적 자유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여유에서 찾아온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유가 창조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비즈니스에서의 성공도 가져온다는 것이 최신 뇌과학의 주장이다.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한경매거진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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