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설경과 근대 등산의 발상지 프랑스 샤모니 마을 / 박정진

2013. 8. 8. 13:15산 이야기

 

 

 

알프스(Alps),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지며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면 한번쯤은 가야할 곳이 아닌가 싶다. 패트리샤 슐츠가 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1000곳’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에귀 디 미디 케이블카 정상에서 내려다본 알프스 산군의 만년설.

 

알프스는 근대 등산의 발원지다. 4000m급 산봉우리 58개와 많은 빙하를 지닌 1,200㎞의 긴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경계를 이루며, 서쪽으로 이어지다 독일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남부 니스 해안에서 끝을 맺는다. 서쪽으로는 피레네 산맥과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 우랄산맥에서 이어진 코카서스 산맥과 맞닿는다. 알프스의 긴 산맥은 유럽을 관통해, 서부․중부․동부 알프스로 나뉜다.

 


샤모니마을에서는 언제든지 몽블랑과 인근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서부 알프스는 주로 프랑스에 속해 있다. 샤모니를 중심으로 근대 등산의 발원지인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중심으로 드류, 그랑드 조라스, 에귀 디 미디, 에귀제앙을 비롯해 수많은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샤모니의 오래된 성당.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최고급 만년필의 이름이기도 하다.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Mont Blanc’이라 하는데, 그 뜻은 하얀 산이다. 같은 글자지만 프랑스인들은 ‘몽블랑’이라 발음하지만 이탈리어인들은 ‘몬테 비앙코’라고 한다. 몽블랑은 원래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만든 케익의 한 종류다. 몽블랑 케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하얀 눈처럼 생긴 파우더 슈가다. 이것은 마론 크림 위에 뾰쪽한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몽블랑의 꼭대기를 연상시킨다. 이 케이크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에 반한 이탈리아 요리사가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초창기에는 ‘몽테 비앙코’라고 불렸다.

 


샤모니 마을에 있는 에귀 디 미디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승강장.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지금부터 내가 직접 가본 근대 등산의 요람지 프랑스 샤모니 마을과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소개한다. 몽블랑에 오르기 위해선 등산이 아닌 등반을 해야 하는데, 등반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 몽블랑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케이블카가 있는 곳이 프랑스 샤모니 마을 북쪽이고, 이 마을에서 몽블랑 옆 봉우리인 에귀 디 미디 봉우리(3842m)까지 무려 3000m 가량을 그대로 올라간다. 물론 중간에서 두 번을 갈아타고 간다. 두 번을 갈아타는 이유는 케이블카를 연결하는 선이 바로 올라갈 수 없고, 그나마 잠시라도 고소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보여진다.

 


  케이블카 정상 하차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붐빈다. 주변으로 알프스 만년설이 덮여 있는 산군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 종착지가 있는 에귀 디 미디 봉우리에 도착하면 바로 어지럼증이 온다. 3000m를 순식간에 올라와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 중에 산소량이 갑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즉 대기 중 산소농도가 현격히 줄었다. 아마 정상에서 생활하는 산소농도와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정상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어질하면서 바로 누워버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서 샤모니 마을을 내려다봤다.

 

10여분 쉬면 조금 나아진다. 움직일수록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산소요구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동작도 천천히 살살 하고 최대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면 ‘야, 이것 때문에 내가 여기 왔구나’라고 감동이 절로 다가온다.

 


에귀 디 미디 정상에서 주변 만년설 산군들을 봤다. 실제는 사진보다 훨씬 장엄하다.

 

그곳에서 만년설의 에귀 디 미디 봉우리를 등반으로 오르고 있는, 즉 아이젠과 로프를 이용해 힘들게 케이블카 정상까지 온 영국여자와 그 일행을 만났다. 그 여자는 상당히 미인이었다. 그래서 말을 걸었지만. 이름을 물어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컴퓨터에 저장한 사진이 바이러스가 먹어 통째 날아가 버렸다. 여하튼 그 상당히 미인이었던 그 여자와 말을 나누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남자친구가 힐끗 쳐다보는 게 영 불쾌한 듯했다.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중간에 쉬는 플랜 에귀디미디. 중간역인 셈이다.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산을 왜 올라왔느냐?”

“힘든 일을 도전해보고 싶었다.”

“위험하지 않나?”

“옆에 노련한 남자친구가 있어 별로 위험하지 않다.”

 


중간역에 있는 바. 그 주변까지는 눈이 덮여 있지 않다. 많은 트레커들이 걸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친구들이 이런 도전의식이 있어 세계를 지배 했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위에서 내려다본 샤모니 마을의 평온함과 옆과 위에 있는 몽블랑과 알프스 산군들의 만년설의 장대함이 교차했다. 어떻게 보면 도전과 평화,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었다. 언제 기회 되면 꼭 한 번 가보시라. 실망하지 않으리니.

 


 샤모니의 빨간 관광열차.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전경. 

 


 젊은 트래커들이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