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을 이기는 섬유과학

2019. 10. 29. 23:34산 이야기



혹한을 이기는 섬유과학| ―······…· 지식의 창
박사|조회 76|추천 0|2012.11.27. 21:47


 

올겨울 예년보다 혹독한 추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전망에 진화된 보온·발열 기능을 내세운 기능성 의류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단순히 추위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던 방한 의류에서 이제는 열을 발생시켜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단계로 진화하였다.

 

보온·발열 의류는 어떻게 열을 발생시킬까? 그 다양한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보온의 기본은 단열

 

혹한의 겨울 패딩을 가장 즐겨 찾는 이유는 뭘까? 따뜻한 외출을 위해서다. 패딩 속 오리털이나 솜은 옷 속에 공기를 가둬 정지공기층을 만들어 주어 열의 이동을 막는다.

 

공기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은 물질로 옷 속의 온기가 새나가지 않게, 외부의 냉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효과적으로 열의 이동을 막는다. 쉬운 예로 추울 때 몸의 털이 서는 것도 피부겉면에 정지공기층을 만들어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생체의 방어기작이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 최근에는 섬유내부에 공기를 가두어 만든 중공섬유(中空纖維)가 있다. 파이프처럼 섬유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의 합성 섬유로 섬유자체에 공기층이 만들어져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고 탄성이 좋으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보온효과와 가벼운 착용감을 강조하며 겨울철 의류이나 아웃도어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에어로웜(aerowarm)´ 이라는 섬유는 바로 종공섬유를 말한다. 흡수성이 좋아 안솜, 카펫, 스포츠웨어 등에 사용된다.

 

 

발열섬유 메커니즘① 흡습발열

 

섬유는 사람의 몸으로부터 발생되는 땀과 수증기 등의 수분과 흡착하면 흡착열이라고 하는 열을 발생한다. 흡착열이란 기체가 고체의 표면에 흡착될 때 발생하는 열이다.

 

섬유의 친수성기(아미노기, 카르복실기, 수산기 등)에 수증기분자가 결합하여 강하게 고정될 때 분자의 온도에너지가 저하되어 에너지변환이 일어나고 흡착열이 발생한다. 여기에 수증기가 액체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응축열(기체가 응축하여 동일한 온도의 액체가 될 때 방출하는 열)이 더해지면 발열은 더욱 커진다.

 

 


얇은 두께로 놀라운 따뜻함을 강조하는 유니클로 히트텍 ⓒ유니클로

 

흡습성이 높은 소재일수록 흡착열을 많이 만들 수 있으므로 친수성기를 많이 가진 아크릴레이트계 섬유가 사용된다. 이 섬유는 천연섬유에서 가장 흡습성이 좋은 양모보다 3배나 큰 흡습율을 가진다. 이런 고흡습성 발열섬유을 이용하여 ‘히트텍’이나 ‘웜후레쉬’같은 얇아도 따듯한 동절기용 의류가 만들어진다.

 

 

발열섬유 메커니즘② 신체열 반사

 

보온병 안에 있는 알루미늄 코팅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복사에 의해 열이 나가는 것을 다시 반사시켜 열을 보존하는 원리를 직물에 응용한 것이다.

 


알루미늄 코팅소재 보온기능 개념도

 

직물의 미세기공 알루미늄 두 층이 인체에서 방사된 열을 다시 복사, 반사하고 직물 겉면의 미세한 공기층이 다시 전도에 의한 열 손실을 막아 보온효과를 한층 증대시킨다.

 

이 기술은 신체에서 발생하는 복사열(방사열)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직물을 가공한다. 은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섬유에 니들펀칭하여 적층시키는 방법이나, 코팅 또는 증착, 도금시켜 신체에서 복사되는 열을 반사시켜 보온·발열 효과를 높인다.

 

 


옴니히트 리플렉티브

 

은색의 점패턴을 안감으로 사용한 ‘옴니히트 리플렉티브’ 의류도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이용한 것으로 일반안감보다 20% 더 높은 보온효과를 제공한다고 한다.

 

 

발열섬유 메커니즘③ 원적외선 방사, 반사

방사 [radiation, 물질이 온도에 대응하여 전자기파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 방사 또는 복사라 한다.]

 

1940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해협에 놓인 현수교(Suspension Bridge)다리가 무너졌다. 190km/h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된 타코마 다리는 풍속 70km/h 밖에 안되는 바람에 붕괴됐다.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바람의 진동수가 일치해 공명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공명현상이란 물체의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외력이 물체에 전달되면서 진폭이 크게 증가하여 떨림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공명현상이 일어나면서 증폭된 진동에너지 중 일부는 자기발열에 의해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일부는 분자운동을 활성화시키는 활성화에너지로 작용한다.

 

이 원리를 섬유에 활용하면 발열기능을 가진 직물을 만들 수 있다.

 

인체는 10㎛ 부근의 원적외선을 방사하는데, 이때 같은 파장을 내는 원적외선과 만나면 공명현상이 일어나 발열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원적외선 방사체인 세라믹을 섬유에 응용해 인체의 방사에너지를 의복이 흡수하여 발열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이 소재는 의복의 발열뿐만 아니라 의복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으로 신체의 발열도 유도할 수 있다. 소재에 혼입된 알루미늄이나 지르코니아 등의 원적외선 방사 세라믹이 미약한 에너지를 방사, 인체의 일부를 자극하여 신체 발열을 유도한다. 6~11㎛ 중심파장대의 원적외선이 맨살에 직접 닿으면 피부 심층 4~5cm까지 스며들고 세포를 60초에 2,000번 이상 미세하게 흔들어주는 진동운동을 만들어 발열효과를 낸다.

 

 

발열섬유 메커니즘④ 흡광 축열·보온

 

흡광 축열섬유는 태양의 열에너지를 축적시킨 후 이를 인체로 재방사하여 온도의 상승을 가져온다.

 


흡광축열섬유의 열 흡수·보온의 원리 개념도

 

금속화합물 중 태양광을 적극적으로 흡수시키는 물질인 탄화지르코늄과 산화지르코늄을 이용해 흡광축열섬유를 만든다. 지르코늄(ZrC)은 태양광의 95%인 적외선, 가시광선 이상의 단파정 영역에서 흡수율이 높은 물질로 태양광을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축열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축열현상은 일반적으로 광의 95%를 의복에서 흡수, 에너지 변환을 하여 원적외선으로 방사하는데, 이 원적외선 영역에서는 반사율이 높아 의복내에서 에너지가 축열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탄화지르코늄과 산화지르코늄을 섬유의 코어 부분에 혼입하여 복합섬유로 만들거나, 코팅 또는 라미네이트 소재의 수지피막에 분산·혼입하는 방법으로 섬유를 만든다. 이 섬유는 태양에너지의 근적외선을 흡수한 다음, 열 변환할 뿐만 아니라 인체로부터의 열을 반사하여 보온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솔라리나’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축열섬유로 일반직물에 비해 4∼5도 정도의 보온효과를 가진다.

 

 

 

 

2012.11.22.노한나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혹한을 이기는 섬유과학  201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