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의 茶 문화에 담긴 ‘교양·일상·권력’ / 문화일보 기사

2019. 12. 29. 10:52차 이야기




[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5일(金)
韓·中·日의 茶 문화에 담긴 ‘교양·일상·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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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탐미 / 서은미 지음 / 서해문집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를 ‘차’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한·중·일의 차 문화는 녹차로 시작됐다.  

공통점은 차를 단독으로 마셨다는 점이다. 또 세 나라 모두 차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마시는 것을 정통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 다른 차 문화를 발전시켰다. 중국이 전통시대부터 생활 속의 차를 이룩했다면, 한국은 선비 문화로서의 전통차 문화가 있었다. 일본은 다도 문화라는 특유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중국 차 문화의 기원을 ‘다신(茶神)’으로 추앙받는 8세기의 육우(陸羽·미상∼804) 이야기에서 찾는다. 육우에게 차란 하늘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심오한 음료였다. 따라서 차는 일생을 바쳐 탐구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일상과 함께하는 차는 물론이고, 금으로도 얻을 수 없는 차, 황제의 차까지 중국인이 탐미한 차 이야기가 펼쳐진다. 말차에서 입차의 시대로, 발효차와 반발효차인 우롱차까지 중국 차 문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차 문화는 가야에서 비롯됐다. 이후 통일신라 시대에 ‘이때에 이르러 성했다’라는 삼국사기 기록과 함께 차 문화가 만개한 고려 시대의 차 문화 이야기가 왕실에서 즐겨 마신 토종차, 뇌원차와 이규보가 명명한 유차 등과 함께 서술된다. 조선에서는 떡차와 말차를 끓여 마시는 방식을 고수하고, 찻물 끓는 소리에 대한 감상을 유독 즐겼다.  

일본은 삼국 중 차가 가장 늦게 보급된 곳이다. 그런 만큼 말차 마시는 방법의 완성된 형태가 보급됐고, 지금까지도 그 원형이 그대로 이어진다. 저자는 삼국의 차 문화에 대해 조선의 차 문화는 문인의 교양과 취미의 선에 머물러 있었던 한계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탄탄한 생산성을 기반으로 누구나 마시는 일상의 차로 발전했고, 일본은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서 말차 다도가 자리를 잡았다고 결론짓는다.

   ‘회화 속에 나타난 차문화’와 ‘삼국의 투차(鬪茶·차 겨루기)’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고대의 회화 작품을 통해 생활 속에 차가 얼마나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투차의 전통은 당대인이 어떠한 일상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한·중·일의 투차는 시작된 시기는 물론 그 내용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국에서 투차는 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시작됐지만, 당·송 대에 이르면 품격 있는 교양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차를 잘 끓이고 태도와 예절을 살피는 정도에서 머물렀다. 일본에서는 무사의 요란스러운 차 모임 형태로 나타난다. 경품을 걸고 즐기는 무사의 놀이로, 주연과 함께 진행되는 떠들썩하고 사치스러운 놀이였다.  

책은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아시아의 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336쪽, 1만6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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