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서양인들이 마셨던 차에 대한 기록들을 읽는데

2023. 3. 5. 01:08차 이야기

18-19세기 서양인들이 마셨던 차에 대한 기록들을 읽는데

골리앗(88.241) 2022.12.09 21:57:31
조회 220 추천 1 댓글 11
 

1773년 12월 16일 밤, 미국 메사추세츠만 보스턴 항에 정박해 있던 영국 동인도 회사소속 무역선 3척이 일단의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그 괴한들은 안에 실려 있던 차상자들을 몽땅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이 있었지. 이 사건 이후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로 미국 13개 식민지들이 미합중국을 구성하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는데, 18세기 서양인들이 마셨던 차들에 대한 기록들을 보다가 재미있는 기록을 찾았어.

당시 동인도 회사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어서 그랬는지, 보고서에다가 당시 괴한들이 바다에 던져서 상품가치를 상실한 차화물 목록들을 아주 상세하게 작성한 보고서가 남아있는데, 이 보고서를 볼 수 있었음.

당시 폭도들이 던져버린 차의 총액은 9659파운드 (당시 1파운드는 순금 7.98805g이 포함된 금화였으니 금 무게만 77.15kg), 총 340상자에 추정 무게는 46톤임. - 도대체 폭도들 숫자가 몇이나 되길래 배 세척에 나눠 실려 있던 46톤이나 되는 상자들을 몽땅 바다에 던져버렸는지는 미스테리임. 한 100명쯤 되었으려나

그리고 당시 폭도들이 던져버린 차의 내역들인데 이게 중요함.

Bohea Tea 240상자

Congou Tea 15상자

Souchong Tea 10상자

Singlo Tea 60상자

Hyson Tea 15상자

여기서 Bohea Tea (보혜 티)는 무이산에서 나는 무이차들을 말함. (대홍포, 수선 등등)

Congou Tea는 공부차인데, 공부차는 차를 마시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은데... 홍차라고 함. 아직도 조주공부차((Teochew Kanghu tea)나 아모이공부차(Amoy Kanghu tea) 같은 게 팔린다고 함.

Souchong Tea는 지금도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송연향이 나는 랍상수총(=정산소종) 홍차이고,

Singlo Tea는 안휘성 송라산에서 유명한 녹차인 송라차임.

Hyson Tea는 역시 안휘성에서 재배되는 우전녹차라고 함.

   보면 당시 동인도회사는 보혜 티(무이산 차)를 거의 주력으로 싣고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수요가 컸던가, 아니면 장기간 항해에 더 잘 버티기 때문에 수입한 건가 둘 중 하나일 것 같음. 공부차 같은 고급차들은 나무상자가 아니라 주석상자나 양철상자에 포장해서 들여왔다고 하는데, 당시 물건들이 아직도 영국에서 꽤 많이 남아있음, 1730년대에 스웨덴 국적의 중국무역선이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그 배에 선적된 화물들을 현대 잠수부들이 건져보니 주석 통속에 포장되어 있던 차에는 바닷물이 침투하지 않아서 아직도 마실 만했다는 말도 있는 거 보면 주석통이 좋은 거 같기는 해.

결론은 당시 영국인들은 중국차, 가중에서도 무이산 차들을 주로 마셨다.

P.S. 근데 보고서에는 도합 340상자인데, 실제 폭도들이 던져버린 차는 342상자였다고 함. 남은 두 상자는 목록에 누락되어 있는데 아마 선장이 개인용으로 꼬불쳐 뒀다가 함께 털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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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221.151)

    맛잘알이였노

    2022.12.09 22: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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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맛잘알이었는지는... 당시 차는 영국정부 관세 때문에 파운드당 10실링(1파운드 금화=20실링 은화)이었는데, 커피의 4배, 초콜릿의 3배 가격이었다고 함. 그래서 어떻게해서든지 최대한 단물쓴물 다 뽑아 먹으려고 재탕, 삼탕은 기본이었음. 당시 생활의 지혜랄까 잡지 기사를 보면 4명이 모였을 때 티스푼으로 4-5스푼 차를 넣고 6잔 분량의 티팟에다 차를 우린 뒤, 남은 차 위에 또 뜨거운 물을 붓고, 그 남은 차 위에 또 붓고해서 삼세번 우려먹는 비법(?)도 적혀 있고 함. 아마 그래서 우유를 넣었겠지 써서 못 먹으니까

      2022.12.09 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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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옛날 기록들 보는데, 아무튼 영국놈들 돈 계산하기가 매우 힘들다. 1페니 = 4파딩, 1실링 = 12페니 = 48파딩, 1파운드=20실링=240페니=960파딩... 존나 복잡하고 계산하기도 힘듦. 1파운드=100페니 하면 얼마나 좋아. 게다가 19세기에는 기니 금화를 많이 썼는데 1기니는 21실링...

      2022.12.09 2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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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221.151)

    접때도 차가 너무 비쌌네 ㅠ

    2022.12.09 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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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ㅇㅇ 그리고 영국정부가 프랑스와의 전쟁비용 충당하려고 식민지에다가 이것저것 특수관세 물렸다가 식민지사람들이 집단 반발하자 차를 제외한 모든 특별관세를 철회했는데, 그거 불만 품고 보스턴 사람들이 차 바다에 던진 거

      2022.12.09 22: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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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근데 19세기에는 차에 대한 특별관세 114%를 철회하고, 오히려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에게 차소비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세금보조도 해주고 해서 빅토리아 시대에는 찻값이 상당히 싸졌음. 그래도 파운드당 실링은화 2-3개였으니까 완전 싼 건 아니지만

      2022.12.09 2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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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25.186)

    보스턴차 사건이군

    2022.12.09 22: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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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ㅇㅇ 보스턴 티파티

      2022.12.10 0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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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82.212)

    소우총 보고 흠칫 했는데 내가 알고 있던 정산소종 맞구나... 진짜 귀한 것들 버렸네 양키 새끼들

    2022.12.12 11: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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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리앗(88.241)

      당시엔 지금보다 더 귀했을 듯. 바다건너 물 건너 몇 달을 항해해서 온 물건들이니 운송료도 만만찮았을 것이고

      2022.12.13 05: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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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82.212)

      몇 상자 훔치면 목돈 만지겠노

      2022.12.13 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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