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道具 (차생활의 모든 것) 신수길

2023. 3. 19. 03:14차 이야기

차 도구, 차생활에 관한..
 
완주09.09.11 12:44
 
茶道具 (차생활의 모든 것) 신수길 출판사: 솔과학 2005
 


차는 처음에 약용, 의식용으로 시작하여 차츰 승려들과 귀족계급이 기호음료로 마시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계층이 넓어지게 되었다.
 
우리 차 문화를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이규보(李奎報), 정약용(丁若鏞), 초의(초의(草衣)) 등의 많지 않은 자료에 의존하며 규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도(茶道)라 함은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려우나 차(茶)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행하며 차를 통해 절대의 경지를 향해가는 것을 다도라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예절을 익히고 행다(行茶)하는 법을 완성 했다하더라도 다도라고 할 수는 없다.


다도의 도(道)라고 하는 것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의미이다
 


도(道)의 경지는 선과 악의 시비가 없고 물질과 형상의 유무가 없으며, 언어(言語)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세계이다.



차(茶)생활은 단순히 다기에 차를 넣고 더운물을 부어 우려 마시기만 한다고 차 생활이라 할 수는 없다. 깊은 의미는 두지는 않는 다해도, 찻잔에 비치는 차의 색깔과 차향을 느끼며 입안에 감도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또한 찻그릇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다에 의한 정신적 편안함을 얻을 수 있어야 차(茶)생활을 한다고 할 것이다.


차생활의 멋은 찻자리에 쓰이는 다구(茶具)들의 아름다움과 차실의 조화로운 분위기가 차인을 통해 표현되는 포괄적 정서이다. 좋은 다기를 쓰며 아름다운 찻자리를 마련하고 멋스럽게 차를 내고 싶은 마음은 차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행다는 모든 공예의 미(美)를 표현하는 종합예술이고 멋이다.

 
차생활은 미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차생활은 다구의 미학이다.



다도가 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다구는 미의 세계로 가는 길목이다.




차가 아름다운 찻그릇을 태어나게 했지만 찻그릇이 차를 마시게도 한다.


차는 다구뿐만 아니라 작은 꽃 한 송이에까지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므로 차인은 찻일에 쓰이는 모든 기물을 심미안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공예로 본 다구의 의미


공예의 사회적 의식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미술은 고상함과 자유로움을 내세워 예술로 존경받아 왔으나 실용을 목적으로 하는 공예는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제작 표현에 제한이 없는 순수미술은 인간의 귀족계급처럼 높은 지위에서 귀한 대접을 받아왔지만, 공예는 쓰임을 떠날 수가 없기 때문에 창의성에 제한을 받으며 하대 받아왔다.
 
공예(工藝)라 함은
 
첫째, 실용성이 있어야 한다. 쓰임이 결여된 기물은 공예로 인정받지 어렵다.
둘째, 제작에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일반인들도 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재료의 선택이 쉬워야 한다. 구하기 어려운 재료나 값비싼 재료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넷째,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특수 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용품이어야 한다.
다섯째, 미(美)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기물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이는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공예로서의 다구
 
다구는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미술품이 아닌 공예품이며 차생활에 쓰이는 특별한 목적의 기물이다. 이것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능과, 조형적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공예미술품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기능과 미(美)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우리의 선인들은 생활용구를 만들 때 미(美)에는 깊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쓰임만을 생각 했다.
 
다구는 모든 공예미술을 수용하며, 그것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보여주므로서 공예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 그러므로 도자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서예, 그림, 조경, 화예 등 차생활에 쓰이는 모든 공예들은 하나로 이어지고 이것들은 차문화 공예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차를 우리고 따르는데 필요한 격식을 다법(茶法)이라고 하며, 차를 내는 행위를 행다(行茶)라고 한다.
 
다도구와 다구와 다기의 분류
 
우리의 차 문화가 오래 되었다고는 하나 내외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 명맥만 이어져 왔다. 차에 대한 자료 또한 다부(茶賦), 동다송(東茶頌), 다신전(茶神傳) 등 많지 않는 문헌이 전해 질 뿐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차에 대한 문헌은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의 것을 인용하고 있다.
 
다구(茶具)에 대하여 당나라 다성(茶聖) 육우(陸羽)는 다경(茶經: 二之具, 四之器)에서 다구와 다기의 용도에 대한 것을 구분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그들도 송대(송대)에 와서는 다구(茶具)와 다기(茶器)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다구(茶具)라고 하였다.
 
포괄적인 의미의 다도구(茶道具)
 
다도구를 지금시대의 의미로 정리해 보면 찻잎을 따는 일, 차를 우리고 마시는 일, 차실안의 기물이나 장식품, 찻그릇을 거두고 정리하는 일에 필요한 모든 기물(器物)들을 가리켜 넓은 의미로 다도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다도구(茶道具)는 다구와 다기를 수용한 통합적인 의미로서 차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도구(道具)라는 의미는 어떠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연장을 뜻한다.
여기에서 다도구라는 의미는 행다(行茶)를 하는데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는 다해도 제다에 필요한 도구나 차실 내외(內外)의 보조적인 것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다도구라는 말은 광범위하기 때문에 흔하게 쓰지 않고 다구, 다기 등 더 좁은 의미의 명칭을 많이 쓴다.
 
차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다구(茶具)


다구(茶具)는 차를 우리고 마시는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차실안의 장식물까지 총칭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구의 의미가 넓기 때문에 차를 마시는 이들은 포괄적인 의미로 많이 쓰고 있다. 좁은 의미로 보면 다구는 다기를 제외한 것으로 차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말한다.
 
다기는 제외한 다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나무로 된 것들을 살펴보면,
차를 내는데 필요한 다판(茶板)과 찻상(茶床)이 있고 차를 나를 수 있는 다반(茶盤)이 있다.
 
찻잔을 받치는 나무찻잔받침(盞), 다식을 박아내는 다식판, 다식을 담는 다식접시, 찻그릇을 넣어두는 찻장, 물을 끓이는 화로, 솥, 물을 뜨는 표자, 꽃을 꽂는 화병, 향로, 차선, 물항아리, 가리게, 족자, 들차회 갈 때 그릇을 담을 수 있는 앵통(櫻筒), 바구니, 찻상보 등이 있다.
 
이것들은 찻일에 쓰이거나 직접 쓰이지 않는 다해도 첫 자리를 장식하는 보조적인 기물까지 모두 다구로 분류된다.
 
만들어진 다구의 재료를 보면 나무, 돌, 도자기, 금, 은, 철, 상아, 면, 삼베, 종이 등 모든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나무로 된 다구의 부재료는 옻칠을 한 것과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그릇, 다기(茶器)
 
차를 담고, 차를 우려내고, 우린차를 부어 마시는데 쓰이는 그릇들을 다기(茶器)라고 한다. 대부분 물이나 차를 직접 담거나 마시는 기능의 그릇들이다. 다기의 대부분이 도자기로 되어 있지만 금, 은, 유리, 옥돌, 나무 등으로 만들어 진 것도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고 많다.
 
다기의 종류를 보면, 잎차를 우리는 다관(茶罐), 우린차를 담는 찻잔, 식힘그릇, 버림그릇, 뚜껑받침, 가루차(未茶)를 저어 마시는 찻사발(茶碗), 나무에 옻칠을 한 남태칠기다기, 도자기에 옻칠을 한 도태칠기다기, 금태칠기다기 등이 있다.
 
다구와 차에 대한 명칭과 호칭


다구와 그 명칭
생활에 쓰이는 도구는 편리함을 위해 계속적으로 새로운 것이 태어난다. 이처럼 다도구도 차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계속해서 개발되어 왔고, 앞으로도 차생활의 정서나 시대적 영향에 의해 끊임없이 개발되어 나아갈 것이다.
 
차인의 멋을 담는 찻사발


찻사발
가루차를 마실 때 쓰이는 사기(沙器)로 된 발(鉢)을 찻사발 또는 다완(茶碗)이라 한다. 발은 몸통보다 입이 좀 더 큰 그릇으로, 나무로 된 목발, 사기로 된 사발, 철로 된 철발 등이 있다. 발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무엇을 담아 놓기도 하지만 마시거나 먹는 것에 가장 많이 쓰인다.
 
옛날 관요나 규모가 큰 요장에서는 물래대장, 불대장 등이 따로 있어 불대장은 불만 때면 되었지만
 
찻사발의 분류 및 부분 명칭과 이해


조선시대, 일본이 우리와 민간교류를 주도했던 것은 일본의 승려들이다. 그들은 조선의 전 지역을 다니며 찻사발로 쓸 수 있는 생활 잡기의 모든 것을 일본으로 가져갔다. 선비들이 붓을 씻기 위해 만든 필세도 찻사발로 이용했고, 소성과정에서 불이 지나쳐 변형된 것도 그 속에 아름다움을 찾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그릇은 그들 차인들의 감식안으로 선별하여 찻사발로 썼다. 찻사발로 선택된 것은 잡기의 설음을 벗고 호화로운 다완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들이 가지고 간 우리의 사발은 그들 나름대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안목으로 감상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헌을 남겼다. 일본은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는 “임진왜란”을 통해 우리의 많은 도자기와 사기장들을 끌고 갔다. 끌려간 우리의 사기장에 의해 그들은 도자산업을 세계시장으로 이끌어내며 경제를 부흥시켰다.
 
어소환(御所丸 ; 고쇼마루)다완; 덕천가(德川家)에서 사용할 다완을 직부(織部)에 의장(意匠)시켜 그 절형(切形)을 김해가마(金海)에 주문제작하여 어소환배로 싣고 간 다완을 어소환(御所丸) 다완이라 한다.
 
어본(御本 ; 고혼): 일본에서 보내온 견본 다완을 처음에는 초량의 부산가마(釜山가마)에서 빚었으나 그 뒤 많은 교류에 의해 1639년에는 왜관 안에 부산가마(釜山가마)가 설치되었고 여기에서 빚은 모든 다완을 어본(御本)다완이라 한다.
어본의 종류는 어본입학(御本立鶴), 오기(吳器), 김해(金海), 이라보(伊羅保), 시체(枾蔕), 어소환(御所丸), 할고대(割高대), 조삼도(彫三島), 운학(雲鶴), 회어본(繪御本), 반사(半使)등이 있다.
 
찻사발의 기능성과 조형미


찻사발은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공예품이다. 공예품(공예품)은 어떠한 것이나 쓰임에 맞는 기능이 있어야 하고 그 쓰임 속에 아름다움이 베어 있어야 한다. 특히 찻사발은 쓰는 이가 일반인들과는 달리 미의식을 갖고 있는 차인들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사발의 울


다완 밑 부분에서 시작한 율동이 위로 뻗어 나아가며 형성되는 다완 몸통의 벽을 울이라 한다. 사발을 형성하는 주된 부분이며 사람의 몸통에 비유되기에 사발몸통 이라고 한다. 굽에서 시작한 선은 울을 따라 올라가면서 부드럽고 힘차야 하고 자연스럽게 전까지 이어져야 한다. 사발 울 선이나 표면이 곱살스럽고 이쁘기만 하면 일반적인 그릇으로는 쓸 수 있지만 찻사발로는 격이 없이 쓸 수가 없다.


찻사발은 두 손으로 잡았을 때 안정감이 있고 촉감이 좋아야 한다. 크기에 비해 무겁거나 많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좋은 찻사발이라 할 수 없고 이것을 잡았을 때 느끼는 파지감도 좋아야 한다. 크기에 비해 무겁거나 많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좋은 찻사발이라 할 수 없고 이것을 잡았을 때 느끼는 파지감도 좋아야 한다. 청자나 백자가 아니라면 울의 표면은 적당한 굴곡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좋다. 이는 손으로 잡을 때 잡는 맛이 있게 하고 감상 포인트 하나를 더 있게 한다. 또 불 맞은 흔적이 아름다운 색상으로 찻사발 여러 부분에 나타나 있고 그것들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보는 즐거움은 한층 더하게 된다.


안쪽 울은 매끄러우면서 굴곡도 없어야 한다. 그것은 차유(격불한 차의 거품)가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와야 마시는 이가 편하기 때문이다. 또 전이 옥아 있으면 차를 마실 때 목을 뒤로 젖혀야 하는 단점이 있어 좋은 찻사발이 될 수 없다.
 
 
차선 닿는 자리는 어느 정도의 넓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차선으로 격불을 할 때 좁으면 불편하고 찻사발의 형태도 허리 아래가 좁으면 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찻사발의 배가 힘이 없이 나와 있거나 들어가 있다면 조형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것이 찻사발 전체의 격을 가늠하는 것이고 격이 없으면 좋은 찻사발이 될 수 없다.
 
 
 어떠한 것이 좋은 찻사발인가?


그릇을 볼 수 있는 안목은 찻그릇을 몇 번 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의식을 갖고 계속해서 쓰고 그릇을 깊이 보며 지속적인 심미 훈련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다.


좋은 찻사발이란


첫째, 조형적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형태미는 우리가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아름다움이다. 사기장에 의해 만들어진 찻그릇을 잘 쓰는 것이 차인이라 하지만 좋은 그릇은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 기능이나 색상,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 해도 조형미가 없다면 좋은 다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둘째, 실용성이 있어야 한다. 찻사발은 차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기능에 맞게 태어나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해도 차선으로 격불을 할 때나 차를 마실 때 불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찻사발의 크기는 적당해야 하고, 크기에 비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도 안 되며, 또한 뜨거워서 잡기가 어려워도 좋은 찻사발이라 할 수 없다.
 
셋째, 자화상태(흙이 녹아 자기화 된 상태)가 좋아야 한다. 사기장은 도자기 가마에서 조화롭게 불을 때어 찻그릇이 잘 익게 해야 한다. 유약을 고루 입혔어도 덜 녹아 있다던가, 불이 너무 지나쳐 유약이 날아간 상태는 좋은 다기가 아니다.
 
넷째, 색상이 아름다워야 한다. 찻사발의 피부는 태토와 유약에서 결정되지만 색상은 불의 조화에 의해 흙의 본성을 나타내게 된다. 사기장은 불(火)의 삼원색으로 찻사발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형태나 자화상태 모든 것이 다 좋다고 해도 색상이 아름답지 못하면 찻사발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것의 색상은 말차유화(乳花: 말차의 거품이 꽃처럼 피어있는 것)의 색이 돋보일 수 있는 좀 짙은 색이 좋다.
 
좋은 찻그릇을 한마디로 요약 한다면, 찻사발은 조형미가 있어야 하고 손으로 잡았을 때 안정감이 있어야 하며 촉감이 좋아야 한다. 또 적당한 크기로 무겁지 않아야 하고, 아름다운 색상에 유약이 잘 녹아 있어야 하며,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러 곳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찻사발은 그 특성에 맞는 흙으로 기능에 맞게 만들어야 하며 조화롭고 안정적인 굽이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두루 갖추었을 때 우리는 좋은 찻사발이라 한다.
 
계절에 따라 선택해 쓰는 찻사발
 
색상은 백토분청 같은 밝은 색 게열이나 열꽃이 많이 핀 것들이 화사하고 신선한 느낌이 있어 좋다. 밝은 색상의 찻사발에 녹색의 말차는 봄 내음을 물신 풍기게 한다. 찻사발의 형태는 많이 넓거나 좁지 않고 울이 적당하게 올라와야 하며 잔 입술은 젖혀지지 않는 것이 무난하다. 봄에 쓰는 찻사발은 정호다완이나 김해다완, 덤벙 분청 등이 좋고, 크기는 보통 크기를 선택해서 쓰면 된다.
 
여름에 맞는 찻사발은
엷은 청색과 미색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교맥다완이나 귀얄자국이 시원스런 분청 등 입이 넓은 것이면 좋다. 밝고 넓은 찻사발에 연두색의 차는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가을
정호 큰 사발이나 이라보 계통, 갈색바탕의 인화분청 찻사발은 연녹색의 차유(茶乳)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감상 포인트가 많은 홍엽오기는 가을 찻사발로 쓰기는 더 없이 좋고,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응천이나 천목다완 등 짙고 오목한 계통의 찻사발이면 좋다. 특히 검정색과 녹색의 차유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천목류는 겨울에 쓰는 찻사발로는 말할 수 없이 좋다.
 
가루차에 따른 다구


말차시(末茶匙)
가루차를 떠서 찻사발에 넣는 점다법(點茶法)에 쓰이는 찻숟가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 은, 청동, 철로 제작하여 사용했고 차시 손잡이 끝에 고리가 달린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찻숟가락 끝에 달린 고리는 가루차를 다완(茶碗)에 넣고 휘젓는 용도로 쓴 것으로 본다. 근래에 와서 그것을 되살려 은, 백동, 대나무, 흑단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대나무로 된 말차시(末茶匙)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제다(製茶)기술이나 나무로 된 다구, 행다 등 여러 면에서 일본이 앞서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말차시도 세가지, 진(眞: 싱, 마디가 없는 것), 행(行: 교우, 대나무 마디가 손잡이 끝에 있는 것), 초(草: 소우, 대나무 마디가 가운데 있는 것) 등 대나무로 만들어 다케노죠오(다케노죠오 차인, 다구감식가) 때부터 사용하였다.
차시를 만드는 재료로 예전에는 금, 은, 동, 상아, 조개껍질, 나무 등으로 만들어 썼는데 그 중 나무로 된 것은 주칠을 해서 사용했다.
 
차선(茶筅)
차선은 찻사발에 가루차를 넣고 더운 물을 부어 차와 물이 잘 섞이게 휘저어 거품을 내게 하는 도구이다. 차선을 저으며 거품을 내게 하는 행위를 격불(擊拂)이라 하고 이렇게 해서 생긴 거품을 우리의 문인들은 유화(乳花), 녹유(綠乳), 설유(雪乳), 운유(雲乳)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다경에도 차선을 사용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이때 벌써 차선은 쓰여졌다고 보이지만 지금처럼 발달된 것은 아니었다. 현재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차선은 일본의 소세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만들어 쓴 것이라 하는데, 시대가 내려오면서 다인들이 많이 발전시켜 지금에 이른 것이다.
 
가루찻통, 말차호(末茶壺), 차합
찻통이나 차호, 차합의 내부는 매끈해야 하고 입은 차를 떠내기에 편한 크기라야 한다. 가루차를 떠낸 뒤 다호 내벽에 찻가루가 많이 붙어있지 않고 아래로 내려와야 깨끗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루찻통은 대부분 원통이나 각이진 통으로 되어 있고, 말차호는 항아리 형태로 되어 있으며, 차합은 몸통과 뚜껑의 크기가 비슷하며 대부분 둥글납작하게 만들어져 있다.


가루차 용기는 도자기, 은, 주석, 옻칠(칠기, 漆器)로 만든 것 등이 있지만 차는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에 도자기나 칠기로 된 것을 많이 사용한다.
 
표자(瓢子)
솥에서 끓는 물을 떠서 다관이나 식힘 그릇으로 옮기는데 쓰는 도구이다. 예전에는 차 맷돌이나 다연으로 가루 낸 차를 물이 끓는 솥에 넣고 휘젓거나, 끓인 차를 떠서 다완에 부어 마시는데 쓰였다.
표주박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일본(日本) 전다도(煎茶道)의 중흥조(中興組)인 매다옹(賣茶翁: 호이사요우) 선사이다. 그가 처음으로 표자 대신으로 표주박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선사의 전집과 매다옹다기도(賣茶翁茶器圖)에서 오심선사(悟心禪師) 명(明)편에 기록되어 있다.
 
차의 심성을 우려내는 다관


다관(茶罐)
잎차는 넣고 더운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는 용기를 잎차다기 또는 다관이라 한다. 이것을 동양 삼국에서는 다병(茶甁), 다호(茶壺), 다관(茶罐) 등으로 부르고 있으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통합해서 다관이라 부른다.
 
옛 중국의 당, 송대에는 덩이차인 병차(餠茶), 단차(團茶) 등을 마셨다. 특히 연고차(硏膏茶) 공물(貢物)은 백성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 이것을 명나라 홍무24년(1391년)에는 백성들의 차 만드는 폐해(弊害)를 없애기 위해 연고차 제조를 나라에서 금지시켰고 공차(貢茶)제도를 폐지하였으며, 찻싹을 딴 체로 차를 만들어 공납하게 했다.


그때부터 자다(煮茶)법에서 잎차를 우려 마시는 포다(泡茶)법으로 널리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그것에 따른 다구가 의흥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졌다. 이처럼 도구는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스럽게 그 시대에 태어나는 것이다.


의흥 자사도예는 송대(宋代)부터 비롯되었지만 이때에 와서 활발해 졌다. 명대 이전의 다호(茶壺)에 대한 거룩이 확실하게 전해지지 않는 점으로 보아 이때부터 다호(우리의 다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호의 제작은 의흥지방이 가장 활발했고 “의흥 자사호”는 중국다호를 대표하리만큼 유명하며 그것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말차를 마신 뒤에는 대부분 잎차를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의 잎차는 우려 마신 것이 아니라 차를 넣고 끓여서 탕으로 마셨다.
우리 다관에 대한 기록이나 유물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찻잔은 몇 개가 전해오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백자로 된 주전자는 있으나 다관으로 썼다고 보기에는 힘든다.
 
우리의 차 문화를 보면 1600년이 되기 전에 차가 없어지고 궁중이나 민가의 제사에도 차대신 술이 쓰이게 된다. 1800년경 다산과 초의선사에 의해 새로운 차 문화를 열게 되었다. 이때가 사실상 근대 차(茶)의 시발점으로 보인다.


차를 우려마실 수 있는 우리 다관은 1950년대 말, 효당(최범술)스님이 해이사에 계실 때 절 아래에서 도자기를 빚던 토우 김종희 님에 의해 만들어 졌다. 처음에는 일본의 것을 참조하고 고증을 거처 우리 정서에 맞는 형태로 만들었지만 잘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수회에 걸쳐 수정하고 보완해 가며 스님 네들이 쓰는 다기는 그가 만들어 주었고, 1963년에는 가마터를 옮겼으며 그해 11월에 가마를 다시 박고, 1965년에 와서야 다관다운 옆손잡이 다관을 만들었다. 이것이 기능을 갖춘 우리다관으로는 처음인 것이다.
 
다관이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다관의 분류 및 부분 명칭과 이해


위에서 잡는 주자형 손잡이를 다관(茶罐)이라고 하고, 옆에서 잡는 자루형 손잡이를 다병(茶甁)이라고 하며, 뒤에서 잡는 고리형 손잡이를 다호(茶壺)라고 했다.
 
다관의 기능성과 조형성


첫째, 다기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다관의 몸통, 물대, 손잡이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형미는 어떠한 공예품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것이다.
옆손잡이의 경우, 물대와 손잡이의 각도는 위에서 볼 때 몸통을 중심으로 직각일 때가 가장 좋다. 그러나 앉은키가 작은 사람이나 여성들에게는 약간 옥은 듯한 느낌이 있는(약88도)것이 물 따르기에 더 편하다. 손잡이가 몸통 중심에서 직선으로 뻗지 못하고 물대 쪽이나 반대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으면 쓰기도 불편하지만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지 못하다.
 
둘째, 출수(出水)와 절수(切水), 금수(禁水)가 잘되어야 한다. 출수(出水)는 다관에 담겨진 물이 물대를 따라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말한다. 물대에서 나온 물은 적당한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지점에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한다.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거나 물줄기가 많이 꼬이는 것, 힘이 없이 흘러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절수(切水)는 다관의 찻물을 여러 찻잔에 나누어 따를 때 찻물이 끊어지는 것을 절수라고 한다. 물이 잘 끊어지지 않고 물대를 타고 흐른다면 깨끗이 사용하기가 어렵다.
금수(禁水)는 다관 뚜껑과 구연 부가 잘 맞아서 바람구멍을 막고 다관을 기울였을 때 물이 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셋째, 물대 끝, 구연부, 손잡이 끝이 높이는 수평(3평)을 이루어야 한다. 물대의 끝이 높으면 물을 따를 때 자칫 구연 부로 넘쳐 나오게 되고 이것이 낮으면 다관에 물이 가득 차지 않는다.
다관의 손잡이는 몸통에 붙는 위치가 중요하다. 자루 손잡이의 경우 몸통의 중간 높이에 붙어 있어야 하고 그 끝의 높이는 구연 부와 같아야 한다. 손잡이 끝이 낮거나 높이면 다관의 무게 중심을 잡기 어렵고 쓰기도 불편하게 된다.
 
넷째, 거름망이 섬세하여 차 찌꺼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다관 몸통에 거름망 구멍은 난잡하지 않게 규칙적으로 뚫어져 있어야 보기에도 좋다. 차인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미를 찾고 관심을 갖고 보기 때문에 도예 가는 거름망의 작은 구멍 하나라도 함부로 뚫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자화상태가 좋고 색상이 맑아야 한다. 도자기로 된 찻그릇은 용기(用器)이기 전에 도자기로서의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자화가 되지 않은 것은 찻그릇으로의 가치는 부족한 것이다. 일부 도예 가와 차인들은 유약이 다 녹지 않은 찻그릇을 다기의 특성이라고 하며 쓰고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보여 진다.
 
도예 가들이 단순하게 먹고 마시는 기능만을 생각해서 그릇을 만든다면 이것은 생활용기일 뿐, 공예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에 실용적 아름다움을 접목시킴으로서 공예품이 되고 공예미술품이 되는 것이다. 이것들이 미(美)적 안목이 있는 평론가들로부터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도공은 예술가로써 자리매김하게 된다.
 


잎차에 따른 찻그릇


찻잔(茶盞)
잔이란 작은 종(種)에서부터 배(杯, 盃), 구(毆) 완(碗)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넓은 의미로 잔(잔)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잎차 잔으로 쓰이는 찻잔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찻잔의 형태를 보면, 잔 입술이 넓고 내려가면서 좁아져 마치 범종을 거꾸로 세워 둔 것 같은 것을 찻종(鍾)이라 하고, 잔 입술이 약간 넓고 아래로 내려가며 조금씩 좁아지는 것으로 다완을 축소한 것 같은 것을 잔(盞)이라고 한다. 또 잔 굽이 높으며 한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으로 장수가 전장에 나아갈 때 말 위에서 마시는 마상배(馬上杯), 어떠한 의식에 쓰이는 헌다(獻茶)잔, 양이(兩耳)잔, 문향배(聞香杯) 등이 있다. 대체로 보면 굽이 낮으면 잔(盞)이라 하고 반대로 높으면 배(杯, 盃)라고 하는 경향이 많지만 포괄적 의미로 모두 잔(盞)이라고 한다.
 
찻잔받침(盞托)
찻잔을 받치는 접시류를 찻잔받침 또는 잔탁(盞托)이라 한다. 이것은 대부분 도자기와 나무로 만들었지만 금속으로 된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잔받침은 낮게 만들어 졌고, 의식이나 제사에 사용하는 것은 굽이 높게 제작 되었다. 이것들의 형태는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었으며 잔과 함께 한 벌로 제작 하였다.
 
식힘사발(熟盂)
잎차를 우리기 위해서는 끓인 물을 알맞은 온도로 식혀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그릇을 식힘 사발 또는 숙우(熟盂)라고도 하며 귀때사발, 귀대접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우린 차를 각 잔에 나눌 때도 쓰이는 그릇이다. 식힘 사발의 크기는 다관 안에 들어가는 물의 량과 비슷해야 한다. 다관의 량보다 크면 탕수의 량을 가늠하기 어렵고, 작으면 다관에 있는 차를 따를 때 모두 따르지 못하게 되며 찻잔에도 다 차지 않는다.
 
버림그릇(退水器)
퇴수기, 개수기, 버리게라고도 하는 버림 그릇은 다관 또는 찻잔의 예온 한 물이나, 차를 마신 뒤 남아 있는 물과 차 찌꺼기를 버리는 그릇이다. 이것은 나무나 유기로 된 버림 그릇도 있었지만 대부분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다. 나무에 옻칠을 한 버림 그릇은 다구가 부딪치는 부담을 줄이고, 차를 마신 뒤 차 찌꺼기를 버릴 때나 행굼물을 버릴 때도 안전하다. 그러나 도자기로 된 버림 그릇은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항아리
찻물을 담아두는 것으로 옹기나 도자기로 된 용기(用器)를 말한다. 물은 차의 몸(몸)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옛 다서(茶書)에도 품천(品泉)에 관한 기록이 많이 있다. 이처럼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이 차 맛을 내는데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 항아리는 대부분 옹기보다 도자기로 된 것을 선호한다. 도자기는 유약이 잘 녹아있고 자화가 잘된 것이 좋다.
 
차항아리(다호, 茶壺), 찻통
잎차, 가루차, 덩이차를 넣어 보관하거나 금방 먹을 수 있게 덜어서 담아 두는 다구들을 다호(茶壺), 찻통, 차합 이라고 한다.
다호는 도자기로 만든 항아리 형태이고 뚜껑이 있으며 잎차를 담을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덩이차를 담는 큰 것, 가루차를 담는 아주 작은 것까지 다양하게 있다. 찻통은 구연 부와 굽의 크기가 비슷하게 했고 나무, 도자기, 종이, 은, 주석 등으로 차를 담을 수 있게 만들었고, 형태는 원통형, 사각형, 오각 형, 육각형 등 다양하게 있다.
 
기타 도자기로 된 다구


다식그릇
다식그릇으로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다식을 만드는 재료나 만들어진 다식을 담아 돌 수 있는 작은 함지박이나 찬합 등이 있고, 또 다식을 덜어 손님 앞에 내놓는 작은 접시들도 있다.
 
차화로(茶爐)
차실에서 쓰는 차화로(茶爐)는 화로와 풍로의 복합적 기능으로 찻물을 편리하게 끓일 수 있도록 이 시대에 만들어진 다구이다. 전해오는 풍로(風爐)는 아랫부분에 통풍구가 있으며 불을 피워 무엇을 끓이는 것으로 대부분 실외에서 사용 되었고, 화로(火爐)는 불을 담아두는 것으로 대부분 실내용이며 온돌 생활의 보조난방 기능으로 사용 되었다.
풍로(風爐)는 돌, 진흙, 무쇠 등으로 만들었으며 자연적인 공기의 흐름으로 불이 잘 타게 고안 되어 있다.
 
화로(火爐)는 흙, 곱돌, 무쇠, 유기 등으로 만들었으며 난방과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이것을 썼다.
 
탕관(湯罐), 물솥
풍로나 차화로 위에 올려놓고 물을 끓이는 도구이다. 탕관은 도자기, 무쇠, 옹기, 은, 유리 등으로 된 주전자 형태를 말하고, 물솥은 곱돌이나 도자기, 무쇠 등으로 만든 솥의 형태를 말한다. 돌솥(돌솥)이나 도자기로 된 것들은 불에 견디는 힘(내화도: 耐火度)이 강해야 한다.
 
향로, 향합, 향꽂이
향로(香爐)는 향을 피우기 위해 불을 담는 그릇으로 훈로(薰爐)라고도 한다. 이것은 불을 담아두고 향이 좋은 향나무를 잘게 깎아 불 위에 피우는 것으로 돌, 도자기, 토기, 유기, 동, 백동으로 만들었다. 향은 예로부터 악취를 재거하고 부정(不淨)을 없애기 위해 썼으며 어떠한 의식을 행할 때에도 향을 피웠고 불교에서는 마음의 때를 씻어 준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향은 수목의 나무향(木香)과 이것을 가공한 연향(練香)을 쓰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화려하고 귀족적인 성향의 청자가 번성하였기 때문에 청자로 된 향로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향합은 향로에 피울 향나무를 잘게 깎아 담아두는 그릇으로 도자기나 칠기(漆器), 유기(鍮器), 백동(白銅) 등으로 만들었다.
 
화기(花器)와 등기(燈器)
차실에 연출되는 찻자리 꽃을 다화(茶花)라고 하고 꽃을 꽂아두는 그릇을 화기(花器), 화병(花甁)이라 한다.

등기(燈器): 불을 켤 수 있는 그릇으로 식물성기름을 쓰는 접시 형과 석유를 쓰는 항아리형태의 두 종류가 있다.
 
차인들의 작은 예술무대 다판


다판과 차탁, 찻상의 의미
차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다기를 올려놓고 차를 내고 마실 수 있는 판이나 상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쓰이는 것으로는 다판(茶板), 차탁(茶卓), 찻상(茶床) 등이 있다.
 
다판(茶板)은 평좌식 생활에만 기능하고 쉽게 쓰는 찻그릇들을 올려두며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게 만든 낮고 두꺼운 판이다.
차탁(茶卓)은 찻그릇을 올려두고 차를 내고 마실 수 있는 기능은 다판과 같다고 하지만 제작하는 방법과 형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대부분 판재를 가공하여 만들었으며 평좌식 생활에 쓸 수 있도록 낮게 만든 것과 높게(20cm이상)만들어 의자와 함께 입식생활에 맞게도 했다.
찻상(茶床)은 어떠한 의식이나 차 행사 때 행다를 하거나, 실내 또는 야외에서 쉽고 편하게 차를 마실 때 필요한 것으로 두 팔 안에 들어오는 크기의 반(槃)을 말한다. 소반처럼 판재로 만들어 혼자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차 생활에 가장 많이 쓰이는 편리한 다구이다.
 
다판(茶板)
다판은 차를 내고 마실 수 있는 넓은 판(板)으로 장식이나 부착물이 없고, 나무, 돌, 도자기를 이용하여 만든 것을 말한다.
요즘 다인들이 일반적으로 떡판이나 고재(古材)판을 다판으로 많이 쓰고 있는데 우리의 옛 목물을 아끼며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좋고, 다실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이것들을 차탁이나 찻상이라고 하는 차인들도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으로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차탁은 두 쪽 이상의 판재를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서랍 등을 부착하며 어떠한 형식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다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행다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찻상에 비해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마음에 드는 다기 몇 벌을 올려놓고 바꾸어 가며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다판의 재료
부재료로 쓰이는 칠은 예전에는 대부분 식물성 유제, 생옻, 황칠 등을 많이 썼으나, 요즈음은 특수한 칠을 많이 개발해서 쓰고 있다. 유칠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평범하고 소박한 칠이고 황칠은 고급 칠이다.
특히 황칠은 많이 생산되지 않았고, 칠을 하면 황금빛을 발하며 옻칠보다 맑고 투명하기 때문에 귀하게 여겼다.
 
차향을 나르는 찻상


우리의 민속공예품 반(盤)과 상(床)
소반(小盤)은 기물을 받쳐놓거나 받쳐 들고 이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사용 연대는 참으로 오래 전부터이다. 중국에서는 초(楚), 한(漢)대 고분에서 정교한 구름 문양이 장식된 붉은칠반()이 출토되었고, 우리나라에는 5~6세기 고구려 고분 무용총 주실 벽화에 음식을 담은 시각 반과 다리가 달린 상(床)이 그려져 있다. 이것들로 미루어 보아 상이나 반은 이때 이미 사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신라 말엽에는 미미하나마 목수에 관한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인종(서기1123년)때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목공품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 나라에서 관리하는 공예품 제작소인 중상서(中尙署)에도 그 기록이 있어서 그때부터는 체계적으로 수공업이 발전했으리라 본다.


소반(小盤)은 부엌에서 음식물이나 식기를 받쳐 들고 방까지 옮기는 반(盤)의 기능과 방에 들어오면 식사나 접대를 할 수 있는 상(床)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이것은 의식용으로 활용되거나 기물을 받혀놓는 데에도 쓰이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생활용구이다. 침실과 거실, 식당이 분리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상과 반을 따로 두지 않고 여러 기능으로 쓸 수 있게 고안된 것은 선조들의 지혜이다.
 
상(床)은 대체로 소반(小盤)의 기능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독립적인 이름으로의 상은 잘 쓰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식사를 할 때 쓰는 식상(食床)은 소반이라 하고 밥과 찬을 올리면 소반과 합하여 밥상이 된다. 또 술과 안주를 차리면 주안상, 차와 과일을 올리면 다과상, 아가상, 돌상 등으로 그 쓰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 지고 있다. 이밖에 경상, 연상, 혼례상, 제상 등으로 부르고 있는 상은 모두 기능적 의미를 두고 있는 특별한 상(床)이다.
 
소반은 사용자의 신분과 용도에 따라 규격과 형태, 품질에 차이가 많았다. 옛 문헌에는 여러 종류(, 床, 盤, 案, 卓, 机)가 있었지만 19세기 이후로는 대체로 반(盤), 소반(小盤), 반상(盤床), 수반(手盤) 등으로 제한하여 부르게 되었고
 
소목장의 숨결이 살아있는 다가구(茶家具)


사발장(茶碗欌)
찻사발을 편리하게 갈무리하고 쉽게 꺼내 쓰기 위해 나무로 만든 장(欌)을 사발장이라 한다. 찻사발은 쓰면서 감상하기도 하지만, 사발장에 정리해 놓은 것을 조용한 시간에 하나씩 꺼내 보며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이다.
 
다구함(앵통)
행다에 필요한 다구를 야외나 다른 곳으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함을 다구함 또는 앵통이라 한다. 다구함에는 여러 개의 다구가 적은 공간에 많이 들어가야 하고, 이동하기 쉽게 가벼워야 하며 견고해야 한다. 내부에 칸을 나누는 것은 다구를 분류해 넣는 의미도 있지만, 흔들릴 때 서로 부딪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앵통(櫻筒)에 대한 기록을 보면 “신라 경덕왕(景德王)은 즉위 23년(764) 삼월 삼짇날 귀정문(歸正門)에 나가셨다가 납의를 입고 앵통을 지고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께 차를 올리고 돌아오는 충담선사(忠談禪師)를 만났다. 왕이 나에게도 차를 한잔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충담선사는 지고 있던 앵통(櫻筒)안에 다구를 꺼내 차를 달여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다반(茶盤)
다반(茶盤)은 찻잔이나 다식 등 간단한 음식물을 단순하고 쉽게 이동하는 반으로 쟁반과 같은 기능이다.
 
전해오는 낮은 반은 대부분 작은 발이 부착되어 있으며 기물이 떨어지지 않게 운두가 위로 세워졌다. 이것들은 민가 또는 하류층에서 밥이나 찬, 곡물, 그릇 등을 나르는데 많이 썼기 때문이다. 이러한 옛 반(盤)들을 지금 차 생활에 활용한다면 좋은 다구가 된다.
 
차실을 꾸며주는 다가구
우리의 차 문화는 적은 양의 다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 왔다. 다가구 분야는 앵통, 다반, 다식함 등 몇 군데 기록된 문헌은 있으나 실물로 이어져 온 것이 별로 없다.
 
기타 나무로 된 다구
 
찻잔받침(盞托)
 
차측(茶測)
차측: 차통(茶壺)에 있는 잎차를 덜어내어 다관(茶罐)에 넣는데 쓰는 도구이다. 또 이것을 차측(茶測) 차칙(茶則), 차 뜨게 라고도 한다. 차 측은 나무, 도자기, 금속 등으로 만들지만 대나무를 가장 많이 쓴다. 측(測)이 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의 길이나 량을 가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차 측도 그러한 의미로서 담겨있는 차의 량을 눈으로 학인하고 다관에 부을 수 있도록 만든 다구이다.
 
다식판(茶食板)과 다식그릇
다식판: 차를 마시기 전이나, 마시면서 곁들여 먹는 병과류를 다과(茶菓)라고 하고, 다과에는 다식, 유과, 약과, 전과 등이 있다. 다식판은 다과를 만드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일정한 모양으로 간편하게 박아내는 나무로 된 판을 말하며 차 생활에는 꼭 필요한 다구이다.
 
차 생활에 쓰이는 다식은 일반 제사, 의식, 연회에도 빼놓을 수 없이 많이 쓰였다.
다식판을 만드는 재료로는 대추나무, 배나무, 밤나무 박달나무 등 단단하고 결이 고운 나무를 사용하였고, 뒤틀리거나 터지지 않게 잘 보관하며 귀하게 썼다.


다식그릇: 전래 되어 온 다식그릇을 그 용도를 위해 만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찬합이나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것을 활용해서 쓰고 있다.
이것은 다식을 만들거나 준비해서 담아 둘 수 있는 작은 함지박이나 찬합, 합, 쟁반 같은 것과, 다식을 덜어 손님 앞에 내어 놓는 작은 접시 같은 것이 있다. 음식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 또한 격기 있고 청결해야 한다. 이는 음식이란 담는 그릇에 따라 먹음직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름망, 차긁개
거름망: 거름망은 잎차를 따를 때 다관에 있는 차 찌꺼기가 따라 나오는 것을 거르기 위한 것이다. 조롱박을 반으로 갈라 만든 것과 대나무나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이것들은 예전에는 없었으며 근래에 만들어진 다구들이다.
차긁개: 다관에 잎차를 우리고 남은 차 찌꺼기를 긁어내는 도구이다. 뚜껑받침이나 거름망, 차긁개 등은 예전에는 없던 것인데 현대인들이 새로 만들어 쓰는 다구들이다.
 
화분 받침대와 등(燈)
 
옻칠과 금속으로 된 다구
 
칠기 다구
옻칠은 옻나무과의 옻나무 수액(樹液)을 칠한 것을 말하고, 황칠은 두릅나무 과의 황칠나무 수액을 칠한 것을 말한다. 옻칠은 예로부터 쓰여온 고유의 도료이며 선조들은 옻칠만을 ‘칠(漆)’이라고 하였다.
칠기로 만들어진 다구는 목심칠기(木心漆器), 남태칠기(藍胎漆器), 도태칠기(陶胎漆器), 와태칠기(瓦胎漆器), 금태칠기(金胎漆器), 지태칠기(紙胎漆器), 건칠기(乾漆器) 등이 있는데 소지에 따라 그 이름을 부른다.
차 생활에 쓰이는 옻칠다구로는 다판, 찻상, 차반, 접시, 찻잔받침, 다식그릇, 다관, 사발, 잔, 표자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옻칠은 완성되며 방수와 방부, 방충의 기능이 있는 만능의 실용적인 칠이다.
 
도태칠기 다기
 
도자기에 옻칠을 해서 만든 다기를 도태칠기(陶胎漆器)라 하고 도기류(陶器類)에 옻칠한 것을 와태칠기(瓦胎漆器)라 한다.
도태칠기 다관이나 사발은 먼저 도자기 형태가 아름답고 소지 흙이 칠하기 좋은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칠은 유약작업을 하지 않는 도자기에 전체를 칠하는 것과 내부에만 유약작업을 하고 외부에는 칠하는 것이 있다. 유약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도자기와 옻칠의 접착력을 좋게 하고 견고성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옻칠을 할 도자기는 작업을 잘 하는 도예 가에게 먼저 주문제작을 해야 한다.
 
목심칠기, 남태칠기 다구
 
목심칠기 다구: 나무에 옻칠을 해서 만든 그릇을 목심칠기(木心漆器)라고 한다. 찻사발이나 다관, 찻잔, 접시 등을 만든다. 목심칠기 다구는 다판, 찻상, 차반, 다관, 찻사발, 찻잔, 접시, 표자, 차측, 말차시 등이 있고 이것들의 재료로 쓰는 나무는 비교적 단단한 물푸레나무, 대나무, 괴목 등을 주로 쓰는데 이것은 다른 나무에 비해 그 무늬가 좋기 때문이다.
 
남태칠기 다구: 대나무를 잘게 쪼개거나 버들줄기 등을 어떠한 형태로 엮어 만든 것을 소지(素地)로 하여 옻칠한 것을 남태칠기(藍胎漆器)라고 한다. 또한 싸리를 잘고 곱게 엮거나, 종이끈을 엮어 기물을 만들고 칠을 한 것도 있다.
남태칠기로 된 다구는 다구함, 다식함, 다식접시, 찻잔받침, 과일그릇, 표자, 다구함, 다반 등이 있으며 이것들은 모두 차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그릇에 음식물을 담아두면 옻칠의 방부기능으로 인해 다른 그릇에 비해 오랫동안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금속으로 된 다구
은(銀) 다구: 은은 예로부터 귀금속으로 여러 분야에 쓰였지만 특히 장신구와 식생활문화에 많이 활용되었다. 다구로 전해오는 것은 잔이나 차시 등 그 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가 은 다구를 제작하고 있다.
 
은으로 된 다구는 제작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은을 녹여 형틀에 붓고 마감 질하는 주물 형과, 망치로 두들기며 형태를 잡아가는 방짜 형이 있다. 방짜 형은 유기그릇이나 은 등에 쓰이는 제작법으로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통기법이다.


철로 된 다구: 철로 된 다구로는 풍로, 탕관, 물솥 등이 있고 이것들은 대부분 쉽게 옮겨가며 쓰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곳에 두고 쓰는 것이 많다. 철로 된 풍로나 탕관은 일본의 것이 세련되고 종류도 다양한 반면, 우리는 신라와 고려를 거치며 화로나 풍로를 많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해오는 풍로는 보기 드문 형편이다. 그러나 난방용으로 쓰던 화로는 어느 정도 있는 편이나 다구로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천과 종이로 된 다구
 
찻상보(茶床褓)
찻상을 덮는 보자기를 찻상보라고 한다. 찻상보는 면이나 가벼운 비단, 모시 등으로 만든 것과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가 있다.
 
차수건(茶巾)
다기를 물로 헹군 후 물기를 닦을 때나 뜨거운 기물을 잡을 때, 흘린 물을 닦을 때 등 여러 용도로 쓰는 천으로 된 것을 차 수건이라 한다. 정해진 규격은 없지만 가로 약35cm, 세로 약24cm정도의 직사각형이 쓰기에도 편하고 알맞다. 이것은 쓰는 용도에 따라 접는 방법이 틀리고 접어진 크기도 다를 수 있다.
 
차석(茶席, 茶布)
잎차를 낼 때 찻상이나 다판 위에 까는 것으로, 수건형태의 천을 다포(茶布)라고 하고, 자리풀, 왕골 등을 엮은 돗자리 형태를 차석(茶席)이라 한다. 이것은 차를 낼 때 물이 흘러내린다 해도 차석이 흡수하여 찻자리가 깨끗하게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다포로 쓰이는 천은 마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면으로 된 것을 많이 쓴다. 천으로 된 것은 초석(草席)으로 된 것보다 물을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행다를 할 때 쓰기 좋다.
 
다서화(茶書畵)
병풍
가리개
 
다화(茶花), 다악(茶樂)
 
기타 재료의 다구


돌로 된 다구
돌화로(茶爐)와 돌풍로(風爐): 물을 끓이는 도구로는 풍로와 화로가 있다. 화로는 우리 한옥의 겨울철 난방용으로 실내에서 쓰는 것이고, 풍로는 물을 끓이는데 쓰이는 도구로서 밖에서 쓰던 것이다. 돌로 된 풍로는 아래쪽에 구멍이 있어 불을 피우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이것을 사용한 연대는 신라시대 이전까지 추정 할 수 있으나, 문헌이나 실물은 찾아보기 어렵고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의 것들이다.
 
돌솥(石鼎): 돌로 된 물솥은 안정된 형태라야 한다. 구연 부는 넓고 바닥은 둥그스럼하게 되어 있어야 물을 표자로 떠내거나 붓기가 쉽고, 들 수 있는 손잡이나 태가 있어야 들기가 쉽다. 돌솥에 끓인 물은 차 맛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솥뚜껑으로 새어나오는 증기소리는 행다의 멋스러움을 더해주게 된다.
 
다구의 전통성과 개성
 
찻그릇의 전통성
우리의 옛 찻사발은 선대 도공들이 만들기는 했지만, 꽃을 피운 것은 일본이다. 그들은 미술적 평가를 하고 분류를 하였으며 명칭을 붙여 고유명사로 부르고 있다.
 
조선시대의 찬란한 도자문화를 선조들이 이룩했으나 그것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도자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하지만 찻사발 부분은 아직도 일본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어 독자적인 발전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설령 찻그릇을 보는 눈이 우리보다 그들이 높다고 해도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시대의 새로운 다구는 있어야 한다
이 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다구는 있어야 한다. 지금의 것은 없고 옛날 500년 전의 찻사발만을 만들고 매달려 있다면 500년 뒤에는 지금의 골동 같은 귀한 찻그릇은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다구는 계속해서 개발되어야 하고 이 시대에 훌륭한 기물은 많이 존재해야 한다.
 
아름다운 그릇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공은 먼저 좋은 태토와 유약을 찾아야 하고, 오랜 숙련을 거치며 깊이 성찰하고, 욕심 없는 세계에서 자연과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를 때 살아있는 좋은 찻그릇이 태어나는 것이다. 다기는 쓰여지는 그릇이기 때문에 쓰는 이와도 잘 만나야 한다. 잘 만들어진 다기를 차인이 정성껏 써 줄때 그것은 빛이 나고, 세월이 가면서 고태를 입어가는 것이다. 또한 차인들은 관심을 갖고 다구를 쓰면서 안목을 높이고 부족한 부분을 도에가 들에게 얘기하며 좋은 찻그릇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찻그릇을 보는 안목은 타고난 미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서 생긴다. 여러 개의 다기를 놓고 관심을 갖고 쓰면서 심미안(審美眼)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며, 다기의 좋은 점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기를 볼 때는 작가나 명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만을 평가해야 한다.
좋은 다기는 도예가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구를 감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평론가나 차인들이 있어야 하고 이를 따라줄 수 있는 솜씨 있는 도예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쓰는 이는 공예미학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만드는 이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좋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다구 감상하기


다기를 어떻게 보아야 잘 볼 수 있는지 살펴보면, 먼저, 자세를 편하게 한 후, 다기를 자기 앞에 정면으로 두고 전체적인 조형미를 본다. 조형미는 어떠한 기물이나 우선으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기는 15도 정도씩 돌려가며 그 모습을 자세히 보고 굽에서 몸통으로, 몸통에서 전에 이르기까지 부분별로 보고, 다시 한 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놓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상해야 한다.


둘째, 균형미와 안정감을 본다. 다기는 좌우 대칭과 균형미, 위아래의 조형과 안정감 등을 미적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조형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도 균형이 잡혀있지 않다면 심리적인 불안으로 마음 놓고 쓸 수 없게 된다.


셋째, 감상 포인트와 다기의 기능성을 살펴본다. 다기를 전체적으로 보며 특징적인 감상 포인트와 그것을 쓰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없는지,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지를 보고 그것이 갖고 있는 감정을 찾아본다.
넷째, 색상과 유약상태를 본다. 전체적인 다기의 색상이 어떻게 보여 지고 유약은 어떤 형태로 발려져 있고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색상은 맑고 밝은 것인지, 불의 흔적은 어떻게 보여 지는지, 유약은 골고루 잘 발려 있는지, 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