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별곡(翰林別曲)

2023. 4. 1. 08:43

한림별곡(翰林別曲)
                                                     

          - 한림제유(翰林諸儒)

 

제1장 : 명문장과 금의의 문하생 찬양


 

현대어 풀이
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병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을 맞추어 내려간 글,
유충기의 대책문, 민광균의 경서 해의(解義 :뜻풀이), 김양경의 시와 부
아, 과거 시험장의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참으로 굉장합니다.)
금의가 배출한 옥순처럼 빼어난 문하생들, 금의가 배출한 옥순처럼 빼어난 문하생들.
아, 나를 위시하여 몇분입니까?(참으로 많습니다.)

제1장은 문장가, 시인 등의 시부(詩賦)를 나타낸 것으로, 명문장을 찬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과시(科試)의 고시관이었던 금의(琴儀)에 의해 배출된 많은 제자들의 시(詩), 부(賦)를 찬양함으로써 신진(新進) 사류(士類)들의 당당한 기개를 엿보는 듯하다.
특히, 끝 구절 '위 날조차 몃부니잇고'는 자만에 넘치는 기개라 할 수 있으며, 당시 상층 문인들의 의식 세계를 엿보는 듯하다.

 

제2장 : 지식 수련과 독서에의 자긍(自矜)

 

현대어 풀이
당서와 한서, 장자와 노자, 한유와 유종원의 문집, 이백과 두보의 시집, 난대영사(令使)들의 시문집, 백락천의 문집,
시경과 서경, 주여고가 춘추, 대대례와 소대례.
아 이러한 책들의 주석까지 포함하여 내쳐 외는 광경이 그 어떠합니까?
대평광기 400여 권을, 대평광기 400여 권을
아, 열람하는 광경이 그 어떠합니까?

 

제3장 : 유명 서체와 명필 찬양

 

현대어 풀이

안진경체, 비백체, 행서체, 초서체.
진나라 이사의 소전과 주나라 태사류의 대전의 서체, 올챙이 모양의
과두 서체, 우서와 남서.

양수염으로 맨 붓, 쥐수염으로 맨 붓들을 비스듬히 들고
아! 한 점을 찍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오생과 유생 두 분 선생님께서,
아! 붓을 거침없이 휘달려 그려나가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4장 : 상층 계급의 주흥(酒興)과 풍류

 

현대어 풀이

황금빛 도는 술, 잣으로 빚은 술, 솔잎으로 빚은 술,그리고 단술.
댓잎으로 빚은 술, 배꽃 필 무렵 빚은 술,오갈피로 담근 술.

앵무새 부리 모양의 자개껍질로 된 앵무잔과, 호박빛 도는 호박배에
술을 가득 부어, 권하여 올리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진나라 죽림칠현의 한 분인 유령과 도잠이야 두 분 신선같은 늙은이로,
아! 거나하게 취한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제5장

 

제5장 : 온갖 꽃의 아름다움 찬양

 

현대어 풀이

붉은 모란, 흰 모란, 짙붉은 모란
붉은 작약, 흰 작약, 짙붉은 작약

능수버들과 옥매, 노랑과 자주의 장미꽃, 지란과 영지와 동백.
아! 어우러져 핀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합죽과 복숭아꽃 고운 두 盆에 담긴 자태가,
아! 서로 어리 비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6장 : 흥겨운 주악과 악기 소리의 아름다움

 

현대어 풀이

아양이 튕기는 거문고, 문탁이 부는 피리,종무가 부는 중금.
명기 대어향과, 최우의 애첩이요 명기인 옥기향 둘이 짝이 되어 뜯는 가얏고.

명수 김선이 타는 비파, 종지가 켜는 해금, 설원이 치는 장고.
아! 병촉야유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명기 일지홍이 비껴대고 부는 멋진 피리 소리를,
아! 듣고야 잠들고 싶습니다.

 

제7장 : 선경의 미녀와 꾀꼬리의 자태

 

현대어 풀이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삼신산
이 삼신산에 있는 홍루각의 미녀

가인이 금수휘장 속에서 구슬발을 반 쯤 걷어올리고.
아! 높은 대에 올라 멀리 오호를 바라보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푸른 버드나무와 푸른 대나무가 심어진 정자가 있는 언덕에서,
아! 지저귀는 꾀꼬리가 반갑기도 하구려.

 

제8장 : 그네뛰기의 즐거운 광경과 풍류 생활의 찬양

 

현대어 풀이

호두나무, 쥐엄나무에다
붉은 실로 붉은 그네를 매었습니다

그네를 당기시라,  밀어시라 왈자패인 정소년이여.
아! 내가 가는 곳에 남이 갈까 두렵구려.

마치 옥을 깎은 듯이 가녀린 아리따운 두 손길에,
아! 옥같은 손길 마주 잡고 노니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해       설

 

고려 고종 때 한림의 여러 유생들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경기체가.

8장. '고려사', '악장가사' 모두에 고종 때 한림의 제유(諸儒)가  지은 작품이라 한 것으로 보아 〈한림별곡〉 제1장에 나타나는  8명의 문인들이 지은 듯하다.

창작연대는 1215(고종 2)~16년경으로 추측되는데 1215년 5월 궁에서 최충헌에 의해 추천희가 열렸다고 한 것과 '한림별곡'의 마지막 장이 추천 광경을 읊은 것을 맞추어 보면 그 시기와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제1장에는 유원순, 이인로, 이공로, 이규보, 진화, 유충기, 민광균, 김양경의 장기인 창작분야를 노래했고,

제2장에서는 서적(書籍), 제3장에서는 글씨, 제4장에서는 술, 제5장에서는 꽃, 제6장에서는 음악, 제7장에서는 경치, 제8장에서는 여럿이 그네를 띄우며 즐겁게 노는 정경을 노래했다.

이 노래에는 질탕하게 노는 내용이 많은데 이것은 퇴폐적이기보다는 새롭게 성장해가는 신진사대부들의 득의에 찬 기상을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사의 기본 음수율은 3-3-4로 별곡체(別曲體)라는 독특한 음률과 구법을 가지고 있다.

이 노래가 이루어진 근원이나 동기에 대해서는 중국의 사악(詞樂)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속악(俗樂)의 선율이 변주곡 형태를 띤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뒤 안축(安軸)의 '관동별곡 關東別曲' '죽계별곡 竹溪別曲' 등의 경기체가가 나왔고 조선 초기에도 많은 경기체가가 지어졌다.

'악학궤범', '악장가사'에 국한문 가사가 전하며, '고려사' 악지에는 한문과 이두로 우리말 부분이 삭제된 채 실려 있다.


연대 : 고려 고종 2,3년경(1215~1216)
갈래 : 경기체가
운율 : 3음보, 3-3-4조
구성 : 전 8장의 분절체
성격 : 과시적, 향락적, 풍류적
의의 : 최초의 경기체가
출전 : 악장가사
주제 : 귀족들의 향락적 풍류생활,  유생들의 학문적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