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에게 外 / 김광규

2013. 9. 10. 21:57

 

 

 

 

 

      

반달곰에게

                               김광규(1941~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창조도 하나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태초에 원인이 있었고

뒤이어 결과가 따랐다

그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고

그 원인은 다시 결과를 낳았다

오래된 원인과 결과가

새로운 원인과 결과로 뒤바뀌며

마침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는 오늘의 원인이고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며

오늘은 내일의 원인이고

내일은 오늘의 결과임이 틀림없다

원인과 결과를 끊으려는 미련한 곰아

새로운 원인을 오래된 결과라 부르고

오래된 결과를 새로운 원인이라 부르며

원인 없는 결과를 만들려 하지 마라

때로는 죽음도 하나의 원인이 되는 법이다

그리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시집 <반달곰에게> 중에서....... 1981년 발간

 

 

 

 

 

 

 <나>     /       김 광  규 

 

 

.........배병삼은 이 시처럼 유교의 인간조건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김광규시인이 꽉 짜여진 유교 질서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선불교의 화두(話頭)인 "이 뮛꼬? 즉 나는 누구인가(是甚麽)??"를

 

은연 중에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이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이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이고

 

 

나의 선생의 제자이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이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이고

 

 

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친구이고

적이고

환자이고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과연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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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金光圭, 1941년 ~ , 서울 출생)은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1975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하였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독문과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전공은 독일 현대시문학이다. 시..

 

  • 2001 ~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유럽언어문화학부 독문학전공 교수
  • 1999 ~ 2001 한양대학교 외국어문학부 독어독문학과 교수
  • 1998 ~ 1999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
  • 2007 제19회 이산문학상
  • 2003 제11회 대산문학상
  • 1994 제4회 편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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