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을 위하여 / 이문연

2013. 9. 12. 07:01

 

 

 

 

 

      


         

        윈윈*을 위하여

         

         

        오르페우스*여! 이 땅에 오래토록 머물러 주소서

        그대가 연극과 노래로 지옥의 강 스틱스를 건넜듯이

        명부의 왕 하데스가 생명과 빛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허락했듯이 그대의 노래와 연주로 이 혼탁한 세상을 광명으로 빛나게 하소서

        다시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를 묻지 말게 하여주시고

        잘못된 잣대로 인간의 서열을 정하고 심판하는 어리석은 자들과

        성공과 출세라면 손발이 닳도록 비벼대는 자들과

        혹세무민하는 정신 나간 위정자들을 그대의 아름다운 감성으로 교화해 주시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꾸짖어 주소서

        삼라만상을 춤추게 하는 오르페우스여

        이제는 트라케의 언덕에서 방황하지 마시고

        에우리디케를 향한 그리움에 너무 상심하지도 마시고

        그대의 리라가 하늘에 성좌가 되었듯이

        인간에게도 신과 동격임을 알려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시고 내가 존재하고 내가 욕망하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너,

        혼자 잘나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왜곡된 시선에 그 탄착점을 벗게 주시어

        없는 사람 못난 사람도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도록

        기쁨과 슬픔. 행복과 상처를 주고받는 제로섬*이 아니라

        늘 아끼고 서로 만족 해 하는 윈윈이 되게 하소서

         

         

        이문연

         

         

         

        Jackie Evancho



         

         

         

         

            이문연 시인의 詩 소개

         

         

              
        이문연 시인 

        서울 출생

        2003년 <시와세계> 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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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바코드 / 이문연
        물고기, 어항에 들다 / 이문연
        암모나이트의 碑文을 캐다 / 이문연
        카두세우스 지팡이 / 이문연

         

         

         

         

        달빛 바코드 / 이문연

         

         

          형광램프에 스위치를 내린다 불은 꺼지고 달빛은 어둠의 틈새로 스며
        든다 그녀는 사방이 막힌 공간을 휘휘 저으며 내생의 컴컴한 구석을 밀
        어내다 푸섶을 기어가는 배암의 혀로 나의 몸을 더듬는다 그리고 허리를
        감는다 부부싸움 하듯 토닥이는 소리, 눈을 치켜 뜬 담벼락꽃이 귀를 세
        우면 깨알 터지는 소리, 붉은 망사꽃이 창문 위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한
        올씩 내 기억의 앙금을 벗기며 늦가을 서릿발에 길 잃은 애기 망초꽃과
        에미의 목덜미를 움켜 쥔 부용꽃의 영혼을 핥는다 나는 기억합금처럼 그
        녀의 그림자 속에서 눈을 감는다 산비알 가지 끝에 그녀는 보름마다 뷰
        두꽃을 피우기 위해 내 기억의 꼬리표에 점등을 한다 花印, 그리고 분류
        한다

         

         

         

        물고기, 어항에 들다 / 이문연

         


         말무천으로 낯선 광경들이 스쳤다 물은 눈까풀에 어롱지고 자갈밭을
        어떻게 왔는지 기억에 없다 바늘에 걸린 아가미가 잠시 아팠을 뿐, 등이
        흰 지느러미는 아무렇지 않았다 눈을 뜨는 거야, 좀 더 크게, 튀어나온
        눈으로 휘둥그래
         

         혼백으로 떠돌다 지상으로 낙하하는 영혼들이 여기 저기 헬륨간판을
        내걸고 유혹하고 있었다 예각으로 새어드는 불빛은, 내가 즐겨 삼킨 먹
        이 속에 이미 삼투되어 있었다 나는 태풍의 중심부에 서 있는 것일까 색
        깔도 없고 아무 맛도 없는 유폐한 공간, 폭풍도 해일도 없는
         

         나는 가만히 陰毛같은 수초에 빨대를 들이댄다 의식의 안쪽에서 부레
        가 떠오르고 어항위로 물이 차 오른다 찰랑이는 방아 물레 잣듯 돌아가
        고 뿌우연 공간으로 불이 켜진다 깜빡이는 형광의 촉수에서 비척거리는
        영혼, 하얀 골고다의 언덕에서 긴 한숨이 연무질이 되어 기어 나온다

         

         

         

        암모나이트의 碑文을 캐다 / 이문연

         

         

        호곡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너희들을 위해 무슨 노래를 불러줄까
        눈물진 자리마다 어린 풀꽃이 어렸다
        조금만 참아라 방금 피운 솔싹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서
        감아도 닫히지 않는 터진 눈가에
        붉은 생피가 흘렀다
        눈을 감고 돌아누울 수 없단다
        툭툭 자막대기로 가슴을 치며 요령소리
        고개를 넘을 때마다
        상두소리 만장에 깃발 펄렁일 때마다
        눌린 울대 마디에서
        여민 울음이 새어나왔다
        질긴 육신을 던져 넣었다
        삐죽이 고개를 쳐드는 생의 모가지도
        허리를 잡아채도
        넘어지지 않던 마지막 오기를
        火口안으로 밀어 넣었다
         

        거세게 불길이 달아오른다
        활활 마그마가 끓는 중생대의 지층으로
        거친 공룡의 발자국에 짓밟힌
        암모나이트의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카두세우스 지팡이 / 이문연

         

         

        지구의 귀퉁이를 너무 두드리는 건 아닐까
        건성으로 성의 없이 두드린 게야
        그러니 아파트 벽 카오스에 금이 가고
        사유의 각질에서 피고름이 묻어 나오는 게지
        엠덴해연에서 긴수염고래가 긴급 타전을 하건
        에베레스트 봉에서 눈사태가 발생하건
        발칸반도가 화염에 싸이건
        내 지팡이가 너무 민감한 건 아닐까
        게놈, 지놈 하면서 기어오르는 통에
        약이 치밀은 것은 아닐까
        그래도 사이비, 도그마가 통하던 시절에는
        늘 마지막 고해성사
        처음이 끝인 양 찬송가 들려오고
        교회의 첨탑에 눈이 소복이 쌓이더니
        이젠 너 나 할 것 없이
        구름을 몰고 오존층을 뚫고 올라오는 통에
        지팡이의 약발이 떨어진게 틀림없어
        아니면, 내가 잘못 꺼내든 지팡이일거야
        저 피묻은 나무의 성채로 기어오른 것 좀 봐
        바람이 구름을 베어 물고 회오리로 올라오기 전에
        지구의儀 등고선에 깃발 나부끼게 해야 해
        들판에 코스모스 다 지기 전
        마파람에도 눈물이 핑 도는


        *전령의 神 헤르메스가 갖고 다니며, 평화와 보호를 상징함.


        -{시선}(2004. 봄)

         

           * 시인은 그리스 신화 속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갖고 다닌 카두세우스 지팡이를 꺼내들기로 했다. 2004년 연말, 어마어마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쓰나미(지진으로 인한 해일)는 카두세우스 지팡이를 “건성으로 성의 없이” 두드렸기 때문일까. 이 시의 색다름은 헤르메스를 시적 화자로 내세운 데 있다. 헤르메스의 독백으로 시가 전개됨으로써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시 읽은 재미를 십분 제공한다. 자연재해와 전쟁의 참화, 생명공학의 발달, 공해로 인한 오존층 파괴 등 20세기 후반기와 21세기 초반기를 장식한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어 시의 스케일이 대단히 크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시인은 그것을 유머 감각을 갖고서 묻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날카로운 현실 풍자시이다.

              

         

         

        (新)좀비퇴치시뮬레이션       /          이 문 연

         

         

        #전생에 고생고생하다 운좋게 이승에서 호강하는 좀비들이다

        A키를 눌러 측면을 공격을 하라. S지점에서 콤보기술로 타점높게 두들겨라. 단계별 보스급 놈들이 출현하면 D키를 누르고 있다가 떼거나 점프상태에서 D키를 누르면서 각기 다른 특수기술이 사용하라. 시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컨티뉴 (Continue)를 누르고 ↑ (방향키) 빠르게 사용하라

         

        #남무시 밥먹듯 하지만 하는 일마다 로또에 대박치는 특 A급 좀비들이다

        원형 공간안에서 출현하는 모든 좀비들을 동그란 비행유닛으로 공격하라. 이 좀비들은 생명게이지가 차게 되고 다시 생존하기 때문에 ASDW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목표를 정조준해서 공격하라. 스킬포인트로 유닛을 열고 업그레이드된 스피드 공격옵션을 사용하라

         

        #무지하지만 힘이 좋고 권력에 맛드려 네로를 꿈꾸는 要주의 좀비들이다

        급파된 SAS특수요원을 이용하라. 이들의 배후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스페이스바를 눌러 업그레이드 창을 열고 최신 무기를 구입하라. 그리고 F키를 눌러 비이케이트 설치하고. 특급 SAS 요원을 이용해서 좀비들의 공격을 차단하라 스페이스바를 눌러 스코프를 줌하고 목표를 겨냥해 클릭 공격하라.

         

        #거지근성 못버리고 명품에 골동품에 아직도 땅사재기하는 좀비들이다

        마우스로 스코프를 움직여 주변을 관찰하라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터렛과 디펜더를 몇 명 추가하고 달려가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좀비유닛을 공격하라 점프하면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라 좀비 유닛을 제거하면서 획득하는 경험치로 각 레벨마다 자동적용되는 스킬을 사용하여 공격하라

         

        #스펙은 좋지만 색을 좋아하고 변태적이고 양심에 털도 없는 신종 사이코패스 좀비들이다

        단 번에 궤멸시킬 수 있는 궤도공격 (Orbital Strikes) 옵션을 사용하라. 그리고 다음단계로 넘어가기전에 S키 점프를 사용하라. 여분의 디펜스 터렛으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라, 캐릭터 생명게이지와 라이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스페이스바를 눌러 스코프를 줌하고 목표물을 겨냥해 클릭 공격하라.

         

        모든 미션 완료 후, 다음生에 이 좀비들은 모두 무간지옥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