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4. 20:55ㆍ경전 이야기
16. 깨달음을 얻은 뒤에 해야 할 일
수행을 하지 않고 말로만 불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말할 때에는 깨우침을 얻은 듯 하다가도
실제의 경계나 상황에 직면하면 그만
미혹(迷惑)하여 앞이 캄캄하여진다.
이른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
만약 생사(生死)를 끊으려면 한 생각[念子]을
`탁' 깨뜨려서 마음 속의 어두운 칠통(漆桶)을 깨뜨려야
비로소 나고 죽는 생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진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생각[一念子]을 깨친 뒤에는
반드시 깨우침이 높은 스승을 찾아가 올바른 깨우침을
얻었는가를 점검하여 바른 안목을 결택(決澤)해야 한다.
먼저 깨달음을 얻은 옛 사람이 말하기를
"자신의 눈이 바른 것만 귀하게 여길 뿐이지,
자신의 행실은 보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바라건대 공부하는 수행자는
자기 본래 마음을 확실히 믿고,
스스로 열등하게 생각하여 굽히지도[自屈] 말고,
교만하여 스스로 높이지도[自高] 말아야 한다.
이 마음은 평등하여 본래 보통 사람과 성인이 따로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혹한 보통 사람이 있고,
깨달은 성인이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문득 참 나[眞我]가
부처와 조금도 다름이 없음을 깨닫는 것을
`단번에 깨달음[頓]'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못났다고 굽히지 말 것이니
육조(六祖)스님께서 말씀하신
"본래 한 물건도 없다[本來無一物]"고 한 말이 그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뒤에 지난 날부터 익혀온 버릇을
점차로 끊어가면 마침 내 보통 사람이 변하여
성인이 되는 것을 `오래 닦음[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잘났다고 높이지도 말것이며
신수(神秀)스님께서 말씀하신
"부지런히 털고 닦으라[時時勤拂拭]"고 한 말이 이것이다.
스스로 못났다고 굽히는 것은
교학(敎學)을 배우는 사람의 병이고,
스스로 잘났다고 높이는 것은 참선하는 사람의 병이다.
교학을 배우는 이들은 참선의 비밀한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믿지 않고,
방편(方便)으로 가르친 데에 깊이 빠져서
진리를 마음으로 관찰하고 행동하지[觀行]않고
남의 보배만 셈하게 되므로 스스로 못났고
자신이 없어하는 퇴굴심(退屈心)만 갖는다.
참선하는 선학자(禪學者)는 교학의 수행방법인
점점 닦아감과 아울러 못된 버릇을 끊어서
마침내 깨달음의 좋은 길[正路]에 이르는 방법을 믿지 않고,
지난 날 익힌 못된 버릇이나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공부해서 얻은 결과가 초보적인 경지밖에 안되는데도
진리의 세계에 대해 자만한 생각이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교만하게 지껄인다.
그러므로 옳게 배워 마음을 닦은 사람은
스스로 못났다고 굽히지도 않고
스스로 잘났다고 높이지도 않는다.
마음을 모르고 도를 닦는 것은
어리석은 무명(無明)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확실하게 깨닫지 못했다면 어찌 참되게 닦을 수 있겠는가.
깨달음[悟]과 닦음[修]은 마치 기름과 불이
서로 의지하여 빛을 내는 것과 같고,
눈과 발이 서로 돕는 것과 같다.
참고:
學語之輩는 說時似悟나 對境還迷하나니 所謂言行이
학어지배 설시사오 대경환미 소위언행
相違者也라.
상위자야
若欲敵生死인댄 須得這一念子를 爆地一破하야사
약욕적생사 수득자일념자 폭지일파
方了得生死하리라.
방료득생사
然이나 一念子를 爆地一破然後에도 須訪明師하야
연 일념자 폭지일파연후 수방명사
決擇正眼이니라.
결택정안
古德이 云 只貴子眼正이요 不貴汝行履處라 하니라.
고덕 운 지귀자안정 불귀여행리처
願諸道者는 深信自心하야 不自屈不自高니라.
원제도자 심신자심 부자굴부자고
迷心修道하면 但助無明이니라.
미심수도 단조무명
修行之要는 但盡凡情이요 別無聖解니라.
수행지요 단진범정 별무성해
不用捨衆生心이요 但莫染汚自性하라 求正法이 是邪니라.
불용사중생심 단막염오자성 구정법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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