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아스님『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제1편 부처님의 생애 - 1장 출가이전 - 왕자의 고뇌

2014. 1. 9. 02:16경전 이야기

제1편 부처님의 생애

제1장 출가이전 - 왕자의 고뇌 

 

왕자는 어느 날 성 밖으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왕자는 보통 사람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이렇게 하얀 머리에 지팡이를 짚고, 허리는 굽고, 눈은 눈썹으로 뒤덮인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쇠락함이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인가?"

"이것은 늙음입니다. 아름다움을 빼앗고, 쾌락의 즐거움을 파괴하고, 힘을 못 쓰게 하고, 슬픔을 가져오고, 기억력을 앗아감으로써 이 사람은 망가지고 쇠락하게 된 것입니다.   저 사람도 어려서는 젖을 먹고, 기어다니고, 미남 청년이었고,그리고는 늙음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가?"

'어김없이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됩니다."

왕자는 이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면서 노인의 모습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기뻐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늙음은 무차별하게 기억을 파괴하고,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힘을 파괴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으로 직접 이런 현상을 보고서도 괴로워하지 않는구나."

왕자는 말을 돌려 왕궁으로 돌아갔다.

다음번에는 병들어 고통에 일그런진 사람을 보았다. 왕자는 생각하기를 '저런 고통이 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까? 병에 괴로워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닥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으며 다시 왕궁으로 돌아왔다 또 다음번에는 네 사람의 들것에 실려가는 죽은 사람을 보았다. 왕자는 마부에게 물었다.

 

"네 사람이 지고 가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슬퍼하면서 따라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저 사람은 지성과 감각이 없으며 숨이 떠났습니다. 그는 [영원히] 잠들었고 의식이 없으며 마치 지푸라기나 나무토막 같습니다.  애써서 그를 기르고 보살펴 준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려졌습니다"

 

"이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일어나는가?"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의 마지막 길입니다. 그가 천민이거나, 평민이거나, 귀족이거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왕자는 절망하여 말하였다.

"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죽음의 두려움은 저만치 던져버리고 흥겨워한다. 사람들의 마음은 참으로 무디구나. 죽음의 길에 있으면서도 태평하다."

왕자는 이 세상이 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왕자는 제촉하여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돌아왔다. 궁성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온갖 유혹으로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왕자의 마음은 감각적 쾌락의 유혹에 흔들림이 없었다.

 

브라흐민의 아들인 우다인은 왕자에게 말하기를, "이 세상에서 감각적 쾌락과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정어린 조언을 하였다. 이런 진솔한 말을 듣고 왕자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를 위한 그대의 우정어린 말은 그대에게는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대는 나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 내가 감각적 쾌락의 대상들을 경멸하는 것이 아니다.그러한 것들이 이 세상의 자연적인 현상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이 덧없음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은 그 속에서 즐겁지가 않구나. 만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없다면, 나도 감각적 쾌락의 대상를 즐길것이다. 만일 여인의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은 열정에 집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아름다움이 늙음으로 시들어갈 때 수용하기가 어렵구나. 그런 아름다움 속에서 기뻐하는 것은 다만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러니 그대는 고뇌에 지친, 실로 늙고 죽어야 할 운명 인 나를 저속한 욕망으로 이끌지 마라. 오! 순간적인 욕망을 진짜 핵심이라고 보는 그대의 마음은 진정 요지부동 견고하구나.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존재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감각적 쾌락의 대상에 집착해 있구나. 나는 그러한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만족이나 평화나 기쁨을 얻지 못한다."

 

이와 같이 욕망의 집착을 끊게 하는 단호한 왕자의 말이 끝났을 때 태양은 서산으로 넘어갔다. 왕자가 감각적 쾌락의 대상에서 떠났음을 전해들은 왕은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왕자는 궁성 밖으로 나갔다. 농부의 쟁기에 파헤쳐져 죽어 있는 벌레들, 햇볕에 그을리고, 바람과 먼지로 더렵혀져 변해있는 농부의 얼굴, 무거운 짐을 나르는 피로에 지쳐 헐떡이는 소를 보면서 왕자는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가슴에 가득 차 올랐다. 왕자는 말에서 내려 슬픔을 새기면서 천천히 걸었다. 왕자는 수행원들을 보내고 홀로 있기 위하여 고요한 곳인, 잎들이 사방으로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는 쟘부 나무 밑으로 갔다. 상쾌한 푸른 숲이 아름다운 그곳에 앉아 우주의 생겼다 사라지는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혔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들은 진정 비참하구나! 어쩔 수 없이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구나. 그런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무지하고 눈이 멀었구나' 라고 관찰하였다.

 

그의 힘과 정력, 젊음이 가져오는 마음을 도취시키는 것들은 인생의 질병과 늙음과 죽음을 바로 보았을 때 사라져버렸다.그는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의혹도 사라졌고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나태함도 사라졌다. 그는 욕망을 벗어났고 증오도 벗어났고 다른 이를 낮추어보지도 않았다. 욕망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청정한 앎이 생겼다.

출처 : 미주현대불교
글쓴이 : 염화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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