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빔비사라왕이 기증한 대나무 숲에
60개의 숙소를 지은 라자가하의 대부호 상인의 누나의 남편이었다.
사왓티에 살고 있는 아나타삔디까 장자도 역시 대부호 상인이었다.
그는 라자가하에 볼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그 집에 도착하였을 때, 다른 때와는 달리 처남되는 라자가하의 대부호 상인은 노예와 종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며 내일 먹을 음식 준비로 분주하였다.
마치 빔비사라왕과 그 군대라도 초청한 듯이 [엄청난] 음식을 만들고 난리였다.
그는 웬일이냐고 물으니 내일 깨달으신 분과 그의 제자들을 초대한다고 하였다.
그는 다시 물었다.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했는가?”
“예,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자여.”
그러나 또 다시 물었다.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했는가?”
“예,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자여.”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똑 같은 질문을 세 번씩이나 하면서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하였는지를 확인하였다.
“이 세상에서 ‘깨달으신 분’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란 어려운데 지금 온전히 깨달으신 분,
부처님을 뵐 수 있을까?”
“지금은 부처님 뵙기에 적당한 때가 아닙니다. 내일 아침 일찍 부처님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부처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동트기 전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어두운 숲을 지나 부처님을 찾아갔다.
그때 부처님은 밖에서 경행[천천히 걷는 명상]을 하고 계셨다.
부처님은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보고 말씀하셨다.
“어서 오십시오. 수닷따.”
장자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는 기쁘고 환희심이 일어났다.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인사를 드리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편히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마음이 평화롭기 때문에 편안하게 머뭅니다.”
부처님은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위하여 쉬운 가르침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인 가르침을 주셨다.
장자의 마음이 가르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아시고 부처님은 깨달으신 진리인 사성제의 가르침을 주셨다.
장자는 깨끗한 천에 물감이 쉽게 물들 듯이 그 자리에서
‘생기는 모든 것은 소멸하게 마련이다’라는 티없는 진리의 통찰력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담마를 보았고, 담마를 알았고, 담마를 얻었고,
담마 속에 완전히 뛰어들어 의심을 제거하고, 주저함을 치워버리고,
스승의 가르침에서 완전한 만족을 얻었다.
“부처님,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저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승가에 귀의합니다. 오늘부터 저를 재가신도로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부처님과 승가 대중을 다음 날 공양에 초대하였다.
그는 집이 사왓티였기 때문에 라자가하의 대부호인 처남의 집에서 부처님을 대접하였다.
공양 후 그는 우기철에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사왓티에서 지내시도록 청하였다.
장자는 라자가하에서의 일을 마치고 사왓티로 떠났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깨달으신 분과 승가 대중을 초청했다는 이야기,
그러니 정사와 숙소를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
깨달으신 분이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이야기,
이 길을 따라서 오실 것이라는 이야기 등을 열성적으로 말하였다.
그래서 장자의 권고로 사람들은 승원을 짓고 거처를 마련하고 선물을 준비하였다.
장자는 사왓티를 죽 둘러보면서 생각하기를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고,
사람들이 오고 가기에 편리하고, 낮에 번잡하지 않고,
밤에는 시끄럽지 않고, 인적이 드물고, 명상하기에 적합한 곳은 어딜까’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때 장자는 제따 왕자의 훌륭한 숲을 보았다.
그것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그래서 장자는 제따 왕자를 찾아가서 왕자님의 훌륭한 숲에 승원을 지을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왕자는 억만금을 준다해도 줄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끈질긴 장자의 요청으로 결국 왕자가 부르는 값에 지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래서 장자는 마차에 금화를 싣고 가서 그곳에 깔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금화는 입구 근처의 작은 공간에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자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가서 금화를 가져오십시오. 이 공간에 금화를 깔아야 합니다.”
이것을 보고 제따 왕자는 생각하기를, ‘장자가 이렇게 많은 금화를 가져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그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됐습니다. 장자여, 이 공간을 나에게도 주십시오. 이것은 나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왕자 자신도 숲의 입구 쪽에 건물을 짓고 현관을 지어 자신의 훌륭한 숲을 기증하였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그곳에 건물을 짓고 방사를 만들고 현관, 시자실, 불 때는 장소, 창고, 벽장, 경행27) 하는 장소, 회랑, 경행 할 수 있는 방, 우물, 우물가 정자, 목욕탕, 목욕탕에 딸린 방, 작은 오두막들, 연못,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듦 등으로 편리한 시설을 갖춘 승원을 지었다.
※주석 : 25)제대로 편리하게 갖추어 지어진 가장 중요한 초기 승원, 기원정사로 한역됨. 빠알리 니까야 경전의 가장 많은 부분은 이곳에서 설해짐.
26)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이름은 수닷따이지만, 그의 관대한 자선으로 인하여 항상 아나타삔디까(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사람)로 불렸다.
27)명상하면서 천천히 걷는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