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2. 22:49ㆍ우리 역사 바로알기
수유리 419묘역에서 - 둘
- 20140118 토요일 오후
기 도
김 수 영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꺽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戀人)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革命)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물이 흘러가는 달이 솟아나는
평범한 대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어리석을만치 소박(素朴)하게 성취한
우리들의 혁명(革命)을
배암에게 쐐기에게 쥐에게 삵괭이에게
진드기에게 악어에게 표범에게 승냥이에게
늑대에게 고슴도치에게 여우에게 수리에게 빈대에게
다치지 않고 깎이지 않고 물리지 않고 더럽히지 않게
그러나 쟝글보다도 더 험하고
소용돌이보다도 더 어지럽고 해저(海底)보다도 더 깊게
아직까지도 부패와 부정과 살인자와 강도가 남아있는 사회
이 심연(深淵)이나 사막이나 산악보다도
더 어려운 사회를 넘어서
이번에는 우리가 배암이 되고 쐐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쥐가 되고 삵괭이가 되고 진드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악어가 되고 표범이 되고 승냥이가 되고 늑대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고슴도치가 되고 여우가 되고 수리가 되고 빈대가 되더라도
아아 슬프게도 슬프게도 이번에는
우리가 혁명이 성취하는 마지막 날에는
그런 사나운 추잡한 놈이 되고 말더라도
나의 죄있는 몸의 억천만 개의 털구멍에
죄라는 죄가 가시같이 박히어도
그야 솜털만치도 아프지는 않으려니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꺽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戀人)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 4.19 혁명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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