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매, 차를 꽃 피우다. / 헤럴드경제 기사
2014. 2. 25. 20:48ㆍ차 이야기
윤회매 - 차를 꽃 피우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입춘이 지났으나 눈바람이 몰아치고, 날씨는 여전히 차갑다. 봄은 정녕 언제 오는 것일까?
그러나 깊게 쌓인 눈 아래, 매화나무 가지에는 조금씩 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매화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가장 먼저 눈부신 흰 꽃을 피워낸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전기 학자이자 문인인 김시습은 ‘매월당집’이란 문집 속 ‘탐매(探梅: 매화를 찾아나서는 것)’라는 시에서 “큰 가지 작은 가지 눈속에 덮였는데/따뜻한 기운 알아 차례로 피어나네/옥골정혼이야 비록 말은 없지마는/남쪽 가지 봄뜻 따라 먼저 망울 맺는구나”라고 읊었다.
옛 선비들은 동지가 지난 사흘 뒤부터 81일째 되는 날에 매화가 핀다 하여 매일 한 송이씩 매화를 그리며 봄을 기다렸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울 도심에서 활짝 핀 청초한 매화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서울 평창20길의 가인갤러리는 오는 27일부터 3월 28일까지 다음(茶愔)의 개인전 ‘윤회매(輪廻梅), 차(茶)를 피우다’를 개최한다.
다음(茶愔)은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국내 보다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그는 14세에 사찰의 단청에 매료돼 출가했다. 불자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인천 수도사를 방문했던 그는 사찰의 황홀한 장엄에 이끌려 수도자가 됐다. 그리곤 범어사, 태안사, 개암사 등에서 수행했다.
다음(茶愔)은 수행 목적으로 그리는 선화(禪畵)에 빠져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웠다. 아울러 음악과 춤에도 재능을 보여 무형문화재 정지광스님으로부터 불교음악인 범패(梵唄)와 불교무용인 범무(梵舞)를 전수받았다. 또 자기 수양으로서의 다도(茶道)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렇듯 차, 미술, 음악, 춤을 참선 수행의 수단으로 여기며 대중과 활발한 소통을 해오던 어느 날, 그는 일생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6년이라는 번뇌의 시간을 보낸 후 결국 20년의 승려 신분을 버리고 파계하게 된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다음(茶愔)은 현재 윤회매(輪廻梅) 제작과 함께 무용및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펼치는 전방위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윤회매(輪廻梅)는 조선 정조 때 북학파 실학자였던 이덕무선생에 의해 창제된 밀랍화인 윤회매를 찻자리에 놓고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문화를 일컫는다.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꿀을 만들고, 그 꿀에서 밀랍이 생기고, 그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니 이 모든 게 돌고 도는 윤회라는 뜻에서 ‘윤회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1996년 어느날, 다음(茶愔)은 이덕무선생이 집필했던 ‘윤회매십전’을 접하고 이를 탐독했다. 그리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윤회매 제작에 성공하게 됐고, 이후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게 됐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윤회매를 제작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차를 마시는 것, 음악, 그리고 춤은 다음(茶愔)에게 일종의 ‘수도’에 해당된다"며 “다음(茶愔)이 제작한 윤회매의 자태를 보면 청빈 속에 살아가는 선비의 기개가 느껴진다. 또 이덕무 선생의 사상 등을 흠모하는 지극정성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 가고시마 교류전(2013), 영국 템즈페스티벌 대영박물관 공연(2007), 뉴욕 유엔본부 전시(2007) 등을 통해 해외에 먼저 소개됐던 다음(茶愔)의 예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는 자리다. 높이 60cm에 이르는 백자 달항아리에 화려하게 핀 홍매와 쪽빛매를 꽂은 작품, 청자, 백자, 분청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홍매, 백매, 청매, 흑매 등 총 20여점이 출품된다. 작년말부터 올해초까지 봄을 기다리며 밀랍으로 피워낸 윤회매 작품도 전시된다.
27일 오후 열리는 전시 오프닝에는 행위예술가 신용구, 해금연주자 강은일과 함께하는 다음(茶愔)의 그림자 퍼포먼스와 바라춤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작가의 오랜 친구인 방랑식객, 산당 임지호의 요리 퍼포먼스가 유기장 43호 이종덕의 식기와 함께 어우러진다.
다음(茶愔)은 시카고주립대 초청 전시(1990), LA 포크아트페스티벌(1990), 한국현대미술 함부르크전 퍼포먼스(1995), 제8회 부산무용제(대상 수상,1999), 전국무용제(문화부장관상 수상 2000), 등에 참여했다. 02)394-3631
yrlee@heraldcorp.com
그러나 깊게 쌓인 눈 아래, 매화나무 가지에는 조금씩 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매화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가장 먼저 눈부신 흰 꽃을 피워낸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전기 학자이자 문인인 김시습은 ‘매월당집’이란 문집 속 ‘탐매(探梅: 매화를 찾아나서는 것)’라는 시에서 “큰 가지 작은 가지 눈속에 덮였는데/따뜻한 기운 알아 차례로 피어나네/옥골정혼이야 비록 말은 없지마는/남쪽 가지 봄뜻 따라 먼저 망울 맺는구나”라고 읊었다.
옛 선비들은 동지가 지난 사흘 뒤부터 81일째 되는 날에 매화가 핀다 하여 매일 한 송이씩 매화를 그리며 봄을 기다렸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울 도심에서 활짝 핀 청초한 매화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서울 평창20길의 가인갤러리는 오는 27일부터 3월 28일까지 다음(茶愔)의 개인전 ‘윤회매(輪廻梅), 차(茶)를 피우다’를 개최한다.
다음(茶愔)은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국내 보다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그는 14세에 사찰의 단청에 매료돼 출가했다. 불자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인천 수도사를 방문했던 그는 사찰의 황홀한 장엄에 이끌려 수도자가 됐다. 그리곤 범어사, 태안사, 개암사 등에서 수행했다.
다음(茶愔)은 수행 목적으로 그리는 선화(禪畵)에 빠져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웠다. 아울러 음악과 춤에도 재능을 보여 무형문화재 정지광스님으로부터 불교음악인 범패(梵唄)와 불교무용인 범무(梵舞)를 전수받았다. 또 자기 수양으로서의 다도(茶道)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렇듯 차, 미술, 음악, 춤을 참선 수행의 수단으로 여기며 대중과 활발한 소통을 해오던 어느 날, 그는 일생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6년이라는 번뇌의 시간을 보낸 후 결국 20년의 승려 신분을 버리고 파계하게 된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다음(茶愔)은 현재 윤회매(輪廻梅) 제작과 함께 무용및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펼치는 전방위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윤회매(輪廻梅)는 조선 정조 때 북학파 실학자였던 이덕무선생에 의해 창제된 밀랍화인 윤회매를 찻자리에 놓고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문화를 일컫는다.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꿀을 만들고, 그 꿀에서 밀랍이 생기고, 그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니 이 모든 게 돌고 도는 윤회라는 뜻에서 ‘윤회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1996년 어느날, 다음(茶愔)은 이덕무선생이 집필했던 ‘윤회매십전’을 접하고 이를 탐독했다. 그리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윤회매 제작에 성공하게 됐고, 이후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게 됐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윤회매를 제작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차를 마시는 것, 음악, 그리고 춤은 다음(茶愔)에게 일종의 ‘수도’에 해당된다"며 “다음(茶愔)이 제작한 윤회매의 자태를 보면 청빈 속에 살아가는 선비의 기개가 느껴진다. 또 이덕무 선생의 사상 등을 흠모하는 지극정성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 가고시마 교류전(2013), 영국 템즈페스티벌 대영박물관 공연(2007), 뉴욕 유엔본부 전시(2007) 등을 통해 해외에 먼저 소개됐던 다음(茶愔)의 예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는 자리다. 높이 60cm에 이르는 백자 달항아리에 화려하게 핀 홍매와 쪽빛매를 꽂은 작품, 청자, 백자, 분청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홍매, 백매, 청매, 흑매 등 총 20여점이 출품된다. 작년말부터 올해초까지 봄을 기다리며 밀랍으로 피워낸 윤회매 작품도 전시된다.
27일 오후 열리는 전시 오프닝에는 행위예술가 신용구, 해금연주자 강은일과 함께하는 다음(茶愔)의 그림자 퍼포먼스와 바라춤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작가의 오랜 친구인 방랑식객, 산당 임지호의 요리 퍼포먼스가 유기장 43호 이종덕의 식기와 함께 어우러진다.
다음(茶愔)은 시카고주립대 초청 전시(1990), LA 포크아트페스티벌(1990), 한국현대미술 함부르크전 퍼포먼스(1995), 제8회 부산무용제(대상 수상,1999), 전국무용제(문화부장관상 수상 2000), 등에 참여했다. 02)394-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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