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03:38ㆍ차 이야기
3) 茶詩를 통해 본 고려의 다도문화 -2
이색(李穡 1328~1396)은 이곡(李穀)의 아들로, 산속 깊은 곳에서 자연에 심취하며 차를 달이는 경지를 「산중사(山中辭)」라는 시로써 읊은 바 있다. 또한 차솥에서 물 끓는 소리를 즐겨 들으며 만물의 이치를 관조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한 경지를 읊은 대표적인 시로는 「문전수성(聞煎水聲)」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중사」
산이 그윽하고 깊고 깊어
빽빽한 숲에 깊고 넓은 골짜기네
누른 고니도 그 꼭대기를 못 지나가누나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바위들
굽어보니 아찔한 산그늘엔
서리와 이슬이 뽀얗게 젖어있네
…
이 산속 도서를 분간 못해 기진맥진 하던차에
벼랑에서 쏟아지는 비천(飛泉)이 폐부를 맑히며 절로 단맛이 나네
손에 움켜쥔 차디찬 얼음은 노쇠한 나의 얼굴 비추는 거울이요
쉬면서 그 소리 듣나니 옥 패물을 쨍그랑 울리는 듯 하구나
부싯돌을 쳐 불 피워 차를 달이려 하니
육우(陸羽)가 차맛 알았다는 것도 시들하여라
「山中辭 산중사」 |
|
山之幽兮深深 |
산지유혜심심 |
鬱蕭森兮潭潭 |
울소삼혜담담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
황곡상불득과기전혜 |
截然屹立乎嶄巖 |
절연흘립호참암 |
邃莫覰兮山之陰 |
수막처혜산지음 |
曖霜露兮濡霑 |
애상로혜유점 |
… |
|
東西冥迷兮氣奄奄 |
동서명미혜기엄엄 |
淙飛泉以瀉于崖兮 |
종비천이사우애혜 |
淸肺腑而味甘 |
청폐부이미감 |
掬之手中兮冰寒 |
국지수중혜빙한 |
照衰顔以是鑑 |
조쇠안이시감 |
爰流憩以聽其聲兮 |
원류게이청기성혜 |
鏘玉佩之相參 |
장옥패지상참 |
將敲火而煎茶兮 |
장고화이전다혜 |
鄙陸羽之口饞 |
비륙우지구참 |
「문전수성」
물과 불의 공세는 참으로 어려운데
다행히도 쇠와 돌이 사이했구나
기(氣)가 합해 용(用)의 이룸을 알겠거니
이같은 유를 아름답지 않다 말하지 말라
이로부터 생긴 맛이 내 배를 적셔주니
소리는 어디서 생겨나와 날 기쁘게 하느뇨
재상집과 방장마다 차솥이 벌려 있어도
모두가 심신의 한가함 얻은 것은 아니네
「聞煎水聲 문전수성」
| |
水火相攻勢甚艱 |
수화상공세심간 |
幸哉金石處共間 |
행재금석처공간 |
故知氣合竟成用 |
고지기합경성용 |
莫道類殊非是班 |
막도유수비시반 |
味自此生充我腹 |
미자차생충아복 |
聲從何出破吾顔 |
성종하출파오안 |
侯家列鼎雖方丈 |
후가열정수방장 |
未必身心摠得閑 |
미필신심총득한 |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정몽주: 1337~1392)는 충절의 의기와 더불어 선풍도골(선풍도골)의 대학자적 풍모를 또한 갖추었으며, 특히 차를 즐겨하면서 많은 다시를 남긴 바 있다.
짤막하지만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두 작품을 통해 그의 일편단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충정보국과, 어쩔 수 없는 역사적 현실 속에 처한 상심이 차를 통해 승화되는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석정전다시1」
돌솥에 처음 차 끓는 소리
풍로엔 불꽃이 붉구나
물과 불이 천지를 움직이니
이 뜻 무궁 현묘하도다
「石鼎煎茶詩1 |
석정전다시1」
|
石鼎湯初聲 |
석정탕초성 |
風爐火發紅 |
풍로화발홍 |
水火用天地 |
수화용천지 |
卽茶意無窮 |
즉다의무궁 |
「석정전다시2」
나라 위해 한 일 없는 늙은 서생이
차 마시기 버릇되어 세상일 잊어버렸네
눈 내리는 밤 고요한 서재에 홀로 누워
돌솥의 솔바람소리 즐겨 듣노라
「石鼎煎茶詩2 |
석정전다시2」 |
報國無效老書生 |
보국무효노서생 |
喫茶成僻無世情 |
끽다성벽무세정 |
幽齊獨臥風雪夜 |
유제독와풍설야 |
愛聽石鼎松風聲 |
애청석정송풍성 |
李崇仁(이숭인:1349~1392)역시 정몽주와 함께 조선이 건국되던 해에 살해당한 인물이다.
고려 말의 학자로서 목은(牧隱) 이색(李穡), 포은(圃隱)정몽주(鄭夢周), 야은(冶隱)길재(吉再)를 ‘3은(隱)’이라 칭하는데, 길재 대신 도은(陶隱)이숭인을 넣기도 한다. 이숭인의 빼어난 문장에 대해서는 중국에서도 탄복을 한 바 있는데, 그의 다시 「다민망운(茶民望韻)」, 「제야용고인운(除夜用古人韻)」, 「백렴사혜다(白廉使惠茶)」등을 통해 성품이 곧고 청정한 삶을 살아간 선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다인망운」
누가 촌에 사는 것을 궁벽하다 하는가
참으로 나의 뜻에는 맞을 따름이라네
구름이 한가로워 게으른 몸 깨닫고
산이 좋으니 눈은 더 밝아진다
시 원고는 읊어보고 고치게 하며
차 사발은 밥 먹은 뒤에 기울이네
진작 이 재미를 알았더라면
다시 공명을 구하고자 했겠는가
「茶民望韻 다민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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誰道村居 僻眞成適 |
수도촌거 벽진성적 |
我情雲閒 身覺懶山 |
아정운한 신각라산 |
存眼增明 詩樂吟餘 |
존안증명 시락음여 |
改茶歐飯 後傾從來 |
개다구반 후경종래 |
知此味更 別策功名 |
지차미갱 별책공명 |
「제야용고인운」
제야에 절을 찾아가니
승려가 촛불심지를 자르고 있구나
차를 달이니 병에서는 지렁이 소리
시를 쓰니 먹빛은 까치가 뒤치는 듯
삼경의 북소리 들려
하늘에는 북두성이 기울었네
이른 아침 새해 맞으니
나그네 뜻 가없으라
「除夜用古人韻 제야용고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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除夜致山家 留僧剪蜀花 |
제야치산가 유승전촉화 |
煮茶甁叫蚓 題句墨翻작 |
자다병규인 제구묵번작 |
鼓三更撾盡 天文北斗斜 |
고삼경과진 천문북두사 |
明朝歲華改 漂迫意無涯 |
명조세화개 표박의무애 |
「백렴선사의 차를 받고 1」
선생이 나에게 보내온 차는
빛깔과 맛과 향기가 모두 새롭구나
하늘에 가득한 한을 씻어주니
아름다운 차가 아름다운 사람 같음을 알겠도다
「白廉使惠茶 1 백렴사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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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生分我火前春 色味和香一一新 |
선생분아화전춘 색미화향일일신 |
滌盡天涯流落恨 順知佳茗似佳人 |
척진천애유락한 순지가명사가인 |
「백렴선사의 차를 받고 2」
피어오르는 불에 맑은 물로 스스로 끓이니
푸른 잔에 향기 올라 오염된 창자를 씻어내누나
마루턱에 오른 백만창생의 운명을
봉래산 여러 신선에게 물어보고 싶구나
「白廉使惠茶 2 백렴사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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活火淸泉手自煎 香淨碧椀洗暈전 |
활화청천수자전 향정벽완세훈전 |
巓崖百萬蒼生命 疑問蓬山列位仙 |
전애백만창생명 의문봉산열위선 |
- 다음 카페 <선다향> 泥蓮華 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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