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 03:25ㆍ차 이야기
3) 다시(茶詩)를 통해 본 고려의 다도문화 -1
이규보 이후로 이제현(李齊賢), 안축(安軸), 이곡(李穀), 이색(李穡), 정몽주(鄭夢周) 이숭인(李崇仁)등 차를 통해 선비의 도를 추구했던 고려문인들의 주옥같은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충선왕 당시 원나라로 초청되어 중국의 많은 문장 대가들과 친교를 두터이 하였다. 그는 원나라에서 마시던 화전춘차(火煎春茶)를 가져와 손수 달여 마시기도 하고 다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는 등 차와 관련된 기록을 많이 남기고 있다.
대표적인 다시로는 혜감(惠鑑: 1259~1319)스님의 제자인 송광사 승려로부터 새봄의 작설차와 감을 선물 받고 감사의 마음을 편지체로 담아 쓴 장시(長詩)가 전하여, 이를 통해 그의 다경(茶境)을 엿볼 수 있다. 내용 가운데 차의 향이 맑고 청정하여 중국의 차보다 뛰어남을 읊으면서 혜감스님의 다풍(茶風)을 이어받았음을 찬미하고 있다. 또한 혜감스님과 동암(東菴)의 풍류를 ‘유불의 으뜸(冠)’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동암은 이제현의 부친으로서 혜감스님과 그 제자, 이제현 부자는 2대에 걸쳐 유불을 넘나들며 교감을 나누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후일 제현은 혜감스님의 비명(碑銘)을 찬술하면서 혜금을 ‘조계십조(曹溪十祖)’로 표현한 바 있다.
「송광화상이 차를 보내준 데 대해 붓 가는대로 써 장하에 기정하다」
마른 창자 술 끊으니 연기가 나려하고
늙은 눈 책을 보니 안개가 가린 것 같네
뉘라서 이 두 병을 자취 없이 물리쳐줄까만
나는 좋은 약 구할 데가 있다네
동암(동암)은 옛 녹야에 노닐었고
혜감(혜감)은 조계산 주인이 되어 갔네
좋은 차 보내오고 안부를 물어오면
장편 글로 보답하며 깊은 흠모 표하였네
두 듥은이의 풍류는 유불의 으뜸이고
백년의 세월이 조석과 같구나
…
가을 감 먼저 따서 내게 부쳐주고
봄볕에 만든 작설차 여러 번 보내왔네
대사는 옛 정분 못잊어 그러하나
아무런 공도 없이 받기가 부끄럽네
몇 칸의 낡은 집 뜰엔 풀이 우거지고
유월 궂은 장마로 길은 질퍽한데
문 두드려 나가보니 대바구니 보내와
옥과차보다 좋은 신선한 차를 얻었네
향기 맑으매 한식 전에 딴 잎이 분명하고
고운 빛은 숲속 이슬을 머금은 듯
돌솥에 물 끓는 소리 솔바람 소리와 같고
다완은 아름답게 무늬방울을 토하네
황산곡(황산곡)이 운룡차를 자랑할 수 있겠으며
소동파(소동파)의 월토차보다 월등함을 깨달았네
서로 투합하는 혜감(혜감)의 풍이 있어
사례코자 해도 동암(동암)의 글귀가 부족하구나
필력은 노동(노동)을 따르지 못하는데
하물며 육우(육우)를 모방해 다경(茶經)을 쓰겠는가
완중(완중)의 공안(공안)을 거듭 찾지 말라
내 또한 이제부터 시에나 힘쓰리니
松廣和尙寄惠新茗順筆亂道寄呈丈下 | |
송광화상기혜신명순필란도기정장하
| |
枯腸止酒欲生煙 |
고장지주욕생연 |
老眼看書如隔霧 |
노안간서여격무 |
誰敎二病去無蹤 |
수교이병거무종 |
我得一藥來有素 |
아득일약래유소 |
東菴昔爲綠野遊 |
동암석위록야유 |
惠鑑去作曹溪主 |
혜감거작조계주 |
寄來佳茗致芳訊 |
기래가명치방신 |
報以長篇表深慕 |
보이장편표심모 |
二老風流冠儒釋 |
이로풍류관유석 |
百年存沒猶晨暮 |
백년존몰유신모 |
… |
|
霜林虯卵寄曾先 |
상림규란기증선 |
春焙雀舌分亦屢 |
춘배작설분역루 |
師雖念舊示不忘 |
사수념구시불망 |
我自無功愧多取 |
아자무공괴다취 |
數間老屋草生庭 |
수간노옥초생정 |
六月愁霖泥滿路 |
육월수림니만로 |
忽驚剝啄送筠籠 |
홀경박탁송균롱 |
又獲芳鮮渝玉胯 |
우획방선투옥과 |
香淸曾摘火前春 |
향청증적화전춘 |
色嫩尙含林不露 |
색눈상함림불로 |
颼飅石조松籟鳴 |
수류석조송뢰명 |
眩轉瓷甌乳花吐 |
현전자구유화토 |
肯容山谷託雲龍 |
긍용산곡탁운룡 |
便覺雪堂羞月兎 |
편각설당수월토 |
相投眞有惠鑑風 |
상투진유혜감풍 |
慾謝只欠東菴句 |
욕사지흠동암구 |
未堪走筆效盧仝 |
미감주필효노동 |
況擬著經追陸羽 |
황의저경추육우 |
院中公案勿重尋 |
원중공안물중심 |
我亦從今詩入務 |
아역종금시입무 |
이제현과 동시대 인물인 안축(안축: 1287~1348)은 옛날 산천을 주유하던 화랑들이 차를 끓이던 자취를 찾아 그 감회를 읊은 바 있는데, 「한송정지(寒松亭誌)」에는 그의 시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한송정지」
옛날 화랑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맹상군(맹상군)댁 방불케 했으련만
이제 그 발자취는 뜬구름에도 없고
창관(창관)의 횟불도 사라졌구나
진리 찾아 사색하는 이
그 옛날 상고하여 황혼에 섰건만
오직 차를 끓이던 샘만이
외로이 돌부리에 누워있구나
「寒松亭誌 한송정지」 |
|
四仙曾會此 客似孟嘗門 |
사선증회차 객사맹상문 |
珠履雲無迹 倉官火不存 |
주리운무적 창관화부존 |
尋眞思翠密 懷古立黃昏 |
심진사취밀 회고립황혼 |
惟有煎茶井 依然在石根 |
유유전다정 의연재석근 |
이곡( 李穀 : 1298~1351) 역시 『동류기(東遊記)』라는 기행문을 통해 신라 화랑들이 사용했던 다구(茶具)가 동해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기록한 바 있다. 그의 시 간운데 「한송정(寒松亭)」은 이러한 화랑들의 흔적을 더듬은 다시(茶詩)이다.
「한송정」
마음은 오롯이 승경(승경)에 있어
이른 아침 성문을 나섰더니
신선이 가고 없는 한송정에는
차솥만 외로이 남아 있구나
예나 지금이나 인정은 변함없고
삼라만상도 그대로인데
내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를 들었겠는가
「寒松亭 한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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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意專尋勝景 早出古城門 |
의전심승경 조출고성문 |
仙去松亭在 山藏石竈存 |
선거송정재 산장석조존 |
人情有今古 物象自朝昏 |
인정유금고 물상자조혼 |
不是會來此 聞言謂不根 |
불시회래차 문언위불근 |
- 다음 카페 <선다향> 泥蓮華 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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