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수리재의 봄날

2013. 5. 15. 01:08여행 이야기






******* 수리재는 완전히 봄날만 있더이다. *******


### 토요일 도우석 형님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옥외 주차장에서 오후 1시에 뵙기로 하였으나 장보기와 길막힘으로 1시반에 뵈었으며, 그때까지 도형님은 입구의 파라솔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셨읍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드라이브 코스는 두물머리~ 서종면 ~ 청평댐 앞다리 ~ 경춘가도 ~ 가평까지 가서 경강교를 건너자 마자 우회전 ~ 방하리로 좌우측으로 한강과 북한강을 낀 코스로 강물에 비친 봄산 그림자로 산은 두배로 늘어나 있더이다. 경강교에서 방하리까지는 왕복 2차선으로 포장이되어 드라이브 코스로는 상급이라 할수 있더이다. 방하리 조금 지나서 박암리까지의 도로상태는 1차선 외길에다 작년 태풍 피해를 아직 복구하느라 소규모 교량들은 가끔 우회하여야 하며 비포장 상태이고 차량 바퀴 자욱이 20~40cm 정도 움푹 들어가 있어 승용차는 조심해서 운전하여야 하며, suv형 차량은 통행하기 더 편할 것 같소이다. 박암리부터 가정리를 지나 황골 입구까지는 포장이 잘되어 있고, 도로관리 상태가 양호하더이다.
### 황골에서 마곡을 잇는 다리는 상판 공사까지 완료되었으나 아스콘 포장이 안되어 있고, 금년 여름에 개통할 예정이어서 교량 양쪽 입구는 능형망 철책과 출입문으로 봉쇄되어 있으며, 차량은 황골주차장에 세워 두고 자물쇠까지 채워진 철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수리재의 다정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드니 동네 사람들도 철책을 넘어 다닌답니다. 점잔은 체면을 불구하고 양 철책을 위로 통과하자니 행정의 편의가 과연 어디까지가 주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회의가 들었읍니다. 난간옆 인도 경계용 콘크리트까지 타설되어 있는 상태에서 건너다닐 배도 끊어진 주민들이 철책을 계속 넘어다녀야 하는지 특히 어린 학생들 까지 등하교길에 넘어 다녀야 하는지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랑 공사전 1년반 정도는 임시 가교가 설치되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그리로 다녔고, 그때부터 연락선이 다니지 않았다더군요.
### 수리재에 저녁 일곱시 조금전에 도착하자 다정선생님과 형수님께서 토종닭 백숙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놓고 기다리고 계셨읍니다. 저로서는 십여년 만의 방문이었고 도형님께서는 작년 여름에 방문하셨답니다. 동네 할머니 한분과 아주머니 두분과 함께 저녁을 들었읍니다. 비록 토종닭 한마리지만 시골서는 별식이라 동네 어르신과 이웃사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훈훈한 정이 도회지 생활을 하는 저로써는 더욱 그리워짐은 왜일까요. 저녁식사를 하시다가 춘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3생인 유일한 아드님인 예슬이가 올 버스가 올 시간이 되자 다정형님께서는 식사를 중단하시고 코란도를 몰고 예의 그 다리 철문 이쪽편에서 헤드라이트를 켜 놓고 아드님이 다리건너 철책을 넘어 오는 것을 도와주고 계시더이다. 이게 무슨 육니오사변 전후에 그림도 아니고, 아이구 생각이 모자라면 없는 불편함도 만들어 낸다두만....씁쓸함과 부자간의 반가운 해후가 겹쳐지는 풍경화이더이다.
### 저녁 식사후 다정형님과 도형님의 반가운 이바구로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으며,자연의 벗이라는 동아리를 하던 차준엽 형도 근처 대명비발디 부근 농가에서 깨가 쏟아지는 신접살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읍니다. 수리재라는 현판외에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라는 현판도 대문간에 나란히 걸려 있더이다. (계속)
###다정 선생님은 몇차례의 인도와 티베트 여행길에 원시불교에 가까운 티베트 라마교와 그들의 문화와 삶과 죽음과 윤회에 대한 그들의 인생관과 내세관 등에 심취하셔서,<티베트의 신비와 명상>,<티베트의 역사산책> 등 두권의 역작을 출간하셨고, <티베트의 문화산책> 등 두권의 역작이 사진교정 등 마무리 작업만 마치면 곧 출간될 예정이랍니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서문만 잠깐 읽어 보았는데,"수리재 다정거사! 그는 요즘 자기집 초가지붕에 둥근 연못 하나를 파 놓고 티베트 마나사로바 호수에서 훔쳐온 황금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라는 소설 벽오금학도 식의 신비한 표현을 하고 있으나 책은 아무나 집필하기 힘들다는 일반상식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리적으로 고산들로 둘러쌓여 인류의 초기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티베트의 정신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명석하고도 정혜(定慧)로운 정리를 하신 그분의 노고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여행을 통한 현지 체험을 이렇게 심도있게 분석. 집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느껴 보았읍니다.
### 다음날은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황골주차장에 전날 두고온 차를 마곡 수리재 집앞으로 가지고 왔는 데, 드라이브 코스는 전에 강촌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을 이용하여 강촌까지 나와서 경춘국도~청평댐 하류 교량~설악~모곡~마곡 수리재 순이고, 여기서 모곡 마을에서 마곡 가는 길은 모곡마을 내에서 갈림길이 많으니 주민들에게 물어서 가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저도 처음 가 본 길이라 홍천강 쪽으로 갔더니 배바위가 보이고 일교차가 커서인지 물안개가 강에서 스물스물 피어나는 그림이 선경이 따로 없더이다. 그속에서 스물댓되어 보이는 남녀 몇쌍이 루어낚시를 하며 물안개만 낚고 있더이다. 마곡가는 길을 물어 보았으나 그들도 모른다고 하여, 차를 돌려 동네로 나와 밭을 돌보로 가시는 촌로를 만나 길을 여쭈어 보았더니 마을 중간길을 따라 가다가 우회전하여 고갯길을 넘어가라고 친절히 알려 주시더이다. 그래도 마을 중간 젖소 먹이는 집 앞에서 한번 더 물어서 갔을 정도이니 이 코스를 이용하시려면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수리재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이나 방하리~박암리~가정리 코스보다는 상태가 매우 낫고,아쿠아벨리라는 표지판을 쭉 따라가면 이젠 폐교가 된 마곡 분교에 이르게 됩니다. 아쿠아벨리는 마곡분교에 있으며 모터보터가 몇대 있는 것으로 보아 수상스키나 보트 대여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리재에 도착하니 여섯시반 정도 도형도 일찍 일어나서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계시더이다. 아침에 보니 수리재는 예전의 이층 초가집이 아니고 몇해 전인가 화재로 인해 소실되고 돌맹이를 붙인 이층 흙벽돌집으로 재신축되어 있더이다.
### 조반후 루어대와 플라이대를 들고 떼내쪽 강가로 나아가 보니, 수상스키하는 청년 남녀들과 모타보트 여행하는 청년들과 밤새 낚시하며 카캠핑하는 청년들로 강물 위나 강가는 북적거리고 있더이다. 수리재는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봄날같은 청소년들이 자연을 즐기고 있어 계절도 봄날이고 즐기는 사람도 봄날들만 있더이다. 사족같지만 혼자 강가를 거닐 때 낚시대라도 하나 들고 어슬렁거리면 동네분들의 걱정어린 눈길을 피할 수 있어 매우 편하고, 주민들의 마음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읍니다.
### 아침에 일찍 나올려고 하였으나 다정형님과 형수님께서 가양주를 내어 주시는 바람에 열두시쯤 수리재를 출발하였고, 가양주인 막걸리는 익은 후 5일동안 숙성시켜 술이 깰때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다정선생님은 점심을 대접하신다며 모곡마을을 좀더 지나친 곳에 있는 휴게소 비슷한 곳까지 나와서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막국수를 대접해 주셨읍니다. 여러모로 정성어린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다정형님과 형수님께 이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귀경하는 길은 모곡~ 대명비발디 스키장~터널~홍천/양평간 국도~양수리를 이용하였으며 막국수집에서 두시반 쯤 출발한 관계로 양평 조금 못미쳐부터는 교통체증이 심하더이다. <티베트 역사산책>에다 풍경 두개를 직접 그려 주시며 저자 싸인까지 해주시고, 판화 그림 몇점과 티베트 여행 선물로 청아한 소리가 나는 인경까지 막국수집에서 주신 다정선생님께 재삼 감사드립니다.
출처 : 백담 그 시절...
글쓴이 : 케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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