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Re:2004년 4월 16-18일 설악산 수령성지 순례 (가마소 지역 답사기)

2013. 5. 15. 01:09여행 이야기




****** 가마소 지역의 봄 *******


### 한계령과 원통 삼거리에서 홍빵교주님의 무쏘와 쇄화 킴 교수님의 소렌토를 떠나 보내고 한계령으로 향하였읍니다. 장수대 산장(제3군단에서 설립함)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 데 고인이 되신 윤선생님과 권오주 형님과 도우석 형님이 어름풋이 떠올랐읍니다. 장수대 산장은 용평스키장이 들어선 후 대관령산장에서 철수하고 설악산 지역에서 처음 산장을 운영하셨던 곳 입니다.
### 단아한 한식 기역자 기와집은 지금도 관리 상태가 좋아 보였읍니다. 지금은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 주변이 꽤나 번잡해 보이지만 그때는 정말 고즈녘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계령 지역도 미시령 처럼 터널을 계획하여 기존도로는 생태탐방로로 활용하면 어떻할까 생각하며, 한계령을 넘었읍니다.
### 주문진에서 대구에서 나무를 심고 오신 스님 두분과 점심을 나눈 후 하조대에서 어성전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스님들이 타신 타이탄 트럭을 뒤따라 토굴로 향하였읍니다. 스님들이 사시는 토굴이란 굴속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스님들이 수행하시는 민간가옥을 닮은 소규모 가옥을 말합니다. 도로는 어성전까지만 포장되어 있고 명주사 근처에서 부터 비포장 상태여서 트럭 뒤로 날리는 뽀안 흙먼지를 오랫만에 약 반시간 동안 감상하면서 토굴에 도착하였읍니다. 토굴까지 가는 길은 작년 루사 태풍이 할키고 간 상처를 복구하느라 중장비로 아직까지 작업 중이였읍니다.
### 토굴로 가는 길 주변은 봄이 한창이어서 설악산은 진달래가 한창인데 비하여, 그곳은 철쭉이 만발하였읍니다. 주변산들은 5월 중순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신록으로 치장하고 있더이다.태백준령의 높새 바람(푄현상)과 동해안이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보름 이상이나 봄은 빠른 듯 하더군요.
### 부연동 약수는 탄산천으로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고, 가마소 일대의 계곡은 동네사람들이 설치한 취사 및 야영금지 어로행위금지 등의 팻말 현수막 등이 곳곳에 있더이다. 가마소는 가보지 않아서 산천어가 잘 크는지는 보지 못하였고, 스님토굴 앞 텃밭에는 마가목 묘목이 잘 크고 있더이다. 토굴 입구에는 집이 한채 있는 데, 경기도 어디선가 목회활동을 하시던 목사님이 술병으로 간이 나빠져 일년 선고를 받고 요양차 들어왔다가 2년만에 건강을 되찾았으나 산이 좋아 그대로 머물고 있더이다. 이젠 겨울 눈이 깊은 철에 동네사람들과 멧돼지 창사냥을 설피를 신고 1~2m의 눈을 헤치면서 다닌다는 이야기와 어제는 산등성이를 몇개 넘어 두릅 엄나무순(일명 개두릅) 잎이 넓어 쌈이 좋다는 병풍나물 등을 한 지게 따오다가 허기가 져 진달래를 한 웅큼씩 따먹었으나 갈증만 면하고 허기는 여전하여 소나무 속 껍질인 송귀를 짤라 먹고서 산을 내려 올수 있었다는 이야기 등 산중 생활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읍니다.
### 저녁 식사는 스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셨으며, 매실 장아찌, 가중나무순 무침, 돌산갓김치, 두릅회, 도토리묵, 아욱국, 가자미 식혜 등 바다가 가까운 산중에서 맛 볼수 있는 정갈한 상차림에서 식사도 수행의 한 단계임을 다시 느껴 보았읍니다. 식사 후 바로 골아 떨어져 자다가 11시쯤 스님께서 깨우셔서 바로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와서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였읍니다. 잠에 취하여 좋은 법문을 못 들었던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출처 : 백담 그 시절...
글쓴이 : 케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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