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남극 제4보 (세종기지 현황)

2013. 5. 15. 01:14산 이야기

여기 남극이라는 동네 날씨가 조석변이라 날씨 좋을 때 배타고 다니면서 물벼룩도 잡고 펭귄 구경도 다니고 경치 구경을 해야지 한번 날씨가 나빠졌다 하면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세종기지에서 꼼짝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열흘 전에 도착하자마자 날씨가 도와주는 김에 매일 배타고 나돌아다니고 펭귄마을도 다녀오고 등등 빡세게 굴렀더니 힘드네요.

 

들어온 다음날부터 애들 시켜서 부두에 나가 물벼룩 잡았지요.

배를 타려면 이렇게 구명복으로 중무장을 안하면 안태워줍니다.

여기 세종기지에 있는 대략 50명 의 구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렸고 월동대원 20여명을 제외하고 여름에만 있다가 나가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하계대원이라고 하지요. 하계대원들은 대충 뭉게면서 자기 일만 하고 월동대원들이 식사부터 청소까지 기지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잡일을 도맡아서 처리해줍니다. 따라서 월동대원들은 무지 바쁘고 힘들지만 일년 넘는 월동기간 중 제일 힘든 시기가 하계대원이 모두 철수하고 월동대원들만 남는 3월부터의 적막함과 상실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계대원들에게 무지 잘해줍니다.

 

각설하고 여기 식사는 삼시세때 호텔 수준입니다. 쉐프가 4년전에도 월동대원 경험이 있는 김종훈이란 잘생긴 젊은 친구인데 요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살이 찌기 시작해서 오늘 점심부터 식사량 조절에 들어갔지요. 단지 숙소 유지관리의 편의상 숙소에서는 술과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고 있어 저녁때 한잔하고 싶으면 숙소에서 20미터쯤 떨어진 다른 건물에 있는 식당이나 휴게실로 가야 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세종기지 내에서는 담배 빼고 모두 무료입니다. 식당에 라면과 밥과 반찬 및 여러 가지 청량음료 그리고 술 종류가 상시 비치되어 있어 언제나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휴게실에는 당구대도 있고 YTN world, KBS world와 칠레방송 서너개가 24시간 방영되고 있으며 도서실에는 책이 어림잡아 수천권쯤 있는데 성경책부터 만화와 무협지까지 총망라되어 있고 영화 DVD도 몇백개쯤 있더군요. 물론 저는 관심없는 얘기입니다만.

 

우리학교 트레이닝장이나 집앞 헬스장만은 못해도 여기 헬스장에도 런닝머신 3대에 이런저런 운동기구가 있고 헬스장 앞에 탁구대도 있고 목욕탕과 조그만 간이 사우나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10km쯤 걷고 사우나로 땀을 뺀 후 샤워하고 나니까 기분이 끝내줍니다.

실험시설에 관해서는 관심있는 게벼들이 없을테니 생략하고 세종기지는 바닷가에 길게 늘어서 있는데 끝에서 끝이 1km쯤 되는 것 같습니다. 한쪽 끝에는 빨간 콘셋트가 두동 있는데 체육관과 자재창고입니다. 거기서 500미터쯤 떨어져 본관동과 숙소 및 실험동들이 모여 있고 반대쪽으로 뚝 떨어져서 항공우주연구원 조사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지금은 여름이라 비행기가 들락날락하면서 신선한 채소를 사옵니다만 겨울 몇달동안은 이렇게 길러서 먹는답니다. 현재는 깻잎쪼가리 조금 기르고 있더군요.

오늘은 이곳 세종기지에 들어온지 열흘만에 해가 반짝 났습니다. 그래봤자 새벽에는 눈이 와서 월동대원들이 눈치우느라 고생했는데 지금 오후에는 다시 흐려지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다시 추워졌습니다. 이곳은 자외선이 너무 강해서 눈비가 오나 흐리나 무조건 썬글래스를 안쓰면 눈이 많이 부십니다. 밥먹으러 갈 때도 썬글래스를 끼고 가지요. 썬크림도 상시로 안바르면 얼굴이 무지 탑니다. 저도 게으름 부리다가 얼굴이 많이 탔네요.

 

저야 관광객이니까 별개라고 해도,ㅋㅋㅋ 여기 세종기지 대원들은 고생이 많습니다. 여름에는 바빠도 사람들이나 많으니까 왁자지껄하게 넘어가지만 한두달 지나면 20명이서 1년 가까이 버텨야 하니 보통 힘들겠습니까. 그래도 나만 괜찮으면 되는 12일 인가요?

 

 배 한번 올리고 내리는 데도 월동대원 예닐곱명이 동원되서 죽을 똥을 싸더군요.

그래도 빙벽 근처까지 가서 인증샷도 한장 찍었지만 언제 무너질 지 몰라서 약간 무섭더라구요.

몇일전에는 세종기지 건너편의 위버반도라는데를 갔다 오는데 바다표범 새끼들 몇마리가 우리 조디악 근처에서 알랑거리면 놀아달라고 하더군요.

사실 배타고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기지밖으로 5분만 걸어나가도 3미터쯤 되는 바다표범이 이렇게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답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 다니다가 괜히 이렇게 폼잡고 사진도 한장 찍습니다. 어차피 촌스러우니까, 파이팅!

 

출처 : 백담 그 시절...
글쓴이 : 천막직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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