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5. 21:17ㆍ과학 이야기
신경과학: 정지된 시간을 보는 남자 25 June 2014, David Robson, BBC FUTURE (Flickr/Marjan Lazarevski/CC BY-ND 2.0) 처음에는 두통으로 시작되었지만 곧 그보다 훨씬 이상해졌다. 사이먼 베이커는 목욕탕에 들어섰고 따뜻한 샤워가 두통을 완화시켜 주길 기대했다. “샤워 꼭지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물방울이 공중에 정지한 것 같았습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장면 같았다. 다음날 베이커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그가 동맥류(aneurysm)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 경험은 건강 문제에 압도되었지만, 그러나 두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 베이커는 자신의 경험을 노스웨스턴 대학교 시카고 캠퍼스의 프레드 오브슈(Fred Ovsiew)에게 말할 기회가 있었고, 오브슈는 베이커의 생생한 경험담에 놀랐고, 저널 뉴로케이스(NeuroCase)에 베이커에 관한 글을 썼다. (베이커는 가명이다.)
“샤워 꼭지를 봤더니 물방울이 공중에 멈춰선 것 같았다.“ (Flickr/Umberto Rotundo/CC BY 2.0)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러나 베이커와 같은 경험은 우리가 느끼는 의식의 연속성이 부질없는 환상임을 보여준다. 의식의 연속성이란 두뇌가 영리하게 편집하여 엮어내는 것이다. 베이커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두뇌가 시간적인 속임수를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연출하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우리 모두가 시간 왜곡(time warping)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베이커와 같은 드라마틱한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의학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경우가 발견된다. “자이트라퍼(Zeitraffer)“ 현상이란 것이 있는데, 시간이 빨리 가는 현상을 말하고, 그와 반대로 아키네톱시아(akinetopsia, 동작맹[動作盲])이라는 현상도 있다. 동작이 순간적으로 정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귀가 중이던 61세 여성은 기차 문이 닫히는 것과 승객들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뚝뚝 끊겨진다고 말했다. 정지 영상 같았다고 한다. 반면 58세의 일본 남자는 주변이 마치 잘못 더빙된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대화 중의 상대방 목소리가 정상이긴 했지만, 얼굴 모양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고되지 않은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고 오브슈는 말한다. 순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간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이런 경험들은 거의 항상 간질이나 발작 같은 문제와 함께 나타난다. 베이커는 39세밖에 안 되었지만,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동안 출혈이 시작된 약화된 혈관 때문에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두뇌 우반구의 큰 신경 손상이었다. 머리를 스캔했더니 마치 시가 같은 것이 있었다고 베이커는 농담한다. 그런데 베이커의 시간 감각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우리 두뇌 중 시간을 감지하는 부분이 있다. V5라 불리는 시각피질(visual cortex)이다. 머리 뒷부분에 있고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러나 아마도 시간의 경과를 측정하는 보다 일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위에 강한 자기장을 가하면, 두 가지가 어려워진다. 예상대로 피실험자는 스크린 위의 점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그리고 또한 일부 푸른색 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스크린에 나타나는지 헤아리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두뇌의 운동 인지 시스템에는 스톱워치가 있다고 설명이 된다. 그래서 물체가 우리 시야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를 기록한다. 두뇌 손상으로 이 부분이 교란되면 세상이 정지한다. 베이커가 샤워하러 들어갔을 때 따뜻한 물은 두뇌의 피를 온 몸 말단으로 보냈고 그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두뇌 프로세싱이 교란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 두뇌에는 사물이 얼마나 빨리 낙하하는지, 혹은 움직이는지 판단하는 스톱워치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계가 망가지면, 시간은 왜곡된다. (Flickr/Laszlo Ilyes/CC BY 2.0) V5 시각피질 말고도 우리 두뇌에서 시간을 기록하는 장치는 또 있다. 또 다른 설명으로 우리 두뇌는 뭔가를 기록할 때 정지 화면, 즉, 스냅샷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두뇌는 각 스냅샷 프레임들을 부드럽게 연결해 내지만, 두뇌가 손상되면 스냅샷만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툴루즈(Toulouse)의 프랑스 두뇌인지연구센터 루핀 반룰렌(Rufin VanRullen)은 말한다.
두뇌에서는 간헐적인 스냅 사진들을 부드럽게 연결시켜 재구성한다. (Flickr/Janos Csongor Kerekes/CC BY-ND 2.0) 우리 모두는 스냅 사진을 경험한 일이 있을 것이다. 우선 고속도로에서 추월 중인 차를 보면 바퀴가 정지한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아마도 두뇌의 간헐적인 스냅샷들이 바퀴의 움직임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스냅샷을 포착하는 프레임 간격이 정확히 같은 위치라서 바퀴가 마치 정지한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일 수 있다.
LSD 경험자들은 물체의 움직임이 흐릿해지는 것을 본다고 한다. (SPL) 생명이 위협받는 사고 시에도 시간이 정지한다고들 한다. 죽을 뻔했던 사고를 당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70% 이상 사고가 슬로우 모션으로 진행되었다고 답한다. 어떤 연구원들은 이것이 기억의 빚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강렬한 감정이 세세한 것들을 눌러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확실히 신경학적 환자와 유사하다. 둘 사이에 중복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어떤 사람은 기차와 거의 충돌할 뻔 했는데, 당시 기관사 얼굴을 얼마나 생생하게 기억하는지 이렇게 묘사했다.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고 각 프레임은 덜커덩거리는 듯했지요. 그래서 기관사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파도타기 하는 사람이나 운동선수들은 대부분의 우리들보다 시간을 천천히 감지할까? (Thinkstock) 베이커의 경험은 일 회로 끝이 났다. 손상된 혈관을 제거하고 베이커는 완쾌되었다. 그리고 성격도 좋아지고 사교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정지했던 경험은 의식적 경험이 깨지기 쉽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두뇌 속 대단히 국부적인 무언가가 바깥세상 전체를 감지하는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일 분 전만 해도 정상이었는데, 다음 순간 현실이 바뀌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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