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西都)ㆍ북경(北京)ㆍ강도(江都)를 읊은 부[三都賦]

2014. 12. 28. 06:05들꽃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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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賦)
서도(西都)ㆍ북경(北京)ㆍ강도(江都)를 읊은 부[三都賦]


최자(崔滋)

서도의 변생(말 잘하는 청년)이 북경의 담수(이야기 잘하는 노인)와 함께 / 西都辨生與北京談叟
강도에 놀러 와서 / 來遊江都
한 정의 대부(바르게 의논하는 대부)를 만났겠다 / 遇一正議大夫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두 도읍 이름을 들었으되 / 蒙聞二國之名
그 제도를 못 봤는데 / 未覩其制
이제 다행히 두 분을 만났으니 / 幸今邂逅
옛날에 궁금하던 마음이 트이도록 / 二客請攄懷舊之情
두 서울 이야기를 내게 들려 주오 / 弘我以兩京
변생이 이르되 그리하오리다 / 辨生曰唯唯
서도가 처음 이룩될 제 / 西都之創先也
동명(東明)이란 임금께서 / 帝號東明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 降自九玄
이 땅을 돌보시와 / 乃眷下土
거주를 정하셨네 / 此維宅焉
터 안 닦고 돌 안 쌓아도 / 匪基匪築
화성이 치솟았네 / 化城屹然
오룡차를 타옵시고 / 乘五龍車
하늘로 오르락내리락 / 上天下天
온갖 신이 인도하고 / 導以百神
뭇 신선이 뒤쫓았네 / 從以列仙
곰소[熊淵]에서 여인 만나 / 熊然遇女
펄펄 날 듯이 오락가락 / 來往翩翩
강 중에 돌 있으니 / 江心有石
그 이름이 조천대라 / 曰朝天臺
얼핏 보면 펀펀바위 / 怳兮盤陁
문득 솟아 절벽인데 / 忽焉崍嵦
그 임금님 때로 올라 신의 행차 배회하데 / 惟帝時升
영령이 계시온 곳 / 神馭徘徊
평양 신사(동명왕사)가 아닌가 / 平壞其祠靈祗所宅
풍백을 부르시고 / 呼叱風伯
우사를 지휘하시니 / 指揮雨師
노하시면 대낮에 번개와 우박 / 怒則白日霰雷
나무ㆍ돌이 섞여 날리네 / 木石交飛
또 목멱신사(평양 목멱산에 있다)는 / 又有木覓
농사를 관장하니 / 稼穡是司
애써 갈지 않아도 / 不耕而禾
풍년 들어 볏가리가 산더미 같으며 / 積如京坻
공사로 두호하여 / 蔭公庇私
큰 이불로 덮어 주네 / 介以尨褫
대개 이 같으니, 어떠하뇨 / 若是何如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신괴하고 허탄한 일 / 神恠茫誕
그 무슨 자랑되료 / 何以誇爲
생이 이르되 / 生曰
장려한 구경거리는 / 壯麗之觀
용언궐구제궁 / 則有龍堰闕九梯宮
넓고도 탁 트이고 / 膠葛廣敞
밝고도 드높아서 / 高明窮崇
우주를 여닫는 듯 / 翕闢宇宙
동서를 구분할 수 없으니 / 冥迷西東
하늘도 그 나는 듯한 자세를 빼앗지 못하며 / 天不能奪其
귀신도 그 공력을 다투지 못하리라 / 鬼不得爭其功
유람할 곳은 / 遊觀之所
창해를 걸터앉은 다경루 / 則多景跨蒼海
반공에 우뚝 솟은 청원루
/ 淸遠撑半空
부벽루는 긴강을 임하였고 / 浮碧臨浩蕩
영명사는 드높이 걸쳐 있네 / 永明架
뭇 물줄기 모였으니 / 衆水所匯
강 이름이 대동이라 / 名爲大同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 皛溔晃漾
호경(중국의 지명)을 안고 풍수(중국의 강이름)를 모아온 듯 / 抱鎬欲灃
깨끗하긴 흰 비단을 깐 듯 / 淨鋪素練
해맑기는 청동(거울) 같은데 / 皎若青銅
양편 언덕 수양버들은 / 兩岸垂楊
온종일 춤을 추며 / 終日舞風
질펀한 모래, 넓은 들에 / 沙平野闊
날아 우는 기러기들 / 落鴈鳴鴻
푸른 메가 성을 둘러 / 靑山繞郭
사면이 드높은데 / 四面巃嵸
굽어보면 가랑비에 도롱이 쓴 어옹들 / 細雨披蓑俯見於漁翁
멀리 들으면 석양녘에 / 夕陽吹笛
피리를 부는 목동들 / 遠聞於牧童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 盡圖難髣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 / 賦詠未窮
어사와, 닻줄을 풀고 화선을 띄워 / 爾乃解錦纜浮蘭舟
중류에서 머리를 돌려 볼 양시면 / 中流回首
황홀히 거울 속, 병풍 속에 놓여 있는 듯 / 怳然如在鏡屛中也
이런즉 우리 서울의 형승이 / 則吾都形勝
천하 제일 아닌가 / 誠天下之所獨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기특한 구경거리와 절묘한 경치는 / 奇觀絕景
사람의 맘과 눈을 호리는 것 / 喪人心目
생이 이르되 / 生曰
물에 가 고기를 잡으면, 긴 그물을 한번 들자 / 水而漁則長網一擧
별별 고기 다 많겠다 / 奇獲多矣
미꾸라지ㆍ암치ㆍ방어ㆍ가물치 / 鰌鯢魴鱧
날치ㆍ모래무치ㆍ메기ㆍ잉어 / 鱨魦鰋鯉
오징어ㆍ장어ㆍ전어ㆍ상어
따위는 / 鰞䱉鱣鮪
워낙 흔한 식품 / 固爲賤嗜
한창 추운 겨울날에 / 及當冬月
온 강이 얼게 되면 / 滿江水結
비단 같은 물고기 그 아래 퍼떡퍼떡 / 錦鱗珠鱲其下鱍鱍
쇠 작살로 찔러 내니 / 金梃义之
백발백중 찍히누나 / 百不一脫
소반에 하룻밤 담아 두니 / 置盤經宿
옥처럼 깨끗이 얼었거늘 / 凍成玉潔
주방의 요리사가 칼을 울리며 저며내니 / 鳴刀巧割
가는 살결 썩썩 싹싹 / 縷飛靃靃
빛도 절색, 맛도 절미 / 庖丁膳夫色絕味絕
대번에 이가 시리고 목이 써늘 / 一下齒霜喉雪
이 사이에 글귀가 없어졌다 / 此間句失
천 년 뒤에 나왔어도 여합부절이다 / 作千載若符
앞서 최고운이란 자가 일찍 말하기를 / 先有崔孤雲者嘗曰
성인의 기운이 / 聖人之氣
산 북쪽에 서려 있으니 / 醞釀山陽
곡령엔 솔이 푸르고 / 鵠嶺松青
계림엔 잎이 누르다
라고 / 鷄林葉黃
자줏빛 구름이 일기 전에 / 紫雲未起
흥망을 미리 예언이 했네 / 預讖興亡
철원의 보배 거울이 / 鐵原寶鏡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 / 墮自上蒼
앞에는 닭, 뒤에는 오리라는 / 先雞後鴨
그 말이 분명터니 / 斯言孔彰
삼한을 통합하자 / 及乎統合三土
명당터를 선택하니 / 卜開明堂
북악은 소 누운 듯 / 北㟎牛臥
남산은 용이 나는 듯 / 南峙龍翔
우로 품고 좌로 안아 / 右懷左抱
안산ㆍ화형이 꼭 맞겠다 / 案花相當
여덟 머리, 세 꼬리 / 八頭三尾
동녘 고개, 서편 언덕 / 東峴西岡
은연 중 구불구불 / 隱嶙屈伏
각(별 이름)은 팔처럼 상(별 이름)은 주먹처럼 / 臂角拳啇
정기가 올라가 신명이 내려와서 / 騰精降神
기운을 토하며 상서를 낳았네 / 吐氣産祥
다섯 내의 영파는 / 五川靈派
그 근원이 깊고 멀어 / 源乎淼茫
수많은 골 물이 모여 / 萬洞㳰集
흘러 넘쳐 손살같이 내닫고 / 流漲滂洋
바퀴처럼 달려서 / 箭馳輪走
중앙에 모여드니 / 朝湊中央
영명함이 모이고 덕이 주입되어 / 涵靈注德
온갖 것이 길러져서 창성하네 / 滋養百昌
푸른 솔이 무성하기 / 靑松茂矣
삼백여 햇수러니 / 三百餘霜
중간에 쇠하고 다시 성하여 / 中衰復盛
뽕나무 뿌리에 맨양 견고해졌네 / 繫于苞桑
예로 우리나라 같이 / 自古如我
참에 응하여 나라를 세운 이가 / 應讖立國
몇몇 제왕이 있었던고 / 有幾帝王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성조가 임금 되심이 / 祖聖龍興
천명에 응하고 인심에 순함이지 / 應天順人
풍수ㆍ도참의 황당함 아닌 것을 / 非以地理圖讖之荒唐
담수가 말하되 중원(충주)ㆍ대령은 / 叟曰中原大寧
쇠의 명산지 / 鐵焉是産
빈철ㆍ납ㆍ강철 / 鑌鈆鑒䥊
부드러운 쇠붙이들 / 錏鑢鍒錌
돌을 안 뚫어도 / 惟山之髓
산의 골수로 흘러나오니 / 匪石之鑽
뿌리와 그루를 찍고 파서 / 斸掘根株
무진장으로 끝이 없네 / 浩無畔岸
용광로에 녹여서 부으니 / 洪爐鼓鑄
녹은 쇠가, 물이 되어 / 融液熾爛
화염에 달군 양문 / 熖爍陽紋
물에 담은 음문을 / 水淬陰縵
노련한 대장장이 망치 잡아 / 老冶弄鎚
백 번 천 번 단련하니 / 百鍊千鍜
큰 살촉, 작은 살촉 / 爲鏃爲鏑
창도 되고, 갑옷도 되며 / 爲矛爲釬
칼도 되고, 긴 창도 되며 / 爲刀爲槍
화로도 되고, 작은 창도 되며 / 爲鑢爲鑹
호미도 되고, 괭이도 되며 / 爲鋤爲鎛
솥도 되고, 물통도 되니 / 爲釜爲鑵
그릇으론 집안에 쓰고 / 器贍中用
병기론 전쟁에 쓰네 / 兵充外扞
계림(경주)ㆍ영가(안동)엔 / 雞林永嘉
뽕나무가 우거졌네 / 桑柘莫莫
봄날 누에 칠 제 / 春而浴蠶
한 집에 만 개의 잠박이요 / 一戶萬箔
여름이라 실 뽑으면 / 夏而繅絲
한 손에 백 타래씩 / 一指百絡
처음 실을 뽑을 적에 / 始而縒
엉킨 실을 다듬어 짜내니 / 方織以纅
철꺽철꺽 저 북 소리 / 雷梭風杼
우레런가 벼락인가 / 脫手霹靂
비단ㆍ깁ㆍ능라ㆍ모시 / 羅綃綾繰
겹올ㆍ외올ㆍ가는 비단ㆍ불면 날 듯 / 縑綃縳穀
연기인가 안개인가 / 煙纖霧薄
희나흰 빛 눈인가 서리인가 / 雪皓霜白
파랑ㆍ노랑ㆍ주홍ㆍ녹색으로 물들여 / 靑黃之朱綠之
무늬 있는 금수로 만들어서 / 爲錦綺爲繡缬
귀인들이 입고 / 公卿以衣
사녀들이 입어 / 士女以服
끌리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 樞曳綷䌨
떨치면 번쩍번쩍하네 / 披拂赩赫
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고장 / 是誠天府
보물이 가득 찼네 / 國寶錯落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한 자 구슬도 보배가 아니라 했거늘 / 尺璧非寶
하물며 쇠와 비단이랴 / 矧伊金帛
담수가 말하되 / 叟曰
이 나라의 시인ㆍ묵객들 / 詞人墨客
어깨를 나란히 그 얼만가 / 比肩林林
붉은 정에 푸른 뜻 / 紅情綠意
수놓은 입에 비단 마음 / 繡口錦心
얼음과 눈을 짓씹는 듯 / 咀冰嚼雪
금과 옥을 새기는 듯 / 琢玉彫金
붓 한번 달릴 양이면 / 筆一走也
우뢰ㆍ번개가 / 驚雷迅電
더 날랠 수 없고 / 難以况其捷疾
시가 워낙 태깔이 많으매 / 詩多態也
맑은 강 절벽도 / 澄江絕壁
그 높고 깊음이 비하지 못하네 / 不足譬其高深
케케묵은 말들은 / 圓熟陳言
옛 것이라 그대로 쓰지 않고 / 不踐於古
새로운 말들을 / 汵生新語
이제 따로 창조하네 / 別出於今
이 나라의 무사와 맹사들은 / 武夫猛士
뒷자락 짧은 옷에 만호 갓끈 잡아매고 / 則衣短後纓縵胡
용도 쥐고 사검 차고 / 佩蛇劒握龍刀
이리 뛰며 저리 뛰고 / 蹫䠇
눈 부릅떠 포효타가 / 闞虓咆哮
곰처럼 낚아채고 범처럼 할퀴며 / 熊拏虎攫
매처럼 탈취하고 원숭이처럼 뛰며 / 鶻掠猿超
눈 부릅떠 힐난하고 / 瞋目語難
팔을 뽑으며 내닫는다 / 掉臂輕趫
말 타고 활 쏘매 / 騎射一發
과녁에 삼발 삼중 / 聯的三中
구봉 한번 손에 놀리면 / 杖手一弄
나는 공이 백 번 도네 / 飛毬百繞
이것이야말로 나라의 보배가 아닌가 / 是所謂國之寶歟
대부가 말하되, 아니로다 / 大夫曰非也
조충의 작은 재주와 폭력을 마구 씀을 / 彫蟲亂力
군자가 취하지 않나니 / 君子不取
하물며 공을 희롱하는 재주쯤이야 / 况弄毬之巧
담수가 말하되 / 叟曰
부서를 설치하여 직무를 맡기니 / 設官分職
내관이 천에 외직이 만 / 内千外萬
탁한 것을 헤쳐 내고 맑은 것을 뽑아 올려 / 激濁揚淸
인재 등용은 공평무사 / 擧無憞溷
해마다 춘관에 명하여 / 歲命春官
어진이를 뽑아 등용하니 / 選登賢儁
청의ㆍ자의가 조정에 가득 / 靑紫滿朝
신과 홀을 떨치는데 / 紳垂笏搢
나가서는 염찰사 되고 / 出爲廉察
혹은 고을의 수령이 되되 / 或典州郡
모조리 청백으로 제구실을 삼으니 / 莫不以冰淸玊潔爲己之任
샘물ㆍ등불 같은 이를 보지 않거든 / 不通水火之利
뇌물의 꾸러미를 받을손가 / 况受苞苴之贈
실띠 풀어 등 심지 삼고 / 斷帶爲燈
돈 주고 샘물 마시니 / 投錢以飮
문 앞엔 참새 그물 고요하고 / 門羅雀以寂寥
밥상엔 생선 없이 냉담하네 / 食無魚兮冷淡
모두 그 이름에 탄복하고 / 人服其名
스스로 깨끗타 자부한다 / 自負無玷
한편 백성에게 위엄 부리려면 / 謂欲威民
가혹해야 한다 하여 / 必用苛慘
털끝만한 일도 사찰하고 / 細察纖微
어두운 구석까지 다 들추어 / 曲照幽暗
때[㧨]를 씻고 헌 데 찾으니 / 吹刮而求
있는 허물 가리워지리 / 瘢瑕莫掩
이에 포승으로 묶고 오라를 지워 / 於是乎振縲紲揚繩檢
때리면 반드시 백 대[百度]의 곤장으로도 부족하고 / 扑之則百杖不厭
목맬 젠 밧줄을 겹쳐 쓰고도 부족했다 / 絞之則重索猶慊
아전은 온 몸이 성한 데 없고 / 吏不完肢體
백성은 간담이 서늘하여 / 民盡落肝膽
쉬쉬, 쩌르릉 / 肅肅凌凌
와들와들, 부들부들 / 慄慄懍懍
별안간에 시비가 가려지고 / 咄嗟而諸難卽辨
한번 꾸짖자 부정배들이 자복한다 / 叱叱而群猾亦震
해마다 세를 늘려도 중세가 아니고 / 歲增賦而不爲重
달마다 선물을 바쳐도 아첨이 아니네 / 月進膳而不爲謟
급하게 독촉하여 집집이 거둬다가 / 急徵征稅若督戶斂
수로ㆍ육로로 / 漕轉陸輸
성화같이 운수해 와서 / 火疾電閃
국고를 채워 주니 / 用儲峙乎國廩
관가와 나라에 유공함을 / 則其勤公利國之功
말로 다 못하리 / 言所不盡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간사한 청렴으로 가혹을 부림은 백성을 좀먹는 일 / 詐淸苛慘民之蠹
그 해독이 심하도다 / 爲害也甚
담수가 말하되 / 叟曰
공경들의 저택이 / 公卿列第
10리에 뻗쳤는데 / 聯亘十里
엄청난 큰 누각은 / 豐樓傑閣
봉황이 춤추는 듯 / 鳳舞螭起
서늘한 마루, 따스한 방이 / 涼軒燠室
즐비하게 갖춰 있어 / 鱗錯櫛比
금벽이 휘황하고 / 輝映金碧
단청이 늘어섰네 / 森列朱翠
비단으로 기둥 싸고 / 緹繡被木
채전으로 땅을 깔고 / 彩毯鋪地
온갖 진기한 나무와 / 珍木異卉
이름난 화초들 / 名花佳蘤
봄의 꽃과 여름 열매 / 春榮夏實
푸른 숲에 붉은 송이 / 綠稠紅䔺
그윽한 향내, 서늘한 그늘이 / 敷香布蔭
한껏 곱고 아양을 떠네 / 爭妍竟媚
뒷방의 미인들은 / 後房佳麗
구름 옷에 안개 배자 / 雲衣霞帔
갖은 자태와 요염으로 / 盡態極艶
열지어 둘러 모셨구나 / 列陪環侍
화문석 비단요에 / 玳筵綺席
천 잔에 담긴 술은 / 九醞波漫
생가가 요란한데 / 笙歌鼓吹
구하주(신선이 마시는 술)가 아니런가 / 千罍屹峙
《주역》의 수괘런가 / 如易之需
《시경》의 기취로고 / 若詩旣醉
낙타 등살, 곰의 발에 / 駞峯熊掌
용의 간과 봉의 골수가 / 龍肝鳳髓
무더기로 쌓였어도 / 錦蔟瓊堆
입에 물려 내뱉읍세 / 厭飫唾棄
사족ㆍ평민 / 至於士庶
심지어 절의 중도 / 桑門釋子
개개 화려한 집 / 居必華屋
수륙 진미 죄 다 먹고 / 食必兼味
귀와 눈의 온갖 오락 / 極耳目之娛
사치한 옷을 자랑하며 / 誇服飾之異
신분 낮은 노예조차 / 庸奴賤隷
다투어 참람하여 / 胥然僭擬
높은 갓, 복두 쓰고 / 峩其冠戴其幞
각대와 아로새긴 신 / 其帶鈒其履
가벼운 옷, 촘촘한 감으로 / 衣輕服緻
다투어 사치를 자랑하니 / 爭相耀侈
저 장안 낙양의 화려함으로도 / 雖雍洛靡麗之盛
우리 풍속을 못 당하리로고 / 莫我敢齒
대부가 말하되, 아아 / 大夫曰噫
우리 옛 서울[松都]의 몰락이 대개 그것 때문 아닌가 / 舊都之流離蓋以此
이에 서와 북 두 손님이 / 於是西北二客
수염을 흩날리고 작색하며 / 奮髥作色
한편 노하고 한편 부끄러워 이르는 말에 / 且怒且恧曰
저희들이 종일 말하되 / 走等終日言
대부께서 다 꺾으니 / 而大夫皆折之
그러면 강도의 설을 듣고저 / 願聞江都之說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두 분이 일찍 강도의 상황을 들었는가 / 二客豈亦曾聞江都之事乎
한 끝을 대강 들어 / 略擧一緖
토론하여 보리로다 / 揚攉而議
동해 바다의 크기는 / 夫東海之大
아홉 강, 여덟 하수를 / 凡九江八河
겨자씨처럼 삼켜 / 吞若一芥
구름과 해를 불락 삼킬락 / 蕩雲沃日
출렁 왈랑거리는데 / 洶湧澎湃
그 가운데 화산(강화의 산 이름)이 있어 / 中有花山
금오가 우뚝 치받쳤다 / 金鼇屹戴
물가에 언덕들이 / 涯凌葉擁
잎처럼, 가지처럼 붙었는데 / 渚崥枝附
그 가지와 잎에 붙어 올망졸망한 것들은 / 麗其枝葉而沙散碁布者
강상ㆍ해고ㆍ어옹ㆍ소금구이의 집들이요 / 江商海賈漁翁鹽叟之編戶也
꽃송이 같은 신악과 / 神岳蘂開
꽃받침 같은 영구 / 靈丘萼捧
그 꽃송이ㆍ꽃받침을 걸쳐 날아가는 듯 솟아 있는 것은 / 架其蘂萼而暈飛鳥聳者
황실ㆍ궁궐 공경ㆍ사서들의 저택이다 / 皇居帝室公卿士庶之列棟也
안으로 마니ㆍ혈구(지금의 혈굴산) 첩첩한 산이 웅거하고 / 内據摩利穴口之重匝
밖으론 동진(지금의 통진산)ㆍ백마(산 이름)의 사면 요새를 한계로 / 外界童津白馬之四塞
출입을 단속함에는 / 出入之誰何
동편의 갑화관(갑곶나루) / 則岬華關其東
외빈을 맞고 보냄엔 / 賓入之送迎
북쪽의 풍포관 / 則楓浦館其北
두 화(화산의 봉우리)가 문턱이 되고 / 兩華爲閾
두 효가 지도리 되니 / 二崤爲樞
참으로 천하에 오구이다 / 眞天地之奧區也
이에 안으로 자줏빛 성을 둘러 쌓고 / 於是乎内繚以紫壘
밖에는 분첩으로 싸니 / 外包以粉堞
물은 서로 도와 둘렀고 / 水助縈回
산은 다투어 드높아서 / 山爭岌嶪
굽어보매 오싹한 못물 / 俯臨慄乎淵深
쳐다보니 아찔한 절벽이라 / 仰觀愁於壁立
오리ㆍ기러기도 못 날아들고 / 鳧鴈不能盡飛
늑대와 범이 엿보지 못할지라 / 犲虎不能窺闖
한 사람이 가금하매 / 一夫呵噤
만 집이 편안한 잠 / 萬家高枕
이는 금성ㆍ탕지 만세 제왕의 도읍이로다 / 是金湯萬世帝王之都也
두 손이 말하되 / 二客曰
나라를 굳힘이 산하로써가 아니니 / 固國不以山河
덕에 있고 험에 있지 않도다
/ 在德不在險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성시가 포구이니 / 城巿卽浦
문밖이 바로 배라 / 門外維舟
꼴 베러 가거나 나무해 올 때에도 / 蒭往樵歸
조그만 배에 둥실 실어 / 一葉載浮
육지보다 길 빠르니 / 程捷於陸
채취함과 수송하기 모두 쉬워 / 易採易輸
땔감 부족 없고 / 庖炊不匱
마소 먹이 넉넉하여 / 廐秣亦周
힘 덜 들고 씀씀이 넉넉 / 人閑用足力小功優
장삿배와 조공이 / 商船貢舶
만 리에 돛을 이어 / 萬里連帆
묵직한 배 북쪽으로 / 艤重而北
가벼운 돛대 남쪽으로 / 棹輕而南
돛대머리 서로 잇고 / 檣頭相續
뱃고물이 맞물려서 / 舳尾相銜
바람편 순식간에 / 一風頃刻
팔방 사람 모여드니 / 六合交會
산해의 진미를 / 山宜海錯
안 실어오는 물건 없네 / 靡物不載
옥 같은 쌀을 찧어 / 擣玉舂珠
만 섬을 쌓아 우뚝하고 / 累萬石以磈
주옥이며 모피를 싸고 / 苞珍裹毛
꾸린 것 사방에서 모여와 가득하다 / 聚八區而菴藹
뭇 배 와서 닻 내리자 / 爭來泊而纜碇
거리 가득, 골목 붐벼 / 倐街塡而巷隘
매매가 사뭇 손쉬우니 / 顧轉移之孔易
말짐 소짐 무엇하리 / 何䭾負之賽倩
손에 들고 어깨에 메고 / 爾乃手挈肩擔
몇 걸음 안 걸어서 / 往來跬步
관가에 쌓여지고 / 堆積于公府
민가에 흘러 넘쳐 / 流溢於民戶
산보다 높직하고 / 匪山而巍
샘물처럼 콸콸하니 / 如泉之溥
온갖 곡식이 묵어서 썩을 지경 / 菽粟陳陳而相腐
한대의 부요와 어떠한고 / 孰與大漢之富饒
두 손님이 말하되 / 二客曰
지극한 부는 축적이 아니니 / 至富非蓄積
거교)를 거울 삼을 것 / 宜鑑鉅橋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불법이 해동에 온 지 오래였으나 / 佛法流於海東尙矣
오늘에 와서는 / 至於今日
더욱 신앙이 두터워서 / 尤爲信篤
상 만들어 귀의함엔 / 像設而歸依
쇠 녹이고 흙을 빚고 / 則鎔金塑土
돌을 쪼고 나무 새기며 / 琢石刻木
혹은 실로써 수불 만들어 / 或線縷以繡
그림으로 얼굴 그려 / 畫繪以貌
단정하고 장엄하여 / 睟乎端嚴
표정이 엄연하며 / 儼若視矍
법보를 들날림엔 / 法寶之弘揚
경ㆍ율의 논장들과 / 則經律論章
선가서ㆍ조사결들을 / 禪書祖訣
판에 찍고 필사할 젠 / 板印墨寫
이금이나 피로 써서 / 泥金刺血
누른 책, 붉은 축에 / 黃卷赤軸
주옥 함과 비단싸개 / 琅函綦帕
천 권인가, 만 권인가 / 若開風藏
더미더미 쌓여 있네 / 委積磊落
선방과 교찰이며 / 禪藍敎刹
공사와 사당이 있어 / 公寺私堂
사니 암이니 / 或社或庵
재니 방이니 / 曰齋曰房
우뚝 솟아 몇 천만 곳 / 矗不知乎幾千萬坊
향화 기운은 만 리가 훈훈 / 香火之氣連熏於萬里
종경 소리 사방에 들려서 뎅겅 / 鍾磬之聲相聞於四方
푸이에 긴 눈썹, 오딧빛 가사 / 於是乎厖眉椹袍
푸른 눈동자, 국홧빛 장삼들이 / 碧眼菊裳南藂北林
남ㆍ북 총림에 대ㆍ갈대처럼 줄을 지어 / 竹葦成行
용과 코끼리 맞서 차고 / 龍象爭蹴
금모 사자가 다투어 으르렁거려 / 金毛竟吼
마음에서 마음으로 천 등불이 이어가고
/ 千燈續焰於心心
입마다 뭇바다의 물결이 용솟음치며 / 衆海飜瀾於口口
아침엔 성수를 비옵는 향화 / 朝焚祝聖之香
저녁엔 재앙을 소멸하는 심지에 불을 붙인다 / 夕點鎭災之炷
그것도 부족해서 / 猶以爲未足
대궐 안에 특히 정사를 짓고 / 特創精廬於輦下
세상 밖의 도승을 맞아들이니 / 遠邀方外之道伴
푸른 산 흰 구름에서 / 青山白雲
몸을 떨치고 나와 / 逃身而岀
자맥홍진에서 / 紫陌紅塵
법을 설하네 / 來垂手叚
금추방망이를 치자 풍뢰가 일고 / 槌拂而風雷動
봉갈(선종의 술어) 한 마디에 우박이 져서 / 捧喝而雨雹散
자재 활살(선종의 술어)하여 / 殺活自在
머리머리 끊어지네 / 頭頭必斷
몇해 전 국난 때문에 / 越前歲因大難
군신이 지원을 말하여 / 君臣益復痛願
여러 종을 모아다가 / 一集諸家
하루 건너 불사를 하니 / 遞日作梵
염불ㆍ창신의 소리 높아 산악이 흔들흔들 / 念佛唱神之音激切而山岳盡動
머리털ㆍ손가락 태우는 연기에 해와 달이 빛을 잃네 / 燃頭燒指之煙紛布而日月無光
정성과 고행이 이리도 지극하니 / 精勤若倒如此其極
보응과 섭호가 끝 없으리 / 報應攝護必不可量
두 손님이 말하기를 / 二客曰
고금에 부처를 신봉함이 양 나라가 으뜸이었는데 / 古今奉浮圖莫若梁
어찌 속히 망했는고 / 何促危亡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방금 주상께서 / 方今主上
몸소 검박하시고 아랫사람에게 후하시와 / 躬儉而厚下
두 손님이 이 말 듣고 깜짝 놀라 얼굴빛을 고치고 / 二客卽愕然失容
자리를 피하여 꿇어앉고 하는 말이 / 避席而跪曰
대부는 더 말씀을 마소 / 大夫毋多言
이 한마디 말로 / 只此一言
족히 태평성대의 지극한 정치를 알리로세 / 足以知大平極理之美
무릇 정사의 밝고 공평함이 / 凡政理淸平
다 검박에서 비롯하며 / 皆由儉始
검박하면 풍속이 다 후할지니 / 儉則習俗歸厚
하늘이 어찌 안 도우며 / 胡皇天不佑
국운이 어찌 안 길리오 / 胡基祚不長久哉
아까 저희들이 횡설수설 지껄인 것은 / 向者走等啁嘐
나라의 누만 드러냈을 뿐 / 祗自彰國累耳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두 분은 들으시오 / 二子聽之
나는 고사로 거울 삼네 / 吾以古爲的
옛날에 나라는 충후하여 / 昔周家忠厚
팔백 년을 누리었고 / 享年八百
한문제는 무명옷에 가죽신 / 漢文衣綈履革
신하들도 돈후한 장자가 많아서 / 其臣多敦厚長者
국조가 그지없었고 / 垂祚罔極
당문황(태종)은 검박을 숭상하여 / 唐文皇尙儉
대궐 하나 지으려다가 / 欲營一殿
진 나라를 거울 삼아 중지했고 / 鑒秦而止
그때 방현령(당나라의 현신)ㆍ위징(당나라의 현신)이 / 維時房魏
편안히 다스려졌다고 방심하지 않아서 / 不以理安爲喜
국통을 3백여 년 드리웠네 / 故垂統三百餘祀
거룩하다, 우리 나라 / 洪惟本朝
예 없던 높은 풍화 / 風化掩古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고 / 畏天之威
하늘의 도를 즐기어서 / 樂天之道
작은 나라로 큰 나라 섬겨 / 以小事大
이로써 보전하니
/ 于時保之
만물이 재해 없고 / 物不疵癘
백성이 태평하네 / 元元皥皥
감탄으로 부족하여 / 歎之不足
그의 뜻을 거듭하여 노래로 부르리 / 申其義而作歌曰
멀리 요순 때부터 / 邈自陶唐兮
당송에 이르기까지 / 下至宋康
문과 질의 연혁은 달랐으나 / 雖文質沿革之不同兮
모두가 사치로 망하고 검박으로 흥했네 / 靡不由奢儉而興亡
서쪽 버들은 음관으로 뒤엎어졌고 서도를 유경이라 부른다 / 西柳兮以淫而顚覆
북녘 소나무는 사치해서 유리했네 / 北松兮由侈以流移
아아, 빛나는 강도는 / 西都号柳京煌煌江都
오로지 덕의 터전 / 惟德之基
천명을 좇아 큰 나라 섬겨 / 順天事大
풍속이 순후하네 / 風俗淳煕
어즈버 천만 년에 / 於萬斯年
태평한 가운데 위태로움을 안 잊기를 / 安不忘危


 

[주D-001]동명(東明) : 고구려 시조(始祖). 그러나 여기 읊어진 이는 그 아버지, 북부여왕(北夫餘王) 해모수(解慕漱).
[주D-002]화성(化城)이 치솟았네 : 법화도사(法華道師)가 험한 길 가운데서 변화(變化)를 부려 한 성(城)을 만들어 피로한 대중(大衆)들을 그 안에 들어가서 쉬게 하였다.《法華經》
[주D-003]곰소[熊淵] : 해모수(解慕漱)가 청하(靑河 鳴錄江) 하백(河伯)의 맏딸 유화(柳花)를 만났다는 곳.
[주D-004]조천대(朝天臺) : 부벽루 아래 있는 기린굴(麒麟窟) 남쪽에 있는데, 세상에서 전하되 동명왕이 기린말을 타고 이 굴에 들어갔다가 땅속에서 조천석이 되어 솟아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하며, 그 말발굽 자국이 돌 위에 있다고 한다.《輿覽》평양의 동명왕 관계 고적은 모두 와전(訛傳)이며, 동명왕이 평양에 도읍한 일도 없다.
[주D-005]용언궐(龍堰闕) : 고구려 때 궁궐.《三國遺事》
[주D-006]구제궁(九梯宮) : 영명사(永明寺) 안에 있는데 동명왕의 궁이라 하나(《輿覽》) 고구려 시대 이궁(離宮)인 것 같다.
[주D-007]유람할 곳은 …… 청원루(淸遠樓) : 다경루, 청원루는 모두 평양부 서쪽 9리 양명포(揚命浦) 위에 있는데, 대안(對岸)에 돌을 쌓고 그 위에 다락을 지었는데, 그 밑으로 통할 만하다.
[주D-008]미꾸라지 …… 상어 : 열거한 고기 이름이 담수어(淡水魚) 아닌 바닷고기들이 되는 대로 섞였음은 부가(富家)의 과식(誇飾)이다.
[주D-009]이 사이에 …… 없어졌다. : 서경의 단(段)이 끝난 뒤 대부(大夫)의 평이 있었겠고, 다음 북경(北京 송도)에 관한 대부의 물음에 대한 담수(談叟)의 대답 중 앞의 부분이 궐했은즉, 아마 몇백 자, 몇십 귀가 빠진 듯하다.
[주D-010]곡령(鵠嶺) …… 누르다 : 최치원이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흥할 것을 알고, 고려 태조에게, “곡령에 솔이 푸르고 계림엔 잎이 누르다.[鵠嶺靑松鷄林黃葉]”란 글을 올렸다.
[주D-011]앞에는 …… 오리 : 당 나라 상인 왕창근(王昌瑾)이 이인(異人)에게 샀노라 하여 궁예(宮裔)에게 바친 옛 거울에 새긴 문구 중의 일절, “선조계 후박압(先操鷄 後搏鴨).” 이것을 왕건(王建)이, “먼저 계림(신라)를 멸하고 뒤에 압록강을 취한다.”는 뜻으로 당시 해석했다.
[주D-012]안산(案山)ㆍ화형(花形) : 안산(案山)은 풍수가들이 말하는 터나 묘(墓)의 앞산. 화형(花形)은 풍수설에서 산수(山水)의 발맥(發脈).
[주D-013]각(角) …… 주먹처럼 : 각(角)과 상(商)은 다 오음(五音) 중의 명칭이나 방위(方位)로도 논하는데, 산세(山勢)의 길형(吉形)을 말하는 풍수가들의 용어.
[주D-014]뽕나무 뿌리에 맨 : “망하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하고 경계해, 뽕나무 우거진 뿌리에 매어 둔 것처럼 견고해진다.[其亡其亡 繫于苞桑]”《周易否》망할 듯하다가 다시 유지된다는 뜻이다.
[주D-015]한 자[尺] …… 아니라 : “한 자 구슬이 귀하지 않고, 촌음이 중하다.”는 옛말이 있다.
[주D-016]조충(雕蟲)의 작은 재주 : 조충전각(彫蟲篆刻), 조충소기(彫虫小技)니 하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시문(詩文)ㆍ사부(詞賦) 등의 문예(文藝)를 도덕이나 사업에 비하면 조충의 조그만 기교(技巧)란 말이다.
[주D-017]샘물ㆍ등불 …… 않거든 : 남북조(南北朝) 시대에 양(梁) 나라 하원(何遠)이 무창태수(武昌太守)가 되었는데, 여름에 마실 물이 나쁘므로 사람을 시켜 민가(民家)의 좋은 우물의 냉수(冷水)를 길어다 먹으면서 물값으로 돈을 주었는데 주인이 받지 아니하니, “그러면 그 물은 길어다 먹지 않겠다.”하며 기어이 돈을 주었다.
[주D-018]밥상엔 생선 없이 : 맹상군(孟常君)의 식객(食客) 풍환(馮驩)이 노래하기를, “밥에 생선이 없네.[食無魚]”라 했다.《史記》실세(失勢)를 말한다.
[주D-019]《주역》의 수괘(需卦) : 음식의 풍부함을 말한 것이 많다.
[주D-020]《시경》의 기취(旣醉) : 귀족들의 태평 주연(酒宴)의 노래인데, 이 노래에, “술이 이미 취했는데, 또 덕으로 배불리네.[飮醉以酒 叉飽以德]”라는 구절이 있다.
[주D-021]금오(金鼇)가 …… 치받쳤다 : 발해(渤海) 동쪽에 큰 구멍이 있고 가운데 다섯 산이 있었는데, 부리가 연착(連着)되지 않아 늘 물결을 따라 아래위로 흔들리니, 상제(上帝)가 노하여 서극으로 귀양 보내니 뭇 성인들이 살 곳을 잃었다. 이에 큰 자라 열다섯 마리에게 시켜 머리를 들어 이게 하였다한다. 성인들이 살 만한 산을 말한다.
[주D-022]나라를 …… 않도다 : 나라의 견고함이 산하(山河)의 미(美)와 성지(城池)의 험함에 있지 않고, 임금이 백성에게 덕으로 다스림에 있다는 말. 전국 때 위무후(魏武侯)가 서하에 배를 띄워 내려가면서 오기(吳起)를 돌아보며 말하되, “아름답다, 산하(山河)의 굳음이여, 이는 위 나라의 보배로다.” 하니 오기가 말하되, “덕이 있고, 험함에 있지 않으니이다.” 하였다.
[주D-023]거교(鉅橋) : 은주(殷紂)의 큰 곡식 창고가 있던 땅. 주무왕(周武王)이 주(紂)를 치고 거교의 조[粟]을 꺼내어 은(殷) 나라의 주린 백성들을 진휼했다.《史記》
[주D-024]용과 …… 이어가고 : 용상(龍象)은 고승(高僧)을, 사자호(獅子吼)는 설법(說法)을 말하며, 천의 등불이 이어짐은 전도(傳道)를 말한다.
[주D-025]진(秦) 나라를 거울 삼아 : 진시황(秦始皇)이 아방궁(阿房宮) 같은 큰 궁궐을 지어 백성을 괴롭혔으므로 민심을 잃어 궁도 불타고 나라가 망했다.
[주D-026]작은 나라로 …… 보전하니 : 대국(大國)이 소국(小國)을 섬기는 것은 낙천(樂天)하는 것이요,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것은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는 것이다.《孟子》
[주D-027]문(文)과 …… 달랐으나 : 하(夏) 나라는 충(忠)을 숭상하였고, 은(殷)나라는 질(質)을 숭상하고, 주(周) 나라는 문(文)을 숭상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