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문 발표 / 불교신문 기사

2015. 5. 17. 03:19우리 역사 바로알기

 

 

 

 

종단
30만 사부대중이 보여준 불교의 힘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성료
데스크승인 2015.05.16  23:21:05 장영섭 기자 | fuel@ibulgyo.com  
-->-->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법회를 기대를 모은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오늘(5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불자들의 환희와 서원으로 젖었다. 전 세계 주요 종교지도자들은 세계평화기원선언을 통해 종교간 화합으로 인류에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남북통일을 위한 종단의 정성과 노력을 약속했다.

   무차대회의 주역이었던 진제법원 종정예하 ‘참나’ 법문으로 종단의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의 진수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30만 사부대중의 웅장한 염불소리는 한국불교의 저력을 보여줬다. 수십만 연등의 물결도 장관이었다.

 

   
 

   5월16일 어스름이 깔리는 오후 6시 무렵, 광화문광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화문 앞부터 청계천을 거쳐 서울시청까지 2km에 달하는 광화문대로는 전국에서 찾아온 불자들로 넘쳐났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의 사회로 진행된 식전행사는 각국에서 찾아온 스님들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국 불교의 특징을 소개하는 담마토크, 판소리패와 무용단의 진혼제, 예불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20만 사부대중이 외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8시 법고 소리가 서울의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주요 내빈들이 광화문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올랐다. 이윽고 종단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로 무차대회를 제안한 진제 종정예하가 참석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면서 본대회가 본격 시작됐다. 인근 조계사 범종을 치는 평화의 타종(打鐘)은 영원한 안락과 행복을 바라는 시방세계 일체중생의 간절한 마음을 묵직한 법음으로 전했다.

 

   이어 무차대회의 취지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통일을 향한 불자들의 서원을 천명하기 위해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연단에 올랐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을 찾고 ‘공존’과 ‘상생’을 통해 다름을 인정”해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과 합심에서 통일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불교적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제 불교도는 굳어져 버린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데 앞장서겠다”며 “한국불교는 대표 종교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진제 종정예하의 법어였다. 종정예하는 평소 강조하는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진면목(本來眞面目)’ 화두를 던지며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길인 ‘참나’에 대한 통찰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나라의 마조도일 선사와 재가(在家) 선지식이었던 방거사의 일화를 소개하며 언어분별을 벗어난 격외(格外)의 경지를 드러냈다. 종정예하는 법어에서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씀이 오늘날 이 지구촌 인류에게 장군죽비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나 혼자만 구원 받으면 되고, 모든 잘못이 나의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오늘의 사회풍조 속에서 이와 같은 인격도야의 실천행이 절실하다”고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참석대중이 일제히 연등을 들어 올린 가운데 해외 종교지도자들은 세계평화기원문을 낭독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각국의 종교지도자들은 세계평화기원문에서 “내면의 평화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함이 세계평화로 가는 출발점임을 자각하며, 누구보다도 인성을 도야하고 마음을 닦는 수행에 힘쓸 것”이라며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떠한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도 반대하며, 종교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하여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이모저모  

종정예하 세월호유가족 위로

 

   
 

 

   
 

 

0...진제 법원 종정예하 일행은 무차대회의 첫 발걸음을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우선 희생자 전원이 모셔진 영단에서 헌화를 한 뒤 곧바로 유가족 대표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종정예하는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듯 포옹으로 위로했다. 간단한 대화도 나눴는데 가족대책위원장은 “단원고 학생 등 어린 영혼이 많이 돌아가셨으니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자 종저예하는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20만 대중 장엄염불에 대환희심 

   
 

0... 무차대회에는 전통의식에 맞춰 예불이 거행돼 광화문은 거대한 법당이 만들어졌는데. 조계종 의례위원장인 인묵스님의 집전에 맞춰 20만 대중이 합송하며 울려 퍼진 예불소리는 현장이 불국토로 장식된 듯 장엄했다. 더욱이 광장 옆에 도열한 사천왕상 등 장엄물이 호법신장으로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 엄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동국대학교의료원 현장 의료지원

0...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봉행된 광화문 일대에는 동국대학교 의료원이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는데. 병원 관계자는 전체 부스를 9곳에 설치하고 총 의료진 45명을 파견했다. 이 중에는 의사가 7명, 한의사 2명, 간호사 21명과 행정지원 인력을 배치했다. 행사가 거행되는 동안에는 1명의 골절환자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져 119에 의해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불자들 뛰어난 질서의식 보여줘

 

   
 

0...광화문 앞 광장에서 시청까지 늘어선 거대한 대중들이 운집했지만 3시간여동안 진행된 무차대회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질서의식을 보여주었는데. 질서유지를 위해 주최측과 경찰의 유기적인 결합도 있었지만 각 교구본사와 사찰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결과이기도 했다. 행사 동참자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등불을 켰고, 주변의 쓰레기는 일일이 주워 가방에 넣어 가는 모습도 보였다. 

 

   
 

 

   
 

 

   
 

 

   
 

 

 

 

 

 

      

종단
총무원장 스님, “통일을 위한 지혜를 부처님 법에서 찾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문 발표
데스크승인 2015.05.16  20:55:46 엄태규 기자 | che11@ibulgyo.com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기원대회 및 간화선 무차대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불교계가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대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을 찾고 ‘공존’과 ‘상생’을 통해 다름을 인정”해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과 합심에서 통일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한국불교가 통일선언을 발표하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네팔 지진 참사 및 세월호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스님은 “이웃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되신 모든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그들의 가족을 비롯한 네팔의 모든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하겠다”며 “대한민국 국민들 또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함께 나눴습니다. 세월호의 교훈을 되새겨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신뢰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 전문.

 

   오늘 이 장엄한 법석을 열어주신 종정예하께 깊은 공경을 올리며 멀리 해외에서 오신 대덕스님과 국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참석 대중 여러분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먼저, 우리의 이웃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되신 모든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그들의 가족을 비롯한 네팔의 모든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네팔 대표단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또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함께 나눴습니다. 세월호의 교훈을 되새겨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신뢰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크고 작은 모든 사건들의 피해자 구제 활동이 국가 차원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도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따스하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참 나’를 찾는 수행의 과정과 같습니다. 오늘 참석 대중 모두 온전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세상의 주인이 되어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길 기원합니다.

한국불교가 통일선언을 발표하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함입니다. 이제 하루 속히 남과 북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 선언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

 

    공존과 상생, 합심으로 통일의 길을 열어 나갑시다.

“너희들은 서로 화목하고 다툼이 없으며,
물과 우유처럼 서로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며 사느냐?”

부처님의 이 질문 앞에서 한반도의 불자들은 자성과 참회의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은 한 핏줄을 타고나 한반도에서 같은 정신과 문화를 공유해 왔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마땅히 물과 우유처럼 서로 어울리고 사랑하고 돌봐야 할 한 민족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1945년 해방 이후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남과 북으로 갈리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한 채 서로를 반목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70년이 흘렀습니다. 분단은 남과 북의 체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 비용 또한 막대합니다. 날이 갈수록 분단의 고통은 커지고 이질화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 이 같은 소모적인 분단체제를 계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입니다. 분단은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입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적 삶을 제약하는 멍에입니다. 이제 한국불교는 이러한 분단의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한 불교 통일선언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을 찾겠습니다.

한국불교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분연히 일어나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높이 들고 중생의 평화와 안락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원효스님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은 사회통합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였습니다. 온 백성의 힘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원력은 외세침략을 극복하는 호국의 숭고함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서산, 사명과 용성, 만해로 이어지는 구국의 보살행은 민족의 고통과 함께하고자 하는 자비정신의 발로였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불자들은 남북갈등 해소와 통일을 위한 논리와 지혜를 부처님 법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연기법은 이천오백년 동안 인류에게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남과 북은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둘째, ‘공존’과 ‘상생’은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합니다.

남북화해와 동질성의 회복은 남북한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갈등은 심화되고 흡수통일과 적화통일과 같은 배타적 논리가 힘을 얻는 법입니다. 수 천년을 같은 말과 같은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동질성을 인식하고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남과 북의 영토가 하나 되는 물리적 통일에만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통일은 ‘땅의 통일’과 함께 ‘마음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서로 화해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나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견해와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화해와 공존은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상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합심’은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을 살펴 진실한 의지를 합쳐 나가는 것입니다.

통일은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남북한 주민들의 서로 다른 마음을 하나의 마음으로 묶어내어 창조적 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집니다. 합심의 마음문화는 남북갈등, 남남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불국정토의 통일국가를 만드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이제 불교도는 굳어져 버린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그동안의 남북불교의 교류협력은 경색국면으로 인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한국불교는 대표 종교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 적극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의 불자들이 평화와 공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통일의 초석을 놓으려 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민족의 통합과 평화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불교는 중생을 향한 자비심으로 장대한 통일의 여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지혜로운 이 길로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불기 2559(2015)년 5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