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다경(茶經)》의 내용
현존하는 《다경》은 상・중・하 총3권으로 나누어져있다. 상권은 다시〈일지원(一之源)〉, 〈이지구(二之具)〉,〈삼지조(三之造)〉등의 세 편으로 나누어져 있고, 중권은 〈사지기(四之器)〉1편만이, 하권은〈오지자(五之煮)〉,〈육지음(六之飮)〉,〈칠지사(七之事)〉,〈팔지출(八之出)〉,〈구지략(九之略)〉,〈십지도(十之圖)〉등의 6편이 있어, 총 3권 10편으로 구성되었다. 《다경(茶經)》의 내용만 다루어도 이내 곧 엄청 분량의 독립된 한권의 전서(專書)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다경》이 어떤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책인지에 대해서만 개략적 설명만 하고자 한다.
일지원(一之源: 차의 근원)에서는 맨 먼저 차의 식물학적 설명을 하였고, 둘째는 차의 문자적 표시 설명하였고, 셋째는 차가 생장하는 토양을 설명, 넷째는 차를 기르는 방법을 설명, 다섯째는 차의 효능을 설명, 여섯째는 차와 고려인삼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이지구(二之具: 차 만드는 도구, 또는 연장)에서는 찻잎을 딸 때 사용하는 대나무바구니(다루:茶簍)와 차를 찌는 부뚜막(조:竈)과 시루(증:甑), 차를 빻는 절구와 공이 그리고 끝으로 차의 본(모형)을 뜨는 거푸집(속칭,模子) 등 차를 만드는 도구에 대해 설명하였다.
삼지조(三之造: 차 만들기)에서는 찻잎 따기에서부터 고형차(固形茶)의 제조법에 이르기까지 설명하고, 그 다음은 이미 제품화되어 출시된 차의 종류와 또 차의 좋고 나쁨에 대한 감별법에 대해 설명하였다.
사지기(四之器: 차 마시는 그릇)에서는 물을 끓이고, 차를 다릴 각가지 준비도구에서부터 차를 마시고, 다기 정리함에 이르기까지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풍로(風爐), 거(筥:숯 광주리), 탄과(炭檛)(숯 가르게), 화협(火筴: 부젓가락), 교상(交床:솥 걸치게), 협(夾:차를 구울 때 쓰는 집게), 지낭(紙囊:차를 보관하는 종이 주머니), 연(碾<불말(弗末)>:연 가루 털게), 나합(羅合:가루차를 거르는 체와 보관하는 합), 칙(則:차의 양을 조절하여 떠서 넣는 도구), 녹수낭(漉水囊:물 거르는 자루), 표(瓢:표주박), 죽협(竹筴), 차궤(鹺簋:소금단지), 숙우(熟盂:익은 물 사발), 완(盌:주발), 분(畚:차 사발을 담아놓는 일종의 삼태기 같은 바구니), 찰(札:큰 붓 모양의 대나무솔), 척방(滌方: 찻그릇을 씻고 남은 더러운 물을 담아두는 8되짜리 개수통), 재방(滓方: 차 찌꺼기를 담아두는 5되짜리 찌꺼기통), 건(巾: 행주), 구열(具列: 모든 차 도구를 수납하여 진열하는 대나무로 만든 평상이나 선반 ), 도자(都煮:다기를 수납하여 정리하는 대나무 광주리로 도람(都籃)이라고도 한다.) 등에 대해 그 쓰임새와 모양 그리고 재료에 대해 상세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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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 좌상(상해 閘北公園) | 오지자(五之煮:차 달이기)에서는 자다(煮茶)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설명하는 자다법(煮茶法)은 제1장에서 거론한 당대이전의 자다법과는 사뭇 다르다. 육우의 ‘자다법’은 당시 보편화된 일반음료로써의 자다법을 한층 넘어선 다도(茶道)로써의 의미를 지닌 차를 달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 하였다. 고로, 육우의 자다법은 결코 쉽지 않으며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아리송하고 까다롭기만 하다. 이것이 바로 다도의 행다법(行茶法)의 효시이며, 많은 다도를 하는 다인들이 흠모하여 배우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면서 또한 제대로 이해하고 습득한 사람은 도리어 보기 드물 정도이다. 내용은 ‘차 굽기(灸茶)’를 시작으로 하여 찻잎 쪄서 빻고 가루내기, 목탄(숯)의 품질, 최상급의 물 선택하기, 물의 끓는 정도에 따른 구분과 차를 끓이는 등의 복잡한 절차가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육지음(六之飮: 차 마시기)에는 음차의 역사적 기원과 차를 마시며 주의해야 할 방법인 ‘음차의 구난(九難:9가지 어려움)’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다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할 일종의 ‘육우(陸羽)식 점다법(點茶法)’이라 할 수 있다. 육우가 주장한 ‘음차의 아홉 가지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 만들기’, 둘째 ‘분별하기’, 셋째 ‘그릇’, 넷째 ‘불’, 다섯째 ‘물’, 여섯째 ‘굽기’, 일곱째 ‘가루내기’, 여덟째 ‘달이기’, 아홉째가 ‘마시기’이다.
칠지사(七之事: 차의 일)에서는 역사에 기록된 차에 얽힌 이야기들을 풍부한 문헌을 통해 고증하고 있다. ‘차의 효능’에서부터 ‘차의 명칭’, ‘차의 습속(習俗)’, ‘차 판매’, ‘차에 얽힌 갖가지 역사적 사실과 전설’ 등등 차에 얽힌 이야기와 사실들이 수록되어 있다.
팔지출(八之出: 차의 산출)에서는 육우가 살았던 당나라 때의 각종 차의 생산지에 대해 지역별로 분류하여 상세히 밝히고 있다.
구지략(九之略: 차의 생략)에서는 차 마시는 때와 장소, 그리고 마시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략해도 무방한 몇 가지 다기와 절차를 상황에 따라 설명해 놓았다. 이어서 맨 끝에 부분에서 “그러나 성읍 안에 사는 왕공(王公)의 귀족들은 24가지 다기 중, 어느 한 가지만 없어도 차를 마시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십지도(十之圖:차의 그림)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시 열거하면서 모두 차에 관한 일임을 다시 설명하고, 이로써 《다경(茶經)》의 시작과 끝이 모두 완성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③ 육우(陸羽)의 다도(茶道)정신
육우의 다도정신을 살피기 이전에 우선 ‘다도(茶道)’란 말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인 듯하다. 여러 다서를 보다보면 ‘다도’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이 언급되어 있는데, 그 내용들은 대부분이 ‘다도’의 추상적이고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현실적으로 누가 언제부터 ‘다도’란 용어를 사용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을 많이 본다. 중국에서 ‘다도’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문헌은 아마도 당대 봉연(封演)의《봉씨문견기(封氏聞見記)》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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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의 다경(茶經)-항주차엽박물관 소장 |
《봉씨문견기》는 당나라 천보(天寶) 연간(742~756년)에 진사 봉연이 저술한 것이다. 그는 육우의 《다경》을 가리켜 ‘다론(茶論)’이라 말하고, 차 마시는 행위에 대해서 ‘다도(茶道)’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 내용에 “초(楚)지방의 사람인 육홍점(陸鴻點)이 다론(茶論)을 짓고 차의 효능과 함께 차 달이기, 차 굽는 법을 말하고, 다구 24종을 만들어서 이를 수납 바구니에 담으니, 멀고 가까운 곳에서 마음을 기울여 사모하고, 호사가는 한 벌을 집에 간직하였다.
또한 ‘상백웅(常伯雄)’이라는 자는 ‘홍점(鴻漸)’의 이론을 널리 윤색하였고, 이에 다도(茶道)가 크게 성행되어 고관대작들과 조정의 관리들은 차를 마시지 않는 자가 없었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당대(唐代)에서부터 시작된 ‘다도’의 창시자는 육우이지만, ‘다도’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자는 ‘봉연’임을 알 수 있겠다.
육우는 자신의 저술인《다경》에서 “차는 맛이 지극히 차서 행실이 정련되고 검소한 덕망 있는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했으며, 또한 “차의 성질은 검소하다.”고 말하고 있다. ‘검(儉)’자에 대해서 상고해보면, 논어의〈학이편〉에서 공자가 주장한 사람의 인격형성의 다섯 가지 덕성이 되는 “온(溫)・양(良)・공(恭)・검(儉)・양(讓)”에서 볼 수가 있다. 또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검은 약(約)이다.”라 하였고, 일반적으로 ‘약’은 예절에 밝고, 공손하며 근면하다는 뜻이다.
단옥재(段玉裁:1735-1815년)의 주해에는 “약(約)은 함부로 사치하지 않는다.”라고 풀이했다. 이상에서 보듯 육우의 다도정신은 ‘사치’를 완강히 거부하는 ‘검소한 덕(德)’이라고 볼 수 있다. 육우의 ‘검소한 다도정신’은 아마도 그가 어린 시절을 사찰에서 보냈던 성장배경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고 ‘육우의 다도’가 무조건 검소하기만을 강조하고 ‘형식과 예절’에 있어서 완전히 무시해 버린 것은 아니다. 앞서 거론한《다경》<구지략(九之略)>에서 그는 ‘이십사기(二十四器)’를 모두 응용하고 사용했을 때 비로소 완전하게 정식의 차를 마시는 것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의 다도의 형식과 예절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에 또 다기를 다 갖출 수없는 산이나 들에서 거친 차를 마실 경우에는 굳이 규정된 ‘이십사기’를 다 사용하지 않아도 됨을 함께 언급하였다. 즉, 차를 마시는 사람이 처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몇 가지 생략할 수도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이는 형식에만 너무 얽매여서 차의 내면적 정신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경》의 곳곳에서 나타나는 ‘검지덕(儉之德)’이야말로 진정한 ‘육우의 다도정신’이라 할 수 있다. 물질과 정신이 둘이 아닌 하나, 그러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도리, 형식을 따라 예절을 익히고, 정신을 수양하면서도 굳이 그 형식에만 얽매이지 않는 걸림 없고 자유로운 검소한 덕성, 이것이야 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참된 다도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1) 점다법(點茶法) : 당송시대에 크게 유행한 일종의 가루차(末茶) 우리는 법을 말한다. 2)《茶經》〈九之略〉: “… 但城邑之中, 王公之門, 二十四器闕一, 則茶廢矣.” 3) 육우의《다경》에 대한 원문과 상세한 풀이는 金明培,《韓國의 茶書》,부록편〈다경〉을 참조하기 바람. 4) 육홍점(陸鴻點)은 육우(陸羽)이다. 홍점(鴻漸)은 그의 호이다. 5) 원문의 내용이 긴 관계로 생략하였다. 林治《中国茶道》4쪽을 참조 바람. 6)《茶經》<一之源>: “茶之爲用, 味至寒, 爲飮最宜, 精行儉德之人….” 7)《茶經》〈五之煮〉:“茶性儉, 不宜廣”. 김명배,《韓國의 茶書》의 부록,〈다경(茶經)〉편에서는 “검(儉)은 차의 소박한 맛이고, 광(廣)은 차의 진한 맛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8)《說文解字》:“儉約也, 約者纏束也, 儉者不敢放侈之意.”
-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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