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의 사리신앙연구’ |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들자 제자들은 스승의 유훈에 따라 다비를 했고, 이때 다량의 유골을 수습했다. 이 유골이 바로 불교 역사에 등장하는 첫 번째 사리다. 그런데 이때 8개 부족의 부족민들이 진리를 설파했던 부처님의 사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사리 쟁탈전에 나섰다.
자비사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던 부처님의 사리를 놓고 전쟁이라도 벌일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된 자체가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저마다 부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 스승의 흔적이라도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그만큼 간절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 부처님 사리가 불교가 전래된 경로를 따라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따르면 진흥왕 10년 봄 양나라가 신라 구법승 각덕이 귀국하는 길에 사신 심호를 파견해 불사리를 보내옴에 따라 왕이 백관과 함께 흥륜사 앞길에 나가 맞아들였다. 이후 576년에 안홍이 중국 진나라에서 불사리를 갖고 돌아와 봉안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그러나 이 불사리들이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전해지고 봉안됐는지는 자세한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다만, 이후 643년 자장율사가 중국으로부터 이운해온 부처님 사리가 오늘날 5대 적멸보궁으로 불리는 통도사, 월정사, 법흥사, 정암사, 봉정암에 나뉘어 봉안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책 ‘한국의 사리신앙 연구’는 그 중에서도 오대산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사리 신앙의 원류를 탐구했다.
책은 월정사에서 개최한 ‘오대산 적멸보궁과 사리 신앙의 재조명’이라는 불교학회 세미나의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신라 자장 스님에 의해 한국에 전래된 불사리와 이를 봉안한 적멸보궁의 기원과 역사적 과정, 그리고 한국 사리 신앙과 보궁 신앙의 성격과 의미, 나아가 중국과 인도의 사리 문화에 이르기까지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월정사 부산포교원장을 맡고 있는 자현 스님을 비롯해 남무희, 장미란, 장성재, 이원석, 원혜영 등이 쓴 논문을 전체 6장으로 구성한 책은 먼저 ‘자장의 오대산 개창과 중대 적멸보궁’을 통해 한국에서 적멸보궁의 개창자이면서 동시에 보궁 신앙의 확립자인 자장의 행적과 입당 목적을 자료를 근거로 검토했다.
이어 2장에서는 ‘자장과 한국불교의 보궁 신앙’을 주제로 자장과 한국불교에 널리 알려진 5대 적멸보궁 신앙이 어떠한 연관을 갖고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형성됐는지를 고찰했다. 그리고 3장에서 ‘한국 사리 신앙의 전래와 성격’을 주제로 한국 사리신앙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준 중국 사리신앙의 전개과정과 성격을 살펴보고 사리가 지닌 함의와 신앙의 성격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을 담았다.
제4장은 ‘적멸보궁의 변천과 사상’, 제5장은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의 역사’, 제6장은 ‘사리 숭배의 발달과 그 고원성’을 주제로 각각 사리신앙과 적멸보궁의 상관관계 등을 조명하고 있다. 오늘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리가 이 땅에 전해지고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책은 한국불교 사리 신앙의 역사와 올바른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신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39호 / 2014년 4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