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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동탄생불 입상. 윗줄 왼쪽부터 호림박물관, 삼성미술관 Leeum, 국립전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아랫줄 모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각 박물관, 미술관> |
탄생게 외치는 모습 표현
탄생불은 석가모니불이 탄생한 직후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으며 세상을 향해 탄생게를 외치는 모습을 표현한 불상이다. 불상으로 조성할 때는 보통 발가벗은 아기가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팔상도(八相圖) 등 탱화에서는 탄생게를 외우면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을 때마다 피어난 연꽃을 함께 묘사한다.
우리나라에서 탄생불은 통일신라시대 이전에 많이 조성되었으며, 현재도 부처님오신날 관정(灌頂)할 때 많이 사용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탄생불은 연화대 위에 서 있는 10㎝ 내외의 금동불이 대부분이다.
“삼계의 고통에서 모두 벗어나게 하리라”
석가모니불은 룸비니동산 무우수 아래에서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으며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세상을 향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가장 존귀하네. 삼계가 고통스러우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고 선언했다고 한다.
탄생게는 경전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빠알리 경전에서는 “나는 세상의 최상(最上)인 자다. 나는 세상의 최존(最尊)인 자다. 나는 세상의 최고(最高)인 자다. 이것이 마지막 삶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라고 외쳤다고 하며, 《잡아함경》 <대본경(大本經)>에서는 “하늘 위나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 중생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제도하리라〔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고 외쳤다 한다.
해탈과 열반의 존재로 재탄생
어떤 내용이든 탄생게는 불교의 가르침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하늘 위나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자이고 세상의 ‘최상(最上)’, ‘최존(最尊)’ 그리고 ‘최고(最高)’인 자라는 말은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생명이든지 그 자체로서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종속될 수 없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존귀한 존재에게 가장 절실한 일은 ‘최고의 그리고 완전한 행복을 안착’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일체의 괴로움이 다한 열반을 성취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는 계속되는 탄생게의 “이것이 마지막 삶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거나 “중생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제도하리라”라는 말에 잘 나타나있다.
“모든 중생 다 건지리라”
탄생게는 이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과 해탈의 자유로운 존재로 재탄생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열반을 성취하는 것은 자신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모든 세상의 고통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말처럼 다른 이, 나아가 모든 중생이 다함께 열반을 성취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 모든 생명은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고통 받는 중생을 모두 편한케 하겠다는 서원은 사홍서원의 “모든 중생을 다 건지겠다”는 서원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 서원을 통해 매번 부처님의 탄생게를 되새기며 보살로, 부처님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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